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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감각 쌓아올린 '별의 회화'

학고재서 성희승 '이터널 비커밍'展

겹겹의 붓질로 시간의 흔적 그려내

성희승, ‘푸른별(2024)’ /제공=학고재




성희승 개인전 '이터널 비커밍'의 전시 전경 /제공=학고재


서울 삼청로 학고재 본관의 한옥 대들보 아래 색색의 우주가 펼쳐졌다. 무수한 붓질이 겹겹이 쌓인 거대한 화면은 멀리서 보면 밤하늘의 성좌 같고, 가까이서는 그물처럼 연결돼 꿈틀대는 유기체의 세포 같은 인상이다. 각각의 붓질은 저마다의 리듬을 품은 채 진동하며 숨어 있는 빛의 결정을 드러낸다.

학고재가 올해 첫 전시로 준비한 성희승의 개인전 ‘이터널 비커밍’은 그동안 ‘별 작가’로 이름을 알려온 작가의 작업 세계와 예술관을 17점의 회화 작품을 통해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 제목에서부터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개념인 ‘되어감(becoming)’을 전면에 드러냈다. 작가에게 그림이란 무언가를 묘사하거나 표현한 완결된 결과물이 아니라 무언가를 바라보며 머물렀던 시간과 감각, 반복적 몸짓이 축적되는 공간에 가깝다. 작가는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며 끊임없이 변해간다”며 “그러다보면 처음 모습은 대부분 사라지지만 그럼에도 어딘가에 흔적은 남는데 그 과정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희승, ‘이터널 비커밍(2002, 2025)' /제공=학고재




실제로 그의 작품은 한 번에 완성되는 일이 드물다. 작가는 화면 앞에서 반복적으로 멈추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통해 흔적 위에 새로운 흔적을 겹쳐 나간다. 작품에는 시작 연도와 완성 연도가 함께 표기돼 시간의 간극을 실감하게 하는데 어떤 작품은 2002년에서 2025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임의로 완성 연도를 표기하지만 사실 작가의 생각은 ‘완성이란 없다’는 쪽에 가깝다. 전시가 결정돼 그림들이 공간에 내걸린 이후에도 일부 작품에는 붓질을 더했을 정도다.

이렇게 무수한 붓질이 내려앉은 화면은 어느 순간 별처럼 빛나는 듯 보이지만 작가가 그 별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 캔버스 위로 떠오르는 별의 형상은 작가가 자신의 조형 언어로 선택한 삼각 패턴이 겹친 흔적일 때도 있고 혹은 붓이 미처 닿지 못한 여백일 때도 있다. 작가가 인식과 감각을 쫓으며 기도하듯 수없이 그어 내린 붓질 사이로 어느 순간 별이 빛났을 것이다. 붙잡을 수 없지만 분명히 빛을 밝히는 존재는 그의 회화 속 별을 발견하는 사람들에게도 희망과 위로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2월 7일까지.

성희승 작가 /제공=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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