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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기기증 종합계획 나왔지만…법제화·예산 등 '산넘어 산' [장기기증 캠페인 이어진 숨, 피어난 삶]

연명환자 심정지 후 장기기증 허용 등

기증희망률 2배 증가 전망하지만

지속성 위해선 구체적 로드맵 필요





정부가 기증 장기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 수립 이후 첫 종합 대책을 내놨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1차 장기·조직기증 및 이식 종합 계획(2025~2030)’의 핵심은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연명 의료 중단 결정 환자를 대상으로 심정지 후 장기기증(DCD)을 허용하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DCD가 허용되면 장기기증자가 약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CD는 뇌사 상태가 아닌 심정지 환자에 대해서도 본인의 사전 동의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고 5분간 기다렸다가 전신의 혈액순환이 멈추면 장기를 적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행법에서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경우를 ‘뇌사 장기기증(DBD)’만 인정할 뿐 DCD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세계장기기증·이식기록소(IRODaT)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장기기증자 53.93명으로 세계 최다인 스페인의 경우 DCD가 27.71명으로 DBD(26.2명)보다 더 많았다. 영국·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도 DCD 비중이 40~50%에 달한다. 미국은 장기기증을 결정한 49.7명 중 절반에 가까운 21.3명(43%)이 DCD를 택했다. 김덕기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스페인·미국·영국 등 장기이식 선진국에서는 DCD가 전체 기증의 40~50%를 차지하며 생명을 살리는 핵심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한국에서 DCD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이승규(오른쪽 첫 번째)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와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이 지난 5월 9000번째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단일 의료 기관의 간이식 수술 기준 최다 시행 건수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정부는 DCD가 허용되면 장기기증자가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DCD 도입 등을 통해 장기기증 희망 등록률을 2024년 3.6%에서 2030년 6.0%로, 같은 기간 인구 100만 명당 뇌사 장기기증자는 7.8명에서 11.0명으로, 조직기증자는 2.8명에서 3.8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장기기증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기증 희망 등록기관도 2024년 462곳에서 2030년 904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약 없이 장기기증을 기다리며 애를 태우던 환자들 중 상당수가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이식을 받을 경우 삶의 질은 높아지고 의료비는 절감할 수 있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24년 기준 말기 신부전으로 혈액투석 중인 환자는 7만 9065명으로 매년 2조 원이 넘는 진료비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 DCD가 허용되려면 우선 국회가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연명 치료 중단 결정 전 장기 등 기증 동의나 기증자 등록 같은 기증 절차가 가능하도록 하려면 관련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는 과거에도 DCD 허용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사회적 합의 부족 등을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실제 2023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024년 5월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후 22대 국회에서 동일 취지로 재발의됐지만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다. 김범석 대한이식학회 이사장(연세의대 신장내과 교수)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입법·예산 등 구체적인 실행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정책 불일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식 기회 확대와 장기이식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려면 DCD 제도의 법제화와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DCD 도입과 확산을 위한 예산 배정도 시급하다. 법 개정은 물론 인식 강화 등을 위한 예산이 올해 반영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시범사업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 인식 개선이 법 개정의 중요한 부분인 만큼 캠페인은 물론 시범사업을 통해 실제 장기기증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 가늠해 보는 작업은 필수다.

본인은 장기기증을 희망했더라도 유가족이 동의하지 않아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종합 계획에서 빠진 데 대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행법상 뇌사자 본인이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더라도 배우자→직계비속→직계존속→형제자매 등 선순위 유가족 1명의 서면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후 신경과나 신경외과 의료진이 각종 뇌사 판정 검사를 실시하고 원내 뇌사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실제 장기기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장기 상태가 악화돼 이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본인이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유가족 전원 동의를 받아야 하는 현행법 때문에 기증이 무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국내 뇌사 판정 절차가 다른 국가에 비해 과도하게 엄격한 측면이 있어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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