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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톡커] 연준 의장 감옥 보낼 거면 중앙은행 왜 있나요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18>

파월 "법무부 기소 위협…대통령 금리 압박"

트럼프 본인이 임명하고도 '최고 악연' 둔갑

여당 일부도 수사 반발…베선트 "상황 엉망"

"차기 의장 인준 안 해"…월가도 잇딴 우려

"70년대식 인플레 가능성"…1월 동결 확률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를 방문해 제롬 파월 의장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노골적으로 수사하자 금융시장까지 요동치고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달러화와 미국 국채의 가치는 흔들리고 대체 안전자산인 금과 은 가격만 급등하는 모양새다.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재정 적자 부담을 덜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수를 두고는 월가는 물론 행정부와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독립성을 흔드는 이같은 시도가 1970년대 중반 발생했던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또 다시 부를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했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역효과로 연준이 이달 27~28일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과 파월 의장이 올 5월 퇴임하지 않고 2028년까지 연준 이사직에 머물 가능성을 높게 보기 시작했다.

파월 “법무부, 형사 기소 위협…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 안 따른 결과”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현지 시간) 연준 공식 홈페이지에 긴급 성명을 영상으로 공개하고 자신과 연준이 지난 9일 미국 법무부에서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배심은 미국 형사법 체계에서 검찰이 중대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경우 거쳐야 하는 단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이번 법적 조치가 파월 의장이 지난해 6월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내놓은 청사 개보수 관련 증언과 연관돼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공사가 예산을 크게 넘겼다며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하는 파월 의장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연준 의장을 가리켜 ‘너무 늦는(Too Late) 파월’이라고 조롱하며 “나는 파월 의장이 연준 건물 공사를 관리하면서 보여준 끔찍하고 터무니없는 무능한 업무 처리에 대해 소송을 허용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000만 달러(약 739억 원)의 단순 보수 공사로 끝낼 일을 30억 달러(약 4조 4300억 원)짜리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7월 24일에는 현직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워싱턴DC 연준 청사를 직접 찾아가 파월 의장을 압박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2년 시작된 연준 청사 개보수는 애초 배정된 예산을 7억 달러(약 1조 342억 원) 초과한 채 내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파월 의장은 영상에서 이번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 협박 움직임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파월 의장은 “이 문제는 연준이 증거와 경제 여건에 근거해 계속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느냐, 아니면 통화정책이 정치적 압박에 의해 좌우되느냐의 문제”라며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방향에 따라 금리를 결정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빌 펄티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러면서 이번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 지명을 준비하면서 연준을 더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까지다. 이사직 임기는 2028년까지이나, 의장직 퇴임과 함께 여기서도 함께 물러날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를 이달 안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후임 후보자로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릭 라이더 블랙록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이 거론되며 이 가운데 해싯 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BC에서 이번 수사를 두고 “나는 그것에 대해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파월 의장은 연준 일을 잘하지 못하는 게 분명하고 건물을 짓는 것도 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파월, 두 번의 대형 실책 뒤 대통령과 ‘최고 악연’으로


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재닛 옐런 전 재무부 장관이 재정 적자 문제를 통화정책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녀는 현 제롬 파월 의장 직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낸 민주당 소속의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조 바이든 행정부 재무부 장관을 각각 역임했다. 2001년 정보 비대칭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규정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 조지타운대 경제학과 교수의 아내이기도 하다. 옐런 전 장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국내 취재진에게 “중간선거용 경기 부양 수단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재미있는 점은 정작 파월 의장을 의장직에 앉힌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라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때인 2017년 11월 2일 파월 의장을 재닛 옐런 전 의장 후임으로 지명했다. 파월 의장은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연준 이사로 임명돼 중앙은행에 발을 들였다. 파월 의장은 정통 경제학자 출신인 대다수 역대 의장들과 달리 변호사 출신으로 월가에서 투자 실무 경력을 쌓은 인사다. 월가에서 기업 인수합병(M&A) 등으로 큰 돈을 번 경험이 연준 입성에 결정적 기반이 됐다. 보수 정권인 조지 부시 전 행정부 시절에는 1992~1993년 재무부 차관직도 역임했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도 2018년 2월 5일 파월 의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그의 투자 부문 실무 능력을 높이 샀다.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바뀌었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미온적으로 반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스터 투 레이트(금리 인하 결정이 너무 늦는 사람)’ ‘루저(실패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어리석고 고집 센 사람’이라며 수차례 파월 의장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재정 적자 감축과 관세 효과 극대화를 위해 금리 인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연준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인 2024년 하반기 들어 그해 12월까지 빠르게 금리를 내리다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부터는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을 이유로 지난해 7월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초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빅컷(0.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연준은 9~12월 0.25%포인트씩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리는 데 그쳤다. 올 1월 27~28일 FOMC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언제나 너무 늦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아냥은 파월 의장이 임기 동안 저지른 두 번의 대형 실책을 겨냥한 말이다. 연준은 파월 의장의 임기 초인 2018년 경기 둔화 조짐을 간과하고 선제적 통화 긴축에 나섰다가 증시 폭락을 부른 바 있다. 2021년에는 거꾸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물가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머뭇댔다가 최악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2년 6월 9.1%까지 치솟아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때 시중 유동성이 너무 급격하게 많이 풀리면서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4년간 미국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5% 전후에 달했다. 이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권을 다시 내주는 빌미가 됐다.

연준은 FOMC 회의에서 의장을 포함한 내부 이사 7명과 지역연방은행 총재 5명을 합친 총 12명의 투표로 금리를 결정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합의제를 따른다. 최종 금리 결정 때까지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기에 연준 의장의 입김과 판단,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에 전 세계 돈의 가치와 환율·금리·물가가 다 달라지고 주식·채권·원자재시장이 요동치기에 그를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파월 의장이 협조적이지 않은 자세를 유지하자 지난해 내내 연준의 독립성을 흔들었다. 지난해 8월 25일에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첫 흑인 연준 이사인 리사 쿡 이사에게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이유로 해임을 통보하기도 했다. 쿡 이사는 이에 반발해 해임의 적법성을 법원에서 다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해 9월에는 FOMC 회의 직전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자리를 겸직하는 스티븐 마이런 이사를 임명했다. 미국 행정부 인사가 중앙은행 직위를 함께 맡는 것은 1930년대 현대적인 연준이 구축된 이후 90여 년 만에 처음이다. 마이런 이사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모든 FOMC 회의에서 홀로 빅컷에 투표하고 있다.

전직 연준 의장들에 공화당 일부도 반발…베선트 “상황 엉망 됐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파월 의장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수사에는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반발 의견이 나왔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인 톰 틸리스(공화·노스캐롤라이나) 의원은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하려는 시도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이 문제가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의장을 포함해 연준 지명자를 인준하는 안건에는 모두 반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상원 은행위원회의 구도는 공화당이 민주당에 13대11로 근소하게 앞선 상태다. 만약 틸리스 의원이 반대할 경우 공화당의 우위 구도가 무너질 수 있다. 틸리스 의원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화당의 존 튠(사우스다코타) 상원 원내대표도 12일 의회에서 취재진들에게 “연준에 대한 정치적 개입처럼 비치지 않도록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걱정했다. 공화당의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도 X(옛 트위터)에 “강압 시도”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역시 당연히 강하게 들고 일어났다. 상원 은행위의 민주당 간사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몰아내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연준 의장을 임명해 중앙은행을 장악하려 한다”며 “상원은 트럼프의 연준 지명 인사를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뉴욕) 의원도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미국 경제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옐런 등 전 연준 의장과 재러드 번스틴, 제이슨 퍼먼, 글렌 허버드, 그레고리 맨큐, 크리스티나 로머 등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티머시 가이트너, 제이컵 루, 헨리 폴슨, 로버트 루빈 등 전 재무부 장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등 13명은 12일 성명을 내고 “연준의 독립성과 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의회가 중앙은행의 목표로 설정한 안정된 물가, 최대 고용, 적정한 장기 금리의 달성을 포함한 경제 성과에 매우 중요하다”며 수사를 비판했다. 빌 클린턴, 오바마, 바이든 등 민주당 정권뿐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 부시, 조지 W. 부시 등 공화당 행정부 인사들도 모두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수사가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격으로 규정하면서 “이는 제도가 취약한 신흥시장에서나 통화정책을 입안하는 방식”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경제 기능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수반한다”고 강조했다. 옐런 전 의장은 이날 CNBC와 별도로 인터뷰를 하고 “극도로 소름 끼친다”며 “시장은 이 사안을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파월 의장을 잘 알고 있는데 그가 위증했을 가능성은 ‘0’”이라며 “파월 의장을 내쫓고 싶어서 공격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옐런 전 의장은 현 파월 의장의 전임자로 2014∼2018년 연준 수장을 역임하고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까지 지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역시 1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 의장 수사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금융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또 이번 수사로 파월 의장이 의장직 임기가 끝난 뒤에도 바로 사임하지 않고 2028년 1월까지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이번 수사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며 “파월 의장이 범죄자인지는 법무부가 답할 사안”이라고 일단 거리를 뒀다.

70년대 닉슨發 하이퍼인플레이션 우려도…1월 금리 동결 확률은 더 올라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1971년 닉슨 전 대통령도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처럼 아서 번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노골적으로 금리를 낮추라는 압박을 가했다. 경기를 부양해 1972년 재선에 승리하겠다는 정치적 목적 때문이었다. 번스 전 의장은 이에 굴복해 대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펼쳤고, 닉슨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다만 미국과 글로벌 경제는 1973년 제1차 석유 파동까지 겹치며 장기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빠졌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974년 12%까지 돌파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74년 8월 9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역대 지도자 가운데 유일하게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서울경제DB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장악 시도는 단순히 정치적 논란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은 파월 의장 영상 공개 이후 순식간에 연쇄적인 충격을 받았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장중 한 때 3% 이상 오른 트로이온스당 4천600달러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3월 인도분 은 선물 가격도 장중 8% 치솟아 86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뛰어넘었다. 반면 미국 국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글로벌 채권 시장의 기준점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장중 4.2% 이상으로 솟구쳤다가 다시 떨어졌다.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채권 가격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날은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도 98.86으로 내려 5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단 하루(1월 5일)를 제외하고 매일 상승 곡선을 그리며 9일 99선까지 돌파했던 달러인덱스는 하루 만에 다시 98대로 내려왔다. 금융시장은 13일 다시 안정을 찾았지만, 불안함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정부의 연준 개입 시도에도 1월 금리 동결 확률을 12일 95.0%에서 13일 97.2%로 더 높여 잡았다.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협할 것으로 보지 않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가 1970년대에 발생한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재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1971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처럼 아서 번스 당시 연준 의장에게 노골적으로 금리를 낮게 유지하라고 압박했다. 경기를 부양해 1972년 재선에 성공하려는 목적 때문이었다. 닉슨 전 대통령은 번스 전 의장에게 “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연준 이사 수를 늘리겠다”는 협박도 했다. 이에 굴복한 번스 전 의장은 인플레이션 징후가 농후함에도 대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펼쳤다. 결론적으로 닉슨 전 대통령은 1972년 대선에서 압승했지만 경제적 결과는 참혹했다. 연준의 무리한 통화완화 정책은 1973년 제1차 석유 파동(오일쇼크)과 맞물리며 물가를 폭등시켰다. 1974년 CPI는 12%까지 돌파했고, 글로벌 경제는 1970년대 내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상태에서 허우적댔다. 독일계인 베렌버그은행의 아타칸 바키스탄 이코노미스트는 12일 영국 가디언을 통해 “만약 연준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에도 통화 초(超)완화 정책을 추구한다면 1970년대 벌어졌던 최악의 위험 시나리오와 닮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바마 전 행정부 때 인사인 퍼먼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중앙은행장을 정치적 겁박이나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처벌 의도로 기소하거나 위협한 국가는 아르헨티나, 러시아, 튀르키예, 베네수엘라, 짐바브웨”라고 꼬집었다.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월가도 마찬가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3일 세계 최대 은행인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우리가 아는 모두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이고 아마도 시간에 걸쳐 금리를 상승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멜론은행의 로빈 빈스 CEO도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채권시장의 근간을 흔들지 말고 금리를 잠재적으로 상승시킬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방문하기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파월 의장은 예산을 수십억 달러나 초과했으니 무능하거나 부패한 것”이라며 “그는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이고 금리를 너무 높게 했다는 점에서 나쁜 연준 의장”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을 공격하면서 차기 의장 인준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일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조바심을 내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공산도 함께 커졌다. 투자자 입장에서 당분간은 연준 상황에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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