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 이후 설립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의 윤곽이 드러났으나 여전히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중수청의 조기 안착을 위해 수사사법관·일반 전문 수사관으로 나누는 ‘이원화 체계’를 도입했으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제2의 검찰’이라거나 ‘검사·수사관이 전직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등 비판적 목소리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법무부는 지난 12일 중수청법·공소청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는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권한을 행안부 소속 중수청으로 이관하는 것이다. 중수청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내란-외환 등 국가보호·사이버 범죄 등 9대 중대 범죄 수사를 맡는다. 수사는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이 담당한다. 수사사법관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로 한정되며, 전문수사관은 1~9급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소청이 공소 제기·유지의 기능을 담당하는 데 따라 검사의 수사 개시는 불가능해진다. 중수청·공소청의 지휘·감독 권한은 각각 행안부·법무부 장관이 갖는다. 행안부·법무부 장관은 중수청·공수청 사무에 대한 일반적 지휘·감독은 가능하다. 다만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공수청장만을 지휘할 수 있다.
문제는 검찰청 폐지에 따라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기는 했으나, 중수청의 형태가 기존 검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 구조가 오히려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활’이라거나, ‘중수청 수사사법관 조직과 공소청 검사들 사이 카르텔만 형성하게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수사사법관의 역할은 물론 전문수사관과의 지휘 관계 등 직제 구성까지 여전히 모호해 기존의 우수 검사·수사관 인력을 중수청으로 대거 유입하기에는 다소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또 신설되는 중수청의 직급·급여 체계도 정해지지 않은 점도 이들의 전직 고민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유인책으로 이원화 체제를 제시했지만, 오히려 기존 검사·수사관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가장 큰 권한으로 꼽히는 공소 제기·유지 업무에서 배제되는 상황에서 직급마저 제대로 정해지지 않아 실제 (검사들이) 대거 이동할지는 미지수”라며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으로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데, (부서의) 구조를 어떻게 구성할지도 여전히 정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상 초임 검사는 공무원 급수 체계상 3급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중수청에서 5급 이상 전문수사관이 전직 절차를 거쳐 수사사법관으로 임용된다는 점에서 수사사법관 직급이 3급 대우에서 낮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들이 오히려 공소청을 선호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실제 검사의 이동이 전무할 경우 수사사법관 자리가 수사 경험이 전혀 없는 변호사들로 채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른바 ‘중수청 간판’만 따려는 이들로 수사사법관이 임용되면서 수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수청법 제정안에는 ‘공소청 소속 검사가 퇴직 이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수사사법관으로 임용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다만 ‘2027년 4월 30일까지는 종전 검찰청·공소청 소속 공무원의 경우 임용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으나, 우수 인력이 대거 유입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관 입장에서도 기존과 체계나 권한이 전혀 달라지지 않아 중수청으로 갈 유인 요인이 없는 실정”이라며 “기존 검사들이 중수청으로 전직해 고위직을 독차지할 수 있어 검찰 수사관들은 여전히 들러리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는 말까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수청 법안에는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의 직무를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되는 때에는 범죄 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형사소송법 197조의 1항)’고 명시하고 있다.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은 상관의 지휘·감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구체적 직무상 관계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검찰청 제4조에 따르면, 검사의 직무(제4조)는 △범죄 수사, 공소 제기·유지 △특별사법경찰관리 지휘·감독 △재판 집행 지휘·감독 등이다. 또 검찰 수사관의 직무(제46조)는 △검사의 명을 받은 수사에 관한 사무 △형사 기록의 작성 보존 △검찰 행정 사무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5급 전문수사관이 시험을 거쳐 수사사법관으로 전직 임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실제 우수 인력 유입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란 반응이다. 정부는 전문수사관이 고위직으로 제한 없이 임용되도록 인사 운영의 운영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존 검사직무대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중수청법 제정안만으로는 알 수 없다. 검찰청 제32조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검찰수사서기관(4급), 검찰·수사사무관(5급), 마약수사사무관(5급)으로 하여금 비장검찰청 또는 지청 검사의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 이는 공소청법 제정 법률안에도 일부 문구만 바뀌어 그대로 옮겨졌다. 해당 법률안 제38조(검사의 직무대리)에는 ‘검찰총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검찰총장의 지명을 받은 4급 또는 5급 일반직 공무원으로 하여금 지방공소청 또는 지청 검사의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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