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출신 중진 의원들을 향한 수사가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경찰이 핵심 관계자들을 연달아 소환하며 속도전에 나섰다. ‘1억 공천헌금’ 의혹의 당사자들이 동시에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망이 점차 강선우·김병기 두 의원의 직접 소환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을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2차 조사를 벌였다. 지난 11일 미국에서 귀국해 심야 조사를 받은 지 나흘 만이다. 서울청 광역수사단 마포청사 입구를 찾은 김 시의원은 “들어가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씀드리겠다”는 언급 이외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조사실로 향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김 시의원이 제출한 자수서 내용의 진위 여부가 될 전망이다. 김 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카페에서 공천헌금을 건넬 당시 강 의원과 당시 사무국장 남 모 씨 모두 자리에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사무국장이 금품을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반환을 지시했다”는 강 의원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앞서 ‘증거 인멸’ 논란이 일었던 김 시의원의 업무용 태블릿과 노트북도 경찰에 임의제출됐다. 11일 압수수색 당시엔 경찰이 확보하지 못했던 물건들이다. 경찰은 텔레그램 계정 삭제 등 증거 인멸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기기를 분석한 결과는 강 의원을 향한 수사의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미 정보가 초기화됐을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병기 의원을 향한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경칠은 이날 김 의원 배우자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내사를 부당하게 종결한 혐의를 받는 전 동작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박 모 씨도 동시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전날엔 김 의원의 자택과 국회 사무실 등 6곳을 압수수색하고 배우자까지 포함한 관련자 5명을 출국금지 조치한 바 있다.
경찰 수사력이 두 의원의 턱밑까지 바짝 좁혀지며 직접 소환도 임박했다는 분석이 많다. 수사팀은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두 의원을 소환해 공천헌금 수수와 수사 외압의 최종 책임 소재를 따져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여권발 공천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찰이 증거 인멸의 시간을 벌어줬다는 ‘늑장 수사’ 비판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금품수수 정황이 담긴 구체적인 탄원서를 확보하고도 두 달이 지나서야 첫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새 핵심 관계자들 일부는 휴대전화를 교체했고, 보좌진들이 금품 보관처로 지목한 김 의원의 개인 금고 역시 확보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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