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대학은 미증유의 재정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경상비 지출도 감당하기가 어려워 새로운 교육투자는커녕 도서관의 저널 구독 숫자까지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비가 새는 건물도 수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을 불문하고 전국의 모든 국공립대와 사립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청년 세대의 미래에 대한 교육이라는 면에서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등 외국 대학들은 일찍부터 대학에서 첨단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업화, 기술이전, 창업, 그리고 혁신 기술 재투자에 이르는, 이른바 기업가형 대학의 생태계를 구축해 기술 혁신과 인력 양성, 대학 재정의 건전성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기업가형 대학 생태계 구축에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자 근간은 바로 대학에서 창출되는 첨단 기술 지식재산(특허)이다. 첨단 기술 지식재산은 상업적 가치를 가지는 자산이고 이러한 지식재산이 없이는 글로벌 시장 경쟁에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이공계 박사 학위 소지자의 약 70%가 일하는 대학에서 첨단 기술 지식재산 현황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지식재산의 양과 질, 그리고 관련 예산 등이 매우 취약해 지식재산 전략의 부재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지식재산에 의한 기술이전 수입은 포항공대 50억 원, 서울대 48억 원, KAIST 27억 원 등인 데 반해 미국 스탠퍼드대는 1100억 원으로 우리나라 대학 전체의 기술이전 수입과 거의 맞먹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또 특허출원과 유지에 들어가는 예산을 보면 2016년에 KAIST 50억 원, 연세대 37억 원, 서울대 36억 원 등으로 대학의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낮은 것으로 나와 있다. 게다가 우리 대학은 특허 예산의 한계로 국제 특허 출원 숫자가 매우 적어 대학의 지식재산 글로벌 경쟁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대학 내 연구자에 대한 평가가 거의 논문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많은 혁신 기술들이 특허출원 없이 논문으로 발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허법에 의하면 특허출원 전에 국내외에서 발표한 논문 등 공지의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가 거절되며 출원 1년 전까지의 논문 등에 대해서만 까다로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개발된 기술을 논문으로 먼저 내게 되면 이미 그 기술은 신규성을 결여한 것이기에 특허가 거절된다. 또 기발표된 공지의 사실 때문에 차후 특허 기술로서의 방어력이 약하게 돼 상업화 및 기술이전의 관점에서 지식재산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상업적 가치를 가지는 지식재산이 되려면 반드시 먼저 특허를 내고 나중에 논문을 내는 ‘선(先)특허, 후(後)논문’ 제도가 절실한데 이 역시 대학과 연구자들의 무관심과 특허출원 예산의 태부족 등으로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많은 국가 연구비를 들여 개발된 기술들이 제대로 된 지식재산으로 출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외에서 논문으로 발표되는 순간 국제사회에 혁신 기술을 무료로 공개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얼마 전 국내 유수 대학에서 개발된 훌륭한 기술이 제3국에서 양산된 사례는 특허출원 없이 해외 논문에 출판한 것이 그 원인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낳았다. 문제는 우리 대학 주변에 이러한 사례가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대학은 기업가형 대학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식재산 전략을 가져야 하며, 특히 대학의 국제 특허출원 예산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과 대학 연구자에 대한 논문 중심의 평가에서 지식재산 중심의 평가로 제도 전환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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