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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우의 워싱턴 24시

자유무역에 '마침표' 찍은 바이든의 對中관세[윤홍우의 워싱턴24시]

정치·사회 2024.06.09 17:42:4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전기차와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전격적인 대중(對中) 관세 인상안을 발표한 이후 워싱턴DC 내 외교 당국자 사이에서는 6년 전인 2018년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허드슨연구소 연설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당시 펜스 부통령은 “지금의 중국을 미국이 만들어줬는데 중국은 배은망덕하게도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니 각오하라”는 주장을 담은 연설로 베이징은 물론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그는 중국을 ‘사기꾼’이자 ‘도적떼’로 비유하기까지 했다. 이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서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정부로 이어온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전면 부정한 발언으로 백악관 2인자의 연설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중국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래 역사가들이 미중 신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연설을 찾는다면 펜스의 연설을 주목할 것”이라고 논평했을 정도다. 한 외교 소식통은 “돌이켜 보면 펜스의 연설 때부터 미국의 전략은 정해져 있었다”면서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트럼프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이 바이든의 이번 관세 조치를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고 짚었다. 실제 공화당 매파로만 구성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초강경 대중 정책이 바이든 정부에서는 다소 완화하거나 큰 폭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역시 2022년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탈냉전 시대는 최종적으로 끝났다”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시대를 선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외교·군사·기술적 힘을 갖춰 가는 유일한 경쟁자”라고 규정했다. 특히 이번 대중 관세는 ‘트럼프를 계승하는 동시에 트럼프를 뛰어넘는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2018년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과한 대중 관세들은 그대로 유지됐고 여기에 더해 전기차·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 등의 분야에서 이른바 전략 관세, 폭탄 관세가 추가로 부과됐다. 바이든 정부는 해양·조선·물류업을 대상으로 301조 조사에 착수하면서 중국 선박에 대한 항만세까지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정부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방안이다. 서로를 강하게 비방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 정책에 있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DC의 자문회사 브런즈윅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내놓은 대중 관세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의 무역정책은 이제 경제적인 도구가 아니라 국가 안보 도구로 확립됐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자유무역을 이끈 미국의 무역정책이 180도 전환됐음을 기업들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는 조언이 행간에 담겨 있다. 보고서는 또 “이번 대중 관세는 녹색 정책과 에너지전환이 보호무역에 비해 부차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고도 했다. 중국과 손잡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이라 할지라도 미국은 결코 그 길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공화당 매파들 사이에서는 현재 수준을 뛰어넘는 대중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1기 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매슈 포틴저와 마이크 갤러거 전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승리(victory)’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고 ‘데탕트(긴장 완화)’ 정책 대신 레이건식 봉쇄정책으로 중국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너무 과격하다는 이유로 미국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지만 11월 대선의 유력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흘려들을 수 없는 주장이다. 4년 전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의 정책을 거세게 비판했지만 지금은 더 지독하게 중국을 옥죄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30년 만에 글로벌 질서가 송두리째 바뀌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외교가의 진단을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흥록 특파원의 뉴욕 포커스

AI가 금리 정책을 바꾼다[김흥록 특파원의 뉴욕포커스]

국제일반 2024.06.02 21:56:41
지난달 초 미국 LA에서 열린 ‘밀컨콘퍼런스 2024’ 현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자회사 알랏의 기업개발 부문 헤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전기가 많이 필요한 시대가 되면서 변압기는 지금 주문해도 받는 데 6년 걸릴 정도로 공급 부족”이라며 “전기 유틸리티 공급 시설에 투자해 이 산업이 수요에 맞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즈음 알랏은 전력 분야 투자를 담당하는 사업 부문을 신설했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전기 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급속한 인공지능(AI)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짓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조지아주 르포 기사를 통해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전기 부족 현상을 겪기 시작했다고 타전했다. 백악관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지원하는 실무 그룹을 지난주 신설했다. 석탄 등 화석에너지와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투자도 병행한다. 이 모든 흐름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 이후 기준금리를 올린 이유는 경제 수요를 눌러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것인데 AI발 기업투자가 이어지니 경제 성장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로 낮아졌지만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은 2분기에 다시 2.7%로 높아진다고 전망했다. AI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는 점도 연준의 의도와는 반대 방향이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AI 관련 사업이 성장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는 최근 1년간 각각 25%, 28% 상승했다. 주가 상승은 자산 효과를 일으켜 미국 소비 호조의 밑바탕이 됐다. AI로 인한 투자와 소비 확대는 연준이 맞닥뜨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더욱 힘겹게 만든다. 이제 연준은 진지하게 경제 체력이 달라진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모든 연준 위원들이 중립금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해 경제를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예고했다. 경제를 누르지도, 띄우지도 않는 금리의 균형점이 올라갔다는 것은 결국 지금의 기준금리가 기대만큼 경제를 강하게 누르지 못한다는 의미다. 2009~2018년 뉴욕연은 총재를 지낸 빌 더들리는 심지어 현재 미국의 중립금리가 5%라고 추산했다. 지금의 기준금리(5.25~5.5%)는 사실상 중립금리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얘기다. 만약 연준이 중립금리가 높아졌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우리는 한동안 팬데믹 전보다 높은 금리의 시대에 살게 된다. 추가 금리 인상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중립금리 상승 원인이 오로지 AI에 따른 투자 증가와 주가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넉넉한 은퇴자금,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제조업 활성화 정책 등 다른 요인들도 상존한다. 그럼에도 현시점 AI의 성장이 경제 체력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연준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는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고금리가 길어지면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지만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기술혁신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은 AI가 처음은 아니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 구조의 등장은 2010년대 전 세계적으로 물가를 낮춰 각국 통화정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하지만 이번 AI의 영향은 보다 복합적이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금 우리는 AI라는 새로운 흐름에 뒤따라갈지, 정책적으로 선도적인 위치에 설지 갈림길에 있다. AI가 산업구조와 고용, 소비자물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설 때다.
김광수의 中心잡기

한중 회담 계기로 '교류 협력 강화' 초석 다져야 [김광수의 中心잡기]

경제·마켓 2024.05.26 18:31:02
올해 초 모 회사에서는 사위가 중국 주재원으로 발령이 나자 장모가 회사에 전화를 걸어 강하게 항의했다는 일화가 화제가 됐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주재원 자리는 기업 내 에이스가 몰리는 자리였으나 지금은 주재원들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주재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제때 돌아갈 수 있느냐’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탓이다. 올 하반기 귀임을 앞둔 A 씨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후임자가 정해졌는지 본사에 문의하고 있다. 자녀의 학교 문제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이 나아져 중국 근무를 하고 싶은 지원자가 나오기 바라는 A 씨에게 요즘 한 줄기 희망은 한중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 한국에서 외교부 장관이 직접 베이징을 찾았고 화상으로나마 한중 경제장관회의도 열렸다. 기업인들은 26~27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일중 정상회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일 관계가 현 정부 들어 상당 부분 개선된 만큼 3국 협력은 물론 한중 정상회담으로 꽉 막혔던 양국 경제 활로가 풀리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기업인들은 이미 조태열 외교부 장관 방중 당시 산업별·업종별 어려움을 전달했다. 중국이 확대하는 무비자 대상 여행 허용 국가에 한국이 포함되도록 노력해달라, 한국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의 불법 유통을 막는 한편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풀어달라,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과 유통을 지원해달라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 간 실무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풀 수 있는 문제였지만 현 정부가 한미일 안보를 기반으로 한 관계 회복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중국 문제를 충분히 챙기지 못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여전히 중국은 한국에 중요한 경제 파트너다. 그 중심에는 기업들이 있어야 하고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단적인 예로 중국은 호주가 2018년 화웨이의 5세대(5G) 네트워크 개발 참여를 금지하자 와인을 비롯해 호주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했다. 호주 와인에 부과됐던 최대 218.4%의 관세는 올해 3월 양국 관계 개선으로 사라졌다. 이후 한 달 만에 호주산 와인의 중국 수입은 80배가 급증했다.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의 2인자인 리창 총리를 만나는 것은 양국 관계 개선의 시작일 뿐이다. 이른 시일 내 윤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직접 만나야 큰 틀의 교류가 확대될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는 참석했던 만큼 굳이 그 이전에 별도의 방한을 계획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을 찾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것처럼 말이다. 한국 정부가 정상 간 방문 순서만을 고집한다면 당분간 양국 정상의 만남은 성사되기 어렵다. 이 경우 자존심은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풀릴 것 같던 한중 관계의 냉각기는 다시금 이어질 수도 있다. 한중 관계는 앞으로도 밀고 당기기의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질 것이다. 외교(diplomacy)의 어원을 보면 ‘협상을 관리하는 능숙함이나 기술’에서 유래가 됐다고 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주고 대신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많이 받아낸다면 그것이 실리 외교이자 성공한 외교로 평가받을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의 애로와 개선 사항들은 모두 정부가 취합한 상태다. 기업들의 사업 환경이 나아지고 유능한 인재들이 중국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분위기가 다시 찾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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