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의 워싱턴 플레이북
한미 협상, 국익 중심 초당적 논의로 뒷받침해야[이태규의 워싱턴 인사이드]
정치·사회
2025.04.27 17:53:22
국제 무대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협상 과정에서 내용과 형식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당사국 간 신뢰다. 24일(현지 시간) 2+2 협의를 마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협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해 상무부 등과 쌓은 신뢰 등이 자산이 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카운트파트너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화장실에서 만나 메이저리그(MLB)를 소재로 스몰토크(small talk·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은 것이 주효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2+2 협의의 첫 관문은 무사히 넘겼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한국은 6월 3일 대선을 치르며 새 정부가 들어서고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시한은 7월 8일이다. 차기 행정부에서 대미 협상을 주도할 산업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누가 낙점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실질적으로 업무에 투입되는 데까지 족히 한두 달은 걸릴 것이다. 단적인 예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초대 산업부 장관인 백운규 전 장관을 대통령 취임(2017년 5월 10일) 두 달여가 지난 7월 3일 지명했고 그의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7월 20일이었다. 관세 협상의 중요성을 감안해 최대한 빨리 임명한다고 해도 7월 8일까지는 촉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그간의 협상 내용이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관련 일본과의 협력 여부가 꼽힌다. 안 장관은 “LNG를 논의할 때 한국만 해서는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일본과 대만·베트남 등 아시아의 LNG 주요 수요국이 협의체 등을 만들어서 진행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일본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 이러한 인식에 공감하고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중국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2+2 회의에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전해지지만 한미가 의견을 모은 4대 의제 중 관세·비관세 다음으로 적시된 두 번째 의제가 경제안보였다. 향후 미국이 우리에도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에 동참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중 정책 역시 정부 성향에 따라 온도 차가 있었던 만큼 자칫 향후 한미 협상 과정에서 돌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만에 하나라도 새 정부 협상팀이 기존 협상을 뒤집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려고 하면 협상 자체가 기약 없이 늘어질 게 뻔하다. 이 경우 일본 등 주요국은 마무리해 상호관세율을 낮추는 반면 우리만 상호관세를 부과받고 이후에는 훨씬 불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협상 결과가 알려진 25일 한미 관세 협상을 주도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겨냥해 “파면된 정부가 국익이 걸린 중대한 협상을 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미 무역 협상만큼은 당파를 넘어선 국익 중심의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한미가 어떤 대화를 하고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정당을 막론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 협상팀은 협의 과정을 투명하게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에서는 협상 팀에 최대한 힘을 실어주면서 향후 전략을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8%(2023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말 그대로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정치권이 한미 협상을 놓고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기에는 닥쳐올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김흥록 특파원의 뉴욕 포커스
美국채 투매도 트럼프의 ‘약탈 서사’는 못 바꿨다[김흥록 특파원의 뉴욕포커스]
사내칼럼
2025.04.20 18:17:2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던진 후 금융시장에서 나타난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현상은 이례적이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올 들어 10% 빠진 것은 둘째 치더라도 미국 국채와 달러 시장에서 나타난 전방위 투매는 미국에 대한 신뢰가 근본부터 흔들린다는 신호다. 골드만삭스는 1973년 이후 발생한 여러 증시 급락기 가운데 초반부터 달러가 함께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의 강도를 낮춘 것도 바로 이즈음이다. 이달 9일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최대 49%까지 부과했던 상호관세를 90일간 10%로 낮추기로 했다. 그는 반도체 관세에 대해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등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 사실을 부쩍 강조하고 나선 점도 상당한 변화로 읽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자산의 투매 현상에 놀라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사실이라면 금융 혼란은 관세전쟁의 임계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고율 관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관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념 체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다. 무역과 외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신념은 미국이 중국과 동맹국에 속고 있다는 서사다. 상호관세 부과 당시 그가 “외국 지도자들이 우리 일자리를 훔쳤고 외국 사기꾼들이 우리 공장을 약탈했으며 외국의 기회주의자(scavengers)들이 미국의 꿈을 조각내버렸다”고 말한 데서 명확히 드러난다. 중국과 동맹국들이 미국 제조업 기반을 모조리 뺏고 자신들은 미국에 수출하면서 정작 미국산 제품은 여러 장벽을 세워 팔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인식이다. 세계 경제에 대한 일반적인 서사와는 다르다. 학계는 통상 해외 각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통해 달러를 벌어들임으로써 달러의 글로벌 유동성이 유지되고 이는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기반이라고 본다. 또 세계 각국이 미국 국채와 달러에 투자함으로써 미국의 재정 능력이 확대되고 소비자들의 구매력,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 여력이 늘어난다는 것이 다수 견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약탈 서사’는 여전하다. 그는 14일 “어떤 나라도 불공정한 무역수지와 비관세 장벽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17일에도 “일본 협상단이 ‘무역 공정성’을 위해 온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관세 리스크는 줄지 않을 것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고관세 목표는 그대로 둔 채 국채가 요동치지 않는 선에서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테면 주요국에 대한 관세 발효 유예 기간을 연장해 금융시장의 일시적 혼란을 피하는 식이다. 시장이나 상대국 입장에서는 결국 부과될 관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 길어지는 셈이다. 기업과 투자자들은 공급망 조정이나 투자 계획을 더 미루게 된다. 조기 관세 면제와 같은 전향적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미국과 상대국 모두 점점 침체에 가까워진다는 의미다. 미국이 침체에 빠지게 되면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우리 경제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협상을 일궈내더라도 불황에 대한 정책적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최근 “우리는 목표를 정확히 인식해야 하고 이를 위해 유럽·영국·일본·한국·호주·필리핀과 견고한 경제적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의 약탈 서사로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우회적 충고다. 우리가 관세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는 신호 역시 미국 국채 시장이 혼란할 때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약탈 서사를 버리고 ‘동맹국의 기여’를 언급할 때일 것이다.
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H20에 딥시크까지… 엔비디아 AI칩, 미중 관세 전쟁 '판돈' 됐다 [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IT
2025.04.17 08:32:15
엔비디아가 거액의 미국 내 투자 발표에도 중국 전용 인공지능(AI) 가속기 H20 수출 제재를 받으며 이날 테크주가 동반 폭락했다. 직후 미 의회는 중국산 AI 딥시크의 안보 위협을 지적하며 차단 검토에 나섰다. 미·중 관세 전쟁 여파에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이 협상 테이블의 ‘칩’이 된 꼴이다. 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BS를 인용해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칩 재고를 120억 달러 상당으로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1분기에만 160억 달러에 달하는 H20 주문을 받았다는 디인포메이션 보도를 뒷받침하는 소식이다. 전날 장 마감 후 엔비디아는 H20이 대 중국 수출 허가 품목에 지정됐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 수출 허가를 받아야만 팔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H20은 엔비디아가 수출 규제 속 중국 전용 칩셋으로 제작한 제품이다. 최신 AI 가속기인 블랙웰은 물론, 전 세대 주류 모델인 H100보다도 75%가량 성능이 낮다. 때문에 중국 외 국가에서는 사실상 수요가 없다. 엔비디아는 규제에 따라 1분기 55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공시했다. 이 소식에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6.87% 내렸다. 55억 달러라는 수치는 엔비디아 총 매출을 감안할 땐 비중이 작은 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1년간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1152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월가는 올해 총 매출이 18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은 엔비디아가 당장의 H20 수출 제한을 넘어서 미중 분쟁 사이 ‘판돈’으로 올랐다는 점을 우려 중이다. WSJ은 "엔비디아는 AI 개발을 둘러싼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 사이에 낀 신세가 됐다"며 "성능이 낮은 칩조차도 중국 시장에 판매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무역전쟁이 엔비디아 사업을 얼마나 흔들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마러라고를 찾아 H20 수출 허가와 대 미 투자를 거래했다는 소식이 있었고, 실제 엔비디아가 4년간 5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내 투자를 발표한 직후 H20 수출 제한이 이뤄졌다는 점도 리스크 우려를 더욱 키운다. WSJ은 이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의도였으나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5000억 달러로 충분하지 않은듯하다”고 했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로비’와 무관하게 중국 AI 산업을 고사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딥시크가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profound threat)’이 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딥시크는 중국으로 데이터를 유출시키고 이용자 보안 취약점을 만들어내며 중국 법에 따라 정보를 은밀히 검열하고 조작하는 모델”이라며 “딥시크는 수집한 정보를 중국 정부가 소유한 통신업체 '차이나 모바일'과 연결된 백엔드 인프라를 통해 전송한다”고 밝혔다. 또 “딥시크는 중국으로 수출이 금지된 미국 반도체 칩을 기반으로 미국 기술을 훔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딥시크 설립자 량원펑은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하드웨어 유통업체, 전략 연구소와 관련돼 있다”고 봤다. 위원회는 결론적으로 중국 AI 모델 위험성에 대처하기 위해 AI 칩 수출 통제를 확대하는 한편, 중국 뿐 아니라 싱가포르 등 ‘우회 수출로’로 이용되는 지역에 대한 수출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싱가포르는 지역 기준 엔비디아 매출 2위를 기록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딥시크에 대한 징벌 조치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미국인들의 딥시크 접근을 차단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에 엔비디아에 대한 미 행정부의 AI칩 수출 제한이 궁극적으로 딥시크를 위시한 AI 모델 개발을 막아서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따른다. NYT는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가 엔비디아의 아시아 지역 칩 판매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며 “엔비디아는 2주 내 아시아 11개국 내 모든 고객사에 대한 세부 정보를 답변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딥시크에 AI 칩셋을 고의적으로 제공했는지 따져보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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