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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의 예(藝)-<79>류경채 '축전91-8'] 휘영청 뜬 한가위 보름달...빛으로 빚은 '넉넉함'
문화·스포츠 문화 2018.09.21 16:24:57그 달 참 둥글고 크다. 턱 괴고 내다보는 창틀을 꽉 채우고도 넘칠 기세다. 조선 후기 문신인 대산 김매순(1776~1840)이 문집 ‘대산초고’에서 당시 서울의 풍속 80여 가지를 추려 ‘열양세시기’를 쓰면서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바란다”고 기록한, 딱 그 말 같은 둥근 달이다. 휘영청 희맑은 동그라미 자리에 이리저리 물결이 이듯 붓질 오간 자리 선명한 것이 도공이 손으로 훑은 커다란 백자 달항아리를 보는 듯 -
[조상인의 예(藝)-<78>배운성 '대가족']옹기종기 모인 17명의 대가족...애틋한 그리움을 채우다
문화·스포츠 문화 2018.09.14 15:29:46추석까지 열흘도 채 안 남았다. 고향 가는 차편 준비는 이미 끝냈을 테니 이제 곧 만날 가족에 대한 그리움만 한껏 부풀리면 될 때다. 명절 앞두고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고향 생각, 식구 생각은 경험으로 보건대 요맘때가 최고조다. 막상 만나면 그 기분이 기대했던 맘 같지 않고, 심지어 별것 아닌 일로 투덕투덕 다투기도 한다. 그게 ‘식구’이니 말이다. 여기 할머니부터 돌쟁이 막내 손주까지 3대 이상 됨직한 대가족이 빙 둘 -
[조상인의 예(藝)-<77>이징 '연지백로']시든 연줄기 옆에 선 백로 한 쌍...일로연과를 기원하다
문화·스포츠 문화 2018.09.07 17:24:10열매 맺으려는 꽃잎은 떨어져야 하고 싹 틔우려는 씨앗은 파묻혀야 한다. 그렇게 꽃은 탄생과 죽음을 한 몸에 지닌, 그래서 새로 태어나려면 일단 죽어야 하는 숙명을 지녔다.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는 말처럼. ‘손자병법’과 더불어 중국의 2대 병서로 꼽히는 ‘오자병법’의 저자인 춘추전국시대 오기(BC 440~BC 381)의 이 명구를 자신의 -
[조상인의 예(藝)-<76>윤중식 '아침']겹겹이 쌓아올린 강렬한 색층...시간과 빛이 그려낸 풍경
문화·스포츠 문화 2018.08.31 17:30:04서슬 퍼렇던 더위가 세월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새벽 바람에 살갗이 느끼는 딱 그 차가움 만큼의 파르람이 화폭을 채운 윤중식(1913~2012)의 ‘아침’이다. 나뭇가지에 잎사귀 하나 없는 것을 보면 겨울인가 싶기는 하나 저쪽에서부터 둥글게 올라오는 태양의 노란빛이 온화한 분위기를 내뿜어 춥지 않고 그냥 선선한 정도로 느끼게 한다. 멀리 초록의 능선을 따라 여명이 노란색 띠를 이뤘다. 산과 맞닿은 자리는 좀 어둡게, 산 -
[조상인의 예(藝)-<75>김수철 '백분홍련']흰 항아리에 분홍빛 연꽃...우아한 기품 수묵으로 담다
문화·스포츠 문화 2018.08.24 17:46:16경복궁 밖 동십자각에서 삼청로 쪽으로 향하다 마주하게 되는 법련사는 올여름 내내 사찰 입구에 연꽃을 내놓았다. 연잎이 물을 덮은 항아리가 24개. 이쪽 꽃봉오리가 삐죽 나온다 싶으면 이내 저쪽 봉오리가 벌어져 거의 매일 한두 송이씩 만개한 연꽃을 볼 수 있었다. 진흙탕에 뿌리 두고도 더러움 묻히지 않고 핀다는 연꽃은 염천에도 굴하지 않았다. 이 꽃 떨어진다 싶으면 저 꽃도 씨방 내보이며 꺾이지 않을 것만 같던 염제( -
[조상인의 예(藝)-<74>이종우 '아침']신록의 정원에 놓인 백자...청초한 아름다움을 뽐내다
문화·스포츠 문화 2018.08.17 15:30:17오늘 같은 이런 여름날 아침이다. 말복을 넘기니 열대야도 한풀 꺾였다며 아침 바람을 따라 뜰에 나섰다. 약간의 시원함이 느껴지니 흔들리는 나무 그늘에서 초록의 움직임을 감지할 여유가 생긴다. 주변은 조용하고 화초는 싱싱하다. 푸른 기운이 눈에서부터 더위를 걷어낸다. 정원의 판판한 자연석 위에 백자 하나가 놓였다. 위아래 반구형을 붙인 도자기 이음새가 불룩하다. 사람이 빚은 백자와 뜰 안의 자연이 마치 처음부터 -
[조상인의 예(藝)-<73> 김창열 '물방울'] 쏟아져 내릴 듯한 송글송글 물방울...차고 영롱한 기운 담다
문화·스포츠 문화 2018.08.10 17:38:56그림을 잡고 흔들면 후두둑 물방울들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저 송글송글한 것은 물방울인가, 땀방울인가, 빗방울인가. 열대야 넘기고 새벽에 만나는 이슬인가, 혹은 수고하는 이를 위해 내민 물잔 겉에 맺힌 위로의 물방울인가. 날 선 얼음은 금세 녹아버리고 뜨거운 김은 쉬이 사라진다. 쨍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내뿜는 저 알알이 물방울을 그저 말캉하게 볼 게 아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비누방울이나 주머니에 넣고 만지 -
[조상인의 예(藝)-<72>소림 조석진 '군어유영']한가로이 노니는 정겨운 잉어들...평화·풍요를 기원하다
문화·스포츠 문화 2018.08.03 17:28:00저 맑은 물에 옷 입은 채로 풍덩 뛰어들고 싶다. 수초가 파르란 물 사이로 잉어 네 마리가 미끄러지듯 헤엄치고 있다. 가마솥 더위가 연일 찜통을 만드니 잉어의 수중생활이 몹시도 부럽다. 물고기 덩치가 제각각인데 올망졸망 몰려다니는 것을 보니 가족인 게다. 가장 격인 큰 잉어가 식구를 감싸듯 이끌고 막내 같은 꼬맹이가 뒤를 따른다. 피둥피둥 살찌지도 않고 비실비실 힘없지도 않은 잉어 몸집이 맞춤하게 보기 좋다. 잉어 -
[조상인의 예(藝)-<71>전혁림 '통영항']코발트블루 빛 바다...하늘을 끌어놓은 듯 '정겨운 항구'
문화·스포츠 문화 2018.07.27 17:29:11바다는 꿈을 꾸게 한다. 연일 된더위가 수은주 최고치를 찍는 요즘, 일터에 종일 매인 직장인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떠올리며 휴가를 꿈꾼다. 파도 넘실대는 푸른 바다는 피서객의 백일몽인 동시에 어부의 부푼 꿈이다. 누군가에게는 화려한 외출이며, 어떤 이에게는 그리운 고향인 바다. 화가는 이 바다 앞에서 “저 멀리 스칸디나비아, 지중해 혹은 알래스카로부터 밀려온 파도가 아닌가” 생각하며 드넓은 세계를 바라봤다. 그리 -
[조상인의 예(藝)-<70>김명국 '달마도']담묵·농묵 어우러진 거침없는 붓질...高僧의 정신세계를 담다
문화·스포츠 문화 2018.07.20 15:33:19뭣이 두려워 망설이는가. 거침없이 달려본 게 언제인가. 여기 도(道) 깨친 달마가 당신에게 묻는다. 부리부리한 눈과 털 긴 눈썹을 팔(八)자로 일그러뜨리며. 미간에도 날카로운 주름이 파였다. 주먹같이 큼직한 매부리코와 짙은 콧수염, 수북한 구레나룻이 이국적이지만 심심한 담묵으로 그려 친근하다. 달마는 본래 남인도 향지국의 왕자로 태어났다. 승려가 된 달마는 동쪽으로, 남북조시대의 중국으로 가 선종(禪宗)을 퍼뜨렸 -
[조상인의 예(藝)-<69>남관 '환상'] 구름 속 뒤엉킨 하늘과 바다..거친 전쟁의 상흔
문화·스포츠 문화 2018.07.13 17:22:22캔버스에 한지 붙여 의도적 얼룩..‘고단함’으로 독특한 질감 표현 갑골문자서 찾은 인간상·감정 숨긴 마스크 등 ‘문자추상’ 담아 해방 후 첫 佛 건너가 고생 끝에 명성..백상 장기영 후원받기도눈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화폭에 내려앉았다. 무더위 씻은 한여름 소나기 지난 자리려나. 새파란 하늘이 부드럽게 구름을 밀어낸 게 아니라 칼로 무 자르듯 갈랐다. 하늘 속 구름인지 구름 속 하늘인지 뒤엉킨 그 틈새로 더 깊고 짙 -
[조상인의 예(藝)-<68>장승업② '한아탐과' '호응탐시']열매 탐내는 산새...사냥감 노리는 매...약동하는 생명력을 담다
문화·스포츠 문화 2018.07.06 15:41:07탐나는 열매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과일이 배인지 덜 익은 사과나 복숭아인지는 모르겠으나 몇날 며칠을 두고만 보다 결국 못 참고 서리하게 되면 어쩌나 싶다. 이름 모를 과일의 맛이 궁금한 게 아니라 그 빛깔이 고와서다. 붉지도 푸르지도 노랗지도 않은 열매의 색이 마치 손대서는 안될 하늘의 것은 아닌지 신비롭다. 초록과 파랑을 동시에 지닌, 그래서 숲에서 나왔나 하늘에서 내렸나 싶은 나무 이파리가 달린 열매의 신비감 -
[조상인의 예(藝)-<67>장승업① '미산이곡']비 걷힌 하늘밑 목동과 아낙..불운한 천재가 꿈꾼 유토피아
문화·스포츠 문화 2018.06.29 16:08:55비가 잦아진 것으로 보아 이내 장마철이 올 모양이다. 질척거리는 빗길에 투덜거려도, 그래도 비 오는 날이 좋은 이유는 비 갠 후의 말간 느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바탕 퍼부은 비가 세상 구석구석을 말끔히 씻고 지나간 모양이다. 산도 푸르고 나무도 푸르르니 기와집마저 파르랗다. 문 다 열어젖히고 책상에 앉은 선비는 어제 본 책 오늘 또 펼쳐 놓았을지라도 새롭게 읽힐 것이다. 날씨 덕이다. 능수버들이 고개 숙인 -
[조상인의 예(藝)-<66>김세중 '충무공 이순신 장군상']오른손엔 칼...당당한 위용...승리한 장군의 기백을 담다
문화·스포츠 문화 2018.06.22 14:32:37다시, 광장이다. 월드컵 축구에 대한 응원 열기가 사람들을 광장으로 끌어내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첫 경기였던 스웨덴과의 결전은 응원하는 관중들을 탄식하게 했지만 끝까지 잘 싸워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은 하나였다. 당장 24일 자정에는 멕시코와, 이어 27일 밤 11시에는 독일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강적에 맞선 무모한 도전이라 할지라도 선수들이나 응원하는 국민들 모두 포기할 리 없다. 그래서 더 달아오른 광 -
[조상인의 예(藝)-<65>송수남 '여름나무'] 헤아릴 길 없는 수묵의 기세..하늘까지 닿을 듯 올곧구나
문화·스포츠 문화 2018.06.15 17:23:03봄이 꽃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나무의 계절이다. 여름 나무는 큰 가지 뻗고 울창한 잎 덮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마을의 터줏대감 같은 느티나무는 동네 사람들의 평안을 빌어주는 믿음직한 존재였다. 아름드리 느티나무에 그네를 매고 나무 그늘을 놀이터 삼아 웃고 떠드는 모습은 이제 옛이야기, 시골에서도 더 이상 볼 수 없는 풍경이 됐다. 도시의 나무는 주로 가로수다. 가수 이용은 1982년 곡 ‘서울’에서 “종로에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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