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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5월3일의 학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5.03 06:00:00마드리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발단은 외국인 국왕 임명. 인기는 없었어도 멀쩡한 왕을 폐위하고 나폴레옹의 형인 조세프 보나파르트가 스페인 국왕으로 부임한다는 소식에 마드리드가 들끓었다. 마침 인권 신장과 대혁명의 사도라고 믿었던 프랑스군의 압제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터. 불만은 곧 봉기로 이어졌다. 항거하는 스페인 민중을 프랑스군은 총칼로 짓밟았다.스페인 낭만주의 화풍의 대가 프란시스코 고야는 6년 뒤 -
순양함 벨그라노의 최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5.02 06:00:001982년 5월 2일 오후 3시 57분(한국시각 3일 새벽 4시), 남대서양 포클랜드 인근 해역. 24시간 동안 목표를 추적해온 영국의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 콩커러호가 어뢰를 쏘았다. 목표는 콩커러호를 기준으로 90도 각도로 항해 중인 아르헨티나 순양함 헤네랄 벨그라노(ARA General Belgrano). 콩커러호가 목표와 어뢰의 진행 방향과 속도를 계산해 벨그라노호의 예상 침로에 발사한 어뢰는 모두 3발. 7초씩 간격을 뒀다. 첫 어뢰는 -
전기차와 자동차...누가 먼저일까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29 04:00:00전기차와 자동차. 어느 게 먼저일까. 전기차가 앞섰다. 19세기 후반에 전기차가 선보였다. 1882년 4월 29일 독일 베를린 외곽도시 할렌지에서는 540m 구간에 설치된 전선과 줄로 연결된 마차가 시내를 달렸다. 개발자 베르너 폰 지멘스는 자신의 발명품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엘렉트로모테(Elektromote).’ 요즘 기준으로 보자면 이어진 전신주가 공급하는 전력으로 움직이는 시내 버스에 해당된다.사람들은 이를 신기하게 여겼 -
바운티 호의 반란, 그 숨은 얘기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28 07:01:381789년 4월 28일 새벽 5시 무렵, 남태평양. 타히티섬과 호주 중간 부근 해역을 항진하던 영국 군함 바운티호에서 선상 반란이 일어났다. 선원들을 함부로 대하고 폭언을 일삼던 함장에 대한 항거였다. 반란을 주도한 항해사 크리스천은 유혈 사태 없이 배를 장악하고 블라이 함장을 보트에 실어 바다에 내려놓았다. 선원 45명 중에서 반란에 동조하지 않겠다던 준사관과 부사관 17명도 함장과 함께 쪽배에 실렸다. 세 차례나 영화 -
밀턴의 열정과 혁명…1667년 실낙원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27 04:00:00‘실낙원(失樂園·Paradise Lost)’. 셰익스피어에 견줄 만한 영국 시인이라는 존 밀턴(1608~1674)의 대표작이다. 밀턴보다 44년 앞서 태어난 셰익스피어는 막대한 부동산을 제외하고도 창작으로만 연간 200파운드는 벌었다는데 밀턴은 대서사시 ‘실낙원’으로 인세(印稅)를 얼마나 가져갔을까. 대부분의 문헌에는 이렇게 나온다. ‘시력을 잃고 가난에 허덕이던 밀턴이 단돈 10파운드에 저작권을 넘겼다’고. 맞다. 한창 나이인 -
'인명보다 석탄', 日 번시탄광 참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26 04:00:001942년 4월 26일 오후 2시 5분, 만주국 랴오닝성(遼寧省) 번시(本溪) 탄광.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앞을 분간할 수 없는 검은 연기에 휩싸인 탄광에서 광부 1,54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전까지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프랑스 코리에르 탄광 폭발(1903년)로 인한 사망자 1,099명보다 훨씬 많았다. 번시(일본명 혼케이코)탄광 참사는 인류가 경험한 최악의 광산 사고로 남아 있다. 사상 최악의 탄광 사고임에도 번시 폭 -
영국·프랑스의 욕심과 중동의 비극…산레모협정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25 07:03:141920년 4월 25일, 이탈리아 북서부의 휴양도시 산레모. 프랑스와 인접한 해안도시인 이 곳에서 열린 연합국 최고회의에 참가한 영국과 프랑스 대표가 협정을 맺었다. 산레모 협정의 골자는 땅 갈라 먹기. 패전 독일의 편을 들었던 오스만 튀르크의 영토를 갈라 놓았다.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고 구색으로 이탈리아와 일본이* 참가한 산레모 회의의 결과는 5개월 보름여 뒤 세브르조약으로 굳어졌다. ** 산레모 협정과 세브르 조약 -
바다와 속도의 로망, 블루 리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22 06:00:00‘블루 리본 때문일 꺼야.’ 초호화 대형여객선 타이타닉호가 1912년 처녀 항해에서 침몰했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의심했다. 블루 리본상을 타내 위해 빙산지대를 빠르게 지나가다 변을 당했다고…. 도대체 블루 리본이 뭐길래. 속도 경쟁이다. 대서양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건너는 증기선에 주는 일종의 명예. 유래는 훈장(가터 벨트)에서 나왔다. 경마 우승자나 가장 빠른 양털 운반범선의 마스트 꼭대기에 달아주던 푸른색 리 -
‘일본 정신’ 발명의 첫단추, 신불분리령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21 06:00:32‘정치와 종교의 분리’. 일본에 진주한 연합군최고사령부(GHQ)는 가장 먼저 ‘국가신도(神道·이하 표기는 신토)’를 손봤다. 패전 일본은 한사코 ‘신사에서의 제사가 종교는 아니다’라고 매달렸지만 GHQ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무원 신분이던 신관은 민간인이 되고 얼마 뒤에는 일본왕(덴노) 스스로 ‘살아 있는 신(神)’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리 저리 말을 꼬아가며 밝혔다. 적지 않은 일본인들의 반발에도 GHQ는 왜 이를 밀 -
하얀 설탕의 검은 눈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20 06:00:00상상해보자. 1,500년 전을 여행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 눈 앞에 있다. 돈을 벌려면 뭘 싣고 가야 할까. 답은 설탕이다. 6세기께 유럽의 설탕 값은 금보다 비싸다는 후추 이상이었다. 14세기에도 설탕 1㎏을 사려면 소 10마리가 필요했다. 비싸디 비싼 설탕을 처음 만들어 먹은 곳은 인도. 약 4,000년 전부터 인도인들은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추출해냈다고 전해진다. 지구촌에서 원거리 교역망이 본격 발달하기 전, 설탕이 세계상품 -
‘프로테스탄트’의 탄생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19 06:00:001529년 4월 19일, 독일 서남부 슈파이어. 제국회의(Imperial Diet)에 참석한 복음주의파(루터파) 영주 6명과 14개 제국자유시 대표들이 위기감 속에 머리를 맞댔다. 3년 전 열렸던 슈파이어 1차 제국회의에서 어렵게 얻어낸 신앙의 자유가 위협받았기 때문이다. * 마르틴 루터가 면죄부를 판매하는 교황과 교회에 대해 95개조의 반박문을 발표하며 개혁을 주창했던 게 불과 12년 전인 1517년 10월 말. 빠르게 세를 불려 나간 루터 -
SF 대지진...'불의 고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18 06:00:001906년 4월 18일 오전 5시 12분, 샌프란시스코. 진도 7.8의 지진이 도시를 찢었다.* 교회 종소리가 저절로 요란스레 울리는가 싶더니 건물이 흔들리고 굴뚝이 무너졌다. 대지진은 1파에서 그치지 않았다. 도심을 거세게 휘젓는 정도에 그친 1파가 지나고 25초 후에 들이닥친 2파는 도시 시설물 대부분을 무너뜨렸다. 미국 서부 최대의 도시 샌프란시스코는 마치 마지막 날처럼 변해갔다. 무너진 건물에서 피어오른 먼지 구름이 하 -
처칠 가문 결혼 대박 사건…혈통과 돈의 만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15 06:00:00걷다 지치면 말 타고 싶고, 말 타면 시종 부리고 싶은 게 인간의 속성. 서양이라고 다를까. 영어엔 이런 말도 있다. ‘Greed has no limit(탐욕은 끝이 없다).’ 레너드 제롬(1817~1891)이 바로 끝없는 탐욕의 전형. 신교도로 개종한 유대인으로 종교 탄압을 피해 미국에 이주한 위그노(프랑스 신교도)의 후손인 그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부유한 농장주인 아버지 덕에 법학(유니온 대학)을 전공하고 바로 뛰어든 곳이 월 스트 -
미국판 권력형 비리, 티포트돔 스캔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14 06:00:001922년 4월 14일,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면 머리기사로 티포트 돔(Teapot Dom) 스캔들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 직전, 함정의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하겠다고 결정한 미 해군은 석유가 부족해질 경우에 대비해 어렵사리 석유저장소를 마련했으나 사달이 났다. 뇌물과 부정부패가 잇따르고 폭로 기사까지 나오자 미국 전역이 들끓었다.뇌물을 제공한 사업자와 받아먹은 고위공직자 등 당사자들 -
마른 하늘에 거래정지… 시카고 범람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13 06:00:00마른 하늘에 날벼락, 아니 홍수가 날 수 있을까. 1992년 4월 13일의 시카고가 그랬다. 미국 중북부의 중심인 이 도시에 갑작스런 비상이 걸렸다. 시카고강의 범람 탓이다. 맑은 하늘에서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지만 마천루가 즐비한 도심지역(Chicago Loop)의 빌딩 지하에 물이 차올랐다.물난리가 시작된 곳은 옛날 지하도. 19세기 시카고 강 밑을 파고 레일을 깔아 1956년까지 석탄과 화물을 실어 날랐던 터널에서 발생한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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