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완화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가 겹치면서 지난달 가계대출이 4조 원 넘게 급증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크게 늘고 있는 데다 경기 둔화에 올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대출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4조 3000억 원 증가한 1672조 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5조 원) 이후 최대치로 동월 기준으로 보면 2021년(9조 7000억 원) 이후 가장 많다.
항목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5조 원 늘어났다. 주요 요인은 토지거래허가제 완화다. 이날 한국은행은 “토지거래허가제 완화로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의 오름폭이 커지고 거래량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 역시 “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주택 가격 상승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서울시의 섣부른 토지거래허가제 완화가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인 정책 실패라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3일부터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풀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 규제 완화가 강남 3구는 물론 서울 다른 지역의 아파트 구매 수요까지 부추기고 있다”며 “서울 지역 주택 수요가 가계대출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일(신고일 기준)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월(3353건)보다 34.2% 늘어난 4501건으로 집계됐다. 신고가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신고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월 12%에서 지난달 14%로 늘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SK뷰’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3일 37억 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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