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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스승의 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29 17:33:21율곡 이이가 대제학으로 근무하던 1582년 선조의 명을 받아 쓴 ‘학교모범(學校模範)’에 이런 내용이 있다. “스승을 쳐다볼 때 목 위에서 봐서는 안 되고 선생 앞에서는 개를 꾸짖어서도 안 되고 웃는 일이 있더라도 이빨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 스승과 겸상할 때는 7푼만 먹고 배부르게 먹지 말아야 한다.” 조선 시대 성균관 학칙(學則)에도 비슷한 대목이 있다. “길에서 스승을 만나거든 두 손을 머리 위로 쳐들고 길 왼쪽에 -
[만파식적] 코먼웰스(Commonwealth)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24 17:30:02서양 정치철학의 토대를 마련한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태어난 1588년부터 그가 타계한 1679년까지 영국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왕당파와 의회주의자들 간의 갈등으로 혼란은 극에 달했고 이는 결국 시민전쟁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한 해결책으로 홉스가 제시한 것이 ‘리바이어던’이다. 홉스는 이 책에서 자연 상태를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묘사했다. 인간은 자만과 교만으로 가득 차 있어 협력이 어려운 -
[만파식적] 퓰리처상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18 17:37:26나치의 등장과 제2차 세계대전의 조짐이 일기 시작하던 1932년 7월30일 미국 일간지 시카고데일리뉴스에 ‘히틀러는 (독일의) 독재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취재기자는 당시 베를린 특파원이었던 에드거 모러. 그는 독일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아돌프 히틀러의 등장과 나치의 득세가 세계에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할 수 있음을 며칠에 걸친 시리즈 기사로 지적했다. 또 이듬해에는 취재한 소스들 -
[만파식적] 추억의 포장마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15 17:39:47‘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이왕이면 마주 앉아 마시자 그랬지. (중략) 오늘도 목로주점 흙 바람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가수 이연실이 1989년 발표한 ‘목로주점’의 가사다.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든 여러 차례 들어보고 적어도 한두 번은 따라불러도 봤을 노래다. ‘목로’란 선술집에서 술잔이나 안주를 놓기 위해 올린 널빤지를 말하는 것이니, 목로주점은 흔히 말하는 포장마차와 같다. 원래 의미인 미국 -
[만파식적] 한강 평화누리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03 17:47:312010년 5월8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평화누리길’ 개장식이 개최됐다. DMZ 접경지역인 김포·고양·파주·연천 등 4개 시군을 잇는 도보여행길이 공식적으로 열린 것이다. 기념식에는 시민·산악회원 등 1,000여명이 참가해 대한민국 최북단 트레킹 코스의 탄생을 축하했다. 개장식 후 걷기행사가 진행되자 참가자들은 새 길의 개척자인 양 들뜬 기분이었다고 한다.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만끽하고 -
[만파식적] 경제책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20 17:30:00제5공화국 시절 대통령 경제수석에 임명된 김재익이 고심 끝에 청와대에 수락조건을 내밀었다.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이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텐데 끝까지 밀어줄 수 있느냐는 다짐이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며 두말없이 맡겼다는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의 경제 교사였던 김재익은 이런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군부 인사들의 저항을 뚫고 자신의 정책적 소신을 힘 있게 추진해나 -
[만파식적] 봄 도다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18 17:49:59결혼한 지 2~3년쯤 지난 이맘때다. 봄 햇볕이 제법 따스한 주말에 도다리쑥국을 해먹을 요량으로 아내와 함께 수산시장을 찾은 적이 있다. 그런데 상점 주인이 내놓은 것은 도다리가 아닌 양식 광어가 아닌가. 광어 값이 도다리에 비해 한참 비싼 시절이라 자연산을 내줄 리 만무할 터. 속여 팔려다 머쓱했던지 제법 큰 녀석을 내놓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광어와 도다리, 얼핏 보면 구별하기 어렵다. 쉬운 구별법은 있다. ‘ -
[만파식적]로또 아파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15 17:45:562006년 봄 판교 신도시발 분양 광풍이 불었다. 중소형 아파트 9,428가구 동시 분양에 나선 청약 접수자는 46만명이 넘었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의 청약예금통장 1순위가 200만여명이었으니 5명 가운데 1명이 판교 청약에 나선 셈이다. 경쟁률이 3,000대1을 넘기도 했다. 인근 분당에 비해 최대 2억원가량 분양가가 저렴하다 보니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몰릴 수밖에. ‘로또 아파트’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로또 아파트는 분 -
[만파식적] 인지를리크 기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14 17:30:00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체제가 심화하자 유럽 국가들은 공산주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특히 지중해 지역은 소련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소련은 영토 양도와 해군기지 건설 권리를 요구하며 터키를 상대로 연일 압력을 넣고 있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전쟁으로 국력이 소모된 상태여서 이를 막아내기가 힘겨웠다. 이에 영국은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고 미국 국무부는 즉각 -
[만파식적] 이중스파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07 17:40:49냉전이 한창이던 1959년 스위스 주재 미국대사관에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영국 비밀정보국에 암호명 ‘다이아몬드’라는 이중스파이가 있다는 첩보였다. 곧바로 색출 작업이 벌어졌고 범인이 서베를린 정보부 요원인 조지 블레이크라는 게 드러났다. 하지만 서방 정보망은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은 후였다. 공산권 내 서방 스파이 400여명의 명단이 흘러나갔고 이 중 영국 요원 42명은 목숨을 잃었다. 소련 전화회선 도청을 위한 -
[만파식적] 아인슈타인 비자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04 17:20:001932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 방문길에 오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베를린 주재 미 영사관에서 까다로운 비자 심사 절차를 밟아야 했다. 미국의 한 우익단체에서 그가 무정부주의자이자 공산당과 관련됐다며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투서를 미 국무부에 보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정치이념이나 성장 과정을 조사하던 미국 측에 항의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프린스턴대에 정착한 아인 -
[만파식적] '하얀 석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2.28 17:30:00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한창이던 2010년 미국 국방부는 미 지질조사국(USGS)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희토류 부존량을 조사한 보고서를 받아든다. 미국의 키스 베로니즈가 쓴 ‘금속전쟁(2015)’에 따르면 USGS의 결론은 아프간이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였다. 보고서는 이곳 매장량을 자그마치 1조 달러 어치로 추정했다. 미 국방부가 난리 통에도 남의 나라 희토류에 관심을 쏟은 것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한 안보 차원의 대 -
[만파식적]싱가포르의 태형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2.22 17:30:00지난달 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2년 전 국회에서 만난 검찰 간부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언급하며 “저도 태형(笞刑)에 반대하는데 정말 태형이 필요하다. 이건 몹시 쳐라(라고 해야 한다)”라고. 네티즌들도 가세했다. 후배 성추행 의혹에도 휩싸인 이 간부가 “술을 마셔 기억이 없다”고 해명하자 “기억이 날 때까지 태형을 내려라”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형벌에는 -
[만파식적]미넥스트(MeNext)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2.20 17:57:54미국은 술보다 총기 사기가 쉬운 나라다. 주마다 규제 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개 술은 21세 이상이어야 구매할 수 있는 반면 소총은 18세 이상이면 구입할 수 있다. 미국이 유달리 총기 규제에 느슨한 것은 건국 과정의 독특한 유산에서 비롯된다. 독립전쟁과 서부개척 시절을 거치면서 자신과 가족·재산을 지키는 데 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뿌리내렸다. 1791년 제정된 미 수정헌법 2조에 개인의 총기 무장권이 명문화된 것은 -
[만파식적] 아루나찰 프라데시 분쟁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2.19 17:27:401914년 3월24일 북인도 심라에서 영국과 티베트·중국의 3자회의가 열렸다. 티베트와 중국의 국경선을 획정하기 위해서였다. 티베트는 언어와 문화권 전체를 기준으로 국경선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은 이에 반대했다. 여기서 영국령 인도 식민정부의 외교장관이던 헨리 맥마흔이 새 제안을 내놓았다. 몽골처럼 티베트 문화권을 내외장(內外藏)으로 구분해 내장 지역은 중국에 권리를 부여하되 외장 지역은 티베트 자치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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