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파식적]허리케인 시즌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5.16 17:31:332005년 8월 29일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의 하나로 기록된 카트리나가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를 덮쳤다. 당시 시장 레이 네이긴이 대피 명령을 내리자 수십만 명이 피신했다. 삽시간에 폭풍의 눈은 도시 동쪽을 휩쓸고 지나갔고 시를 보호하기 위한 제방 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시내에 남아 있던 주민의 상당수는 다락방·지붕에 갇혀 구조의 손길을 기다려야만 했다. 저녁이 되자 물이 찬 거리에 둥둥 떠다니거나 잔해 속에 -
[만파식적]페로니즘의 망령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5.09 17:30:00194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요광장에 새 대통령의 연설을 듣겠다며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대통령이 아니라 영부인인 에바 페론에게 쏠려 있었다. 에바는 남편 후안 페론과 함께 붉은 벽돌로 지어진 대통령궁 2층 베란다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동자들의 단결과 지지를 호소했다. 여배우 출신의 에바는 아름다운 외모와 확신에 찬 연설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집권 이후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
[만파식적] ‘디캐프리오 딱정벌레’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5.02 17:31:21하와이 비숍박물관에서 일하는 생물학자 리처드 파일은 2016년 6월 해양생물의 보고인 하와이 국립해양보호수역을 탐사하다가 새로운 물고기를 발견했다. 주황색·금빛이 섞인 몸통에 파란 고리, 빨간 점 무늬가 있는 등지느러미를 가진 산호초 물고기였다. 이 생물의 이름을 뭘로 지을까 고민하던 파일은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대선 캠페인에서 사용한 로고가 이 물고기와 닮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마침 오바마 대 -
[만파식적] 스승의 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29 17:33:21율곡 이이가 대제학으로 근무하던 1582년 선조의 명을 받아 쓴 ‘학교모범(學校模範)’에 이런 내용이 있다. “스승을 쳐다볼 때 목 위에서 봐서는 안 되고 선생 앞에서는 개를 꾸짖어서도 안 되고 웃는 일이 있더라도 이빨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 스승과 겸상할 때는 7푼만 먹고 배부르게 먹지 말아야 한다.” 조선 시대 성균관 학칙(學則)에도 비슷한 대목이 있다. “길에서 스승을 만나거든 두 손을 머리 위로 쳐들고 길 왼쪽에 -
[만파식적] 코먼웰스(Commonwealth)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24 17:30:02서양 정치철학의 토대를 마련한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태어난 1588년부터 그가 타계한 1679년까지 영국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왕당파와 의회주의자들 간의 갈등으로 혼란은 극에 달했고 이는 결국 시민전쟁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한 해결책으로 홉스가 제시한 것이 ‘리바이어던’이다. 홉스는 이 책에서 자연 상태를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묘사했다. 인간은 자만과 교만으로 가득 차 있어 협력이 어려운 -
[만파식적] 퓰리처상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18 17:37:26나치의 등장과 제2차 세계대전의 조짐이 일기 시작하던 1932년 7월30일 미국 일간지 시카고데일리뉴스에 ‘히틀러는 (독일의) 독재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취재기자는 당시 베를린 특파원이었던 에드거 모러. 그는 독일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아돌프 히틀러의 등장과 나치의 득세가 세계에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할 수 있음을 며칠에 걸친 시리즈 기사로 지적했다. 또 이듬해에는 취재한 소스들 -
[만파식적] 추억의 포장마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15 17:39:47‘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이왕이면 마주 앉아 마시자 그랬지. (중략) 오늘도 목로주점 흙 바람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가수 이연실이 1989년 발표한 ‘목로주점’의 가사다.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든 여러 차례 들어보고 적어도 한두 번은 따라불러도 봤을 노래다. ‘목로’란 선술집에서 술잔이나 안주를 놓기 위해 올린 널빤지를 말하는 것이니, 목로주점은 흔히 말하는 포장마차와 같다. 원래 의미인 미국 -
[만파식적] 한강 평화누리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03 17:47:312010년 5월8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평화누리길’ 개장식이 개최됐다. DMZ 접경지역인 김포·고양·파주·연천 등 4개 시군을 잇는 도보여행길이 공식적으로 열린 것이다. 기념식에는 시민·산악회원 등 1,000여명이 참가해 대한민국 최북단 트레킹 코스의 탄생을 축하했다. 개장식 후 걷기행사가 진행되자 참가자들은 새 길의 개척자인 양 들뜬 기분이었다고 한다.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만끽하고 -
[만파식적] 경제책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20 17:30:00제5공화국 시절 대통령 경제수석에 임명된 김재익이 고심 끝에 청와대에 수락조건을 내밀었다.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이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텐데 끝까지 밀어줄 수 있느냐는 다짐이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며 두말없이 맡겼다는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의 경제 교사였던 김재익은 이런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군부 인사들의 저항을 뚫고 자신의 정책적 소신을 힘 있게 추진해나 -
[만파식적] 봄 도다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18 17:49:59결혼한 지 2~3년쯤 지난 이맘때다. 봄 햇볕이 제법 따스한 주말에 도다리쑥국을 해먹을 요량으로 아내와 함께 수산시장을 찾은 적이 있다. 그런데 상점 주인이 내놓은 것은 도다리가 아닌 양식 광어가 아닌가. 광어 값이 도다리에 비해 한참 비싼 시절이라 자연산을 내줄 리 만무할 터. 속여 팔려다 머쓱했던지 제법 큰 녀석을 내놓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광어와 도다리, 얼핏 보면 구별하기 어렵다. 쉬운 구별법은 있다. ‘ -
[만파식적]로또 아파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15 17:45:562006년 봄 판교 신도시발 분양 광풍이 불었다. 중소형 아파트 9,428가구 동시 분양에 나선 청약 접수자는 46만명이 넘었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의 청약예금통장 1순위가 200만여명이었으니 5명 가운데 1명이 판교 청약에 나선 셈이다. 경쟁률이 3,000대1을 넘기도 했다. 인근 분당에 비해 최대 2억원가량 분양가가 저렴하다 보니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몰릴 수밖에. ‘로또 아파트’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로또 아파트는 분 -
[만파식적] 인지를리크 기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14 17:30:00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체제가 심화하자 유럽 국가들은 공산주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특히 지중해 지역은 소련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소련은 영토 양도와 해군기지 건설 권리를 요구하며 터키를 상대로 연일 압력을 넣고 있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전쟁으로 국력이 소모된 상태여서 이를 막아내기가 힘겨웠다. 이에 영국은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고 미국 국무부는 즉각 -
[만파식적] 이중스파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07 17:40:49냉전이 한창이던 1959년 스위스 주재 미국대사관에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영국 비밀정보국에 암호명 ‘다이아몬드’라는 이중스파이가 있다는 첩보였다. 곧바로 색출 작업이 벌어졌고 범인이 서베를린 정보부 요원인 조지 블레이크라는 게 드러났다. 하지만 서방 정보망은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은 후였다. 공산권 내 서방 스파이 400여명의 명단이 흘러나갔고 이 중 영국 요원 42명은 목숨을 잃었다. 소련 전화회선 도청을 위한 -
[만파식적] 아인슈타인 비자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04 17:20:001932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 방문길에 오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베를린 주재 미 영사관에서 까다로운 비자 심사 절차를 밟아야 했다. 미국의 한 우익단체에서 그가 무정부주의자이자 공산당과 관련됐다며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투서를 미 국무부에 보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정치이념이나 성장 과정을 조사하던 미국 측에 항의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프린스턴대에 정착한 아인 -
[만파식적] '하얀 석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2.28 17:30:00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한창이던 2010년 미국 국방부는 미 지질조사국(USGS)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희토류 부존량을 조사한 보고서를 받아든다. 미국의 키스 베로니즈가 쓴 ‘금속전쟁(2015)’에 따르면 USGS의 결론은 아프간이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였다. 보고서는 이곳 매장량을 자그마치 1조 달러 어치로 추정했다. 미 국방부가 난리 통에도 남의 나라 희토류에 관심을 쏟은 것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한 안보 차원의 대
오늘의 핫토픽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