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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느리게 진행되는 재앙(slow-rolling crisis)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3.19 18:37:412015년 4월 미국 볼티모어에서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을 쳐다본 뒤 도주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그레이는 이 과정에서 척추를 심하게 다쳐 일주일 뒤 사망했다. 경찰의 과잉 대응에 분노한 흑인들의 시위는 폭동으로 확산돼 볼티모어는 ‘무법 도시’로 변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찰 대응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이번 사태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느리게 진행되는 재앙(slow-rolling crisis)”이라고 했다. -
[만파식적] 한국형 IMEC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3.16 18:45:531982년 벨기에의 플랑드르 자치정부가 새 산업 전략을 발표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등 과학기술을 통해 경제 구조를 혁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명 ‘플랑드르의 3차 산업혁명’이다. 반도체 파운드리 등 첨단 연구 활성화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1984년 루뱅가톨릭대의 전자공학 엔지니어들이 루뱅에 초소형 전자기술 연구기관을 설립했다. 오늘날 세계적인 반도체·나노기술 연구개발(R&D) 기관으로 자리 잡은 IMEC(Inter -
[만파식적]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3.15 18:25:22‘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재임 때 즐겨 사용했던 경구다. 그는 백악관의 책상 위에도 이 구절이 적힌 팻말을 두고 국정 운영의 원칙으로 삼았다. 이는 그가 원자폭탄 투하, 6·25 파병 등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는 고별사에서 “대통령이 하는 일 중 가장 큰 부분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며 다른 누구도 그를 대신해 결정할 수 없다고 -
[만파식적] 강철 만리장성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3.14 18:05:54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2021년 7월 1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회색 인민복 차림으로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 시 주석은 그 자리에서 “어떠한 외국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거나 압박하며 노예화하는 것을 중국 인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을 강하게 성토했다. 이어 “누가 이런 망상을 하면 14억 중국 인민들의 피와 살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외쳤다. 광장을 가득 -
[만파식적] 리튬 카르텔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3.13 18:14:04미국의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2012년 자신의 저서인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앞으로 40년 동안 전 세계 정치·경제가 신재생에너지를 원동력 삼아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에너지 대전환에서 배터리는 핵심 매개체다.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핵심 광물인 리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리튬은 기존 배터리 속의 납보다 20배 이상 가벼워 전자제품과 전기차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
[만파식적] 레가툼 번영지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3.12 18:43:03영국의 싱크탱크인 레가툼연구소(Legatum Institute)는 2007년부터 매년 국가별 ‘번영 지수(Prosperity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행복이란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지표와 물질적 부, 삶의 만족도까지 포함해 국가별로 행복 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연구소는 경제, 기업 환경, 국가 경영, 사회적 자본 등 12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등 북 -
[만파식적] ‘홍두문건’ 시대 회귀하는 中
정치 대통령실 2023.03.09 18:16:391999년 7월 20일 오전 중국 공산당은 각 지역 성(省) 정부에 붉은 글씨로 ‘중요 문건’이라고 적힌 문서를 긴급 발송했다. 공산당 지도부의 지시 사항이 담긴 ‘홍두문건(紅頭文件)’이었다. 문서의 내용은 “사회 불안을 일으키는 파룬궁은 불법 조직으로 오늘부터 활동을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공산당의 의중을 간파한 지역 공안국은 이날 오후부터 파룬궁 관련자 검거에 나섰다. 홍두문건은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정부)이 각 -
[만파식적] 미일 반도체협정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3.08 18:04:37일본은 1970년대 오일 쇼크를 겪으며 첨단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기존 중화학 공업으로는 고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메모리반도체에 주목했다. 일본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 지급과 저리 융자, 연구개발(R&D) 예산 지원 등으로 반도체 육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일본의 메모리 점유율은 1980년 25%에서 1987년 80%로 급등했다. 미국 언론은 일본의 메모리 장악을 ‘제2의 진주만 공습’이라고 부르며 경계했다. -
[만파식적] 스티키 인플레이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3.07 18:37:23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이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합성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용어로 농산물 가격 상승이 일반 물가의 급등을 초래하는 현상을 뜻한다. 각각 우유와 설탕 원재료 가격 인상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불러온다는 밀크플레이션(milkflation)과 슈거플레이션(sugarflation)이 대표적 사례다. 피그플레이션·에그플레이션·버 -
[만파식적] 중국 국방비 증액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3.06 18:01:30“중국 해안에서 멀지 않은 해양이나 공중에서는 미국이 더 이상 무소불위의 패권을 휘두를 수 없게 됐습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중국 본토와 해안 주둔 함대에 배치한 1000개 이상의 대함미사일을 언급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을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본 그는 “앞으로 아시아는 미국 패권의 범위가 현저하게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게 -
[만파식적] 여성의 일과 법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3.06 05:45:00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 거리에 1만 5000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쏟아져나왔다. 노동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 참정권 등을 요구한 이 시위를 계기로 여성들의 권리 신장 움직임이 확산됐다. 이어 1911년 3월 덴마크·독일·스위스 등에서 세계 최초의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열렸다. 1977년 유엔은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발간한 ‘여성의 일과 법(Women, -
[만파식적] 기로에 놓인 ‘도이머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3.02 18:21:151986년 베트남 공산당에서는 노선을 둘러싸고 치열한 사상투쟁이 벌어졌다. 실용주의자였던 쯔엉찐 당시 공산당 서기장은 재정적자와 경제 불황에 따른 체제 위기를 해결하려면 개혁과 개방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개혁에 소극적인 보수파 원로들의 정책 오류까지 비판하면서 당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해 12월 제6차 당 대회에서는 그동안 금기시됐던 ‘시장경제’라는 말이 처음 나왔다. 베트남의 개혁·개방 정책을 -
[만파식적] 로고 바꾼 노키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3.01 18:52:111992년 핀란드 노키아그룹의 요르마 올릴라 최고경영자(CEO)가 대대적인 사업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통신 분야만 남기고 다른 사업 부문은 매각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노키아는 종이·타이어·TV는 물론 고무장화까지 만드는 문어발 기업이었다. 하지만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소련의 붕괴 등 여파로 악화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노키아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적중했다. 디지털 휴대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세계적인 -
[만파식적] 핵추진잠수함 ‘스프링필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2.27 18:17:39나치의 핵 개발을 우려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제안으로 시작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는 원자폭탄뿐 아니라 반영구적 추진 체계인 원자로를 만들었다. 미국은 이 원자로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 핵추진잠수함 ‘노틸러스’를 개발했다. 노틸러스는 디젤잠수함과 차원이 달랐다.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데다 넘치는 에너지 덕분에 40여 일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승조원들은 전기 걱정 없이 신 -
[만파식적] 약소국 몰도바의 비애
오피니언 사설 2023.02.26 17:48:1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가장 불안에 떠는 나라는 동유럽의 소국 몰도바 공화국일 것이다. 인구 340만여 명의 몰도바는 우크라이나·루마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흑해 너머로 러시아를 마주하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역사적으로 편할 날이 거의 없었다. 오늘날의 몰도바인 베사라비아 지역은 러시아·루마니아 등 주변 강국의 영토 분쟁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다 1944년 몰도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편입됐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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