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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카키스토크라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2.12 18:12:01영국 국왕 찰스 1세가 전쟁 비용 충당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려다 의회파 등의 반란에 직면했다. 당시 1644년 8월 옥스퍼드의 성모 마리아 교회에서 폴 고스놀드 목사는 반란 세력을 겨냥해 ‘온건한 군주제’를 광기 어린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로 전락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카키스토크라시는 어리석고 저열한 사람들의 통치를 뜻한다. 최악을 뜻하는 그리스어 ‘카키스토’와 정치를 의미하는 ‘크라시’를 -
[만파식적] 그림자 대통령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2.11 17:29:01“대통령은 한 명뿐입니다.” 2016년 11월 14일, 임기 중 마지막 해외 순방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말했다. 자신의 임기 말까지 대통령의 외교적 역할을 다할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한 말이었지만 1주일 전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경고이기도 했다. 이듬해 1월 20일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미국의 외교정책은 자신의 소관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트럼프 -
[만파식적] 美 예외주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2.10 17:44:31미국 경제가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면서 ‘미국 예외주의’가 세계경제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용어는 19세기 프랑스 사상가인 알렉시 드 토크빌이 자신의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건국 기원과 민주 정치, 청교도적인 문화, 부의 축적 집착 등을 이유로 미국의 상황은 ‘예외적(exceptional)’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예외주의’ 이념 자체는 1920년대 후반 미국의 공산주의자들이 전통적 계급이 -
[만파식적] 자취엔지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2.09 19:07:442022년 9월 26일부터 한 달 동안 대만 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이 43억 7290만 달러(약 6조 2700억 원)나 순매도하는 ‘썰물 장세’가 연출됐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증시에서는 외국인 순매수가 2조 7000억 원에 이르렀다. ‘대만 통일’을 공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에 성공하자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대만 증시를 탈출해 한국으로 옮겨가는 ‘머니 무브’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해 -
[만파식적] 스테이블코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2.08 19:31:252022년 5월 글로벌 가상자산인 테라와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의 루나가 동시에 99.9% 이상 대폭락했다. 피해 규모는 50조 원을 넘었다. 이 코인은 일정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이었다는 점에서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줬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의 법정화폐 또는 가상자산을 담보로 하거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루나·테라의 경우 지급준비금이 없는 알고리즘 기반에 가까웠다. 하 -
[만파식적] 사이버 먼데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2.05 19:15:312005년 11월 28일 전미유통연맹(NRF)은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 1년 중 가장 큰 온라인 쇼핑의 날 가운데 하나로 뜨다”라는 홍보 문구를 연맹 홈페이지에 올렸다.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미국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에 연중 가장 큰 규모의 쇼핑이 이뤄지는 열기를 온라인 쇼핑으로까지 이끌어가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사이버 먼데이 행사는 블랙 프라이데이 다음 첫 월요일에 진행된다. 이후 -
[만파식적] 텐스토렌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2.04 20:21:072021년 1월 캐나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Tenstorrent)가 짐 켈러 전 인텔 부사장을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이사회 멤버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였던 류비사 바이치는 “켈러만큼 컴퓨터·문화·조직을 디자인하는 데 훌륭한 리더는 찾을 수 없다”며 스카우트 이유를 밝혔다. 켈러는 “텐스토렌트는 가장 유망한 AI 스타트업으로 차세대 컴퓨팅 대기업이 될 준비가 돼 -
[만파식적] 로켓랩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2.03 17:43:53우주개발 기업 로켓랩의 창업자 피터 벡은 어릴 적부터 로켓광이었다. 1977년 뉴질랜드 최남단 마을 인버카길에서 태어난 그는 소년 시절 아버지와 별 보기를 즐기며 언젠가는 직접 로켓을 만들어 우주로 쏘아 올리겠다는 꿈을 품게 됐다. 기계를 좋아했던 그에게는 차고에서 낡은 미니(Mini) 자동차를 분해한 다음 부품들을 재조립하고 터보 장치까지 달아 새 차로 만드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로켓에 매료된 벡은 대학에 가지 -
[만파식적] 트리핀 딜레마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2.02 18:02:581960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심해지자 미 의회는 벨기에 출신 경제학자인 로버트 트리핀 예일대 교수를 출석시켰다. 미 의회에 나온 트리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출범한 브레턴우즈 체제가 기축통화의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금 1온스=35달러’로 고정해 태환하게 하고 다른 국가는 자국 통화를 조정 가능한 환율로 달러로바꿀 수 있게 한 이 체제가 미국의 만성적 무역 적자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
[만파식적] 中 ‘불신 기업 명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2.01 19:24:44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보안국은 1997년부터 국가 안보를 침해할 수 있는 해외 기업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기 위해 ‘기업 목록(Entity List)’을 공표했다. 당초 이 목록 작성의 주목적은 군사적 위협 방지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중인 2019년 화웨이 본사 및 68개 해외 자회사들을 이 목록에 포함시켜 대중 무역 분쟁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후에는 틱톡·텐센트 등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추가됐다. 이에 -
[만파식적] 스텔란티스의 오판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1.28 19:06:122021년 1월 16일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FCA)와 푸조·시트로앵(PSA)그룹이 합병해 시가 총액 510억 달러를 웃도는 거대 자동차 제조사 ‘스텔란티스’가 공식 출범했다. 업계 8위, 9위였던 자동차 회사들이 합쳐져 세계 시장의 약 9%를 점유하는 글로벌 4위 기업으로 몸집이 커진 것이다. 스텔란티스 새 경영진은 연구개발(R&D) 중복 투자 등을 줄여 연간 6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는 합병 시너지를 기대했다. 이를 통 -
[만파식적] 333 계획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1.27 19:58:092012년 여름, ‘헤지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와 그의 투자회사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이 한 일본인 석학을 만나러 미국 예일대 캠퍼스로 갔다. 당시 일본 야당인 자민당의 유력 차기 총재 후보였던 아베 신조의 경제 고문인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교수다. 훗날 ‘아베노믹스’ ‘세 개의 화살’로 불리게 될 하마다의 경제 구상을 들은 CIO는 일본의 과감한 정책 변화가 몰고 올 파장을 간파했 -
[만파식적] 나토 은행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1.26 18:53:33최근 유럽에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자간 대출 기관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은행’ 설립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나토 은행은 지난달 독일 집권당 사회민주당의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 등이 공동 보고서를 통해 제안한 것이다. 나토 은행을 통해 무기를 공동 구매해 조달 비용을 절감하고 동맹국에 저리·장기 대출을 제공해 회원국의 국방비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다. 보고 -
[만파식적] 바우히니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1.25 20:29:42찜통 더위가 한창이던 2019년 8월 말 홍콩에서는 검정색 꽃그림 문신을 몸에 새기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당시 ‘범죄인인도법안’을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석 달가량 이어지면서 홍콩 젊은이들 사이에 2014년 ‘우산혁명’을 상징하는 우산 그림과 함께 홍콩의 상징 꽃인 바우히니아를 팔다리와 목 등에 새겨 반중(反中)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가 유행처럼 번졌다. 바우히니아는 중국 원산인 ‘자형(紫荊)’과 닮 -
[만파식적] 와비사비
경제·금융 정책 2024.11.24 18:26:221582년 일본 교토 오야마자키초의 암자인 묘키안에 작은 다실(茶室)이 지어졌다. 허름한 초가집의 내부에는 1평 남짓의 단칸방이 있었다. ‘다이안’으로 불린 이 방은 당대 권력자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도 스승이자 조선 출병을 반대했던 멘토인 센노 리큐가 지은 45채의 다실 중 하나다. 도요토미도 3년 뒤 본거지 오사카성에 금박으로 도배한 황금 다실을 지었으나 센노 리큐로부터 진정한 다도를 모른다는 핀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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