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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수치의 기둥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5.05 18:12:001997년 6월 초 홍콩 빅토리아공원에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에서 유혈 진압된 희생자들을 형상화한 높이 8m의 조각상이 세워졌다. 조각상 기단에는 ‘톈안먼 학살’ ‘노인은 젊은이를 영원히 죽일 수 없다’ 등의 문구가 영어와 중국어로 새겨졌다. 덴마크 조각가 옌스 갈시외트가 1989년 발생한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8주년을 추모하기 위해 조각한 ‘수치의 기둥(Pillar of Shame)’이었다. 홍콩의 중국 반환(7월 1일)을 -
[만파식적] 바다링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5.03 19:31:20중국 베이징시에서 서북쪽으로 60㎞가량 가면 만리장성이 나온다. 바다링(八達嶺)장성이다. 진시황은 흉노족 등 유목 민족의 침입에 대비해 기존 성곽을 잇고 없는 부분은 새로 축조해 만리장성을 만들었다. 진시황이 바다링장성 앞에서 하늘을 보고 길게 탄식했다는 얘기까지 전해지다 보니 진시황이 바다링장성을 건설한 것으로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다. 진시황의 중국 통일 전 전국시대 칠웅의 하나인 연국이 이미 바다링 일대 -
[만파식적] 한광훈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5.02 18:38:511981년 대만 군 참모총장에 임명된 하오보춘은 새 국방 전략을 고심했다. 미국과의 단교 등으로 대만의 군사·외교적 고립이 심화되던 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현실적인 본토 수복 전략 대신 도서 지역에서 견제, 대만해협에서 해상·공중 요격, 연안에서 상륙 저지, 내륙에서 저항 등 4단계 방어 전략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1984년부터 ‘한광(漢光·Chinese Glory)훈련’을 해마다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대만은 1970 -
[만파식적] 머스틴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4.29 18:03:14그리스 신 제우스의 방패 ‘아이기스(Aegis·영어명 이지스)’는 위력이 엄청나다. 방패를 한 번 흔들면 천둥·번개가 치고 폭풍이 휘몰아쳐 주변이 쑥대밭으로 변한다. 모순적이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제우스의 번개도 거뜬히 막아낼 정도로 아이기스의 방어력은 막강하다고 신화는 전한다. 이에 착안해 미국 해군은 최첨단 탐지·공격 종합 시스템에 ‘이지스’란 이름을 붙이고 1983년에 첫 이지스함을 작전 지역에 투입했 -
[만파식적] 슈퍼 마리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4.28 17:43:48유럽 재정 위기가 고조되던 2012년 7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당시 총재는 런던의 한 콘퍼런스에서 금융시장 역사에 남을 연설을 한다. 그의 “ECB는 유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나를 믿어달라”는 말에 투자자들은 다시 유럽 채권을 사들였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위기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그해 드라기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1947년 이탈 -
[만파식적] 제러미 그랜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4.27 17:35:23지난 1월 미국의 자산운용사 GMO가 고객들에게 띄운 서한이 개인투자자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제러미 그랜섬(Jeremy Grantham) GMO 회장은 투자 서한을 통해 “급기야 거품이 전설적인 수준으로 부풀어 올랐다”면서 “우리는 곧 몇 안 되는 역사적 붕괴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심장과 영혼을 던지고 넋을 잃었다”는 섬뜩한 표현까지 동원했다. 파산 보호를 신청한 회사의 주식마저 매집하 -
[만파식적] 홍색 관광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4.26 18:56:55중국 허베이성 시바이포(西栢坡)는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이 1949년 베이징 입성에 앞서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농촌 지휘소가 자리한 곳이다. 이후 중국 지도자의 시바이포 방문은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됐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1991년 시바이포를 방문해 부패 척결 의지를 밝혔고, 후진타오 전 주석도 2002년 총서기직에 오른 직후 이곳을 찾았다. 올해 초 시진핑 국가주석은 시바이포 공산당원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단합은 -
[만파식적] 정글북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4.25 18:01:12‘정글북(The Jungle Book)’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모험심을 길러주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늑대에 의해 길러진 소년이 정글의 지도자가 됐다가 성인이 돼 인간을 만나러 정글을 떠난다는 줄거리다. 특히 도구를 활용할 줄 아는 영민한 인간 모글리가 정글의 평화를 깨는 호랑이 등에 맞서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장면들이 감동을 준다. 디즈니는 이 원작을 토대로 애니메이션 영화와 실사 영화를 각각 두 번씩 제작했다. 영 -
[만파식적] 대만관계법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4.22 17:44:52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했다. 미중 수교 전까지 중국을 대표하던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을 ‘대만 당국(Governing Authorities on Taiwan)’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은 그러나 대만과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중국이 패권국으로 커질 가능성을 염려해 기존에 중화민국과 체결한 미중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는 대신 대만관계법을 제정했 -
[만파식적] 판공湖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4.21 18:55:31지난해 8월 인도군이 티베트족 출신의 특수부대원을 투입해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히말라야산맥의 호수 판공(Pangong)호(湖) 남쪽 언덕의 고지 두 곳을 기습 점령했다. 그러자 중국 중앙군사위원회는 국경 지역을 맡고 있는 서부군구에 고지 탈환을 지시했다. 당시 중국군은 고용량의 전자파로 전자 장비를 파괴하거나 인명을 살상하는 마이크로웨이브 무기를 동원해 고지 위의 인도군을 공격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인도군이 -
[만파식적] 월스트리트베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4.20 18:01:42지난 1월 말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 개설된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의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정부와 금융 회사들이 은 시세를 누르고 있다. 은과 은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면 대형 은행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이 글이 게시된 뒤 개인투자자들은 은과 은 ETF를 대거 매수하기 시작했다. 2월 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월분 은 시세는 온스당 29.4달러로 거래를 마쳐 2013년 2월 이후 8 -
[만파식적] 반농단(反壟斷)법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4.19 17:54:492007년 8월 중국에서 ‘반농단(反壟斷·반독점)법’이 만들어지자 두 갈래의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미국의 석유 재벌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트러스트’가 시장을 농단한 혐의로 1911년 5월 분할됐듯이 중국에서도 독점 행위가 크게 제한될 것이라는 기대와 중국 같은 후진국에서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렸다. 과연 중국은 그럴 리가 없었다. 반농단법이 나온 지 14년이 됐지만 여전히 중국의 석유 산업에서는 -
[만파식적] 시누크(CNOOC)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4.18 18:11:58지난해 12월 3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4개 기업을 규제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린다. 이 가운데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SMIC 등은 제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졌는데 석유·가스 채굴 기업인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시누크)는 다소 뜻밖이었다. 외교 전문가들은 시누크가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동맹국들이 벌이는 해양 석유·가스 탐사를 방해하자 제재를 통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
[만파식적] 임페라토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4.15 18:52:15기원전 3세기 말 로마군의 이베리아반도 총사령관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는 이베리아의 카르타고 군(軍)을 잇따라 궤멸시켰다. 그는 30대 초반에 한니발이 이탈리아 반도에 머문 틈을 타 더 대담한 전략을 구사했다. 지중해 건너 본거지인 카르타고로 쳐들어갔고 궁지에 몰린 카르타고는 한니발을 불러들였다. 스키피오는 결국 한니발의 무릎을 꿇렸고 2차 포에니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스키피오가 이베리아의 카르타고를 제압했 -
[만파식적] 켈로부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4.14 17:48:121950년 8월 말 북한군은 부산까지 공격하기 위해 전투 역량을 낙동강 전선에 집중하고 있었다.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서울을 타격해 인민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인천상륙작전을 펴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이 작전을 성공시키려면 인민군 수중에 있던 팔미도 등대를 차지해야 했다. 인천의 경우 조수나 암초 등 해안 조건이 열악해 등대로 불을 비춰야 야간 상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미군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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