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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블랙워터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18 18:33:192007년 9월16일, 이라크 바그다드 번화가에서 민간인을 겨냥한 무차별 살인극이 벌어졌다. 무장 요원이 총을 난사하면서 어린아이와 여성 등 17명이 순식간에 피를 흘리며 널브러졌다. ‘니수르 광장의 학살’로 불리는 이 사건의 중심에는 미국의 대표적 민간 군사기업(PMC)인 ‘블랙워터’가 있었다. 인근 금융가에서 터진 폭탄테러를 피해 미 외교관을 안전지대로 옮기던 중 차량이 밀리자 이런 참극을 저지른 것이다. 국제사회 -
[만파식적] 시크교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17 17:22:271469년 4월15일, 지금의 파키스탄 라호르 지역의 무슬림 집안에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30세가 되던 해 여행 중 급류에 휩쓸렸다가 사흘 만에 목숨을 건진 그는 힌두교도 아니고 이슬람교도 아닌 새로운 종교에 눈을 뜨게 된다. 세계 5대 종교인 시크교를 창시한 ‘구루 나나크(Nanak)’다.힌두교의 신애(信愛·바크티) 신앙과 이슬람교의 신비사상을 융합한 시크교는 약 2,300만명의 신도를 두고 있다. ‘신은 오직 하나’를 기본 -
[만파식적] 아르메니아 대학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17 00:05:00“악을 숨기거나 부인하는 것은 상처에 붕대를 감지 않아 계속 피를 흘리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4월 아르메니아를 방문해 100년 전 벌어진 150만명의 아르메니아인 집단 살해를 대학살로 지칭하고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교황청이 이를 언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은 20세기에 벌어진 첫 번째 대학살이다. 러시아 공산주의혁명 이후 2,000만명, 홀로코스트의 1,100만명 대학살 -
[만파식적] 보이텔스바흐 합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15 17:34:12독일의 남부 도시 슈투트가르트 인근에는 아름다운 포도밭들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주변을 달리다 보면 ‘와인 도시(wine city)’를 뜻하는 ‘바인슈타트’를 만날 수 있다. 바인슈타트는 보이텔스바흐 등 5개의 조그만 타운들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인구가 8,500여명에 불과한 보이텔스바흐는 포도주 양조장과 교육으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한때 이곳에서 해외 캠퍼스를 운영했었다. 조용한 소도시가 -
[만파식적] 유스퀘이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13 00:05:002017년 6월 총선을 앞두고 영국 정가에서는 야당인 노동당의 참패를 예상한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치평론가들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의 무능을 꼬집으며 조롱거리로 삼았을 정도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집권 보수당의 참패로 끝났다. 언론들은 양당의 희비를 가른 결정적 요인으로 젊은 층의 반란표를 꼽으며 ‘유스퀘이크(Youthquake)’가 영국 정가를 강타했다고 전했다. 청년들의 분노한 표심이 집권 보수 -
[만파식적] 남선창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12 00:05:00부산을 대표하는 소설가 조갑상의 단편집 ‘테하차피의 달’에 수록된 ‘누군들 잊히지 못하는 곳이 없으랴’는 1930년대 조선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선인 오모니 살인사건을 소재로 쓴 글이다. 주 배경으로 철도 관사와 남선창고(南鮮倉庫)가 등장한다. 특히 남선창고는 주인공 ‘나’에게 애틋한 장소다. 사랑한 남자 승덕이 일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연인은 ‘명태 고방’으로도 불렸던 그곳을 둥지 삼아 영원한 사랑을 꿈꿨다. -
[만파식적]화이트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11 00:05:00지금부터 최소 10만년 전쯤 뉴질랜드 북섬의 항구도시 와카타네에서 북쪽으로 50㎞쯤 떨어진 바다 밑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화산 폭발로 분출한 용암은 세상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차가운 바닷물에 식으면서 그 자리에 똬리를 틀었다. 한 번 터진 화산은 이후에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존재감을 알리며 용암을 토해내 마치 한 층, 한 층 돌을 올려 석탑을 만들어가듯 자신의 몸통을 부풀렸다. 그렇게 해서 바다 밑바닥에서부터 해수 -
[만파식적]빅토리아 폭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10 00:05:00193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농장에서 살던 영국계 소년 피케이(PK)는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다. 기숙학교에 들어간 PK는 독일계 백인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학교를 옮긴 PK는 할아버지 친구였던 독일인 박사 닥에게서 인생을, 원주민 흑인으로부터는 복싱을 배운다. 국적과 인종 차별에 눈을 뜬 그는 흑인을 위한 야학을 차리고 편 가름을 없애기 위한 운동에 뛰어든다. PK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빅토리아 폭포를 -
[만파식적] 와이모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09 00:05:001778년 1월 태평양 오아후섬에 이방인이 발을 내디뎠다. 18세기 후반 태평양 항로를 개척한 영국 출신의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 일행이었다. 목가적인 정취에 반한 쿡 선장은 평생의 후견인이었던 샌드위치 백작의 이름을 따 ‘샌드위치 제도’라 명명했지만 원주민들은 원래 이름인 하와이로 불렀다. 하와이는 5세기 무렵부터 폴리네시아인이 거주하기 시작한 제도(諸島)로, 8개의 주도와 100여개의 작은 섬들로 이뤄졌다. 1851년 -
[만파식적]에스프레소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06 00:05:0020세기 초반 유럽에 카페가 늘면서 커피가 빠르게 대중화됐다. 카페는 늘어나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보다 빨리 커피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1901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루이지 베제라(Luigi Bezzera)가 답을 내놓았다. 수증기압으로 신속하게 커피를 만드는 기계(머신)를 개발해 특허를 신청한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이 애호하는 진한 커피 에스프레소(espresso)는 이렇게 탄생했다. 에스프레소라는 말도 ‘빠르다(express) -
[만파식적]가디마이 축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05 00:05:00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남쪽으로 150km 떨어진 바리야푸르의 가디마이 신전. 이곳에서는 힌두교 여신인 가디마이를 기리기 위해 5년마다 축제 아닌 축제가 벌어진다. 가디마이 축제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26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디마이 신전을 세운 바그완 초우드하리는 가디마이 여신이 그를 감옥에서 풀려나게 해주고 번영을 가져다주는 대가로 피를 원한다는 꿈을 꿨다. 여신은 인간의 희생을 원했지만 바그완은 동 -
[만파식적]일각고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04 00:05:00북극의 원주민 이누이트족에게는 일각고래와 관련된 오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어느 날 이누이트족의 한 여인이 바다로 나가 작살로 일각고래를 잡으려다 밧줄이 허리에 감기는 바람에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 일각고래로 변했다는 얘기다. 일각고래의 긴 뿔도 여인의 머리카락이 꼬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일각고래의 영어 명칭인 ‘나월(Narwhal)’이 고대 북유럽어 ‘시체(nar)’와 ‘고래(hvals)’에서 유래한 것이나 살 -
[만파식적] 몰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03 00:05:001565년 오스만튀르크의 술탄 슐레이만이 최정예 전사 7만명을 이끌고 이탈리아 남쪽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를 향해 진격했다. 성 요한 기사단을 치기 위해서였다. 기사단은 십자군전쟁 이후에도 스페인의 카를로스 5세로부터 영지로 받은 몰타를 근거지 삼아 이슬람세력을 괴롭히고 있었다. 더욱이 터키 영향권이던 북아프리카에까지 손을 뻗쳐 술탄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당시 몰타 병력은 기사단과 원주민 등 수천명에 -
[만파식적] 카세롤라소(cacerolazo)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2.02 00:05:00지난달 중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이탈리아광장에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만명의 시위대는 냄비 등을 두드리고 국기를 흔들며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이 기폭제가 돼서 연일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당초 예정됐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취소됐다. 냄비를 동원한 시위는 올 들어 에콰도르·볼리비아·콜롬비아 등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중남미 국가에서 -
[만파식적]가림페이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29 00:05:00브라질 마나우스에서 남서쪽으로 460㎞ 떨어진 열대우림에서 장정 4명이 벌목작업을 하고 있었다. 농장을 만들기 위해 땅을 일구던 어느 날 일행 중 한 명이 빛나는 돌조각을 하나 발견했다. 잘 닦아서 보니 금이었다. 주변을 살피던 일행은 금덩이 몇 개를 더 주운 뒤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약속했다. 비밀은 깨지라고 있는 법. 한 명이 술김에 횡재한 사실을 자랑했고 이곳은 곧 금을 캐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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