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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정어리 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28 00:05:00인구통계학자 미셸 플랑은 ‘최대장수지수’를 개발하기 위해 100세 이상 노인이 많이 사는 지역을 지도에 표시했다. 그가 파란색 동그라미를 친 지역은 ‘블루존’이라 불렸는데 이후 ‘장수마을’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됐다. 블루존 중 한 곳인 이탈리아 사르데냐는 언덕이 많고 가팔라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지 않다. 척박한 땅인 샤르데냐가 장수마을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염소 젖과 포도주, 그리고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한 -
[만파식적] 프레스코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27 00:05:00로마 여행에서 꼭 봐야 할 게 있다면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과 가톨릭 교황국 바티칸이다. 콜로세움에서는 기원 80년께에 세워진 5만명 수용 경기장의 웅장함에, 바티칸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온갖 미술품에 관광객들은 혀를 내두른다. 역대 교황들은 자신의 권위를 높이고자 진귀한 미술품은 다 끌어모았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에 그려진 ‘천지창조’는 바티칸 미술품의 백미다.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직접 -
[만파식적]부건빌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26 00:05:00몇 해 전 세계 2위 광산업체인 호주의 리오틴토가 파푸아뉴기니 내전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의혹이 호주의 한 방송사에 의해 폭로됐다. 리오틴토가 1996년 자회사인 부건빌코퍼를 통해 파푸아뉴기니 정부군이 부건빌의 반군세력을 유혈 진압하도록 사주했다는 것이다. 당시 부건빌 주민들은 구리광산에서 나오는 이익이 중앙정부와 리오틴토에만 돌아간다며 무장투쟁을 벌였지만 결국 2만여명의 주민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 -
[만파식적]카드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25 00:05:00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평생 노란색을 좋아했다. 그가 그린 수련 연작, 해바라기, 파라솔을 든 여인 등의 작품을 보면 따뜻하고 포근한 노란색이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모네가 쓴 노란색 물감은 카드뮴 옐로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나온 황화카드뮴이 불순물 함량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물감을 만들어낸다. 카드뮴과 산소족 화합물을 이용해 만든 카드뮴 옐로, 카드뮴 레드, 카드뮴 오렌지 등의 물감은 코발트나 -
[만파식적] 올림픽 후원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22 00:05:001997년 5월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김운용 IOC 위원, 이건희 삼성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사장이 모였다. 올림픽 파트너(후원사) 계약을 하기 위해서다. 공식 행사에서 사마란치 위원장과 이건희 회장이 배석한 가운데 김운용 위원과 윤종용 사장이 글로벌 후원사를 뜻하는 ‘TOP(The Olympic Partner)’ 계약서에 서명했다. 당시 미국·일본기업들이 독점해온 ‘TOP’ -
[만파식적] 벨라루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21 00:05:00한때 ‘백러시아(White Russia)’로 불렸던 나라의 공식 명칭은 벨라루스 공화국이다. 벨라루스는 하얗다는 뜻의 ‘벨’과 민족 명칭 ‘루스’의 합성어다. 흰 피부와 회색 눈동자를 지닌 벨라루스인들은 하얀색을 좋아해 흰옷을 즐겨 입고 집 벽도 하얗게 칠했다. 유럽 동부의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폴란드·우크라이나·라트비아·리투아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해안선이 전혀 없다. 폴란드·러시아·독일 등의 지배를 거친 벨 -
[만파식적] 마세라티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20 00:05:00럭셔리세단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마세라티는 1914년 12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마세라티 가문의 다섯 형제가 창설했다. 이들 모두 자동차 산업에 몸담고 있었는데 레이싱드라이버이자 기술자였던 알피에리가 있었기에 마세라티의 탄생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오피치네 알피에리 마세라티’라는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탈리아 명품 수제차량인 이소타프라스키니의 차량을 레이싱카로 개조하는 일을 했다. 1926년 100% 자체 기술로 -
[만파식적] 통금
오피니언 사설 2019.11.18 00:05:00“청소년 여러분 밤이 깊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습니다.” 38년 전 밤마다 10시가 되면 라디오에서 귀가를 종용하는 여자 성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1시 30분에는 막차와 택시를 잡으려는 이들로 거리가 야단법석이었고 자정에는 사이렌 소리와 방범대원들의 호각소리가 요란했다. 야간통행 금지가 시작된 것이다. 통금 이후에는 여관으로 간 ‘간 큰’ 연인들이 있는가 하면 술집 문을 잠그고 밤새 퍼마시는 술꾼 -
[만파식적]산마르코대성당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15 00:05:00신약성경 마가복음의 저자로 알려진 산마르코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포교를 하다 순교했고 그의 유해는 그곳 성당에 묻혔다. 세월이 흘러 알렉산드리아를 정복한 이슬람 세력은 그곳에 이슬람 성전을 지었고 그 과정에 건축자재가 모자라자 기독교 성당의 자재를 뽑아 충당하도록 했다. 그 성당은 산마르코의 유해를 보관했고 이를 안 몇몇 베네치아 상인은 산마르코의 유해가 이교도에게 훼손될 것을 두려워해 베네치아로 옮 -
[만파식적]파텍필립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14 00:05:00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연합군에게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중국에 전시물자를 공급하려고 했으나 일본군의 포위망을 뚫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티베트를 통한 우회로를 확보하기 위해 2명의 장성을 달라이라마에게 보내 친서와 함께 작은 나무상자를 전달했다. 여기에는 윤달까지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명품시계 ‘파텍필립’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달라이라마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 -
[만파식적] 리옹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13 00:05:00유럽에 흑사병이 유행하던 1643년, 프랑스 리옹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신성한 곳’으로 여겨지던 푸르비에르 언덕으로 올라갔다. 성모 마리아에게 자신들을 보호해달라고 빌기 위해서다. 무탈하다면 언덕 꼭대기에 마리아 조각상을 만들어 기리겠다는 약속도 했다. 간절한 기도 덕분인지 고통 받은 사람이 거의 없이 흑사병이 지나갔다.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1852년 마리아상이 드디어 완성돼 제막식이 치러진 12월8일 리옹 시 -
[만파식적] 핑크 타이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12 00:05:002004년 우루과이 대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좌파 대통령이 당선됐다. 당시 뉴욕타임스 남미지국장이었던 래리 로터는 좌파 정권 등장을 ‘핑크 타이드(Pink Tide)’라고 표현했다. 번역하면 ‘분홍 물결’이다. 당시 남미에서 온건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 잇따라 집권한 현상을 뜻한다. 공산주의 물결을 뜻하는 ‘레드 타이드(Red Tide)’와 구별해 이렇게 이름 붙였다. 1999년 베네수엘라에 우고 차베스 정권이 출범한 뒤 2014 -
[만파식적]제임스 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11 00:05:001955년 9월30일. 시속 180㎞로 캘리포니아 국도를 달리던 포르쉐 550 스파이더가 마주 오던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운전자는 캘리포니아주 레이싱 대회에서 아마추어 2위를 할 정도로 실력 있는 카레이서였지만 끔찍한 충돌에 목을 크게 다치며 앰뷸런스 안에서 눈을 감았다. 청춘과 반항의 아이콘이자 ‘원조 오빠’ 제임스 딘. 그는 ‘자이언트’ 마지막 촬영 후 24세에 이렇게 불꽃 같은 삶을 마감했다.딘은 원래 단역배우 -
[만파식적] 브란덴부르크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08 00:05:00중세 이후 독일은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신성로마제국 아래 수백 개의 나라로 갈라져 있었다. 프로이센도 독일 통일을 꿈꾸는 연방국가 중 하나였다. 1734년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는 브란덴부르크 일대를 프로이센 왕국으로 승격시킨 후 수도 베를린을 둘러싼 새로운 성벽 건설을 지시했다. 시가지와 외곽을 연결하는 18개의 문이 만들어졌는데 브란덴부르크문이 그중 하나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는 북유럽의 강국으로 성 -
[만파식적]보이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1.07 00:05:001990년 2월14일 명왕성 부근. 태양계 밖을 향해 여행하던 보이저(voyager) 1호가 지구로 방향을 돌렸다. 지구에서 보낸 지 6시간이나 걸려 받은 신호에 따라 지구를 조준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사진 속에는 0.12픽셀의 보일까 말까 한 점이 광활한 우주 속에 먼지처럼 박혀 있었다. 1픽셀의 한 변이 0.26㎜이니 볼펜으로 살짝 찍은 듯한 0.02㎜의 점이 바로 지구였다. 먼지처럼 작은 지구, 그 속에서도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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