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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물가전망, 중앙은행 금리결정에 도움"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06.18 17:40:27중앙은행이 개별 기업의 물가 전망을 파악하면 통화정책이 실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경우 조사 대상이 되는 기업을 무작위로 추출하는 것보다 분야별로 가격결정력을 갖는 대표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양충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18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측정된 기대가 화폐 비중립성에 대해 무엇을 시사할 수 있는가(what can measured beliefs tell us about monetary non-neutrality)’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양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이 가진) 정보를 습득한 뒤 측정하면 화폐 비중립성의 정도가 2배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화폐 비중립성은 물가와 같은 통화 변수가 실물경제 충격에 따라 변하는 상황을 의미하는 경제학 용어다. 기업들의 가격 전망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각 실물 변수가 물가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2배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양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이 실제 물가에 미치는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작위로 추출된 표본이 아니라 가격결정력을 가진 산업별 기업의 가격 전망을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기업이나 가계의 경우 경제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가격을 전망하기 때문에 기대 인플레이션과 실제 물가 변화의 상관성이 부정확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가격결정력을 가진 기업은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상품 가격을 설정해 정확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렸다. 엄상민 경희대 정경대학 교수는 공식 국내총생산(GDP) 통계 측정 과정에서 생산성 증대가 과소 측정돼 결과적으로 ‘누락된 성장(missing Growth)’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시장 점유율 접근법’을 통해 성장률을 새로 확인한 결과 한국의 경우 연평균 0.57%포인트의 성장률이 누락됐다는 설명이다. 엄 교수는 “누락된 성장의 경우 경기 변동에 따라 더 크게 변하며 인플레이션 변동성을 높인다”며 “측정되지 않은 GDP 변동성을 고려해 인플레이션 안정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승기 퍼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통화정책과 정부회계 사이의 상호작용(Monetary-Fiscal Interaction in the United States)’이라는 논문을 통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펼칠 때 정부가 지출을 줄이거나 세수를 늘리는 정책을 쓸 경우 정책 효과가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
빨리 내리면 물가자극, 놔두면 경기둔화…7월 금통위가 '금리인하 분수령' 될 듯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06.18 17:37:39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 간담회를 개최한 18일 한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너무 빨리 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내몰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한은이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전직 한은 고위 관계자도 “필수 소비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게 되면 수요가 증가해 물가 하락 압력이 둔화할 수 있다”며 “지금의 금리 상황이 서민들에게 고통스럽고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제적으로 나서기에는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같은 상황은 한은 물가동향팀이 내놓은 ‘BOK 이슈노트 보고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물가 수준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포함해 소득 수준이 비슷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품목별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의류·신발 및 식품 비용은 OECD 평균의 각각 1.6배였고 주거비는 1.2배였다. 예를 들어 사과값은 OECD 평균의 3배에 육박했고 티셔츠와 남성 정장은 2배가 넘었다. 반면 전기·수도·가스와 같은 공공비용은 OECD 평균의 0.6배에 불과했다. 한은은 사과 같은 농산물 가격이 비싼 것은 수입 개방 제한에 따른 구조적 측면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한은은 생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공급 채널 다양화와 유통구조 개선, 공공서비스 공급 지속 가능성 확보 등을 제안했다. 대신 공공요금 가격을 올리면 취약 계층의 소비 여력이 3%가량 낮아지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가 이날 이례적으로 농산물 수입 확대와 유통망 개선을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은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내용이지만 한은의 금리 정책만으로는 물가를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수요 관리는 중앙은행의 금리 조절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타당하고 공급 충격 측면에서는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많다”며 “특히 구조적인 가격 상승은 주로 공급 측면에서 기인하는데 이런 데에서는 정부가 유통망 관련 대책을 세우거나 스마트팜 육성 등 농업 부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단기적으로는 수입 물량 확충이나 할당관세 등을 통해 공급 충격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농축수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통화 정책 전환 타이밍이다. 각종 제도 개선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제적인 금리 인하 시 물가가 더 뛸 수 있다. 하지만 물가가 지금처럼 예상대로만 내려온다면 하반기 중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다. 한은이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피벗을 바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시점을 잡는 게 관건이다. 앞으로 남은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8월·10월·11월 네 차례다. 정책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공식 사전 예고가 필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7월 금통위가 중요할 수 있다. 이 총재가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신중하게 금리 인하 시점을 잡되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와 환율 변동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해결을 위해 한은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섣불리 내리면 물가가 다시 튈 수 있다”며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경우 변수가 줄기 때문에 한은이 바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입 물가가 낮아야 국내의 전반적인 물가도 낮아진다”며 “환율이 낮아질 때까지 한은이 관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최근 수요 측 물가 상승 요인이 다소 줄어든 만큼 금리 인하를 고려할 만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 시점이 너무 늦어지면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고통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경제 주요 이슈는 사실 물가보다 경기”라며 “많은 나라들이 오히려 금리를 인하해야 할 상황인데 한은 총재도 물가가 아니라 경기를 언급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분석했다. -
[여명] 금리인하 논의, 과속 말아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6.18 17:36:16아서 번즈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973년 10월 4차 중동전쟁이 터지면서 원유 값이 치솟자 연준에 지시를 하나 내렸다. 석유와 에너지 관련 제품을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빼라고 한 것이다. 당시 배럴당 2.9달러였던 국제유가는 2~3개월 만에 4배가량 치솟았다. 직원들은 반발했다. 번즈는 “일시적인 공급 문제이기에 인플레이션의 기저 흐름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했지만 석유와 에너지는 CPI의 11%를 차지했다. 번즈는 한 술 더 떴다. 식품 가격이 급등하자 1972년의 엘니뇨(동태평양의 바다 온도 상승)를 지목했다. 엘니뇨가 비료와 사료 가격을 높였고 이것이 돼지고기와 쇠고기·닭고기 값을 뛰게 했다는 논리였다. 연준은 식품 가격을 CPI에서 뺐다. 식료품의 CPI 비중은 25%였다. 그렇게 당국자들이 애용하는 근원물가가 탄생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 근원물가를 대중 앞에 소환했다. 그는 “근원물가가 2%대 초반으로 다시 내려와 있어 안정적”이라며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5월 국내 근원 소비자물가는 2.2%다.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가 2%니까 근처까지 왔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에서 반가운 소식이었을 터다. 문제는 누구도 근원물가로 생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월 평균 지출에서 식료품과 각종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2.8%다. 근원물가는 당국자들의 머릿속에 있을 뿐 현실은 다르다. 사과와 대파가 4월 총선의 희비를 갈랐다는 분석이 허투루 나온 게 아니다. 국민들이 느끼는 높은 물가와 팍팍한 삶은 근원물가가 아니라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포함한 헤드라인 물가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임금만 해도 8개 분기째 마이너스다. 2000만 월급쟁이들은 앉아서 돈을 까먹고 있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대통령실의 낙관과 달리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했다. 인하율은 낮췄지만 연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물가가 안정적이라면 ‘세수 먹는 하마’인 유류세 인하부터 중단해야 옳다. 가격 개입도 마찬가지다. 이달부터 지원액을 줄인다지만 정부는 과일 값 안정에 2000억 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했다. 식품 업체 팔을 비틀어 가격 인상도 막았다. 정부 개입은 전방위적이어서 CJ나 동원 같은 식품 기업부터 롯데리아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 배달 3사까지 관여했다. 한국전력 같은 공공기관은 요금 인상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얻은 물가가 5월 기준 2.7%(농산물·에너지 포함), 근원물가 2.2%다. 정부 입장에서는 서운하겠지만 화장을 지운 실제 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다시 번즈 얘기로 돌아가면, 그는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 역사상 최악의 연준 의장이 됐다. 근원물가라는 도구를 만들었지만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도우려던 번즈의 시도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을 불러오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경기 후퇴를 맞았다. 번즈가 남긴 유산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는 값비싼 대가를 치른다는 점과 정치적 독립의 중요성, 두 가지다. 지금은 금리와 관련해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다. 집값이 오르고 있고 환율도 걱정스럽다. 외부 요인 역시 변수다. 미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득세를 낮추는 대신 관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입 관세가 1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지금까지 자신이 봐왔던 것 중에 가장 크게 물가 상승을 일으킬 경제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근원물가도 최소 3개월 정도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 올 1~4월 2.3~2.5%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하반기에 1%대 중후반을 찍어야 연간 기준으로 2%다. 경기는 순환하고 금리 인하는 오게 돼 있지만 관련 논의는 이제 시작이어야 한다. 너무 늦어도 안 되지만 너무 빠른 금리 인하는 그동안의 성과를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 -
이창용 "체감물가 여전히 높아…유통 등 구조개선 필요"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06.18 14:00:00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둔화하고 있으나 식료품과 의류 같은 필수 소비자가격이 주요국 대비 높아 생활비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 요구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더 봐야 하며 한은이 독립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지나치게 빠른 금리 인하 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하면서도 통화정책만으로 물가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고민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관련 기사 2면 이 총재는 18일 열린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기자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는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높은 생활비 수준이 국민들이 (물가 상승률 둔화를)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라며 “어떤 구조 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해볼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의식주(의류·신발·식료품·월세) 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55% 높았다. 돼지고기와 감자, 티셔츠, 남자 정장 등의 물가는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농산물 수입확대와 유통망 개선 같은 근본적인 구조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한은의 주문이다. 이 총재는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최근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둔화를 감안할 때 5월 전망과 부합하는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목표 물가대로 수렴해나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수 측면의 물가 압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전기·도시가스요금 인상, 유류세 인하 조치 환원 가능성이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여러 분들이 금리에 대해 얘기한 것은 듣고 있지만 우리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청론직설] “환율이 좀 안정되면 유럽의 금리 인하 추세 따라가는 게 좋을 것”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6.17 18:06:32글로벌 통화 정책 전환(피벗) 시점을 둘러싸고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의 중앙은행은 이달 초 기준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었지만 미국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은 어느 길을 가야 할까.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인 김정식 전 한국경제학회 회장은 17일 “내수 침체로 서민들의 생활이 굉장히 어렵고 하반기로 갈수록 금융 부실이 커질 것”이라며 “환율이 좀 안정되면 유럽의 추세를 따라가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 정책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재정이 악화하는 만큼 건전성을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완화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은행 등이 이달 초 기준금리를 내리자 글로벌 금리 인하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경기가 호황이어서 기준금리 인하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 반면 유럽과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른 나라들은 침체가 심해 좀 빨리 내려야 할 상황이다. 유럽은 침체가 심하면 금융 부실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이 내리기 전에 금리를 내렸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면 강달러 때문에 환율이 올라가고 수입 물가가 높아지는 문제들이 생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기준금리를 5.25∼5.5%로 7회 연속 동결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낮아져야 금리를 내릴 수 있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대선이 11월에 있지만 연준이 정치적으로 독립돼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유가는 중동 전쟁이 소강상태인 데다 하절기여서 안정돼 있지만 11월 이후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또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기술 혁신이나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등으로 3%대로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국의 경기가 쉽게 식지 않아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고금리가 상당히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금융 정책을 어떻게 펴야 하는가. △한국은행은 미국이 금리를 내린 후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 물가는 2%대로 낮지만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요인, 농산물 가격 오름세에다 유가 상승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특히 환율이 높아져 수입 물가가 오르는 것을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 문제는 내수 경기 침체로 우리 서민들의 생활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인해 저축은행 등의 금융 부실이 하반기로 갈수록 커질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수요견인형이어서 금리를 높이면 수요가 안정된다. 우리나라는 비용상승형으로 유가나 환율 등이 낮아져야 물가를 잡을 수 있지, 금리를 높여 잡는 건 쉽지 않다. 고금리가 직간접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는 측면이 있지만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린 뒤에 내릴 것이냐, 유럽의 금리 인하를 따를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부동산 PF, 자영업 부채 등 금융 리스크에 대한 대응 방법은 없는가. △내수 부양 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 금리를 조기에 내리든지, 재정을 푼다든지, 부동산 관련 세제를 유연하게 하든지 여러 방법들이 있다. 부동산 세제는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재정 정책을 쓸 수 있는 환경은 좋아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가 2020년에 코로나19 사태로 5.8%였는데 지난해 3.9%로 낮아졌다. 3%대의 수준은 여전히 높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괜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재정을 확대하더라도 저성장과 고령화 추세로 세수가 줄고 복지 수요는 늘어나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이 장기적으로 악화하는 게 불가피한가. △우리나라는 공무원, 공기업 직원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퇴직하도록 돼 있다. 노후 소득이 거의 준비돼 있지 않다. 이러니 근로자는 퇴직 후를 감안해 임금을 많이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기업은 조기 퇴직으로 대응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조금 적게 받고 오래 근무하는 일본 방식과 다르다. 결국 50대에서 10년 동안 거의 소득 없이 지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공공 일자리 등으로 먹여 살려야 한다. 정부가 돈을 풀게 되니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주택값도 높아질 수 있다. 생활이 어려우니 임금도 오를 수 있다. 개방경제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환율 상승으로 살림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남미가 그런 경험을 이미 했다. 환율이 높아지면서 중진국의 문턱에서 무너지는 사태를 겪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2%대 붕괴가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잠재성장률은 새로운 기술 개발에 따른 생산성 향상, 인구 증가 등으로 높아질 수 있다. 인구 증가는 저출생으로 어려워졌다. 그러나 신기술 개발 여건은 거의 산업혁명 시대와 비슷할 정도로 좋아졌다. 전기차·배터리·바이오·드론 등에서 신기술들이 쏟아져 나온다. 반도체로 20년 동안 먹고살았듯이 신기술로 신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면 앞으로 20년 동안 잘 지낼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조선·철강·전자 등 주력 산업을 넘겨줬지만 새로운 산업을 찾지 못해 30년의 경기 침체를 겪었다. 우리도 주력 산업을 중국에 물려주고 신산업을 찾아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여건은 굉장히 좋은데 투자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신산업 육성을 지원할 수 있는가. △우선 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또 민간 기업이 기술 개발 리스크를 덜도록 도와야 한다. 신산업 정책을 쓰자는 것이다. 인력을 양성하자면 교육 체제 개편이 필요한데 의사 파업처럼 이익집단이 이익을 공동으로 취하기 위해 집단행동으로 이를 가로막는다. 제도를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이익집단의 영향을 받는다. 기술 진보를 이루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제도를 바꿔야 하지만 어렵다. 그래서 잠재성장률 높이기가 어렵다. 신산업 정책에 장기 비전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여소야대 상황이 지속되면서 법과 제도 개선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국회가 법을 통과시키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국민들이 정책을 쉽게 이해하도록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핵심 정책 브랜드를 만들 필요가 있다. -국가의 장기 비전은 왜 필요한가. △장기 비전이 있어야 국민들이 신뢰하고 동참한다. 기업도 미래가 밝아야 투자할 수 있다. 중국은 20년·30년의 비전을 가지고 강력하게 밀고나간다. 우리 정치권은 권력 쟁취, 정쟁에만 빠져 있다. 5년 뒤에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할 것도 아니라면서 신경 쓰지도 않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산업혁명의 호기가 찾아왔는데도 신산업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팔고 미국 주식을 사고 있다. 우리 경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고성장의 시기에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높게 세금을 매기거나 규제를 강화해도 고수익을 내고 수익률이 높으니 국내에 투자한다. 그러나 저성장 시기에는 법인세나 양도소득세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높게 과세하면 자금이 다 빠져나가 공동화하고 나라가 망하게 된다. -중국의 추격 속도가 너무 가파른 것 같다. △이미 중국이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기술을 추월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유통시장까지 중국에 먹히고 있다. 반도체 등 남은 몇 개의 기술도 금방 따라잡힐 것이다. 이제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적자를 낼 판이다. 미국의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미국은 고금리 정책을 펴면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고 무역 적자가 악화하기 때문에 금리를 내린 후 무역 적자 해결을 위해 보호무역을 강력하게 실시한다. 신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정치권은 정쟁만 벌이고 노동생산성은 낮아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근년에 많이 오르며 자산에 따른 빈부 격차도 굉장히 심해졌다. 그러면 결국 국민은 세금으로 해결해주는 ‘큰 정부’를 요구하게 된다. 4·10 총선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고 앞으로 대선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통 산업이 물러나고 신산업이 부상하는 전환기에 잘 대응하지 못하면 타격을 받는다. 그러나 잘 대응하면 미래가 굉장히 밝아질 수 있다. 우선 신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정책 브랜드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부의 불평등도 완화시켜야 한다. 부의 80%가 주택 등 부동산 형태로 있는 만큼 주택 가격 안정이 중요하다. 집값이 비싸지는 것은 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도심과 교외를 원활히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또 재정적 인플레이션도 경계해야 한다. 예전에 한은이 돈을 많이 찍어 화폐 인플레이션이 생겼고 그래서 한은을 독립시켰다. 지금은 재정을 확 풀면 경기가 좋아지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포퓰리즘적인 생각이 많이 퍼져 있다. ◆He is… 1953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클레어몬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동 대학 경제대학원 원장과 미국 하버드대 객원교수 등을 지냈다. 국제금융에 정통한 경제학자로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장, 국민경제자문회의 금융·국제분과위원장, 한국경제학회 회장,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
생활비 지원·우대금리…기업들, 보훈기부 자발적 동참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4.06.17 17:47:43국가보훈부가 추진 중인 기업 연계 보훈 사업에 기업들의 통 큰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부영그룹은 6·25전쟁 73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보훈 문화 확산을 위해 보훈부가 추진한 ‘제복의 영웅들’ 프로젝트에 흔쾌히 3억 원을 기탁했다. 현금 3억 원과 이중근 창업주가 펴낸 역사서 ‘6·25전쟁 1129일’ 5만 3300부를 기증했다. 부영그룹은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6·25 참전 유공자를 기억하고 제복의 영웅들이 존중받는 보훈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며 이 창업주를 대신해 기부의 뜻을 전했다. 기업들의 기부 동참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삼성복지재단은 올해 삼성드림클래스 학습 지원 사업에 1억 5000만 원, 유한재단은 저소득 독립유공자 후손 생활비 지원 사업에 5억 4000만 원, 자생의료재단은 영주 귀국 독립유공자 후손 임시 거주지 지원 사업에 4억 4000만 원, 한국해비타트는 주거 여건 개선 사업에 1억 2600만 원을 각각 기부했다. 해태제과는 ‘오예스 호국 보훈 에디션’을 출시한다. 서울지방보훈청과 손잡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스페셜 제품을 내놓는다. 6월 한 달간 20만 상자를 선보인다. 보훈부 캐릭터 보보와 해태 프렌즈 캐릭터들이 육·해·공·해병대 군복을 입은 모습이 디자인으로 활용된다. 해태제과는 수익 기금 일부를 보훈 가족을 지원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금융권도 보훈의 달을 맞아 군 상생 금융 패키지를 출시한다. 신한은행은 병역명문가 고객들에게 대출 관련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영업점 창구에서 병역명문가증을 제출할 경우 병역명문가 우대금리(0.5%포인트)를 받는 CSS 신용대출 상품을 신청할 수 있다. KB국민은행도 3일부터 KB 장병내일준비적금 금리를 기존 5.5%에서 6.2%로 인상했다. KB 나라사랑카드 사용·보유 시 우대금리 0.5%포인트 등이 더해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군 장병들과 병역명문가 고객들을 예우하고 존중하는 문화에 동참하기 위해 군 상생 패키지를 기획했다”면서 “앞으로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 및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주담대 변동 금리 오른다…코픽스 6개월 만에 소폭 반등
경제·금융 은행 2024.06.17 16:04:18변동형 대출상품의 준거 금리로 사용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6개월 만에 소폭 반등했다. 금리 인하 폭과 횟수에 대한 기대감이 희석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6%로 전달(3.54%)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던 금리가 6개월 만에 소폭 반등했다. 코픽스는 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KB국민·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 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 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5월 기준 코픽스가 오른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금리 인하에 대해 갖고 있던 기대감이 일정 부분 희석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 압력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당분간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신규 취급액 기준보다 변동성이 적은 잔액 기준 코픽스는 4월 3.76%에서 5월 3.74%로 0.02%포인트 하락했다. 신규 잔액 기준 코픽스는 3.17%에서 같은 기간 0.03%포인트 올랐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반등하면서 은행들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KB국민은행은 이날 코픽스 상승분을 반영해 18일부터 신규 코픽스에 연동되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를 기존 3.72~5.12%에서 3.74~5.14%로 변경해 적용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같은 날부터 신규 취급액 기준 주담대금리를 4.74~5.94%에서 4.76~5.96%로 인상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시간을 두고 코픽스 상승분을 변동형 대출금리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
후퇴한 6월 글로벌 피벗…美 이어 英·호주·스위스도 금리 동결 할 듯
국제 국제일반 2024.06.17 11:16:38세계 중앙은행들의 6월 글로벌 피벗(pivot·방향 전환) 시기가 밀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주 영국, 호주,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통신은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이번 주 영국, 호주, 노르웨이, 스위스 중앙은행이 같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통화정책회의 후 20일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도 14일 전문가 조사에서 응답자 65명 전원이 이달 BOE 금리동결을 기대했다고 보도했다. 8월 첫 금리인하 전망이 63명이고, 9월이 2명이었다 7월 4일 총선을 눈앞에 두고 금리를 조정하기는 부담스러운 데다가 물가 상승 압박도 아직 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금리 공표 전날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발표하는데 근원 물가 상승률이 3%가 넘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기관 피치 솔루션즈의 유럽중동 지역 리서치 대표인 피터 딕슨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먼저 금리인하에 나섰지만, 세계적인 금리 여건을 보면 BOE는 좀 더 기다릴 수 있다. 6주 더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 조사에서 18일 호주 중앙은행이 금리를 5회 연속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나왔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4월 물가 상승률이 예상 보다 높게 나와서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20일 금리를 동결할지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반반으로 갈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스위스는 3월에 물가 안정에 관한 자신감을 내세우며 전격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노르웨이는 같은 날 5차례 연속 동결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몇주 전까지만 해도 6월이 글로벌 피벗의 달로 꼽혀왔지만 이제는 다들 망설이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지난주 금리 동결 후 금융시장에서 첫 인하 예상 시점이 더 뒤로 밀렸다. -
[속보] 中, 정책금리 MLF 10개월째 동결…2.5% 유지
국제 경제·마켓 2024.06.17 10:44:10중국 인민은행이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10개월 연속 동결한다고 17일 밝혔다. MLF 금리는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에 기준이 된다. 오는 20일 발표 예정인 LPR도 동결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중국 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민은행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이 등을 감안해 시기가 지연되는 것으로 보인다. -
카시카리 총재 "美 금리인하 예측, 연말이 합리적"
국제 국제일반 2024.06.17 10:18:08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16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연말까지 기다렸다가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카시카리 총재는 이날 미국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플레이션이 2%로 다시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키기 위해 더 많은 증거를 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준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 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동결하고, 금리 인하 전망을 지난 3월 3차례에서 1차례로 낮췄다. 카시카리 총재는 "우리가 지금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시간을 갖고 인플레이션과 경제, 노동 시장 관련해 더 많은 지표를 얻을 수 있는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며 "한 차례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면 아마도 연말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카시카리 총재는 개인적으로 얼마나 많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연준이 2022년과 2023년 차입 비용을 공격적으로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고용시장 흐름을 보고 놀랐다면서 "완만하게 냉각된 이후 더 균형 잡힌 경제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5월 실업률은 4%로 2022년 3월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 직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연준의 기대치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카시카리 총재는 주택시장과 관련해 최선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당장 주택 소유를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실제로 더 나은 주택 구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는 것이며, 그 다음 경제의 공급 측면이 미국인들이 필요로 하는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개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국제경제캘린더] 美 소매·고용 지표 주목…英도 금리 ‘피봇’ 나설까
국제 경제·마켓 2024.06.16 18:29:17이번 주 시장은 미국의 소매·고용지표를 통해 경기 연착륙 시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 두 번의 금리 인하를 점치는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려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18일(현지 시간) 발표될 5월 소매판매 추정치는 전월 대비 0.3%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4월(0.0%)보다 수치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발표될 6월 2주(15일 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시장이 주목하는 지표 중 하나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23만 5000건으로 전월(24만 2000건)보다 소폭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움직임도 관전 포인트다. 20일 중국에서 인민은행 1년물과 5년물의 대출우대금리(LPR)를 발표한다. 중국에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LPR을 두고 시장에서는 동결(1년물 3.45%, 5년물 3.95%)을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영국도 이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최근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방향이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5.25%로 동결될 것으로 내다본다. ■17일(월) 중국 : 5월 소매판매 전년비 3.0%(2.3%) ■18일(화) 미국 : 5월 소매판매 추정 전월비 0.3%(0.0%) ■19일(수) 영국 :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비 2.0%(2.3%) ■20일(목) 미국 : 1분기 경상수지 -2068억 달러(-1948억 달러) 6월 2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23만 5000건(24만 2000건) 중국 : 1년 LPR 3.45%(3.45%) 영국 : 영국중앙은행 기준금리 5.25%(5.25%) ■21일(금) 일본 : 5월 CPI 2.9%(2.5%) -
“금리인하 가능” vs “인내심 갖고 긴축”…정부-한은 ‘힘겨루기’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06.16 17:38:04대통령실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히면서 통화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경기를 생각하는 정부와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는 중앙은행의 기조가 맞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부동산 시장과 환율 움직임을 염두에 두면서 신중히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이미 상당 부분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며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물가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이 최근 안정되고 있고 다른 국가도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에너지를 뺀 5월 소비자 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2%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타깃(2%)까지 내려왔다. 앞서 캐나다 중앙은행이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금리를 기존 5.00%에서 4.75%로 내렸고 유럽중앙은행(ECB)도 4.50%에서 4.25%로 0.25%포인트 낮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은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금리를 내리면 좋긴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과 8월, 10월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는 미국보다 앞선 7~8월에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영업자 지원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서다. 현재 정부는 소상공인을 위한 추가 대책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도소매 업종 고용이 월평균 3만 5000개가량씩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영업자 금융 지원과 함께 경쟁력이 낮거나 이미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자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담을 예정이다. 성 실장도 “실질적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내수 경제 회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질서 있는 PF 구조조정을 원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지금쯤 금리가 내려가야 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고물가와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자영업자 부채도 계속 늘고 있다”며 “PF 부실 처리는 금리가 높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의 입장은 다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 창립 제74주년 기념사에서 “완화 기조로의 섣부른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8일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도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며칠 만에 한은의 정책 방향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근원물가가 2%를 찍었다고 해도 통화 당국 입장에서는 이 같은 기조가 지속하는지 최소 3달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뛰고 있는 데다 물가와 환율도 변수다. 5월 농산물 물가는 19.0%나 올랐고 석유류 상승률(3.1%)은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5월 가계대출은 주택 거래 증가와 함께 6조 원이나 불었다. 광의통화(M2)만 해도 4월 평균 잔액 기준 4013조 원으로 처음으로 4000조 원을 돌파했다. 성장률 전망이 0%대인 유럽과 달리 한국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3%를 기록해 금리 인하 명분이 약하다는 측면도 있다. 대통령실이 하반기에 경기가 양호한 흐름을 탈 것이라고 한 것 자체가 선제적 금리 인하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금리 격차에 따른 고환율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분석 역시 끊이지 않는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미국과 금리 차가 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먼저) 내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시장에 혼란을 주는 발언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
대통령실 "韓, 금리인하 가능한 환경…하반기 경제 양호할것"
정치 정치일반 2024.06.16 11:30:24대통령실이 16일 “통화정책에 기준이 되는 일반물가 수준이 세계적으로 가장 안정화된 국가가 우리나라”라며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KBS와 인터뷰에서 통화정책에 핵심적 영향을 미치는 5월 근원 물가상승률이 2.2%로 내려왔다며 “근원 물가상승률이 안정화되고 있고, 다른 국가들도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라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성 실장은 올해 하반기 한국 경제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 실장은 “전반적인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 뿐 아니라 중국 등 주요 무역 대상국에서 수출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수출 개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통화정책도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내수 회복도 조금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질적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내수 경제 회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한 장바구니·외식 물가 불안 등으로 국민들의 경제 성과를 체감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통령실이 민생물가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해 유통구조, 무역구조 등 (물가를 안정화 할) 구조적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금이 올라서 외식물가에 반영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인위적으로 임금을 낮추는 형태는 접근할 수 없는 만큼 금융비용을 줄여줄여 주는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소상공인 지원책과 관련해선 “도저히 어려운 분은 원스톱 형태로 폐업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취약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이자 환급,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 조정 확대 작업은 계속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대출 갈아타기 등 금리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하는 상황에 대해선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성 실장은 “지급 능력과 연관해 보는 게 중요하다”며 “지급 능력상 크게 문제가 있는 걸로 보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세값 상승 등 부동산 시장 동향에 대해선 “아파트 전세값이 오르는 있는 건 사실”이라며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값 상승률은 4.86%로 아주 많이 올랐다고 보긴 어렵지만 계속 오르는 건 주의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아파트를 추가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문제, 비아파트 전세도 물량을 확보해주는 두 가지”라며 “결국은 전체적인 아파트 물량 높이려면 추가적인 아파트 물량 공급할 방안이 재건축과 연관돼 있다. 이 부분의 규제 이슈에 있어 보다 원활하게 재건축 이뤄지게 하는 것 역시 검토할 필요 있다”고 했다. -
수년만에 내린 유로존 금리…외신 초점이 한국과 다른 이유? [Datareport]
국제 경제·마켓 2024.06.15 07:00:00“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4.5%에서 4.25%로 인하했다.” 지난 6일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결정되자 국내 언론들은 이 같이 보도했습니다. 아마 국내 주요 언론들 대부분이 비슷한 문장을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추가 설명이 따라오긴 합니다. 하지만 대체로 비슷하게 초점을 잡았습니다. 같은 사안인데 외신들이 쓴 표현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미국의 대표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쓰인 기사입니다. “The ECB said it would reduce its key interest rate to 3.75% from 4%.” ECB가 금리를 4%에서 3.75%로 내렸다고 밝혔다는 것이죠. 금리 인하를 전달하는 것은 같지만 적시된 숫자가 다르다는 걸 아시겠나요? 파이낸셜타임스(FT), 뉴욕타임스(NYT) 등 기사도 WSJ와 비슷합니다. 대부분 4%에서 3.75% 내렸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전달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것일까요. 이 같은 시선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사실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닌 거 같습니다. 숫자 0.50%포인트(p) 차이가 뭐 큰 의미가 있을까라고 싶기도 한데요. 하지만 단순하게 보이는 숫자뒤에는 유럽 대륙을 둘러싼 금융 환경의 변화가 담겨있기도 합니다. 유럽 금리를 살펴보게 된 이유입니다. ◇기준금리? 우선 기준금리부터 알아보죠.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펼칠 때 쓰는 정책(적인) 수단입니다. 한국은행(중앙은행) 같은 곳들이 나라마다 있는데 이곳에서 자기네 경기 사정에 맞게 돈의 양, 가격을 조절하기 위해 동원하는 수단이 이 금리입니다. 기준금리가 곧 정책금리인 이유입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정하면 즉각 영향을 주는 분야는 단기자금시장입니다. 단기, 말 그대로 짧은 시간을 두고 거래되는 시장입니다. 가령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잠깐 자금을 조달해서 쓰는 형식이 될 수 있겠죠. 중앙은행이 정한 기준금리는 단기자금 시장에 먼저 파급을 끼치게 되고 이후 줄줄이 뒤에 엮여있는 돈줄이 영향을 받으면서 일반 대중들이 흔히 접하게 되는 이자율이 움직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준금리는 단기금리라는 점입니다. ◇해외는 ‘기준금리’ 어떻게 쓰나? 한국에서 기준금리라고 불리는 것을 영어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주요국 중앙은행, 유력 언론들의 기사 등을 보면, base rate(기준금리), policy rate(정책금리), interest rate(이자율), key rate(핵심금리), central bank rate(중앙은행금리) 등이 표현이 쓰입니다. 미국은 연방기금금리(fed fund rate)로 표현되는 것이 우리가 인식하는 기준금리입니다. ECB는 자신들 정책금리를 ‘key interest rate’라고 소개합니다. ECB가 다소 독특한 것은 key rate가 세 부류로 나뉜다는 점인데요. MRO(Main Refinancing Operations, 재융자금리), DFR(Deposit Facility rate, 시설수신금리), MLR(Marginal Lending Rate, 한계대출금리)이 ECB의 key rate로 불리는 것들입니다. 말이 조금 어렵긴 한데요. 이들이 가지는 각기 적용되는 방식이 다릅니다. DFR과 MLR의 경우 일반은행이 ECB(중앙은행)에 돈을 맡기거나(DFR, 수신금리), 빌릴 때(MLR, 대출금리) 적용되는 이자율입니다. 하루짜리 거래들입니다. MRO는 일반은행이 ECB와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할 때 적용되는 금리입니다. RP(Repurchase Agreements)라는 건 일정 기간(보통 7일)을 두고 다시 사들이거나 넘긴다는 조건 아래 거래되는 채권을 뜻합니다. 이 세 가지 중 우리에게 기준금리로 번역되는 것이 바로 MRO입니다. 국내 경제금융기관 대부분은 이를 기준금리로 쓰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들도 이런 상황에 맞춰 보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주요국들의 ‘기준금리’ 인하가 최대 관심사인 만큼 관련 기사들도 기준금리, MRO를 우선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왜 MRO가 기준금리? 그런데 왜 ‘MRO=기준금리’가 됐을까요. 한 가지 ‘유력설’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작동 방식과 유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7일물 RP를 거래를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한국은행이 시중 자금을 조절하기 위해 RP를 사들이거나 팔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적용되는 금리가 곧 한국은행 기준금리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에 맞춰 RP를 거래하게 되면 단기시장의 이자율이 이 수준으로 맞춰지게 됩니다. 이것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작동되는 논리입니다. 다시 ECB로 돌아가죠. 세 가지 정책 금리 중 MRO가 7일물 RP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라고 앞서 언급한 바 있는데요. 즉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가장 유사한 구조가 MRO인 셈이죠. 그렇다 보니 MRO가 한국에서 기준금리로 번역되고 있다는 ‘유력설’이 있습니다. ◇MRO=기준금리, 번역의 문제? 하지만 단순 번역만의 문제로 보긴 힘들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면 실제 MRO는 유로존 단기시장에서 주요 금리로 작용해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앞서 유로존 정책금리는 세 가지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제가 생각할 때 가장 눈여겨 봐야 할 특징은 이들 세 금리가 다른 수준으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각각 금리 레벨 수준으로 하단-중단-상단을 이루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가령 이번 ECB 회의에서 결정된 금리를 한번 보시죠. ▲DFR 수신금리 3.75% ▲MRO 한계대출금리 4.25% ▲MLR 기준금리 4.50%입니다. 이자율 수준에서 보면 가장 밑에 3.75%의 DFR(하단)이 있고 그 윗단에 차례대로 MRO 4.25%(중단)-MLR 4.50% (상단)로 쌓아 올리는 것과 같죠. 이런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단기자금 시장에서 돈을 구하러 나섰다고 단순하게 가정해봅시다. A은행이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릴 경우 자급해야 하는 이자는 3%입니다. 그런데 B은행은 A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신 5% 이자를 달라고 합니다. 그럼 A은행 반응은 어떻게 될까요. B은행의 이자율은 시장에서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겁니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 계좌에 돈을 넣어두고 이자를 받아가는 경우를 생각해보죠. 중앙은행이 예금이자에 3%를 제시하는데 B은행이 2% 주겠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 구조를 정리하면 ECB의 정책금리 중 수신금리인 DFR과 대출금리인 MLR이 단기시장 금리에 바닥과 천장이 되는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단기시장 금리는 이들 중앙에 있는 MRO 수준으로 맞춰지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시장의 시스템이 굴러가게 되면 당연히 MRO가 핵심 금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위의 ‘ECB 통화정책 작동방식’ 그래프를 보면 이해하기 조금은 더 쉽습니다. X축은 돈의 수량(Q), Y축은 돈의 가격(P), 곧 이자율입니다.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만나는 지점이 있죠. ‘공급1’의 곡선과 수요 곡선이 만나는 지점 검정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이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단기시장의 금리입니다. 이 수준이 곧 MRO(재융자금리, 기준금리) 수준이라는 의미로 생각하면 됩니다. 이를 두고 조금 어려운 말로는 코리더(Corridor)라고 하는데요. 우리말로 표현하면 ‘금리 회랑’ 정도가 되는 거 같습니다. 즉 중앙은행이 설정한 범위(회랑) 내에서 금리 수준이 맞춰지는 방식이라는 뜻입니다. ◇외신, DFR을 벤치마크로 쓴다…왜 그런데 외신들이 ‘헤드라인’으로 뽑은 ECB 금리는 DFR, 즉 우리식으로 말하면 수신금리입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의 경우 유로존의 ‘벤치마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금리보다 수신금리를 더 주목하는 셈이죠. 왜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예전과 금융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돈이 굴러가는 상황이 바뀌면서 통화 정책이 작동하는 시스템 또한 예전과 같지 않게 된 것이죠. 이 과정에서 DFR 수신금리가 중요한 잣대가 됐습니다.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입니다. 이때 ECB 등 중앙은행들은 막대한 규모로 돈을 풀기 시작합니다. 꺼지는 경기를 살리려는 정책이죠. 주목할 것은 이 과정에서 은행들도 보유하는 자금 또한 늘어나게 됐다는 점인데요. 이렇게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은 시장 금리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자신의 주머니에 돈이 적지 않게 쌓여 있는데 밖에서 힘든 노력을 들여가며 돈 구하러 다니는 일이 이전보다 줄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시장금리는 자연스럽게 유로존 정책금리 하단인 DFR 즉 수신금리에 맞춰지게 되는 것입니다. 위의 ‘ECB 통화정책 작동방식’ 그래프를 다시 보시죠. ‘공급1’은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던 과거 시기입니다. 이제 유동성이 늘어난다고 생각해봅시다. 돈의 공급이 ‘공급1’에서 ‘공급2’로 우측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수요 곡선와 만나는 점도 ‘빨간색’으로 옮겨지게 됩니다. 결국 이 단계를 거치며 떨어지는 시장금리는 DFR에 맞춰진다는 뜻입니다. 중앙은행이 타깃으로 수준으로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면 될 거 같습니다. 금리가 하단 바닥으로 향하는 이런 시스템을 ‘플로우(Floor)’라고 합니다. 현재 유로존이 굴러가는 주요 작동 구조입니다. 실제 ECB 유로단기금리(ESTR)는 13일 기준 약 3.6% 수준입니다. 한동안 약 3.9%에서 움직이다 3.6% 부근으로 떨어졌습니다. ECB가 결정한 DFR 수신금리가 4%→3.75%로 인하된 것과 같은 흐름을 보이는 것이죠. 정리하면 지금의 유로존 단기시장 이자율은 DFR 수신금리로 맞춰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에서 기준금리는 곧 단기금리라고 언급한 적 있죠. 이를 종합하면 현 유로존에서 실질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금리 기능을 하는 것이 DFR 수신금리인 셈이죠. 금융 시장 관심이 DFR로 모여지는 것은 이런 논리입니다. 외신들이 DFR 수신금리를 헤드라인으로 뽑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유로존 마이너스 금리, ‘기준금리’가 아니다? 혹시 ‘마이너스 금리’라고 들어본 적 있나요. 이자가 마이너스(-)라는 것인데요. 쉽게 생각하면 은행에 돈을 맡겼는데 은행이 예금자에게 이자를 주지 않고 보관료를 내라고 하는 꼴입니다. 설득이 잘 안되죠. 하지만 이런 무모한(?) 정책을 시도한 지역이 바로 유럽, 유로존입니다.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선언한 것은 2014년입니다. 사실 경제학에서는 ‘제로금리하한’(ZLB)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명목)금리가 0% 밑으로 내려갈 수 없다는 뜻인데요. 이렇게 금리 하단을 뚫어버린 정책을 곧 마이너스 금리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얘기를 왜 하나면, 당시 ECB가 정책 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끌고 내려간 것이 바로 지금의 수신금리 DFR입니다. 유럽은 2008년 금융위기-2010년대 남유럽 재정위기 등을 거치면서 크게 흔들리게 되는데요. 이때 ECB가 나섭니다. 침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풀기 시작하는 것이죠. 하지만 당초 생각했던 만큼 경기 회복이 쉽진 않았던 거 같습니다. 중앙은행이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이 돈들이 실물 경제 영역으로 잘 전달이 되지 않았던 것이죠. 경제가 안 좋은데 큰 리스크를 감내하기 보다 차라리 중앙은행에 맡겨서 적은 이자라도 받겠다는 생각이 컸던 거 같습니다. 이때 중앙은행이 생각해낸 것이 수신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 것입니다. 중앙은행에 돈 넣어두지 말고 기업 등 돈이 필요한 곳에 지원에 나서라는 의미입니다. 논란도 상당했습니다. 전통적인 경제 관념과는 크게 어긋난 것이기 때문이죠. 은행 수익구조를 박살 낼 것이다, 경제 거품만 일으킨다, 외환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다 등과 같은 지적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여러 논란 속에서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는 2022년 막을 내립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ECB는 그들의 실험을 접고 맙니다. (참고로 올해 일본을 끝으로 전 세계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종료를 알렸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실험, 그 결과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는 거 같습니다. 생각보다 은행 수익에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자산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여기서 하나씩 다 언급하진 않으려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경제학자들은 수십페이지의 논문을 써내고 있습니다. 이애 위, 아래 일부 그래프들을 참고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럽 은행의 주가 지수와 유로존 GDP 추이 등입니다. 다만 큰 논란 속에서도 통화 정책의 수단을 늘렸다는 의미는 확실히 있는 거 같습니다. 미 연준도 한때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검토했다고 합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지죠.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자신의 책 ‘21세기 통화정책’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심스러운 사정을 모두 이해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를 아예 논외로 치부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략)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마이너스 단기금리를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면 연준이 QE(양적완화)나 다른 방법을 통해 장기금리를 아주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일이 예상 외로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유로존 금리 작동은? 그렇다면 ECB 통화 정책 구조는 향후에도 지금과 같을까요. 당연히 단언하기 힘들겠죠. 다만 금융시장 환경이 또 바뀌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은행들이 쌓아둔 이른바 초과유동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블룸버그를 보면 ECB의 초과유동성 규모는 올 3월 기준 약 3조 5000억 유로 수준으로 집계됩니다. 2022년 4조 7000억 유로 수준에서 떨어진 것이죠. 아래 그래프는 이런 상황을 보여줍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아직 상당한 수준인 것은 맞습니다. 급작스러운 변화가 있을 거 같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유동성 변화에 따라 ECB 역시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
"여보, 돈 미리 어디 넣을까"…금리인하기 목돈 만들기 [이예원의 똑똑한 주부 재테크]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4.06.15 07:00:00최근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자신을 살게 해준 구원자인 선재를 구하고 사랑을 얻는 극중 주인공을 보며 필자는 ‘금리’가 떠올랐다. 금리 역시 나의 돈을 구할 핵심 키(Key)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유로화 사용 20개국(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요 정책금리를 25bp 인하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우선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인데, 이러한 기조를 따라 미국도 9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12월까지 연내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역시 국제 경제의 추세에 따라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리가 내려가면 어떤 재테크를 하는 것이 좋을까. 금리와 주식, 채권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금리와 주식, 채권의 관계는 ‘역’의 관계이기 때문에, 이 필연적 관계를 잘만 활용하면 ‘금리 업고’ 내 돈을 관리하는데 적절히 써먹을 수 있다. 보통 현 경제 상황처럼 금리 하락이 예상되면, 주식과 채권 가격의 수익률이 상승한다. 금리가 인하되면 대출금리도 역시 하락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도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적금의 금리가 인하되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그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주식이나 채권의 인기가 높아지는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금리인하기에는 예·적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주식이나 채권의 투자 비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예금과 적금에 모든 돈을 묶어두었다면 금리 인하기를 맞아 채권과 주식에 포트폴리오 분산은 어떨까. ■장단기 채권을 적절히 분산한 바벨 전략으로 채권 투자 시작해보자! 바벨전략(Barbell Strategy)은 흔히 헬스장에서 볼 수 있는 역기를 의미하는데, 바벨을 자세히 보면 양쪽 끝의 추에만 무게가 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채권 투자에서의 바벨 전략도 동일하다. 중간이 아닌 양 극단에 무게가 있는 것처럼 중간은 과감히 버리고, 양쪽 극단적인 성질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즉, 바벨 전략은 중기채를 제외한, 장기채와 단기채에만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채권에 활용한다면, 유동성이 낮고 금리가 높은 장기채권과 유동성이 높고 수익률이 낮은 단기채권을 함께 구성할 수 있다. 장기와 단기채권을 배분하면 유동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다. 채권의 경우 만기가 언제 인지, 즉 잔존기간에 따라 그 수익률이 달라진다. 장기 채권의 경우 만기까지의 채권가격 변동위험이 큰 편으로, 유동성이 낮다. 따라서 채권가격이 낮고 금리가 높다. 반면 단기채권의 경우 유동성은 높으나 수익률이 낮다. 바벨 전략으로 투자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한다고 하면 금리 변동성에 더 민감한 만기 2년 이상의 ‘장기채’를 매수하면 된다. 금리 상승이나 변동성이 심할 때에는 잔존만기가 1년 내외인 ‘단기채, 초단기채’를 일부 가입하는 것이다. 바벨 전략을 활용하면 단기채로는 안정성을 더할 수 있고, 장기채로는 초과수익을 추구할 수 있으니 불확실한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좋다. ■ 주식의 ‘주’자도 모르겠다면 ETF로 주식을 시작해보자! 금리인하에 따라 주식에 투자해보고 싶은데, 주식의 ‘주’자도 모른다면 ETF(Exchange Traded Fund)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ETF는 ‘상장지수펀드’의 줄임 말로 한가지 테마로 묶인 ‘주식꾸러미’ 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스닥에 있는 미국기업에 투자하고 싶은데 어떤 회사를 콕 집어 투자하기가 어려울 때, ETF에 가입하면 원하는 ‘유망 테마의 회사 꾸러미’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미국에 투자하고 싶다면 나스닥 지수나 S&P500지수에 혹은 AI에 투자하고 싶으면 AI종목에, 2차전지에 투자하고 싶으면 2차전지 ETF를 선택하면 된다. 관련 기업을 하나하나 조사하거나 고를 필요 없이 종목과 테마만 선택하면 된다. ETF의 장점은 개인이 유망한 기업을 하나씩 고를 필요 없이 원하는 테마에 투자할 수 있는 점과 소액으로도 분산투자가 가능한 점, 펀드보다 운용수수료가 낮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라는 세계적인 경제 흐름만 잘 타도 방치되고 있는 내 돈을 구해낼 수 있다. 다가올 금리인하기에 주식과 채권을 활용하여 ‘푼돈으로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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