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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사태에 포박당한 韓경제…'위기 전이' 막아야"'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2.05 05:30:00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6시간 만에 끝났지만 한국 경제에 남은 생채기는 크고 깊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시도가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정치적 자해라는 평가가 나온 지난 4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고 경제 기반이 탄탄해 한국의 신용등급을 바꿀 실질적 사유가 없다”면서도 “국제 투자자들 관점에서는 분명한 마이너스 쇼크로 부정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복합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의 위험 프리미엄이 치솟아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요 10개국(G10) 가입이 멀어졌고 자유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미국과의 동맹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민과 기업·정부가 한데 뭉쳐 유례없는 국가적 위기가 경제 파국으로 번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비상계엄 후폭풍에 이날 증시와 환율이 요동쳤다. 정부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전제로 1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와 40조 원대의 채권시장안정 프로그램 등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스피는 한때 2% 넘게 빠지다가 전날보다 1.44% 내린 2464.0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2% 가까이 하락했다. 1425원(오전 2시 기준)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외환 당국의 개입에도 1410.1원에 주간 마감을 했다. 문제는 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각국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의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국가 시스템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야당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제출과 그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은 “이럴 때일수록 대외 신인도 문제가 커질 수 있는 만큼 환율과 물가 안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 동력을 상실한 대통령실 대신 국민과 관료들이 중심을 잡고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대통령실이나 여당의 눈치를 보지 말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쇼크' 대응 골든타임 실기…AI·반도체 지원도 무산될 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여파로 국정 운영 동력이 사라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과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의료·연금·교육·노동 등 4대 개혁도 추진이 불가능해졌다. 구조 개혁의 경우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커 정부가 강력한 개혁 의지를 갖고 저항을 뚫어내야 하지만 이번 사태로 개혁 작업이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전과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개발 같은 에너지 분야도 타격이 예상된다. 고려대 총장을 역임한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는 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평소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국익을 위해 최근 트럼프 휴양지로 달려갔다”면서 “우리도 그런 빠른 대응이 필요한데 이번 사태로 경제정책이 표류하고 정부 기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정책도 거대 야당의 반발로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대통령이 정책 불확실성을 완전히 키워 버렸다”며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당장 약 1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AI 지원 방안이 공중으로 날아갈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이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회와 지원 확대를 논의했지만 야당이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면서 그동안의 논의가 수포로 돌아갔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달 중에 여야가 막판 협상을 벌여 반도체 지원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남아 있었지만 정국 경색으로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직접 보조금 지급 같은 파격적인 대책은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의료·연금개혁 동력 사실상 상실…증여세·세법개정 등 공전 가능성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상속증여세 개정과 세법 개정안 역시 정국 경색으로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예산안과 함께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세법 개정안 조항들은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온다. 의료 개혁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도 올해 의대 정원을 1540명 늘린 정부는 내년 정원도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개혁을 이끌어갈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0개월째인 의정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인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 문제부터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이에 따른 의료 공백 대책을 논의할 여야의정협의체가 좌초된 상태에서 정부가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논의해 온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 개혁 과제들도 힘이 실리기 어렵게 됐다. 국민연금 개혁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이대로 두면 하루에 약 885억 원씩 부채가 쌓이는 구조다. 정부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이 나와 있지만 국회에서는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에 따른 정국 경색으로 여야의 연금 개혁 논의는 더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무산 위기…일각선 한미동맹 균열 우려 제기 대왕고래 프로젝트도 무산될 우려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이 돌발 비상계엄 선포 명분으로 삼은 예산 농단 사례에 포함됐다. 야당의 감액 예산안에 시추를 위한 정부 출자금이 전액 삭감된 상황에서 향후 여야 합의로 증액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1차 시추를 끝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로 주요 10개국(G10) 가입 논의까지 나올 정도로 자유민주주의 동맹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한국의 입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만큼 민주주의 후퇴로 볼 수 있는 이번 사태로 한미 동맹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기 때 선진국 모임인 주요 7개국(G7)을 한국·호주·인도를 포함한 G10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국내 외교가에서는 다가오는 트럼프 2기에서 한국이 G10 가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번 사태로 찬물을 맞게 됐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입지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로는 사상 처음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민주·뉴저지) 연방 하원의원은 “이번 계엄령 선포 방식은 국민의 통치라는 근본적인 기반을 약화하고 한국의 취약성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쇼크' 대응 골든타임 실기…AI·반도체 지원도 무산될 판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2.04 17:37:50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여파로 국정 운영 동력이 사라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과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의료·연금·교육·노동 등 4대 개혁도 추진이 불가능해졌다. 구조 개혁의 경우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커 정부가 강력한 개혁 의지를 갖고 저항을 뚫어내야 하지만 이번 사태로 개혁 작업이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전과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개발 같은 에너지 분야도 타격이 예상된다. 고려대 총장을 역임한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는 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평소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국익을 위해 최근 트럼프 휴양지로 달려갔다”면서 “우리도 그런 빠른 대응이 필요한데 이번 사태로 경제정책이 표류하고 정부 기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정책도 거대 야당의 반발로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대통령이 정책 불확실성을 완전히 키워 버렸다”며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당장 약 1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AI 지원 방안이 공중으로 날아갈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이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회와 지원 확대를 논의했지만 야당이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면서 그동안의 논의가 수포로 돌아갔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달 중에 여야가 막판 협상을 벌여 반도체 지원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남아 있었지만 정국 경색으로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직접 보조금 지급 같은 파격적인 대책은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상속증여세 개정과 세법 개정안 역시 정국 경색으로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예산안과 함께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세법 개정안 조항들은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온다. 의료 개혁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도 올해 의대 정원을 1540명 늘린 정부는 내년 정원도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개혁을 이끌어갈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0개월째인 의정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인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 문제부터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이에 따른 의료 공백 대책을 논의할 여야의정협의체가 좌초된 상태에서 정부가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논의해 온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 개혁 과제들도 힘이 실리기 어렵게 됐다. 국민연금 개혁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이대로 두면 하루에 약 885억 원씩 부채가 쌓이는 구조다. 정부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이 나와 있지만 국회에서는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에 따른 정국 경색으로 여야의 연금 개혁 논의는 더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도 무산될 우려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이 돌발 비상계엄 선포 명분으로 삼은 예산 농단 사례에 포함됐다. 야당의 감액 예산안에 시추를 위한 정부 출자금이 전액 삭감된 상황에서 향후 여야 합의로 증액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1차 시추를 끝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로 주요 10개국(G10) 가입 논의까지 나올 정도로 자유민주주의 동맹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한국의 입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만큼 민주주의 후퇴로 볼 수 있는 이번 사태로 한미 동맹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기 때 선진국 모임인 주요 7개국(G7)을 한국·호주·인도를 포함한 G10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국내 외교가에서는 다가오는 트럼프 2기에서 한국이 G10 가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번 사태로 찬물을 맞게 됐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입지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로는 사상 처음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민주·뉴저지) 연방 하원의원은 “이번 계엄령 선포 방식은 국민의 통치라는 근본적인 기반을 약화하고 한국의 취약성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
노후 소득 보장은 다층 체계…“개인·퇴직연금 수익률 높여야”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2.02 05:30:00고액 납입자에게 유리하고 재정 부담을 키우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대신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의 운용 효율성만 높여도 실질 소득대체율을 60%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하게 소득대체율을 높이기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개인연금 같은 다층 구조를 통해 노후에 대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미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연금 체계는 다층적으로 구성돼있다. 독일의 경우 기초연금과 같은 기초보장제도와 함께 대부분의 국민이 가입하는 ‘법정연금보험’을 운영한다. 여기에 기업연금과 개인연금 납입액의 일부를 정부가 보조해주는 ‘리스터연금’이 더해진다. 각각 한국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역할을 한다. 스웨덴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8.5%인데 이 중 2.5%는 따로 떼 가입자들이 직접 운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가입자의 성향에 따라 수급액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한국도 기본적으로는 국민·퇴직·개인 등 3층 구조로 노후를 대비한다는 틀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다층 구조를 내실 있게 운영해도 실질 소득대체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금연구원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국민연금과 유사한 7%가 되면 소득대체율이 30.6%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이 31.2%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개의 연금만으로 60% 안팎의 소득대체율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연금을 더하면 수치는 더 올라간다. 문제는 아직까지 국내 개인·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다는 점이다. 서울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의 비교 공시를 분석한 결과 개인 연금저축 상품을 운용하는 88개 금융사 중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수익률이 3% 이상인 곳은 25곳(28.4%)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의 평균치(7.54%)보다 높은 실적을 달성한 곳은 피델리티자산운용을 포함해 단 두 곳뿐이었다. 개인연금의 경우 수수료만 떼갈 뿐 사실상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의 상황도 비슷하다. 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35%였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21조 2000억 원에서 382조 4000억 원으로 급격히 불어났지만 수익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마저도 수급이 시작된 계좌의 89.6%는 연금 형태가 아닌 일시금으로 받아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는 돈은 비슷한데 퇴직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은 미미한 반면 국민연금은 기여 대비 보상이 과도해 재정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수익률 제고를 전제로 개인과 퇴직연금을 포함해 다층 구조로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만으로 60%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누리기 위해서는 보험료 대폭 인상이나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큰 문제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기준으로 통상 생애 월평균 소득의 60~70% 수준을 이야기한다”며 “국민연금은 일종의 강제저축 제도인데 전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부담을 지워 달성하기는 어려운 수치”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기초연금 확대 △퇴직연금 단계적 의무화 △개인연금 활성화 등을 개혁 과제에 포함한 것도 이같은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퇴직연금은 노동계, 개인연금은 금융계도 포함해 논의해야 해 하루아침에 결론이 나기 어렵다”며 “모수개혁 중심의 국민연금 개혁을 먼저 진행한 뒤 국회 특별위원회에서 다층노후소득체계를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
정치권 '빅딜'만 바라보는 관가…경제운용 '올스톱'
국제 국제일반 2024.12.01 18:10:11“상법이나 국민연금 개혁이나 정치권의 빅딜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일 “공무원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라 국회만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감액 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하면서 정국이 얼어붙었고 관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작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국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복합 위기에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급락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도 정쟁에 경제 운용이 사실상 ‘올스톱’되고 있다. 정부가 첨단산업 지원을 뼈대로 한 예산안과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세제개편안을 내놓아도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처리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처럼 시간이 돈인 개혁 작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어 관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상법 개정안만 해도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뿐 공식 정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정치권과 더 의논을 해봐야 한다”며 “정부안을 우선 내놓을 수도 있지만 통과 여부를 고려하면 지금 상황에서는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하루에 약 885억 원씩 부채가 쌓이고 있는 국민연금 역시 마찬가지다. 연금의 경우 정부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이 나와 있지만 국회에서는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야당은 소득대체율 인상과 자동 조정 장치 도입 불가를 강조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상속세의 경우 야당이 정부·여당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민주당은 향후 선거 과정에서 득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서는 이날 유예 방침을 내놓았지만 나머지 세제개편안 처리 과정에서 정부안이 얼마나 관철될지 미지수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의 활력을 높이고 경제를 활성화할 안들이 적지 않은데 국회에서 꽉 막혀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며 “관료들이 복지부동하는 게 아니라 정치권이 관료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 상황이 시계 제로인 만큼 야당이 경제를 볼모로 정치적 이해득실을 추구하기보다 국민의 입장에서 민생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내년은 트럼프발 리스크로 인해 파고가 굉장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어려운 시기”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국회가 더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개인·퇴직연금 수익률만 높여도 소득대체율 60% 초과"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2.01 17:31:03고액 납입자에게 유리하고 재정 부담을 키우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대신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의 운용 효율성만 높여도 실질 소득대체율을 60%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리하게 소득대체율을 높이기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개인연금 같은 다층 구조를 통해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연금 체계는 다층적이다. 독일의 경우 기초연금과 같은 기초보장제도와 함께 대부분의 국민이 가입하는 ‘법정연금보험’을 운영한다. 여기에 기업연금과 개인연금 납입액의 일부를 정부가 보조해주는 ‘리스터연금’이 더해진다. 한국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역할을 한다. 스웨덴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8.5%인데 이 중 2.5%는 따로 떼 가입자들이 직접 운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도 기본적으로는 국민·퇴직·개인 등 3층 구조로 노후를 대비한다는 틀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다층 구조를 내실 있게 운영해도 실질 소득대체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금연구원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국민연금과 유사한 7%가 되면 소득대체율이 30.6%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이 31.2%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개의 연금만으로 60% 안팎의 소득대체율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연금을 더하면 수치는 더 올라간다. 문제는 아직까지 국내 개인·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다는 점이다. 서울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의 비교 공시를 분석한 결과 개인 연금저축 상품을 운용하는 88개 금융사 중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수익률이 3% 이상인 곳은 25곳(28.4%)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의 평균치(7.54%)보다 높은 실적을 달성한 곳은 피델리티자산운용을 포함해 단 두 곳뿐이었다. 개인연금의 경우 수수료만 떼갈 뿐 사실상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의 상황도 비슷하다. 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35%였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21조 2000억 원에서 382조 4000억 원으로 급격히 불어났지만 수익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이마저도 수급이 시작된 계좌의 89.6%는 연금 형태가 아닌 일시금으로 받아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는 돈은 비슷한데 퇴직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은 미미한 반면 국민연금은 기여 대비 보상이 과도해 재정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수익률 제고를 전제로 개인과 퇴직연금을 포함해 다층 구조로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만으로 60%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누리기 위해서는 보험료 대폭 인상이나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큰 문제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기준으로 통상 생애 월평균 소득의 60~70% 수준을 이야기한다”며 “국민연금은 일종의 강제저축 제도인데 전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부담을 지워 달성하기는 어려운 수치”라고 지적했다. -
개혁 늦어질수록 보험료 오르는데…개정안 39개 내고 논의는 '0'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1.26 17:46:56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부 초점을 양극화 극복에 맞추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교육·노동·연금 등 4대 개혁을 조속히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금개혁은 국가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 들어서는 정부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정치권은 별다른 논의 없이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연금개혁이라는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한 방안을 이슈별·분야별로 진단해 본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제대로 된 연금개혁 논의를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2년 가까이 가동하고도 합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는데 또다시 6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가 개원한 뒤 접수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총 39건이다. 이 중 국민연금제도 개혁과 무관한 내용의 7건을 제외하면 총 32건의 연금개혁 법안은 전혀 심사되지 않은 채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퇴직·개인연금 제도 개선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는 연금개혁 특성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인데도 여야가 논의기구를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주요 정당들이 각자 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한 것도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9월에 △보험료율 13%로 인상 △소득대체율 42% 유지 △세대 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7건에 달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쏟아내고도 통일된 정당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역시 야권에서 집중 공격하고 있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이나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 적용 등에 어떻게 대응할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원내 정당 중 공식 정당안을 발의한 곳은 조국혁신당 한 곳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금개혁을 연내 완수하기 위해서는 각 정당들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07년에 성사된 2차 연금개혁은 ‘연금 정치’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정부와 원내 정당들이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고 오랜 기간 치열하게 논의한 결과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과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연금개혁 ‘보수·진보 연대’를 결성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당시 60%던 소득대체율을 20%까지 낮추자고 주장했으나 40%에서 멈추자는 데 동의했다. 대신 보험료율(9%)은 인상하지 않고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합의에 기반한 연금개혁이 작동했다. 전문가들은 3차 연금개혁의 본질은 보험료율 인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개혁이 하루 미뤄질 때마다 적자가 885억 원씩 쌓이는 ‘적자 구조’를 탈피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이야기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국민연금제도가 위기에 빠진 근본 원인은 보험료율을 1997년 이후 한 번도 인상하지 못한 데 있다”며 “보험료율 인상 개혁만큼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차 연금개혁 당시에도 정부는 보험료율을 15.9%까지 올리자고 제안한 바 있다. 논의 과정에서 인상 목표를 13%로 내렸으나 결국 국회 문턱에서 저지됐다. 진보·보수 정당 모두 준조세 성격을 띠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오를 경우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험료율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2차 연금개혁도 미완의 개혁이었다”며 “17년 전 보험료율을 15%대로 올려뒀으면 지금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개혁에 실패하면 5년, 10년 뒤에는 보험료율을 훨씬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보험료율 인상 폭은 사실상 사회적 합의가 끝났으니 모수개혁이라도 먼저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21대 연금특위의 가장 큰 성과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까지 올리는 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시민 500명이 참여하는 숙의 토론까지 진행한 결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상당히 확산됐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복지부가 전국 20~59세 국민연금 가입자 2810명을 대상으로 실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는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반응도 전체의 82.5%에 달했다. 국회 관계자는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자는 데는 사실상 여야의 의견 차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논의의 속도를 높이려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을 먼저 처리한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구조개혁 과제를 검토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
여야 '국가가 연금 지급보장' 한뜻…소득대체율은 이견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1.26 17:44:11여당인 국민의힘뿐 아니라 야당이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도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 소득대체율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두고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지만 크레딧 제도 확대처럼 공감대를 형성한 지점도 있어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조정)이 진척되면 구조개혁 논의는 자연스레 따라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에 발의된 연금개혁 관련 32건의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조사한 결과 9건의 법안이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의 지급 보장 의무를 명시하자는 내용이 뼈대다. 이 중 6건의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미애 의원과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이끌었던 주호영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 지급 보장 명문화가 담겼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실상 원내 1~3당 모두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에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지급 보장 명문화를 통한 국민 신뢰 확보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기금 재정을 안정화하는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기금이 머지않아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오랫동안 반복되다 보니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신뢰 회복에 도움 된다면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급 보장 명문화 외에 출산·군 복무 크레딧 기간을 확대하고 보험료 지급 시점을 앞당기자는 내용도 양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 공통적으로 담겼다. 보험료율 인상을 언급한 법안은 국민의힘 1건, 민주당 2건, 조국혁신당 1건 모두 13%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구체적인 소득대체율을 명시한 법안을 발의하지 않은 반면 야당 의원들의 법안에는 소득대체율(현행 42%, 2028년 40%)을 45~50%로 인상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
"연금적자 5개월새 15조 늘어…보험료 올려 연내 매듭지어야"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1.12 17:53:17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질의를 하기 위해 저에게 주어진 5분의 시간 동안에도 국민연금에 3억 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는 돈에 비해 받는 돈이 많아 제도 개선 없이는 적자가 쌓이기만 하는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를 짚은 발언이다. 실제로 연금 개혁이 지연되면 하루 기준으로 885억 원, 매년 32조 3000억 원의 적자가 쌓인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서 국민연금 개혁을 올해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해를 넘기면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연금 개혁이 사실상 물 건너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5월 말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누적된 국민연금 적자만 약 14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연금 개혁 논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을 논의할 기구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국민연금법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심사하자는 입장이다. 복지위 소속 의원 24명 중 과반인 14명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야 동수로 구성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꾸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4대 개혁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도 국회가 논의의 장을 마련하지 못하니 일이 전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안을 발표하라 해서 내놓았는데 두 달이 넘도록 공방전만 반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정부안을 발표했다. 2028년 40%까지 떨어질 예정인 소득대체율은 올해와 같은 42%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재정 고갈 시점을 연장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동 조절 장치와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연금 개혁에서 다들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데 집중하는데 사실 추계 기간 내에 기금 소진이 있으면 안 된다”며 “일단 기금이 소진되고 나면 급여 지출을 가입자들이 모두 감당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지출은 2080년께 국내총생산(GDP) 대비 9.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문제는 지출이 많다는 점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수입이 없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소득보장론과 재정안정론을 불문하고 연금 전문가 모두 이번 연금 개혁을 통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 보장을 강화하자는 측도 무작정 급여만 올리자는 게 아니다. 보통 정부 재정 투입이나 보험료 인상을 전제한다”며 “21대 국회 연금특위에서도 전문가들은 보험료율 15%안에 합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 보험료율(9%)은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19.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보험료율 인상은 연금 재정 안정화의 최우선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연금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합의가 된 안건부터 먼저 처리하는 단계적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연금 개혁은 고차방정식이어서 모든 개혁 안건을 한번에 합의하려다 보면 논의가 끝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합의가 진전된 모수 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을 먼저 마무리 짓고 이를 바탕으로 구조 개혁은 시간을 충분히 갖고 논의하자는 것이다. 정부 사정에 정통한 학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 개혁까지 다 논의하기에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큰 틀의 개혁을 먼저 한 뒤 크레딧 제도나 수급 연령 상향 등의 과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 역시 “보험료를 13%로 인상한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소득대체율도 결국 21대 국회 막판에 논의했던 대로 42~44% 범위 내에서 합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한 차례 의견을 좁힌 적이 있기 때문에 여건만 마련되면 모수 개혁은 의외로 금방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자영업·청년일자리 대책 시급…연금개혁, 지금이 마지막 기회"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11.10 17:47:19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는 자영업 경기와 청년 취업률 개선 등은 정부가 시급히 성과를 내야 하는 분야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취업자 수는 2022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2년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올해 5월부터는 감소 폭이 매월 10만 명대를 넘겼다.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매월 20만 명 이상씩 늘어 고용률이 2년 반 사이 46.1%에서 47.4%로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자영업자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9월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만 2000명 늘며 8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이자도 제대로 못 내고 있는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은행 대출 연체율은 0.7%로 전월보다 0.09%포인트, 윤 대통령 취임 첫 달인 2022년 5월 말보다 0.5%포인트 치솟았다. 그사이 정부가 새출발기금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저리 대환대출 등 각종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확대했지만 여전히 빚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혁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연금 개혁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연금은 매일 885억 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점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한 것이 없었고 국가 재정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금 개혁은 이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사명감을 갖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연금 소득공제액 5조 원…“미래로 환류해 노후 소득 강화하자”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0.25 18:38:13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받는 소득공제 혜택을 노후 소득으로 환류할 경우 보험료 인상 부담은 덜면서 국민연금 실질 소득대체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 경제학계에 따르면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충북 제천시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한국재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한다. 강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납부하는 보험료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며 “그리고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받는 연금 급여에는 소득세가 붙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입자들이 받고 있는 세 혜택을 연금 기금에 적립하고 그만큼 연금 소득세를 감면받으면 추가적인 재정 부담 없이 노후 가처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연간 국민연금 소득공제액은 약 4조 9198억 원이다. 실제로 강 연구위원의 추계해 본 결과 국민연금 소득공제 혜택을 환류하면 노후 연간 연금수령액이 상승했다. 국민연금은 확정급여형(DB)이어서 가입 기간 중 소득공제액을 납입해도 급여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연금소득세 감면액을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 상승으로 분류하면 노후 소득이 개선된다는 이야기다. 강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행 제도에서 연간 연금수령액이 1012만 원인 가입자는 소득공제액을 환류할 경우 연금수령액이 1047만 원으로 35만 원 늘었다. 이 경우 실질 소득대체율은 34.73%에서 35.35%로 0.62%포인트 상승했다. 연금 수령액 개선 효과는 소득 수준에 따라 달랐다. 연 소득 8000만 원 이상 고소득자의 경우 연금수령액 상승폭이 117만 원까지 달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반면 연 소득 2000만 원 미만인 가입자의 연금수령액 상승분은 4만 원에 그쳤다. 강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런 방식을 활용하면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며 “소득공제액을 기금에 적립하면 연금을 수급하기 전까지 복리 효과로 기금 재정에도 도움된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강 연구위원은 “현행 국민연금 소득공제는 고소득층에 유리한 구조”라며 “소득계층별 연금소득세 비과세 혜택 규모를 조절하면 역진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적자 1000조 느는데…"국민연금 더 받자"는 野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0.23 18:21:16조국혁신당이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험료율은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50%로 하자는 내용이다. 2093년 국민연금의 누적 적자가 1000조 원 이상 늘어나는 등 심각한 재정 위기가 나타날 수 있어 오히려 ‘국민연금 개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23일 ‘국민연금법·기초연금법·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법안에는 조국혁신당 의원 12명 전원이 참여했다. 원내 정당이 구체적인 연금 개혁안을 제시한 것은 22대 국회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조국혁신당이 제출한 연금 개혁안은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대표단 56%의 지지를 받았던 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김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연금 개혁안은 21대 국회에서 시민대표단이 선택한 개혁의 반쪽에 불과하다”며 “조국혁신당은 연금 개혁을 통해 노후 소득 보장이 든든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조국혁신당 안대로 연금 개혁안이 진행될 경우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이 오히려 더 악화한다는 점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상 보험료율을 1%포인트 올릴 때 소득대체율을 2% 인상하면 재정 효과가 같은 것으로 본다”며 “(조국혁신당 안은) 보험료율을 4%포인트 높이면서 소득대체율은 10%포인트 올려 재정 안정 측면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국혁신당이 발의한 법안대로 개혁할 경우 2093년 기준 누적 적자는 1004조 원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 안에는 정부가 재정 안정성 확보를 위해 도입을 제안했던 자동 조정 장치도 빠졌다. 조국혁신당은 국민연금과 함께 기초연금 개편 방안도 발표했다. 기초연금 지급액을 기초생활보장 급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대신 지급 기준을 ‘노인 소득 하위 70%’에서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로 바꾸는 내용이다. 빈곤 노인에 대한 지원은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수급 대상을 줄이자는 주장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을 두고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야가 동수로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연금 개혁을 논의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는 정치권이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할 경우 이를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복지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여야 논의를 통해 (연금 개혁) 합의안을 만들어주면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
복지부 차관의 호소 “매일 연금 적자 885억 누적…빠른 개혁이 좋은 개혁”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0.21 10:48:35“가장 빨리 맞는 백신이 가장 좋은 백신이듯, 연금개혁도 빠를수록 좋습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올해 안에 연금개혁을 꼭 마무리해야 한다며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이번에 연금개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저출생 고령화 충격을 맞닥뜨리게 되면 미래 세대가 져야 할 부담은 더 커진다는 취지다. 이 차관은 2007년 연금개혁 당시 소득대체율만 조정(70%→40%)하고 보험료율(9%)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을 소개하며 보험료율 ‘마의 10% 벽’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이 차관은 “연금개혁 기회의 창이 열린 올해 꼭 마무리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차관은 “국민연금 설계에 참여했던 서상목 전 보건사회부 장관에 따르면 제도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을 70%로 정한 것은 선진국들이 대부분 그 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이라며 “보험료율은 3%에서 시작해 15%로 서서히 올리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07년 2차 개혁 당시에도 보험료율 인상을 시도했지만 기초연금만 도입되고 소득대체율을 축소하는 데 그쳤다”고 덧붙였다. 2007년 당시 보험료율을 올렸어야 했는데 실기했다는 의미다. 이 차관은 현행 보험료율 수준으로는 재정 안정을 도저히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득대체율 40%만큼 연금을 받으려면 보험료를 19.7%를 내야 한다”며 “현재 10.7%포인트만큼 부족한 상태이고 이는 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1147조 원인 적립금은 2056년에 모두 소진되고 우리 후세대들은 월급의 28%를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 차관은 “국민연금 개혁이 하루 지연될 때마다 누적되는 부채는 885억 원”이라며 개혁의 시급성을 부각했다. 그는 “올해 연금개혁을 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2028년에야 찾아온다”며 “내년 이후에는 지방선거(2026년)와 대통령선거(2027년)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감사가 끝나고 11월부터 연금개혁이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연금개혁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출산크레딧, 출산 시 바로 주면 재정 부담 42조 줄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0.18 15:22:36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지원 시점을 앞당기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2093년까지 약 42조 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출산크레딧은 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식인데 이를 출산 시점에 지급하는 것만으로도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복지부는 출산 크레딧을 출산 직후 지급하는 것을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18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행 ‘사후지급’ 방식을 유지할 경우 2026년부터 2093년까지 출산 크레딧에 소요되는 재정은 150조 7775억 원이었다. 정부안대로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정한 결과다. 당장 2026년에 필요한 예산은 55억 원에 불과하지만 2050년 1조 2235억 원, 2060년 2조 691억 원으로 늘어 2093년에는 4조 6613억 원이 소요된다. 반면 사전지급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2026년부터 2093년 사이 필요한 재정은 108조 9989억 원이다. 현행 제도보다 41조 7786억 원 줄어든 수치다. 2026년 7709억 원을 시작으로 2030년대부터는 1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야 하지만 2093년에도 재정 소요가 2조 원을 넘지 않아 전체 비용은 감소했다. 이같은 차이는 출산 크레딧이 지원 시점의 국민연금 A값(가입자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지원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올해 출산한 만 30세 여성의 경우 현행 사후지급 제도 하에서는 35년 뒤 당해년도 A값을 기준으로 지원하지만 사전지급시 올해 A값(약 299만 원)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지원받는다는 이야기다. A값은 가입자들의 평균 임금 상승에 따라 늘어나기 때문에 지원 시점이 이를수록 재정 부담이 적어지는 구조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출산 직후 지원하면 당장 재정 투입은 늘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에 도움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임금상승률보다 국민연금 투자 수익률이 더 높지 않겠느냐”며 “나중에 지급하는 것보다 미리 기금에 재정을 투입해 투자 수익을 더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정부는 둘째 아이 출산시 12개월분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출산 크레딧 제도를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셋째는 30개월, 넷째는 48개월분의 보험료가 지원된다. 정부는 지난달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며 출생 순위와 무관하게 첫째부터 12개월분의 보험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
국민 53%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 반대"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0.15 17:49:20국민 절반 이상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적정 대체율은 41.97%로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42%)과 비슷했다. 소득대체율은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다. 15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연구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연금개혁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국민 인식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3.5%는 연금개혁 과정에서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데 반대했다. 연령별로 보면 만 30~34세(46.4%)를 제외한 모든 나이대에서 과반이 소득대체율 변경에 부정적이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현 수준인 42%로 유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 합의를 전제로 44%로 인상하는 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국민들은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고려해 대체율 조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읽힌다. 다만 국민들은 보험료율 인상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79.7%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보험료율을 높이는 데는 45.5%만 동의한다고 답했다. 보험료율 인상에 동의하는 응답자들도 수용할 수 있는 보험료율이 얼마냐는 질문에 40%가 ‘10%(1%포인트 인상)’를 선택했다. 정부가 제안한 13%를 수용할 수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23.4%에 불과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들은 모수 조절에 따른 재정 효과를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렵다”며 “제도 개혁 필요성에 동의하더라도 당장 월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월 소득 150만 원 미만 응답자들 중 보험료 인상에 동의하는 비율은 44.1%인 데 비해 월 소득 450만 원 이상 그룹에서는 50.2%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계층에서 보험료율 인상에 보다 개방적이었다는 의미다. 석 교수는 “보험료 인상에 어려운 국민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올라야 한다는 것은 전문가 사이에서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보험료율 인상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연금개혁안과 함께 제시한 기초연금 수급액 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비율은 10.6%에 그쳤다. 22.1%는 지급 대상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기초연금 수급액 인상을 지지하는 비율도 20.7%에 그쳤다. 응답자의 66.7%는 현행 급여 수준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수급액을 낮추자는 비율도 12.6%다. 현재 정부는 2027년까지 기초연금 수급액을 40만 원으로 높일 예정이다. 만 59세인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을 높이는 방안에는 응답자의 62.8%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만 65세인 수급 개시 연령을 연장하자는 주장에도 53.5%가 공감했다. 고령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경제활동을 최대한 오래 지속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이후인 5~6월에 만 18세 이상 59세 미만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국민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
“예산 낭비는 ‘페카토 모르탈레’…지역화폐법 등 선심 악법 근절해야” [청론직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0.07 17:15:27이달 4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거대 야당이 강행 처리한 지역화폐법 개정안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공공정책학을 전공한 경제학자 출신의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역화폐법 개정안 등에 대해 “전형적인 선심 악법”이라며 “국가 예산 낭비는 근절해야 할 ‘페카토 모르탈레(용서받지 못할 죄)’”라고 규정했다. 의료 개혁에 대해서는 “의료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의 대부분이 해당 부문의 의료 수가 책정과 어떤 형태로든 연관돼 있다”면서 “적정 수가 책정에 의료 정책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경제 규모 대비 나랏빚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는데도 정치권에서는 현금 지원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역사소설에는 ‘페카토 모르탈레’라는 말이 나온다. 이탈리아 말로 ‘용서받지 못할 죄’라는 뜻이다. 용서받지 못할 죄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공직자가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가들이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다.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용서받지 못하는 죄인 것은 예산을 흥청망청 낭비하면 나라가 망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까지 선망의 대상이었던 남미 국가들이 예산 낭비로 나라가 거덜 난 것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세금 제도의 문제점은 뭔가. △1980년대 중반 이후 역대 어느 정권도 세제 개혁다운 세제 개혁을 한 적이 없고 언제나 땜질식 처방에 머물렀다. 세제는 정치인과 이익집단들의 정치적 이권 추구에 의해 점차 누더기가 됐고 누더기가 된 세제가 경제성장을 저하시켰다. 경제성장의 저하는 낮은 세수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요즘의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 확대의 주된 요인도 여기에 있다. -제대로 된 조세정책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납세자, 정당, 행정 관료, 이익집단 등이 모두 국민경제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세제를 확립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사익을 앞세우면서 조세정책을 논의하는 데서 문제들이 생겼다. 세제 개편과 관련한 정책 논의를 들여다보면 행정부와 입법부, 여야 정당, 각종 이익단체 등이 모두 세제 개선보다는 개악에 경쟁적으로 힘쓰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두 선전 구호로 가득한 주장을 발표하는 데만 관심을 가질 뿐이어서 중병을 앓고 있는 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를 두고 거대 야당이 오락가락하면서 혼선을 일으켰다. △증권거래세는 원래 도입하지 말았어야 했던 악세(惡稅)이므로 즉각 폐지하고 금융투자소득세로 대체해야 한다.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4국과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에 대해 각기 다른 세율로 과세하는 이중소득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번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계기로 이중소득세를 도입해 금융자산 소득에 대해 근로소득에 적용되는 세율보다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을 새롭게 검토해보기를 제안한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21년 만에 정부에 의해 발표된 국민연금 개혁 방안이다.개혁안에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명목 소득대체율을 현행 42%로 유지하고,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고,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 같은 대책을 통해 기금 소진 시기가 2072년까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소리만 요란했지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따로 없다. -어떤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인가. △정답도 없는 사지선다형 문제를 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회에 보내며 연금 개혁을 나 몰라라식으로 팽개쳤던 문재인 정권에 비하면 큰 성의를 보였으나 개혁의 핵심 문제를 연기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이런 식이면 20년 후 또다시 보험료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만큼 올리자는 식의 개혁안이 분명 나올 수밖에 없다. 정책 당국도 관련 전문가들도 그간의 논란과 논쟁에 지친 탓인지 빨리 덮고 넘어가자는 태도만 보였지 역사에 책임을 지는 자세와 성의는 없었다.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금 소진을 막는 모수적 개혁의 핵심은 평균 수익비를 1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물론 학계나 전문가들도 정확히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가입자가 낸 돈에 비해서 수급하는 연금액의 비율을 ‘수익비’라고 하는데 현재의 평균 수익비는 1.8이다. 연금 수급자 모두가 평균적으로 자신이 낸 돈의 1.8배를 받는다는 얘기다. 이러니 재정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종국적으로 기금이 고갈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정부가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일 것이라 했는데 가능하다고 보나. △일부 전문가들이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을 5년 정도 늦출 수 있다고 하면서 1%포인트의 추가 수익률을 쉽게 이야기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단기적으로 목표 수익률보다 1%포인트 초과 수익을 올리는 것은 가능할 수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의 46%에 달하는 거대 기금의 경우 향후 50년간 매년 1%포인트의 추가 수익률을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수익률을 1%포인트 더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면 기금운용본부의 전문가들이 벌써 시도했을 것이다. -기금 운용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기금 운용은 철저히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하고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는 없는 두 제도가 기금 운용을 옥죄고 있다. 두 제도 모두 문재인 정권 때 도입되었는데, 하나는 스튜어드십코드이고 다른 하나는 주주대표소송제이다. 두 제도는 복지부의 관여나 영향력 행사가 강화되는 제도로 연금사회주의로 가는 첩경이다. 시민단체나 노조가 임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라는 조직이 기금운용본부 전문가들 위에 군림하는 형국이니 기금 운용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번져 안타깝다. 모든 문제를 과학과 논리를 토대로 논의해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을 두고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가가 지향해야 할 정책의 내용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정책의 성공을 위해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 -의료 개혁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진행해야 하는가. △특정 진료 과목별 의사 공급의 부족이나 기피는 해당 의료 수가가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응급실 부족을 포함해 의료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의 대부분이 해당 부문의 의료 수가 책정과 어떤 형태로든 연관돼 있다. 노인들의 집 냉장고가 갖가지 약으로 가득 차 있는 것도, 과잉 진료가 횡행하는 것도 모두 수가 책정과 깊게 관련돼 있다. 의료 현장 실태 전반을 면밀하게 종합 분석해 적정 수가의 책정에 의료 정책의 초점이 모아지도록 해야 한다. -의료 개혁이 표류하고 이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자들이 헌신적이지 못하고 개인의 영달만 추구하며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박봉에도 몸을 불살랐던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헌신적인 공직자들이 그리울 정도다. 지금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 스스로 이름을 걸고 헌신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공무원 수가 117만 명(행정부 공무원 국가직 75만 명, 지방직 39만 명, 입법부와 사법부 등 헌법기관 공무원 3만 명 등)에 달한다. 과연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117만 명의 공직자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도록 채찍질하고 동기를 부여해 관리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아쉬움이 있는 것인가. △많은 일을 하기보다는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지도자는 국민을 선도해야지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태도는 곤란하다. 올바른 길이라고 확신한다면 국민을 설득하며 이끌고 나가야 한다. 국민은 돌팔이 의사가 아닌 명의(名醫)를 원한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해줄 수는 없다는 것, 국민은 각자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귀에 따갑도록 이야기해야 한다. -국내외 역대 국가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다룬 책을 집필 중이라고 들었다. 훌륭한 지도자상은 뭔가. △위대한 국가 지도자들을 보면 시대적 소명을 정확히 인식하고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확실히 규정하면서 만난을 무릅쓰고 매진하는 열정이 성스럽기까지 하다. 위대한 지도자 대다수는 책을 열심히 읽는 책벌레였고 그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는 딱 한 가지 개념은 ‘자유’였다. 지도자 대부분이 자유를 위한 투사였다. 우리나라와 같이 어쩌다 대통령이 되고 어쩌다 당 대표가 되고 어쩌다 국회의원이 된 지도자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He is… 1947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부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와이오밍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영국 요크대와 일본 히토쓰바시대 객원교수, 성균관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김영삼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박근혜 정부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저서로 ‘한국 조세정책 50년’ ‘기적의 한국 경제 70년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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