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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국가 결산보고서, 문학 작품처럼 읽히길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5.04.08 18:00:00“울면서 번역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데버라 스미스가 한 말이다. 그가 번역한 한글 소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결국 한강 작가에게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안겨줬다. 그의 발언은 언어 너머의 정서까지 옮겨야 하는 번역가의 고충으로 해석된다. 이런 과정을 거쳤기에 한 작가의 섬세하고 밀도 높은 문장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한 해 동안의 나라 살림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 전달하는 일도 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것만큼 어려운 작업이다. 세금을 걷고, 정책을 설계하고,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많은 행정 행위는 마치 장편소설처럼 복잡하고 방대하다.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풀어 설명하자면 책 수십 권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해마다 국가의 재정 상태와 운영 결과를 ‘숫자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 즉 ‘국가 결산’을 거친다. 이는 우리가 흔히 ‘결산 보고서’라고 부르는 매우 중요한 문서다. 이 보고서는 국민에게 정부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쓰였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가 보유한 자산과 부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림으로써 ‘재정 운영에 대한 설명 책임’을 실현한다. 정부가 8일 발표한 ‘국가 재무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는 현금성 자산 579조 원, 투자자산 1448조 원, 토지·건물 등 유형자산 732조 원, 사회기반시설 424조 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채·차입금 등 1016조 원과 장래 군인·공무원의 퇴직급여 지급에 대비한 충당 부채 1313조 원 등 국가 부채도 함께 인식돼 있다. 아울러 국회와 대법원 같은 헌법기관과 주요 정부 부처들이 한 해 동안 제공한 행정 서비스의 총원가와 이를 충당하기 위해 거둬들인 국세·부담금·사회보험료 등의 수익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재정운영표’도 결산 보고서에 포함해 국회에 제출될 것이다. 이처럼 한 해 동안의 국가의 행정과 정책 결과가 숫자로 정리돼 국민 앞에 제시되는 것이 국가 재무제표다. 이러한 국가 재무제표의 작성은 단지 회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정 운영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한 축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영국 등 많은 나라들이 복식부기·발생주의 회계 기준에 따라 국가 재무 정보를 정리해 공개함으로써 서로 비교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 우리 정부는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결산서로의 전환을 위해 ‘국민 중심 국가 결산 보고서 개편’을 추진 중이다. 2025 회계연도 결산부터는 기업의 재무제표처럼 현금흐름표를 포함한 새로운 결산서가 도입될 예정이다. 우리의 결산서가 ‘읽히는 재정 보고서’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한 작가의 문장이 전 세계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번역의 기술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어 너머의 감정과 의미를 오롯이 담아내려 했던 번역가의 노력 덕분이었다. 우리의 재정 이야기 또한 국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번역돼야 한다. 정부도 결산서 눈높이를 국민에게 맞추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제 국가 결산서도 문학처럼 읽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김동연, 제주 4·3희생자 아픔에 공감 "작별하지 않겠습니다"
사회 전국 2025.04.03 20:18:12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 피해자들의 아픔을 함께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지사는 이날 4·3평화공원 내 위패실 방명록에 '제주의 아픈 역사와 작별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2월14일 광주시청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을 만나 광주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전달 받은 바 있다. 이 작품은 제주 4·3피해자들의 아픔을 담았다. 김 지사는 추념식에 이어 오영훈 제주도지사, 강기정 시장과 함께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 생존희생자 및 유가족 40여명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경기도는 4·3 관련해서 재작년 유가족분들을 DMZ에 초청했고, 오늘 이 순간에도 경기도청과 북부청에서 4·3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아픔을 같이하고 그 뜻을 1420만 경기도민이 함께 기리겠다"며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빨리 통과되고 다음 달에는 제주4·3사건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도 잘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기도와 제주도는 2023년 9월 경기도청에서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탄소중립·기후테크 분야 정책교류',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등 9개 과제에 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해에도 4·3 추념식에도 참석하는 등 4·3사건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쏟아왔다. -
'볼로냐 도서전' 역대최대 참가…韓 아동도서 우수성 전세계 알린다
문화·스포츠 문화 2025.03.31 17:38:38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 답게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해외 도서전에서 K북 홍보 활동을 늘린다. 앞서 런던도서전 첫 참가에 이어 이번엔 볼로냐아동도서전에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한다. 올 하반기에는 프랑크푸르트와 상하이 도서전도 계획 중이다. 문체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31일부터 4월 3일까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제62회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작가홍보관’과 ‘수출상담관’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전세계 100여 개국 1500여 개 출판사, 3만 여 명의 관계자가 찾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도서 전문 저작권 거래 시장이다. 문체부 측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한국 아동 도서가 세계 무대에서 아동 도서 시장을 선도하며 출판 산업 성장을 견인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올해 행사에서 2003년 첫 참가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352㎡(약 106평)의 전시 공간을 확보했다. 지난해는 224㎡ 규모였다. 특히 작가홍보관(72㎡)에는 김동수, 김민우, 김지민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15명의 대표 작품과 원화 69종이 전시된다. 수출상담관(280㎡)에는 문학동네, 비룡소 등 아동출판사 40곳이 수출 상담에 나선다. 문체부는 앞서 3월 11~13일 영미권 출판 시장 관문인 영국 런던도서전에 처음 참가한 바 있다. 이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 11월에는 중국 ‘상하이아동도서전’에도 참가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17회 ‘2025 K펠로우십’에…올해는 누가 참여하나
문화·스포츠 문화 2025.03.26 10:03:00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17회를 맞이한 ‘해외 주요 인사 초청(K펠로우십)’ 사업을 통해 5월부터 10월까지 11개국의 문화예술 분야 주요 인사 14명을 한국으로 초청한다고 26일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 2009년부터 재외한국문화원이 있는 주요 국가의 예술인, 문화예술기관장, 정책결정자 등을 초청하는 ‘K펠로우십’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동안 주요 인사 200여 명이 방한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이는 재외한국문화원과의 네트워크 확장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재외한국문화원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활발히 국제교류 활동을 펼치고 있는 문화예술축제와도 연결하여 초청 대상자를 해당 행사 주최기관의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 주요 초청 대상자로 ▲ 유럽 고전음악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독일의 ‘무지크페스트 베를린’ 예술감독(빈리히 호프)은 7월에 한국을 찾아 부산시립예술단, 통영국제음악재단 관계자를 만나 협업을 논의한다. 또 ▲ 2023년에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계 여성 100인에 선정된 프랑스 몽펠리에 국립오페라오케스트라 총감독(발레리 슈발리에)은 6월에 부산국제무용제와 부산문화재단을 방문하고, ▲ 헝가리의 역사 깊은 예술대학 ‘리스트 음악원’ 교수(롤랜드 젠팔리)는 8월에 제주국제관악제를 찾는다. ▲ 50개국 이상의 예술 전문가와 기관을 연결하는 미국의 국제공연예술협회의 회장(데이비드 베일리)은 10월에 서울아트마켓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비롯한 다양한 공연예술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9월 서울작가축제 기간에는 작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커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자 호주(시드니작가축제 예술총감독), 미국(아이오와대 국제창작교류프로그램 감독)의 문학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한다. 문체부는 논의된 후속 사업들을 재외한국문화원을 통해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초청 인사와 국내기관이 논의한 협업 사항들에 대해서는 해외 현지에서 재외한국문화원이 협력함으로써 이번 방한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국제교류 활동으로 연결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한강 “훼손되지 말아야 할 가치, 파면은 보편적 가치 지키는 일”…작가 414명 ‘한 줄 성명’
문화·스포츠 문화 2025.03.25 17:55:11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을 비롯해 문인 414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한 줄 성명’을 25일 발표했다.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들(가칭)’이라는 기치 아래 시, 소설, 에세이, 평론, 극작, 어린이·청소년 문학, 만화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이 모여 한줄짜리 성명을 각자 공개했다. 성명에는 독자에게 친숙한 작가부터 이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 장르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한강을 비롯해 소설가 은희경·김연수·김초엽·김호연·박상영, 그림책 작가 백희나·이수지, 시인 김혜순·김사인·오은·황인찬, 문학평론가 신형철 등이다. ‘한 줄 성명’에서 한강 작가는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습니다.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고 적었다. 소설가 은희경은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정보라는 “내란 수괴 처단하고 평등사회 건설하자”고, 김연수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이라고 각각 바랐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 속 문장인 “친구들 중에서 당신을 견뎌낼 수 있는 자들 앞에서나 날뛰세요”라는 말을 인용했다. 그림책 작가 이수지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이 무도한 시절을 조용히 견디고 있습니다. 매일 되뇝니다. 이 마당에 책이 뭐람, 작업이 뭐람, 예술이 뭐람! 온 마음으로 지켜온 민주주의, 상식적인 매일의 삶,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피소추인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을 즉각 촉구합니다!”라며 길게 썼다. -
한강 작가 "尹 파면, 보편적 가치 지키는 일"…문학인 414명 성명
사회 사회일반 2025.03.25 15:17:54“윤석열 대통령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 25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국내 문학계 종사자 414명과 함께 ‘한줄 성명’에 참여한 것이다. 그는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성명에는 한강 작가를 비롯해 소설가 은희경·김연수, 시인 김혜순·김사인, 그림책 작가 백희나 등 유명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피소추인 윤석열의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 한 줄 성명’이라는 이름으로 배포된 성명에서 이들은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탄핵 소추된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이유 없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면 선고가 지연됨에 따라 극우 세력이 발하고 혐오와 폭력이 횡행하는 등 사회 혼란은 극심해지는 등 민주주의는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은희경 작가는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연수 작가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이라고 전했다. 시인 김혜순은 “우리가 전세계인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다오, 제발”이라고 말했다. 시인 안웅선은 “정의보다 가치 있는 침묵은 없다”고 밝혔다. 김멜라 작가는 “모든 꽃은 제때 만개해야 세상의 환영을 받지요. 정독도서관의 앞뜰은 벚꽃이 참 예쁩니다. 부디 사람들이 봄의 북촌길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이 사태를 매듭지어 주십시오”라고 헌재에 촉구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공통된 목소리로 “대통령 윤석열을 당장 파면하라”고 말했다. -
콩쿠르상 수상자 佛 앙드레아 "독재정권도 국민이 허락했기 때문…불가피한 것 아냐"
문화·스포츠 문화 2025.03.24 17:35:112023년 프랑스 공쿠르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장바티스트 앙드레아가 한국을 찾아 기자들과 만났다. 공쿠르상 수상작인 ‘그녀를 지키다’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서다. 이번이 첫 방한이다.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스웨덴 노벨문학상과 영국 부커상을 확보한 한국은 아직 공쿠르상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앙드레아는 24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소개하면서 “주인공은 사회는 물론 자기 자신과도 투쟁하는 인물이다. 전세계적으로 독재 정권이 득세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를 지키다’는 20세기 초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이 집권하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왜소증을 타고난 천재 석공예가 ‘미모’와 후작 가문의 딸 ‘비올라’의 자유를 향한 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수도원 지하에 유폐된 피에타 석상에 숨겨진 비밀을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소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탈리아 구석구석에 득세하는 파시즘이 비중 있게 그려진다. 앙드레아는 “‘독재 정권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국민이 허락했기에 발생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소설 속 두 주인공의 투쟁은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 2017년 ‘나의 여왕’으로 뒤늦게 등단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예술가들의 권익 향상이라고 했다. 22일 방한한 작가는 26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제3회 ‘공쿠르 문학상-한국’ 심사와 수여식 참석 및 서울대·연세대·한국외대 등에서 작가와의 간담회 행사를 가진다. 기억에 남는 한국 영화로는 원빈 주연의 ‘아저씨’를 꼽았다. -
한동훈 책 산 사람 무려 절반이…주요 독자층 분석해보니
정치 정치일반 2025.03.15 10:49:18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메디치미디어)가 2주 연속 베스트셀러 왕좌를 지켰다. 구매 비중을 보면 절반 이상이 여성, 특히 60대가 주요 독자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교보문고의 3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에 따르면 한동훈 전 대표의 ‘국민이 먼저입니다’는 ‘국민이 먼저입니다’는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창비)를 제치고 선두를 지켰다. ‘국민이 먼저입니다’는 정치인 한동훈의 첫 단독 저서다. 책에는 한 전 대표가 비상계엄 반대부터 당 대표 사퇴까지 14일에 걸친 소회와 정치를 하는 이유, 공직자로서의 사명 등 그의 정치관과 철학을 담았다. 구매 비중 보면 여성 독자가 반 이상(56.6%)을 차지한다. 주요 독자층은 60대 이상으로 40대, 50대가 뒤를 이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한 단계 상승해 2위를 차지하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의 저력을 보여줬다.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는 지난주보다 15계단 급상승해 종합 3위로 뛰었다. 2015년 국내 출간한 소설은 2년 전 홍진경의 추천으로 주목받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최근 다시 그 내용을 짧게 편집한 쇼츠(짧은 영상)의 영향으로 또 다시 역주행 중이다. 주로 30~50대의 사랑을 받았다. 연령별로는 40대의 구매 비율이 34.6%로 가장 높았고, 30대(26.7%)와 50대(22.5%)가 뒤를 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 17’의 원작 소설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 7’(황금가지)은 종합 19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에세이 분야에서는 최재천의 ‘양심’(더클래스)이 저자의 시사 프로그램 출연으로 관심을 모으며 138계단 뛴 종합 25위에 올랐다. 코미디언 이경규의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쌤앤파커스)도 종합 30위를 차지했다. -
[여담] ‘책 읽는 사회’는 돌아올까
문화·스포츠 문화 2025.03.13 17:40:59“전에는 사람들에게 ‘왜 책을 안 읽나요’라고 물어보면 ‘일이 바빠서’라거나 ‘TV나 인터넷에서 볼 게 많아서’라고 대답했어요. 요즘 같은 질문을 하면 오히려 ‘책을 왜 읽어야 하나요’라는 반문이 돌아옵니다. 그런 시대가 됐네요.” 올해 2월 19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업설명회에서 출판진흥원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제 서울 시내 지하철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을 보는 것은 희귀한 경험이 됐다. 이렇듯 책을 안 읽으니 책 판매는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국내 연간 책 발행 총부수는 1990년 2억 4184만 부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 중이다. 2010년에는 1억 631만 부, 2020년 8165만 부, 2023년은 달랑 7021만 부에 불과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가장 최근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우리 국민 성인의 독서율(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 종합)은 겨우 43.0%에 그쳤다. 이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의미다. 첫 조사 때인 1994년 독서율(당시에는 종이책만 대상)은 86.8%였다.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에도 이런 추세는 반전되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출판계에서 들려온다. 그나마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의 흔적은 유통사들이 공개하는 베스트셀러 순위에만 있다. 대신 아쉽게도 다른 작가의 책들이 안 팔린다. 책 자체를 보는 사람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던 안중근의 말은 이미 구닥다리가 된 모양새다.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상생활에서 멍 때리고 있지 않는다면 우리는 뭔가를 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몰두하는 것은 대부분 휴대폰이다. 대한민국이 휴대폰이나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국민들의 최신 휴대폰에 대한 열망이었다. 물론 휴대폰 같은 전자 기기를 통해 영상이나 텍스트를 보는 것이 꼭 문제된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꼭 ‘종이책에서 지식이나 여유를 찾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침은 분명 문제다. 문체부는 3월 6일 공개한 ‘문화한국 2035’ 비전 발표에서 ‘스낵컬처’를 언급했다. 스낵컬처는 과자처럼 간편하게 소비하는 문화라는 뜻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숏폼 등 이른바 스낵컬처 중독 때문에 독서와 같은 ‘진지한 여가’가 줄었다는 지적이다. 이 용어가 처음 나온 것이 2007년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더 강화되고 있다. 문체부는 “스낵컬처는 개인의 노력 없이 즉각적 쾌락에 중독시켜 판단력·집중력 저하, 정보 왜곡, 고립·단절 및 사회 갈등 심화 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전히 우리 시대 책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K컬처가 세계를 휩쓰는 지금, 원천 지식의 창고이자 인문 교양으로서의 책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그럼 정부의 책임은 없을까. 우선 ‘문화재정’ 자체가 적다. 그중에서 출판진흥원의 올해 예산은 355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27억 원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올해 총예산 6093억 원과는 비교도 안 되고 콘진원의 게임 분야 632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의 예산도 결국은 바로 돈이 벌리는 곳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13일 경기도 김포시에서 시작된 ‘2025년 대한민국 독서대전’에 기대를 건다. 물론 정부의 예산 부족 타령 소리만 듣고 있을 수는 없다. 독서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 각자의 책임이다. 그나마 책 관련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 사람들은 학부모들이다. 휴대폰만 쳐다보는 자녀들이 불만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녀들에게 제대로 책을 읽게 하려면 부모부터 그래야 한다. 우리 시대 ‘책 읽는 사회’는 돌아올까. 쉽게 돌아오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리더가 리더 한다(Readers are leaders)’는 말처럼 결국 승자는 책 읽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일본어판, 요미우리문학상 수상
문화·스포츠 문화 2025.03.13 09:46:45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이번에는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았다. 최근 유럽과 미국을 휩쓴 한국 문학이 일본에도 상륙한 모양새다. 13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번역가이자 시인인 사이토 마리코(65)는 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한 일본어판 ‘작별하지 않는다’로 11일 제76회 요미우리문학상 연구·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상금은 200만 엔(약 1956만 원)이다. 한국인 작가의 단행본이 연구·번역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앞서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2024년)·메디치상(2023년)을 수상한 데 이어 일본 요미우리문학상까지 받으며 세계 문학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사이토 마리코는 ‘작별하지 않는다’ 외에도 한강의 ‘흰’ ‘희랍어 시간’ ‘노랑무늬 영원’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을 번역한 바 있다. 또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정세랑, 김보영, 천명관 등 30여 종의 한국 문학을 일본어로 옮겼다. 요미우리문학상은 요미우리 신문사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문화 부흥에 기여하기 위해 1949년 제정했다. 소설, 희곡·시나리오, 수필·기행, 평론·전기, 시가(하이쿠), 연구·번역 등 6개 부문을 매년 시상한다. 요미우리문학상은 한국과도 인연이 많다. 재일교포 2세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양영희가 2013년 요미우리문학상 희곡·시나리오 부문을 차지했고, 한국현대시선을 번역한 이바라키 노리코가 1990년 요미우리문학상 연구·번역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
45주년 5·18행사위 공식 출범…강기정 광주시장 “더 단단한 민주주의로”
사회 전국 2025.03.12 15:53:37제45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12일 공식 출범했다. 이날 출범식은 국립5·18민주묘지와 5·18구묘지(민족민주열사묘역) 일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을 비롯해 서용규 광주시의회 부의장,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임택 동구청장, 오병윤 상임행사위원장과 행사위원장단, 고등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시립국악관현악단과 광주시립창극단, 광산구립합창단과 동구합창단 등이 협력해 ‘평화를 향한 역동과 진혼’ 공연을 펼쳤다. 진도 씻김굿을 모티브로 서양적 레퀴엠과 한국적 레퀴엠을 조화해 오월영령들에게 전하는 장엄한 공연이다. ‘나 하나 꽃 피어’라는 제목으로 시 낭독과 가곡 공연도 펼쳐졌다. 권말선 시인의 ‘총알받이’라는 시를 배우 지정남이 낭독했고, 가곡 ‘나 하나 꽃 피어’를 대구 청년 남연우 성악가가 노래했다. 5·18민중항쟁의 기억으로 내란과 싸운 오늘날의 사람들을 형상화함으로써 오월 광주의 민주주의 희생정신이 세대를 넘어 면면히 계승되고 있음을 표현한 공연이다. 출범선언문 낭독 이후 전국에서 제45주년 기념행사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한 ‘광주에서 띄우는 초대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강기정 시장 등 출범식 참석자들은 공연에 앞서 오월영령들에게 참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올해 5월은 더욱 특별하다”며 “5·18 45주년을 맞는 올해는 대한민국이 더 단단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광주의 오월은 세계와 통하는 보통명사가 됐고, 윤석열 계엄으로 80년 계엄이 미래 세대에게 살아있는 역사가 됐다”며 “우리는 계엄으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전 세계를 얻었고, 5·18을 몰랐던 미래 세대를 얻었고 자랑스러운 광주를 다시 만나게 됐다”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한강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중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구한 80년 오월광주를 기억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광주를 찾고 있다고 소개한 뒤 “광주시는 2025년을 광주 방문의 해로 정하고, 더 많은 광주의 친구들이 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전 세계 시민들을 광주로 초대했다. -
출판 통합전산망 본격 가동…매달 화제의책 200선 공개한다
문화·스포츠 문화 2025.03.11 10:54:23기존의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과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에 이어 ‘출판유통 통합전산망’도 본격 가동된다. 이에 따라 출판 시장이 한층 투명해지는 것과 함께 독자들의 독서 욕구도 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통해 월간 베스트셀러인 ‘이달의 화제의 책 200선’을 새로 작성, 발표한다고 11일 밝혔다. ‘화제의 책 200선’은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 및 전국 272개(3월 5일 기준) 지역 서점이 출판전산망에 제공하는 판매 데이터를 집계한 것이다. 출판진흥원 관계자는 “그동안 영화전산망, 공연전산망과 함께 영화 산업, 공연 산업이 성장해 온 것과 같이 출판전산망은 출판 산업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화제의 책 200선’은 매달 10일에 발표된다. 독자에게 인기 판매 도서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 서점의 도서 구비, 도서관 수서, 출판사 기획·마케팅의 참고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해당 목록 중 출판전산망에 등록된 도서는 상세 설명 데이터 및 도서관 서지정보(MARC)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2월 ‘화제의 책 200선’을 살펴보면 새 학기 준비 기간이라는 시기적 특성이 반영돼 판매량 최상위 10위 중 7권이 교재·참고서적이었다. 이외 일반 서적 1위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국민이 먼저입니다’였으며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작품이 여전히 목록에 올라 있다. 2월 전체 매출액은 146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2% 상승했다. 출판전산망은 2021년 9월 개통돼 운영 중이다. 그동안 주요 유통사 및 지역 서점의 도서 판매 데이터를 수집해 도서의 생산부터 유통·판매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관리하고 도서관 대출 통계 열람, 도서관 수서 기능 지원 등 다양한 산업 통계 및 홍보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
제22대 한국비교노동법학회장에 방준식 영산대 법학과 교수
사회 전국 2025.03.10 12:28:37방준식(사진) 영산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한국비교노동법학회 제22대 회장에 선출됐다. 외국의 입법 사례를 비교분석하며 1997년 창립한 한국비교노동법학회는 노동법 전반의 이론 정립, 판례의 법해석 등을 통해 노동법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년 임기를 시작한 방 교수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 전문위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심판 담당 공익위원, 울산시 소청심사위원회 공익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방 교수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표현처럼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다면’ 오늘이 미래를 도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학회장으로서 미래의 노동법 발전을 위해 학문후속세대를 지원하고 노동법 연구 환경을 폭넓게 형성해 전통의 명문 학술연구단체로 거듭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빛튜브 속 홍보영상 ‘빛나는 미래도시, 광주광역시’ 조회수 폭발
사회 전국 2025.03.10 08:36:49짜임새 있는 구성과 차별화된 영상미를 뽐내고 있는 ‘빛나는 미래도시, 광주광역시’가 공식 유튜브채널인 ‘빛튜브’에 게시 후 한 달여 만에 누적 20만 건을 돌파하는 등 광주의 매력을 알리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10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시는 광주의 매력과 도시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주요 정책의 공감 확산 등을 위해 해마다 도시홍보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제작된 영상은 국내외 행사, TV,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전광판 광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홍보활동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광주시 도시 브랜딩을 위해 제작한 4분짜리 홍보영상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도시, 인공지능(AI) 기업과 인재들이 모이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대표도시, 복합쇼핑몰 개관 등으로 도시 이용인구 3000만 시대를 여는 도시, 대중교통 편의 증진을 통해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중심) 도시 등 일상이 빛나는 광주의 모습을 담았다. 이 중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중심) 도시 광주’에서 버스 타고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The 해피버스데이’ 영상 시리즈와 광주의 숨겨진 매력을 담은 ‘The 특별한 광주’ 영상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와 휴식이 만나는 ‘스포케이션 광주’ 탐방 영상에서는 지난해 화제의 인물 ‘삐끼삐끼’ 이주은 치어리더가 대표적인 체육시설 염주체육관을 소개해(조회수 7만 2000회)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1187번 버스를 타고 5·18민주광장, 전일빌딩245, K-POP 스타의 거리, 무등산원효계곡 등 주요 관광지를 홍보(조회수 9만 1626회)하고, 광주 지하철로 떠나는 광주 먹거리 탐방(조회수 2만 6000회), 금남55번 버스를 타고 사직공원, 양림동 등을 소개(조회수 4만 6486회)하는 등 주목받고 있다. ‘2025 광주방문의 해’에 맞춰 지야대교, 광주호호수생태원, 맥문동숲길, 양림동펭귄마을, 우일선선교사사택, 금남나비정원 등 광주 명소 곳곳을 수려한 영상으로 담아낸 ‘낭만의 도시 광주로 초대합니다’가 조회수 10만 6000여회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박광석 광주시 대변인은 “광주시 도시 대표 홍보영상에 보내주신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광주의 인지도를 높이고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광주 홍보영상 제작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마음 모으는 밥 딜런 노래…빠져드는 샬라메 명연기
서경스타 영화 2025.03.05 18:04:36비틀즈와 함께 음악으로 사회를 변화시킨 20세기 최고의 아티스트이자 대중가수로는 최초로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밥 딜런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스웨덴 한림원은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그의 모든 에피소드와 삶 자체가 영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41년생으로 ‘살아있는 전설’인 밥 딜런의 전기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을 통해 그의 음악적 성취와 삶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젊은 관객들 사이에서 “밥 딜런을 잘 몰랐지만 그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호평이 나오며 영화는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일(현지 시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밥 딜런을 연기한 티모테 샬라메가 오스카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면서 영화는 오히려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는 밥 딜런의 여러 시기 중 가장 알려지지 않았던 1960년대 초반 20대 청년의 모습을 다뤘다. 딜런이 우상이던 포크 음악가 우디 거스리를 만나러 그가 입원한 병원에 갔다가 만난 피트 시거. 유명 포크송 뮤지션인 시거는 딜런의 가능성을 알아본 최초의 인물로 딜런이 데뷔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카니발에서 노래를 하며 떠돌던 천재 뮤지션 딜런이 드디어 톱 스타로 떠오른 시기다. 또 이 시기 딜런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고 그가 음악적 감수성을 폭발시키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두 명의 여인과의 러브스토리도 흥미롭다. 결혼까지 하고 싶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화가 지망생 첫 사랑 수지 로톨로, 당대 최고의 포크송 여가수 조안 바에즈와 연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딜런은 수 많은 명곡을 만들어 냈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 수도 있는 나이이기에 첫사랑의 실패는 아이러니하게도 딜런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원천이 됐다. ‘블로잉 인 더 윈드’ ‘라이크 어 롤링 스톤’ 등 명곡 20여 곡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해당 곡이 만들어진 딜런의 서사가 담겨 감동을 배가하면서 음악 영화의 미덕을 완성했다. 특히 딜런과 조안 바에즈의 ‘잇 에인트 미 베이비’ 듀엣 무대는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더 큰 힘을 만들어 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바에즈는 딜런을 무대 위로 부르고 둘은 딜런의 히트곡 중 하나인 ‘잇 에인트 미 베이비’를 열창한다. 전쟁과 인종차별 반대, 인권 등 미국인들이 열망하던 가치와 메시지가 음악으로 전달되자 구름떼 같이 모여든 관객들이 응답하고 호응하는 장면은 당시의 벅찬 감동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년 딜런’의 감수성이 그대로 재현돼 감동을 증폭시킬 수 있었던 것은 샬라메의 영화사에 남을 명연기 덕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샬라메는 딜런을 연기하기 위해 무려 5년 동안 그의 코맹맹이 소리, 읊조리고 숨을 삼키는 듯한 창법, 기타 연주 등을 연구했다. 오스카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 기록은 세우지 못했지만 밥 딜런으로 살면서 쏟아 부은 5년의 세월은 영화와 음악 팬들에게 기억될 명연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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