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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한강, 모교 연세대 명예박사·교수 되나…"문학관 건립도 검토"
사회 사회일반 7분전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의 모교인 연세대가 명예박사 학위 수여와 문학관 건립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강은 1989년 이 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1993년 졸업했다. 11일 연세대에 따르면 이날 국어국문학과 교수회의에서 한강의 동의가 있을 경우 한강에게 명예박사 학위 수여, 교수 임용을 추진하기로 결정됐다. 아울러 한강 문학관을 건립하거나 관련 창작·번역에 특화된 특수대학원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연세대는 한강 작가 특별전이나 전시회 등을 개최하는 것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학생이나 대중을 대상으로 전공자나 평론가들이 진행하는 특강과 한강의 문학사적인 위치, 의미를 살펴보는 학술대회도 검토하고 있으며 빠르면 이번 학기 내에 추진할 계획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작가님의 가치 등이 존중돼야 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최대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강은 연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작가 이상의 그림과 소설을 소재로 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이날 '사랑하고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께'라는 제목으로 동문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이라는 기쁜 소식은 연세인들에게도 큰 자부심"이라며 "한국 문학은 당당히 세계 무대에 우뚝 섰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강 동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전 연세인의 마음을 모아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며 "벅찬 감동을 선물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
"2114년 돼야 볼 수 있다"…90년 후 공개되는 한강 미공개 원고 제목은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21:02:59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이미 완성했지만 앞으로 90년 뒤에나 공개되는 작품이 하나 있다. 제목만 알려지고 내용과 분량, 형식, 주제 등은 공개되지 않은 이 글의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다. 한강의 이 작품은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개념미술가 케이티 패터슨의 주도로 2014년 시작한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쓰였다. 이 프로젝트는 100년간 매년 1명씩 작가 100명의 미공개 작품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의 한 숲에 심어진 나무 총 1천 그루를 사용해 오는 2114년 출판하는 사업이다. 한강에 앞서서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등 노벨문학상의 단골 후보로 꼽히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한강은 당시 다섯 번째 작가로 참여했고,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이었다. 한강은 2019년 5월 노르웨이를 찾아 오슬로 외곽 '미래 도서관의 숲'에서 '사랑하는 아들에게'의 원고를 전달했다. 한강은 당시 흰 천을 한국에서 가져와 원고를 봉인하며 "마치 내 원고가 이 숲과 결혼하는 것 같았고, 또는 바라건대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작은 장례식 같았고,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세기의 긴 잠을 위한 자장가 같았다"고 말했다. 흰 천이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신생아를 위한 배냇저고리, 장례식 때 입는 소복, 이불 홑청 등으로 쓰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원고는 제목 외에는 모두 베일에 싸인 채 봉인돼 현재 오슬로 도서관에 보관 중이다. 90년 뒤에나 내용을 알 수 있는 이 작품은 현재로서는 공개된 제목만으로 내용과 형식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는 작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특별한 메시지를 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강 작가는 2019년 서울국제도서전 강연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프로젝트 자체가 우리 모두 죽어 사라질 100년 후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미래에 대한 기도 같았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글을 썼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패터슨은 전달식 당시 한강을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 이유로 "매우 중요한 작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강은 인류와 존재, 아름다움, 비애에 대해 매우 명료하고 아름답게 말한다”며 "그의 글은 매우 친밀하고 우리 안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어 온다. 매우 시적이면서 정신적 상처를 다룬다. 그의 작품은 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
'한강 책' 하루도 안돼 30만부 '완판'…도서관도 "책 다 나갔어요"
사회 사회일반 2024.10.11 18:29:11“한마디로 ‘한강의 기적’이에요. 어젯밤 수상 소식을 듣고 너무 자랑스러워서 오늘 일찍부터 서점으로 달려왔습니다.” 11일 오전 10시 15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텅 비어 있던 한강(53) 작가 특별 매대가 갑자기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 대표작들로 채워졌다. 매대 주변을 맴돌던 사람들은 재입고 소식에 환호하며 일제히 정문 밖까지 줄지어 늘어섰다. 간밤에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11일 전국이 ‘한강 열풍’으로 들썩였다. 전날 밤 예스24·알라딘 등 주요 대형 서점 사이트가 마비된 데 이어 이날에는 아침부터 전국 서점과 도서관에도 책을 애타게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는 영업 시작 전부터 달려온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서울 삼청동에서 온 최 모(60) 씨는 “(수상 소식이) 너무 대단하고 감동적이라 재고가 없을 줄 알면서도 오전 8시부터 서점 앞에 와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구민회관에서 시 낭송 강사로 일하는 이서윤(60) 씨는 “밤새 한강 관련 영상을 보다가 오늘 책을 구하기 위해 일찍 왔다”며 “조만간 회원들과 (한강 작품) 필사나 녹음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국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도 한강 작품은 모두 동이 났다. 알라딘 중고서점 이수점 관계자는 “원래 2권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우주점(온라인 중고매장)에서 와서 가져갔다.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 재고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강의 작품은 전국 서점에서 판매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알라딘은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전날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한강의 책 판매량이 최대 2072배(‘흰’) 늘었다고 밝혔다. 수상 발표 직후부터 이날 오후까지 불과 하루만에 최소 30만 부 이상(교보문고 10만 3000부·예스24 13만 2000부·알라딘 7만 부)이 판매됐다. 도서관에서도 예약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강의 모교인 연세대 도서관에서는 이날 오전 기준 대표작 ‘채식주의자’의 예약 가능 인원이 초과됐으며 타 대학 도서관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 도서관 사서는 “이런 예약 열기는 이 시기 항상 발매되는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외에는 없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강의 수상 소식에 주식시장에서도 출판 업종의 주가가 크게 들썩였다. 예스24는 전날 대비 29.81% 오른 6380원에, 밀리의서재는 23.63% 상승한 1만 8680원에 장을 마무리했다. 삼성출판사는 전장보다 14.24% 오른 1만 6850원에 거래를 마쳤고 예림당은 티웨이항공 경영권 분쟁과 맞물리며 상한가인 2810원(29.79%)에 도달했다. -
"트라우마 본질 꿰뚫은 이야기의 힘…눈부신 비상"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4.10.11 18:08:42작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수많은 작품으로 이어지는 한강의 이야기 한가운데에는 늘 ‘상처받은 인간, 멀리서 보면 너무도 연약한 인간’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뻔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쉽게 좌절하지도 않고 갑자기 상처와 화해하거나 순조롭게 치유의 손길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아주 느리지만 끈질기게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채식주의자’의 영혜는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개를 딸의 눈앞에서 죽게 만든 아버지를 향한 공포와 분노를 잊지 못하고 ‘채식’이라는 저항의 몸짓으로 자신의 트라우마와 대면한다. 그의 저항은 단지 딸의 의지에 반해 개를 죽인 아버지에 대한 분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끝없이 육식으로 된 반찬을 삼시 세끼 해 먹일 것을 요구하며 채식으로 된 반찬을 요리해주면 먹을 것이 없다고 투덜대는 남편을 향한 저항이기도 하다. 육식을 먹어야만 뭔가 제대로 잘 먹은 듯한 포만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탐욕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즐기고 소유하는 모든 것에는 어쩌면 우리가 애써 모른 척하는 연약한 존재들의 피와 눈물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로 그 끔찍한 세상의 불균형과 우리가 매일 저지르고 있는 폭력에 대한 저항이 영혜의 극단적인 채식과 음식에 대한 궁극적 거부로 나타난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트라우마를 다룬 ‘소년이 온다’와 제주4·3 사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인 ‘작별하지 않는다’ 또한 트라우마의 한가운데에서 포기하지 않고 ‘상처의 여기 있음’을 환기시키는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한강의 주인공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테마는 ‘트라우마는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인류의 오랜 화두다. 아무리 용감하게 대면하고 열심히 치료와 상담을 받아도 트라우마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빈자리는 결코 채워지지 않기에 더 고통스러운 진실은 끔찍한 트라우마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치료의 혜택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나 제주4·3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은 여전히 끝나지 않는 아픔 속에서 영원히 잃어버린 가족과 친지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한강의 주인공들은 바로 이 ‘트라우마의 끝나지 않는 시공간’ 속으로 마치 영원한 눈물의 수레바퀴만이 끝없이 굴러가고 있는 듯한 트라우마의 한복판에서 ‘지금, 여기’를 살아내고 있다. 아픔을 간직한 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채로. 트라우마의 한가운데서 결코 그 상처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한강 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소설은 끝없는 상처의 길 위에서 서성이는 우리 현대인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 말아야 할 용기와 희망의 빛을 선사한다. 그렇게 우리가 사랑했던 존재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야기의 힘으로, 문학의 언어로, 비로소 눈부시게 부활한다. -
최상목 "국가전략기술에 AI 포함 검토"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10.11 17:43:09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소득세 물가 연동제는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물가 관련된 연동 부분은 근본적인 문제”라며 전반적으로 개선 방향을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득세 물가 연동제가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근로소득에 대한 각종 세액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근로소득세와 관련한 실효세율, 면세자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국감에서 조세정책 전반에 대한 질의가 이어진 가운데 가업상속공제 적용 업종 제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속세를 최대 600억 원까지 공제하는 현행 가업승계 지원 제도의 경우 제과업은 공제 적용 대상에 포함된 반면 커피 전문점은 제외되는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100년 가게로 선정된 커피 전문점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데 서울 근교의 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포함돼 이 카페들이 승계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가업상속공제 적용 업종 제한에 대해 “업종 제한이 너무 경직적인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동의했다. 최 부총리는 또 “국가전략기술에 인공지능(AI) 분야를 넣는 것은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AI 분야는 범위가 넓어 어디까지 국가전략기술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균형 발전의 성과에 대해서는 “기대한 만큼 성과가 있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법인세 지역별 차등 적용은 지금 검토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만큼 감액 추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감액 추경을 한다는 것은 국채를 (추가로) 발행한다는 것”이라며 “(국가채무를 늘리는 데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재위 국감장에서는 10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상금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소득세법 시행령 18조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가 받는 상금은 비과세되는 기타 소득으로 분류돼 한강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4000만 원)과 메달·증서가 수여된다. 한편 같은 날 진행된 한국무역보험공사 국정감사에서는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수주 과정을 둘러싼 공방이 이뤄졌다. 장영진 무보 사장은 “체코 정부로부터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한 금융 지원 요청은 없었다”며 “체코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에 금융 지원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
노벨상 큰강 건넌 K문학, 르네상스 열린다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36:53작가 한강이 아시아인 여성과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다시 한번 세계가 한국 문학을 주목하고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변방에 있던 한국 문학의 위상을 세계 속에 우뚝 세운 동시에 한국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문화가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전 세계 문화계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찬사를 쏟아내며 K콘텐츠의 원형이던 문학이 비로소 세계적인 인정과 주목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K팝을 비롯해 K콘텐츠 등이 세계 대중문화를 주도하며 주류로 자리 잡았지만 K컬처의 원형임에도 언어 등의 문제로 변방에 머물렀던 순수문학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AP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장르를 뛰어넘는 소설을 쓰는 중국의 전위적인 작가 찬쉐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쳤지만 문화적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의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이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K콘텐츠와 K컬처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시기의 수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AP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작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를 비롯한 K팝 그룹의 세계적 인기 등 K컬처의 세계적 영향력이 커지는 시기에 이뤄졌다”고 집중 조명했다. 이러한 조명과 진단이 나오기 전에 이미 한강은 “도발적인 문학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황석영·김영하·조정래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까지 재조명하는 계기를 이끌어냈다.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뒤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천명관의 ‘고래’ 등이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가 한국 작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한국 문학의 르네상스를 기대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은 “한강이라는 이름이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문학은 세계 혹은 노벨이라는 큰 강을 건넜다”며 “한강의 수상으로 인해 노벨상에 대한 트라우마는 사라지고 한국문학은 세계문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인류애적 지평을 활짝 펼치게 됐다”고 밝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문학 작가들이 마음 놓고 창작하고, 한국문학이 해외의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노벨상 '글수저' 물려준 한승원… "강이 소설은 버릴 게 없다"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35:44“강이 소설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85)은 11일 “세상이 발칵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기쁨을 표출했다. 한 작가는 “(딸 한강이) 발표 직전인 오후 7시 50분께 스웨덴에서 전화가 와 수상 소식을 접했다”며 “본인도 실감이 안 나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작가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노벨위원회가) 뜻밖의 인물을 찾아내 수상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지만 뜻밖에 우리 강이가 탈지도 몰라 만에 하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어도 전혀 기대를 안 했다”면서도 “(아내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상을 타면 좋지 않겠나 하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승원은 과거에 딸에 대해 “그 사람의 언어와 내 언어는 다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을 읽어보면 시적인 감성이 승화된다”고 평한 바 있다. 또한 “어떤 때는 한강이 쓴 문장을 보며 깜짝 놀라 질투심이 동한다”고 털어놓은 일도 있다. 한강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두 번째로 올랐을 때는 “강이가 나를 진작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낮추고 자신과 비교하며 딸에 대한 높은 긍지와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써서는 안 되는 대중적인 소설을 많이 쓰면서 밥벌이에 이용했고, 어설퍼서 버리고 싶고 내세우고 싶지 않은 저술이 더러 있다”며 “내 소설과 강이 소설을 비춰 보면, 강이 소설은 버릴 게 없고 하나하나가 명작들”이라고 말했다. 또 “고슴도치는 내 새끼가 예쁘다고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라며 영국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를 언급했다. 그는 “그때부터 강이가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작가라고 생각했다”며 “다음 작품인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 사건이 연결되면서 국가의 폭력과 세상으로부터 트라우마를 느끼는 여린 인간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사랑이 끈끈하게 묻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939년 전라남도 장흥 태생인 한승원은 장편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등을 집필한 원로 작가다. 당초 한강은 11일 오전 언론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기자회견은 하지 않았다. 한승원은 11일 자신의 작업실 해산토굴(海山土窟)을 찾은 기자들에게 “저는 딸에게 국내 문학사 중 하나를 선택해 기자회견장을 마련해 회견을 하라고 했지만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더라”며 딸 대신 상황을 전달했다. 한강은 한승원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이스라엘 등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모든 죽음이 실려 나가는 상황에서 ‘잔치’를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승원은 “그새 한국 안에 사는 작가로의 생각이 아니라 글로벌적으로 감각이 바뀌어 있었다”며 대신 소감을 전하는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
기생충·BTS이어 노벨문학상까지…韓, 문화강국 '화룡점정'
문화·스포츠 헬스 2024.10.11 17:34:35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화의 탄탄한 저력이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됐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수많은 K팝 가수 등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은 한국 문화가 세계 주요 시상식장을 정복한 데 이어 클래식 음악과 순수문학 분야에서까지 위력을 떨치면서 한국이 ‘문화 선진국’을 넘어 ‘문화 최강국’의 자리로 성큼 뛰어오르고 있다. 11일 AP통신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반영한다”며 영화 ‘기생충’ 등 세계를 휩쓸고 있는 수많은 한국 문화와 콘텐츠를 집중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위상은 이제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높아져 세계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최고 권위의 황금종려상을 받고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 세계는 한국 문화를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당시 영화 속 명대사는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청 시간, 시청 가구 수 등의 분야에서 1위에 오르며 한국 콘텐츠의 위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이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던 K팝이 화룡정점을 찍었다. 방탄소년단(BTS)이 2020년 ‘다이너마이트’를 발매하며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1위를 차지한 것. 이후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이 잇달아 빌보드 정상에 오르며 BTS는 2000년대 세계 최고의 팝그룹이 됐다. BTS 멤버인 뷔는 전날 한강의 수상 소식 기사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며 “군대에서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BTS뿐 아니라 블랙핑크·세븐틴 등 다른 K팝 가수들도 세계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대중 예술이 쏘아 올린 ‘세계 최고’ 신호탄은 다른 예술 분야로 번져나갔다. 클래식에서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22년 밴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는 음반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그라모폰 뮤직어워즈’에서 2관왕에 올랐다. 김기민·박세은 등의 무용수들은 세계 최정상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의 자리를 꿰차며 이름을 빛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은 대중 예술과 공연뿐 아니라 순수문학 분야에서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에도 박상영·신경숙·김애란 등 많은 한국의 작가들이 최근 몇 년간 해외의 주요 문학상에 언급됐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한국은 명실상부 문화 강국이 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다. -
세계 휩쓰는 韓작가…이젠 국제문학상 '단골' 수상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34:01“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노벨문학상에 한국 문학이 굉장히 근접해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이문열은 2014년 10월 15일 인천에서 진행된 한 북콘서트에 참석해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이문열이 예언한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현실이 됐다. 한강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주류로 올라선 것이 확실히 증명됐지만 그 징조는 오래전부터 감지됐다.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이미 영국의 맨부커상(2016)을 수상했고 또 ‘흰’으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2018)에 오른 것을 비롯해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상(2023)과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2024)을 받으며 세계 문학계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겼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한강을 통해 한국 문학의 고유성이 세계 문학의 중심에서 보편적 질문으로 만들어지는 사례를 봤다”고 말했다. 우리 문학계에서 2000년대 이후 노벨문학상 잠재적 후보로는 고은 시인과 황석영 작가 등이 거론됐고 최근에는 김혜순 시인이 자주 언급됐다. 고은은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외신에 언급된 후 단골 후보로 거론되며 기대와 실망을 함께 받아야 했다. 황석영은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2005년 수상이 유력하다고 언급한 후보 중 하나다. 김혜순은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에 이어 올해 3월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한국 문학의 세계 도전에서 터닝포인트는 역시 2016년 한강의 영국 맨부커상 수상이다. 이를 통해 한강의 소설은 28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총 76종의 책으로 출간됐다. 아쉽게도 뒤이은 맨부커상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잇따라 최종 후보에는 오르면서 저력을 보여줬다. 올해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로 비롯해 앞서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2022)’와 천명관 작가의 ‘고래(2023)가 맨부커상 최종 후보로 이름을 알렸다. 또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2022년 맨부커상 1차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지난달 메디치상 1차 후보에도 포함됐다. 한편으로 정보라의 ‘저주토끼’는 맨부커상을 받지 못한 설움을 지난해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올해 3월 ‘저주토끼’의 독일어판 번역가 이기향이 독일 라이프치히도서전에서 번역서 부문을 수상함으로써 다소나마 풀었다. 우리 작가가 직접 외국어로 쓴 작품이 해외에서 문학상을 받은 사례도 있다. 올 8월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받은 이미리내의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이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해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후 홍콩에 거주하며 한국어와 영어로 습작을 병행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10일(현지 시간)에는 김주혜 작가가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최고 문학상인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곽효환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연간 해외에서 번역 출판되는 한국 문학 작품이 200종을 넘어섰고, 수십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나오고, 선인세 2만 달러의 작가군이 10명이 넘는다”며 “또한 문학상 수상으로 작가의 지난 작품이 해외에서 출판되고 전문지 비평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인고의 역사가 만든 문제의식…'언어장벽' 넘어 공감 끌어냈다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33:16한강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에 전 세계의 찬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변방’에 머물러 있던 한국 문학이 어떻게 세계 문학의 중심에 설 수 있었는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 K팝·K드라마·K무비 등이 글로벌 대중문화를 주도해왔지만 순수문학은 주변에 머무르며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국내외 문화계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깜짝 놀랄 만한 뉴스로 보면서도 한국 문학이 K컬처 성공의 원초적인 힘으로 작용해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중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많은 작품이 소설을 원작으로 탄생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모스크바영화제에서 고(故) 강수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아제아제바라아제’도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남북 분단,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4·3 사건을 비롯한 근현대의 굵직한 사건 등 인고의 역사는 한국 문학과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화수분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문학은 한국 사회를 주도하고 이끌어갔던 원동력이었다. 한국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소재로 다룬 문인들은 부조리한 역사를 세계에 알리며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했다.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한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한강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은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 등 한국의 근대사를 다룬다. 과거 리얼리즘 작가들의 어법이 아닌 한림원의 표현대로 ‘강렬한 시적인 언어’로 표현한 점이 오히려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한강에게 세계적 인지도를 안겨준 ‘채식주의자’마저도 일제 강점과 군사 정권 등으로 인해 내면화된 우리 안의 폭력성을 은유한 것이라 해석이다. 소설가 황석영, 시인 고은 등 사회성 짙은 기성 작가들이 쌓아둔 토양을 발판 삼아 성장한 젊은 작가들이 세계 문단의 흐름에 눈높이를 맞추며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유려하고 개성있는 스타일로 표현해낸 것도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배경으로 꼽힌다. 어경희 예일대 동아시아어·문학 교수는 “젊은 작가들의 경우 세계 문단의 뚜렷한 경향성인 소수자 의식, 젠더 문제 등에 대해 이미 국제적인 감각을 갖추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인종적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뭉툭한데 이를 또 한국인과 한국계 작가들이 첨예한 감각으로 다루고 있다”고 평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번역의 중요성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한강의 소설이 맨부커상을 시작으로 노벨상까지 수상하기까지는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의 공로가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수상할 당시 “1인치라는 자막의 장벽만 넘으면 더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언어는 실제로 오랫동안 한국 문학에 장벽이 됐다. 기라성 같은 한국 작가들의 소설이 해외에 진출해서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다. 한강의 대표 소설 ‘채식주의자’의 경우 해외에 처음 출간될 당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번역가인 스미스가 한글로 쓰인 문장을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한국어에서만 쓰이는 독특한 특성을 지키는 데 주력한 덕분이다. ‘형’ ‘언니’ ‘소주’ 등의 단어를 발음 그대로 번역한 것도 소설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형진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는 “한강의 작품은 번역된 언어가 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 등 소수에 불과하다”며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언어 번역으로는 크게 적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어 교수 역시 “이미 해외에도 그간 번역가들의 노력으로 이광수의 ‘무정’, 염상섭의 ‘삼대’ 등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은 거의 다 번역이 됐다”며 “이제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알려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해외 출판 기회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출판사의 번역 출판 지원 사업 신청 건수는 281건으로 전년(209건) 대비 34% 늘었다. 이는 2019년(97건)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영어 번역의 경우 2019~2023년 전체 출간 지원 건수 115건 중 시가 절반이 넘는 56건으로 가장 많았고 소설(45건)이 뒤를 이어 시와 소설의 비중이 90% 이상에 달했다. -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책 구매 위해 줄 서 있는 시민들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22:45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책을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규빈 기자 2024.10.11 -
한승원 "딸, 전쟁으로 날마다 주검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냐고"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20:41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85)은 11일 "너무 갑작스러웠다. 당혹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작가는 이날 오전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 앞 정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소감을 제대로 들으려면 잘못 찾아왔다. 나는 껍질이다. 알맹이(한강 작가)를 찾아가야 제대로 이야기를 듣지…"라면서도 수상 소식을 접한 순간을 풀어놨다. 한 작가는 "(딸에게) 창비, 문학동네, 문지 셋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출판사에서 장소를 마련해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는데 (딸이)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더니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더라"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전했다. 한 작가는 "심사위원들이 아름다운 문장이라든지, 아름다운 세계를 포착했기 때문에 한 세대 위가 아닌 후세대(젊은 작가)에게 상을 줬다"며 "그러니까 우리 강이한테 상을 준 것은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사고를 친 것이다"고 기뻐했다. 딸에게 소설 쓰는 법을 따로 가르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 작가는 "딸한테 방 하나를 따로 줬는데 한참 소설을 쓰다가 밖에 나와보면 딸이 안보였다"며 "이 방, 저 방 다녀서 찾고 그랬는데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공상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고교때 한글날 글짓기에서 텔레비전을 '말틀'이라고 부르겠다고 표현해 상을 받은 게 한강의 유일한 학창 시절 수상이었다는 일화도 전했다. "한강은 어떤 딸이냐"는 질문에 한 작가는 "효도를 많이 한 딸"이라며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딸을 승어부(勝於父)라고 하는데 나는 평균치를 약간 넘어선 사람이다. 평균치를 뛰어넘기도 힘든데 평균치를 뛰어넘은 아버지나 어머니를 뛰어넘은 아들, 딸은 더욱더 훌륭한 것이다"고 말했다. 작가 한강을 한문장으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시험문제를 내느냐"며 웃고는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로 정의했다. 한 작가는 "(딸이) 여려서 큰일을 당하면 잠을 못 자고 고민한다"며 "어젯밤에도 새벽 3시에나 잠을 잤다고 한다. 몸이 건강해야 소설을 끝까지 쓸 수 있다"고 부정(父情)도 감추지 않았다. 한 작가는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을 펴냈다. 고향인 전남 장흥에 2000년대 초반 내려와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부녀는 이상문학상을 2대에 걸쳐 수상한 진기록의 주인공이다. -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 '사칭 X계정'도 등장
국제 국제일반 2024.10.11 17:14:18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직후 X(옛 트위터)에 그의 사칭 계정 게시물이 등장해 일부 해외 언론이 이를 인용까지 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계정은 사라졌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한강 작가를 자칭하는 X의 한 계정이 빠르게 팔로워 수를 늘렸다. 2015년 12월 만들어진 이 계정은 계정주인을 ‘작가, 공식 계정’, ‘한국 거주’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한강 작가의 이름 알파벳은 ‘HanKang’이지만, 이 계정은 ‘HangKangOffic’를 썼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되고 7분 후 이 계정은 노벨상 공식 계정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고맙다”는 게시물을 올렸고, 이후 또 한 차례 “말이 안 나온다. 고맙다”고 썼다. 이 두 건의 게시물은 이후 400만 이상 조회됐고, 이 계정의 팔로워 수는 2만을 넘어섰다. 아사히는 영국 일간 가디언이 한때 이 글을 인용해 기사를 썼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강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를 출간한 한국 출판사가 이후 “한강 작가는 특별히 SNS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문제의 계정이 공식 SNS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11일 자정이 지나자 해당 계정에는 “이 계정은 이탈리아인 저널리스트가 만든 가짜입니다”라는 새로운 글이 올라왔고, 이용자 이름도 변경됐다. 아사히는 “이 언론인은 과거에도 가짜 계정으로 팔로워를 늘리는 행동을 반복했다”며 “지난해에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로 위장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해당 언론인은 지난해 위장 SNS에 대해 “미디어의 약점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서”라며 “지적인 게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노벨문학상' 한강이 추천한 '이 책' 뭐길래…"최근 작품 좋아해"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6:55:21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소설가 한강(53)이 자신의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추천도서로 꼽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한강 작가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한강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자신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도서를 꼽았다. 그는 "내 생각에 모든 작가는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이 책에는 인간의 행동이 일부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은 작품으로, 제주 4·3사건의 아픔과 고통을 담고 있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강을 세계에 알린 작품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그 작품을 3년간 썼고, 그 3년은 내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꽤 힘든 시간이었다"며 "내 생각에 나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미지를 찾고 나무 등 작품 속 이미지들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한강은 121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여성으로는 18번째,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첫 수상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인도 타고르,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오에 겐자부로, 중국 소설가 모옌에 이어 아시아 작가로는 다섯 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한강 소설 또 영화화 될까?…'채식주의자' '흉터' 등 이미 영화화, 성적은 부진
서경스타 영화 2024.10.11 15:52:51한강 작가가 10일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그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강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는 2010년 동명의 영화로 개봉된 바 있다. 임우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고, 제26회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드라마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채식주의를 선언하며 가족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과 불화에 놓이게 된 영혜(채민서 분)와 형부이자 비디오 예술가인 민호(현성), 두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삶을 붙들려는 언니 지혜(김여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원작 소설집 ‘채식주의자’를 내용을 충실히 살렸다. 소설집은 고기를 거부하는 영혜의 이야기 ‘채식주의자’, 그리고 영혜의 몽고반점에 강렬한 끌림을 느끼는 민호의 이야기 ‘몽고반점’, 그리고 파멸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는 언니 지혜의 이야기 ‘나무 불꽃’으로 구성됐다. 소설 ‘채식주의자’는 한강에게 세계적인 명성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안겼지만,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배우 채민서가 7㎏을 감량하며 파격적인 열연을 펼쳤음에도 전국에서 개봉한 스크린이 20개를 넘지 못했고, 누적 관객 수는 3536명에 그쳤다.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한 ‘아기 부처’는 2011년 ‘흉터’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됐다. ‘채식주의자’를 연출한 임 감독 작품으로, 배우 박소연, 정희태가 주연을 맡았다. 뉴스앵커인 완벽주의자 상협과 동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평범한 가정주부인 선희의 비밀스러운 사랑을 그린 영화다. 한 시간 남짓한 상영 시간으로, 전국에서 상영한 스크린 수도 당시 1~3개뿐이었다. 결국 256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강의 다른 작품이 영화화 될 지 기대가 모인다. 2019년 마이데일리와 예스24가 함께 진행한 ‘영화화 되길 바라는 소설’ 설문조사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가 25.7%의 지지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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