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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후폭풍' 언급한 한강 "절망적인 상황은 아냐…시민들 용기에 감동"
정치 정치일반 2024.12.13 09:05:42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한강이 비상계엄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 상황에 대해 "그렇게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연극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서 진행을 맡은 현지 번역가 유키코 듀크는 한강이 무대에 오르자마자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국해야 했으니 얼마나 끔찍(awful)했느냐"고 물었다. 한강은 비상계엄 사태 이틀 만인 지난 5일 출국해 "이후 상황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번 일로 시민들이 보여준 진심과 용기 때문에 감동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강은 "이 상황이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며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이미 지난 6일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전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 청중 대부분은 스웨덴인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신념과 견해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강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윤 대통령 퇴진 집회 관련, "광주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제 또래나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시위 현장에) 많이 가셨다"며 "그대로 두면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알기에 모두가 걱정과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에 대해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젊은 세대 분들에게 광주로 가는 진입로 역할을 조금은 해줬을 순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 과장"이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한강은 이어 "시위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제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의 사진을 보긴 했다"면서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강은 '소년이 온다'의 시작점이 된, 그가 아버지의 서재에서 처음 본 1980년 5월의 광주를 담은 사진첩을 다시 언급하면서 "열두 살에 그 사진첩을 본 이후 품게 된 나의 의문들은 이런 것이었다"며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덧붙여 한강은 "장편 소설을 쓰는 일은 질문을 밀고 나가는 일"이라며 "질문과 감각, 그리고 그 시기에 저를 사로잡는 이미지를 통해 글을 쓴다"고 했다. -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했대"…시민들도 정치인도 다 '이것' 켰다
사회 사회일반 2024.12.13 00:00:00지난 3일 밤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부터 이튿날 새벽 4시 30분 해제까지, 6시간여의 비상계엄 과정에서 전 국민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한 손에 쥐고 유튜브를 주시했다. 신문·방송 등 전통 미디어도 특집뉴스를 쏟아냈지만 계엄사령부 포고령 3항이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였던 만큼, 해외 기업인 유튜브 등은 계엄군의 통제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 시청자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유튜브를 켰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불법적이고 위헌적이며 반국민적인 계엄 선포"라며 "국민 여러분, 지금 국회로 와 달라"며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특히 이 대표는 폐쇄된 국회 출입문 대신 담장을 넘어 경내로 진입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생중계했다. 비슷한 시각 우원식 국회의장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하겠다"는 긴급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또 이어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처리까지, 전 과정을 빠짐없이 생중계하며 이용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11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2월 첫주(2~8일) 유튜브 모바일 앱(안드로이드+iOS 기준)의 시청시간은 4억6668만시간으로 전주 대비 4.3%(1983만시간) 늘어났다. 주간 1인당 평균 이용시간도 706.58분을 기록, 모바일인덱스가 해당 데이터를 제공해 온 2021년 3월 이후 가장 길었다. 주간 1인당 평균 이용시간이 700분대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계엄 해제 이후로도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이어지며 유튜브 시청은 주말까지 계속 늘어났다. 1인당 일평균 시청시간은 계엄선포 당일인 3일(125.63분)부터 탄핵안이 폐기된 이후인 9일(149분)까지 18.6% 뛰었다. 계엄에 가담했던 일부 군 장성이 유튜브에서 당시 상황을 폭로하고, 탄핵을 촉구하는 여의도 집회의 생중계가 이어지는 등 각종 정치 현안을 다룬 콘텐츠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이처럼 유튜브를 비롯한 뉴미디어를 통해 전 국민의 감시가 요인 체포, 국회 장악 등을 꾀했던 계엄 세력의 좌초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도 지난 6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한국의 계엄에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2024년 겨울의 상황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돼 모두가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 (과거 계엄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
한강 "글 쓰고 읽고 듣는 과정이 희망의 증거…일상 돌아가 '신작' 쓸 것"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12 17:22:49"여태까지도 늘 써왔는데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돼서 계속 쓰던대로 쓰려고 합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축제를 마친 소설가 한강이 11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의 출판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후속 작품을 통해 독자를 만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한강은 노벨 주간 초반과 달리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를 두고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문을 쓰면서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며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 ‘나의 좌표’를 파악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지자체나 기관 등에서 다양한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만약 어떤 의미를, 공간에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닿기를 원한다면 그건 굉장히 가시적인 방법”이라며 “정말 중요한 건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 그걸 읽는 게 가장 본질적인 것 같다. 그 외에 바라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소설 집필 계획으로는 ‘눈의 3부작’ 마지막 편을 언급했다. 그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3부작이 있는데, 그 마지막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이 결도 달라지고 분량도 길어져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가 됐다”며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했는데 (노벨상 수상으로) 준비할 일이 많아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눈의 3부작은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작별’에 이어 내년 초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부작이 끝나고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작품으로는 장편 소설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과 일찍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언니를 다룬 소설이 꼽혔다. 한강은 계속 쓸 수 있는 동력을 ‘희망’으로 꼽았다. 그는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믿음을 근거로 하는 것”이라며 “그게 아주 미약한 믿음이라고 해도, 꼭 어떤 사회적인 것을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 기울여 듣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의 경우 장편 '소년이 온다'를 추천하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을 것을 추천했다. 아울러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12일 현지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대담 행사를 끝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
한강도 받은 부커상…연말엔 '수상작' 읽어볼까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12 17:21:45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지난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부커상을 수상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이 중 한강이 수상한 인터내셔널(국제) 부문은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권 문학 작품의 작가와 번역가에게 돌아간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부커상 수상작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최근 수상작의 번역서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는 현대세계에서 탈출을 바라는 이들의 심리를 담아냄으로써 시간과 기억,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 편안함을 느끼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해 과거 요법이라는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 가우스틴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에 다시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나이나 병의 여부와 무관하게 많은 이를 사로잡고, 유럽 전역으로 퍼지는데, 저자는 이를 ‘팬데믹’으로 인식한다. 저자는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핑계 삼아 다각도로 유럽의 역사를 조명하고, 동시에 그 속에서 개인이 느낀 기쁨과 환멸을 포착해 보여준다.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은 예니 에르펜베크의 ‘카이로스’다. 21세기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서사적 소설가인 저자는 1980년대 말 베를린 장벽 붕괴라는 역사적 시간을 배경으로 열아홉 살의 카타리나와 쉰 셋 유부남 한스의 특별한 로맨스를 그려낸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두 주인공의 관계는 음악과 예술에서 시작해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다. 작가는 “결코 다시는 오늘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한스는 생각한다. 영원히 이럴 것이라고 카타리나는 생각한다”와 같은 문장을 자주 반복하는데, 이는 마치 동독으로 대표되는 무너지는 구체제의 모습과 닮아있다. 저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자신의 어린 시절은 ‘박물관’이 되었다”며 모두가 ‘해방’으로 이해하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바라보는 작가의 ‘상실감’에 대해 고찰한다. 먼지처럼 처절하게 사라져가는 두 사람의 관계는 사라져가는 자신의 땅, 이웃, 터전을 보여준다. -
축제 마친 한강 "계속 쓰던대로 쓸 것… 기념관 사업 대신 책으로 만나달라"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12 08:18:56"여태까지도 늘 써왔는데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돼서 계속 쓰던대로 쓰려고 합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11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의 출판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에 대해 "강연문을 쓰면서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고,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 나의 '좌표'를 파악하게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6일 진행한 전 세계 취재진 대상 간담회와 달리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만 진행돼 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다. 신작으로 독자 만날 것 앞으로의 집필 계획을 묻자 그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3부작이 있는데, 그 마지막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이 결도 달라지고 분량도 길어져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가 됐다"며 "그래서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했는데 (노벨상 수상으로) 준비할 일이 많아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당초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작별'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써서 3부작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집필 과정에서 방향이 달라져 '작별하지 않는다'로 출간한 바 있다. 이어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책으로는 장편 소설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과 일찍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언니를 다룬 소설로, 이는 지난 7일 강연에서 언급했다. "쓰고 읽고 듣는 과정이 희망을 증거하는 것" 그는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는 동력에 대한 질문으로 ‘어두운 역사나 폭력이 반복될 떄, 어떤 이와는 도무지 연결될 수 었을 것 같을 때 어떻게 무력감을 이기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한강은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믿음을 근거로 하는 것”이라며 “그게 아주 미약한 믿음이라고 해도, 꼭 어떤 사회적인 것을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이렇게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 기울여 듣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소년이 온다’부터 읽고 ‘작별하지 않는다’ 추천 자신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의 경우 장편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진입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념사업 원하지 않는 이유 지자체나 기관 등에서 추진하는 각종 기념사업에 대해서는 “제 책을 읽어주시는 것 외에는 바라는 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만약 어떤 의미를, 공간에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닿기를 원한다면 그건 굉장히 가시적인 방법"이라며 "정말 중요한 건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 그걸 읽는 게 가장 본질적인 것 같다. 그 외에 바라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한강은 12일 현지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대담 행사를 끝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소감에 대해서는 이 같이 마무리했다. "이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쓸 테니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한강 “언어 연결된다는 믿음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12 04:33:45“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를 기울여서 듣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강 작가는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Natur & Kaultur)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강은 전날 노벨상 시상식 후 열린 연회에서도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며 ‘연결’이라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이 미친 영향에 대해 “강연문을 작성하면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 그러면서 지금 나의 좌표를, 내가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디쯤 왔는지 스스로 파악하게 됐다”며 “앞으로 더 쓸 것이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더 생각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강은 자신의 여러 작품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한 번역가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제 작품이) 번역된 언어가 28개 혹은 29개 되는 걸로 알고 있고 번역가 수는 50명 정도인데,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지만 모르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번역가들과 저는) 함께 있는 것이다. 문장마다 함께 있고 모든 문장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의 작품 속 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시련에 대해서도 전했다. 한강은 “인간의 삶은 복잡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복잡한 삶을 복잡한 대로 쓰고자 한다. 충돌이 있으면 충돌이 있는대로, 복합적이고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을 같이 들여다보면서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앞서 한림원은 한강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낸 작가”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한강은 ”(작품 속에) 확신에 차있지 않고 내적갈등이 있거나 고통받는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모습들이 현실 속의 우리와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훨씬 더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문서로는 ‘소년이 온다’를 추천했다. 어떤 책으로 한강의 작품 세계에 입문하길 바라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고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아울러 한강은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다음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노벨문학상과 관련해 추진 중인 기념사업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저는 책 속에 모든 게 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만약 관련해 어떤 일을 하고 싶다면 책 속에서 찾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떤 의미를 공간을 만듦으로써 그 의미가 사람들에게 닿기를 원하는 것도 가시적인 방법일 수는 있지만 정말 중요한 건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 그걸 읽으시는 게 가장 본질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 바라는 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신작과 관련해서 한강은 일정이 마무리되면 일상으로 돌아가 집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쓰는 게 쉽지 않아서 계속 고민했다. 원래 계획은 이번 겨울까지 쓰는 거였는데, (노벨문학상) 강연문도 써야 하고 여러가지 준비할 것이 많아 늦춰지고 있었다”며 “이 일들이 끝나면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가 쓰려고 했던 ‘눈 3부작’도 마무리하고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다음 소설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한강은 12일 스톡홀름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한강 작품의 낭독 행사에 참석해 스웨덴의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펼치며 노벨 주간을 마무리,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
'엄마 미소' 폭발한 한강…스톡홀름 아이들 시·노래에 "잊지 못할 기억"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11 22:56:34'내가 만약 토마토가 된다면 아주 맛없는 토마토가 될 거야 / 아무도 날 먹지 않게 / 아무도 나를 토마토수프에 넣을 수 없게 나무 꼭대기로 올라갈 거야.' 4학년인 애민(10) 군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마이크를 꼭 쥐고 창작시를 낭독하자 한강(54)은 만면에 '엄마 미소'를 지었다. 애민 군은 또래 학생들과 함께 한강의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를 읽은 뒤 시를 썼다고 설명했다.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링케뷔에 있는 도서관에서는 한강이 10∼15세 학생 100여명과 만나 문학을 주제로 교감하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노벨문학상 기념책자 낭독회'라고 불리는 이 행사는 다문화 가정이 많은 스톡홀름 링케뷔와 텐스타 등 2개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여는 36년 전통의 행사다. 학생들은 10월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직후부터 '흰',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내 여자의 열매' 등 한강의 소설 4권의 발췌본 혹은 전체를 읽고 토론을 하는 등 두 달간 '한강 공부'를 했다고 한다. 사용되는 모국어가 마흔 가지에 달할 만큼 다양한 배경의 이 학교 학생들은 각기 한강의 작품을 읽고 느낀 점을 표현한 시·그림·노래 등을 한강과 나눴다. 한 학생이 '흰'을 읽고 '내 인생을 달랐을 거다'라는 주제로 써봤다는 글귀를 낭독하자 한강은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을 귀 기울여 들었다. '4살 때 아빠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달랐을 거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가 홀로 됐기 때문이다. 엄마의 앞에는 무수한 위기가 닥쳤지만, 엄마는 잘 견뎌내셨고….' 한강은 이날 약 40여분간 도서관 한편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여러 그룹의 학생들과 대화도 나눴다. 가장 어린 10세 학생들과 둘러앉았을 때는 '노벨상 타니까 기분이 어떠세요?', '책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인가요?' 와 같은 질문 세례를 받기도 했다. 한강은 학생들에게 "나의 작품을 많이 읽고 대화를 나누고, 경험을 끌어내 나눠줘 정말 감동했다"며 "오늘 이 자리는 앞으로 살면서 절대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그는 도서관 방명록에도 감사 인사를 남기면서 "이들을 이끌어준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
'노벨상 수상' 한강 "어두운 밤에도 우리를 잇는 건 언어…생명 파괴하는 모든 행위 반대"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11 17:59:55“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수상 소감으로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고 말했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7시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 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뒤 진행된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레나테 좀멀라트 왕비 내외를 비롯한 왕족들과 총리,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한강은 구스타프 16세의 사위인 크리스토퍼 오닐과 연회장으로 입장해 구스타프 16세와 대각선 방향에 앉아 연회를 즐겼다. 만찬과 공연으로 네 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연회의 하이라이트로 꼽힌 시간은 노벨상 각 부문 수상자들이 소감을 3~4분 남짓으로 돌아가면서 나누는 자리다. 한림원 측에서 한국어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한강의 수상 소감을 요청하자 한강은 자신의 여덟 살 시절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앞서 그는 7일 진행된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도 여덟 살 썼던 사랑에 관한 시를 인용하며 자신의 오랜 문학적 질문을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여덟 살 때 오후 산수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다른 아이들과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일을 기억한다”며 이 기억이 생생히 남은 이유를 설명했다. 한강은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의 처마 아래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보여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는데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그 비에 팔과 다리가 젖는 것을 느끼면서 그 순간 갑자기 이해하게 됐다”며 “저와 나란히 비를 피하는 사람들과 길 건너편에서 비를 피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로서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저마다 비를 피하는 사람들을 지켜본 그 순간을 어린 아이가 ‘수많은 1인칭을 경험한 순간’으로 꼽았다. 그때의 1인칭 경험은 경이로운 순간으로 기억에 남았고 책을 읽고 쓸 때마다 두고두고 새기는 장면이 됐다.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쓴 시간들마다 이런 경이로운 순간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며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마음의 깊은 곳에 들어가면 다른 내면과 마주한다”고 전했다. 연회를 중계한 스웨덴의 공영 방송사 SVT는 이날 방송 중 한강을 인터뷰한 영상을 공개했다. 한강은 이 인터뷰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집필한 과정을 두고 “모든 조각을 모으고 싶었다”며 “살해당한 사람들의 일기를 읽었고, 이는 생존자로서의 죄책감이었다. 어떤 사람은 저나 제 가족 대신 죽었을 수도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앞서 시상식에서 한강을 호명한 소설가 엘름 맛슨은 “한강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부드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잔인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말한다”며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 입거나 연약하지만 한 걸음 나아가거나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 주간의 백미로 꼽히는 노벨상 시상식과 연회를 마친 한강은 11일 국내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이번 노벨문학상 여정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밝혔다. 12일에는 스톡홀름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한강 작품의 낭독 행사에 참석해 스웨덴의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펼치며 길었던 노벨 주간을 마무리한다. -
한강 "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 노벨상 수상소감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11 08:13:21한강이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전했다. 한강은 10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강은 이날 소감에서 어린 시절 비를 피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한 경험을 회상했다. 그는 "여덟 살 때 오후 산수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다른 아이들과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일을 기억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의 처마 아래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보여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그 비에 팔과 다리가 젖는 것을 느끼면서 그 순간 저는 갑자기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나란히 비를 피하는 사람들과 길 건너편에서 비를 피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로서 살고 있었다"며 "이는 경이로운 순간이었고,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이 경험이 글 쓰는 일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한강은 "책을 읽고 글을 쓴 시간을 돌아보면 저는 이런 경이로운 순간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며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마음의 깊은 곳에 들어가면 다른 내면과 마주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강은 연회 말미에 연회장 가운데로 이동해 약 4분 동안 소감을 말했다. 한강은 연회에 앞서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노벨상 증서와 메달을 수여 받았다. -
노벨상 받고 환하게 웃은 한강, K문학 전세계에 '금실'로 연결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11 06:05:00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속에 한국 문학의 힘과 아름다움을 뚜렷하게 새겼다. 5일부터 이어진 ‘노벨 주간(Nobel Week)’의 백미로 꼽히는 노벨상 시상식에서다. 한강은 환한 미소를 통해 전 세계인의 환호에 화답했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4시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엄숙한 타원형의 콘서트홀에 수백여 명의 청중이 자리한 가운데 먼저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를 비롯한 왕가의 일원들이 입장했다. 이어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올해 시상식의 주인공인 노벨상 수상자 11인이 시상식에 들어서자 국왕과 왕비가 모두 일어나 수상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8번째로 검정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노벨물리학·화학·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됐다.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이 4분 가량을 할애해 한강의 문학적 성취를 소개한 끝에 “친애하는(Dear) 한강”이라며 한강의 이름을 호명했다. 애초에 마지막 문장은 한국어로 소개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영어로 진행됐다. 청중이 일제히 일어선 가운데 콘서트홀 연단의 중앙으로 나선 한강은 시상식의 상징인 ‘블루카펫’에 올라 칼 구스타프 16세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수여 받았다. 이어 청중에게 감사의 의미로 목례를 하자 커다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리로 돌아간 한강이 환하게 웃음 짓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국 문학이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인에게 ‘울림’을 선사했다는 찬사가 터져 나왔다. 한강이 사흘 전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밝힌 마음과 마음 사이의 ‘금실’이 전 세계인에게 연결된 것이다. 국왕 내외와 왕족들, 수상자들, 한림원 관계자, 취재진 등 1300여 명이 참석하는 연회에서 한강은 짧은 소회를 밝혔다. 맛손은 한강의 작품을 두고 “붉은 색과 흰색으로 구성돼 있다"며 흰색은 생명이면서 죽음이기도 하고 붉은 색은 고통과 상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역사적 사건이 개인에게 남긴 상흔을 파고드는 한강의 문학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빚을 진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강의 작품에서 궁극적으로 언제나 깨달음과 진실을 찾는 노력을 뚜렷하게 찾을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노벨 주간 주인공으로 부상한 한강 한강은 이번 노벨 주간 행사에서 최대 화제의 인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다.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이 한국어와 스웨덴어·영어로 낭독된 한강의 작품에 귀를 기울였고 한강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화제를 낳았다. 그가 소설 ‘소년이 온다(2014)’에서 정면으로 다뤘던 5·18 민주화 운동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현재의 대한민국과 오버랩되며 재조명 받기도 했다. 국가적 폭력에 대항하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담은 그의 목소리에 전 세계 언론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한강은 6일 전 세계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2024년에 계엄 상황이 전개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7일 진행된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그는 자신의 31년의 문학론의 오랜 주제를 사랑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문학의 역할에 대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 깊게 파고 들어가는 행위이며 이런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된다”면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 즐기기 시작해”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이 상을 받는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내려놓았다는 한강은 이제 노벨 주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8일에는 노벨 주간의 상징적인 행사로 꼽히는 노벨상 콘서트를 관람했고 9일에는 ‘말괄량이 삐삐’를 쓴 스웨덴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생가를 방문해 증손자 요한 팔름베리를 만나기도 했다. 과거 스톡홀름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린드그렌 생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상식 다음날인 11일에는 한국 취재진을 상대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12일에는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한강 작품의 낭독 행사에 참석해 스웨덴의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펼친다. 국내에서도 한강을 중심으로 한 노벨 주간은 지속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전시 공간에는 한강의 초상화가 걸렸다. 이 공간에 새로운 초상화가 걸린 것은 10여 년 만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10일 서울도서관에서 서울시와 함께 ‘세계노벨문학축제’를 열어 시민들과 한강의 작품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갖는다. -
AI로 되살아난 '소년 동호'…"한강 작가의 간절함에 제 혼이 움직였다"
사회 사회일반 2024.12.11 02:48:41소설가 한강(54)이 10일(현지시간)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운데 그의 대표 작품인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가 인공지능(AI)으로 복원돼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광주시청에서 열린 한강 노벨상 수상 기념 시민 축하 행사장에는 AI 홀로그램을 통해 '소년 동호'가 등장했다. 동호는 5·18 당시 최후 항전을 벌이다 희생된 실존 인물인 고(故) 문재학 열사의 이미지를 형상화했으며 김형중 인문도시광주위원회 위원장이 동호가 돼 편지를 썼다. "안녕하세요. 문재학입니다"로 말문을 뗀 그는 "오늘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날이니, 소설 속 동호의 이름과 모습으로 왔다. 그냥 소년 동호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는 "그해 5월, 저는 그 처참하고 슬픈 시신들을 수습하고 유족들의 오열을 지켜보면서 '혼한테는 몸이 없는데 어떻게 눈을 뜨고 우릴 지켜볼까'라고 반문했다. 맞다. 저는 1980년 5월 27일 새벽에 죽었다"고 했다. 동호는 "'집에 가자'며 물에 빠진 사람처럼 무섭게 손을 끌어당기는 엄마의 손가락들을 하나씩 떼어 냈다"며 "여섯 시에 가겠다는 저의 말, 결국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지만 그 순간 잠깐 엄마의 얼굴이 펴지는 것을 봤다"며 어머니와의 마지막 대화도 회상했다. 동호는 "혼에게는 몸이 없어도, 눈을 뜨고 많은 것들을 지켜볼 수 있다. 죽은 사람의 혼은 죽은 육신에 깃드는 것이 아니라 그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깃드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여러분들의 기억이 제 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강 작가와의 첫 만남도 떠올렸다. 동호는 "어느 해 겨울 추위 속에, 제가 시신들을 수습하던 구 상무관 계단에 하염없이 앉아 있던 한강 작가의 모습을 기억한다"면서 "점퍼의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해가 지도록 거기 앉아 소년 동호의 얼굴이 또렷해질 때까지. 저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기다리던 모습도 기억한다. 그 간절함에 이끌려 제 혼이 움직였다"고 했다. 동호는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펼치던 여러분의 손길 곁에 저는 항상 같이 있었다. 제 후회 없는 마지막 삶이, 읽는 이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며 "저는 이제 이 소설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마음속에 있다. 그럴 기회를 준 한강 작가에게 무척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했다. 동호는 "오늘은 바로 그 소설을 쓴 작가가 영광스럽게도 노벨문학상을 받는 날"이라며 "책을 펼치는 순간 저는 항상 여러분 곁에 있다. 오월 광주의 기억과 함께 소년 동호는 꼭 돌아온다"고 끝을 맺었다. 이날 현장에서 동호이자 아들 문재학 열사의 홀로그램을 지켜본 김길자 씨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문 열사는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군과 끝까지 맞서 싸우다 총격에 숨졌다. 당시 문 열사는 열일곱 살로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다. 그는 한강 작가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의 모티브가 됐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냈다. -
"디어 한강, 나와주세요" 한강 마침내 노벨문학상 수상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11 01:01:08“디어(Dear) 한강,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4시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한강 작가가 연단 가운데로 나와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증서와 메달을 수여받은 뒤 악수를 나누고 청중을 향해 가볍게 목례하자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속에 한국 문학의 힘과 아름다움을 뚜렷하게 새긴 것. 이날 엄숙한 타원형의 콘서트홀에 수백여 명의 청중이 자리한 가운데 먼저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를 비롯한 왕가의 일원들이 입장했다. 이어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올해 시상식의 주인공인 노벨상 수상자 11인이 시상식에 들어서자 국왕과 왕비가 모두 일어나 수상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8번째로 검정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노벨물리학·화학·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됐다.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이 4분 가량을 할애해 한강의 문학적 성취를 소개한 끝에 “친애하는(Dear) 한강”이라며 한강의 이름을 호명했다. 애초에 마지막 문장은 한국어로 소개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영어로 진행됐다. 맛손은 한강의 작품을 두고 “붉은 색과 흰색으로 구성돼 있다"며 흰색은 생명이면서 죽음이기도 하고 붉은 색은 고통과 상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역사적 사건이 개인에게 남긴 상흔을 파고드는 한강의 문학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빚을 진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강의 작품에서 궁극적으로 언제나 깨달음과 진실을 찾는 노력을 뚜렷하게 찾을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
[속보] 한강, 스웨덴 국왕에 노벨문학상 메달·증서 받아
국제 국제일반 2024.12.11 00:55:00노벨상 "문학상 한강, 역사적 트라우마 배경 인간 나약함 깊이 탐구" -
검정 드레스 입은 한강… 노벨문학상 시상식 입장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11 00:18:41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시상식이 막을 올렸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4시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를 비롯한 왕가의 일원들이 입장하자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모차르트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이어 올해 시상식의 주인공인 노벨상 수상자 11인이 시상식에 들어서자 국왕과 왕비가 모두 일어나 수상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발목까지 오는 검정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무대 중앙의 왼편에서 마련된 노벨상 수상자들을 위한 자리 중 여덟번째 자리에 착석했다. 한강은 부문별 시상 순서에 따라 네 번째로 국왕에게 노벨상 메달과 증서(diploma)를 받는다. 시상 순서는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경제학상 순이다. 노벨상 시상식이 콘서트홀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래 한국인이 이곳에 깔린 '블루카펫'을 밟은 것은 약 한 세기 만에 처음이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고 있어 2000년 수상자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슬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
한강, 검정색 이브닝드레스 입고 한국인 최초 '블루카펫' 밟는다 [2024 노벨상 시상식]
국제 국제일반 2024.12.11 00:18:03노벨상 시상식이 스웨덴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10일(현지시간) 막을 올렸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소설가 한강(54)은 이날 오후 4시 시상식에 참석했다. 노벨상 시상식이 콘서트홀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래 한국인이 이곳에 깔린 '블루카펫'을 밟은 것은 약 한 세기 만에 처음이다. 국왕이 입장하자 오케스트라 연주로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한강은 검정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채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입장했다. 한강은 부문별 시상 순서에 따라 네 번째로 국왕에게 노벨상 메달과 증서(diploma)를 받는다. 시상 순서는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경제학상 순이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고 있어 2000년 수상자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슬로 시상식에 참석한 바 있다. 한강은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아시아인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은 2012년 중국 소설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한편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10일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그의 작품들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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