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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떠나는 최재천 교수가 꺼낸 첫 화두 "양심에 털 났냐"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5.01.15 07:00:00“양심에 털 났냐, 양심은 엿 바꿔 먹었냐,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일상 대화에서 이렇게 자주 쓰던 게 양심이라는 단어였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더라고요.” 동물행동학과 진화생태학을 연구하며 우리 사회에 빗대 매번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이번에는 “용도 폐기된 양심이라는 단어를 이 시점에서 되살리고 싶다”며 ‘양심’이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최 석좌교수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신간 ‘양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온갖 사회적 부름에 종종 제 목까지 내걸고 참여했던 지난 생애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양심이 버티고 있었다”며 양심의 기저에는 '차마' 외면할 수 없고 '어차피' 할 일이라면 ‘차라리’ 온몸으로 덤벼들자는 세 단계의 심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설명하는 양심은 “나를 속이지 못해 계속 불편해하다가 결국 차마, 어차피, 차라리의 심리로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에 가깝다. “제가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까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호주제 폐지와 돌고래 제돌이의 야생 방류에도 앞장섰습니다. 태생적으로 저는 비겁한 사람인데도 말이죠.” 최재천은 2023년 8월 서울대 졸업식 축사를 준비하면서 ‘양심’이라는 화두를 던져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간담회에서 군인의 총부리보다 더 강한 게 양심이라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장면을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시기에 비상 계엄 선포와 탄핵 여파가 있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쓴 책은 아니었다"면서도 "나랏일을 책임지는 분들이 양심의 기준에 따라 움직여 준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를 지적하기 위해 소개하기 위해 정치인들의 탄핵 소추안 표결 과정을 예시로 들었다. 최 교수는 다작으로 이름 나있다. 한 해에도 2~3권의 책을 내지만 기존에 대형 출판사와 협업해 책을 쓰고 기획했던 것과 달리 이번 책은 최재천 교수가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펴낸 공저서다. 양심이라는 주제로 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에서 다룬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7편을 선별했고 추가적으로 내용을 보충했다. 지난해 말 ‘학교밖에서 제자를 키우겠다'는 것을 목표로 ‘호모 심비우스’를 출범했고 270여명의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팀 최마존’이 최 교수의 공저자가 됐다. 내달 퇴임을 앞두고 있는 그는 “(호모심비우스를 시작으로) 숙론의 장을 만들고 싶다”며 “그 시작을 양심이라는 화두로 시작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
문학동네 북카페 '카페꼼마' 전국에 접점 만든다…'한강의 고향' 광주에 지방 가맹 1호점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5.01.14 17:42:50문학동네의 북카페 브랜드 카페꼼마가 서울과 경기권을 벗어나 처음으로 지방에 매장을 내면서 전국 단위로 확장한다. 전라남도 광주에서 첫 지방 가맹점을 오픈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광주를 기점으로 전국에 문화적 접점을 늘린다는 포부다. 14일 카페꼼마는 “광주에 첫 지방 가맹점을 열어 지역 문화와 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문화 교류의 장을 열고자 한다”며 “사업 확장을 넘어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함께 나누려는 뜻을 담았다”고 밝혔다. 카페꼼마는 2011년 문학동네의 직영 북카페 브랜드로 시작해 도심의 생활반경에서 책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여의도, 홍대, 합정을 비롯해 경기도 광교, 송도 등에서 6개의 직영점을 운영해 왔다. 첫 가맹점인 용인 모빌리티 뮤지엄점에 이어 광주에 가맹점을 열면서 이제 전국 단위로 매장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염현숙 카페꼼마 대표는 “직영 매장에서 쌓아온 일관된 메시지와 독창적인 사용자 경험을 가맹점에서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각 지역의 특색과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지역성과 정체성의 균형을 맞춰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형 출판사에서 지방으로 사업 거점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로 꼽힌다. 광주는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이 태어난 도시이자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이 된 평화와 인권의 상징적인 도시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게 문학동네 측의 설명이다. 광주 동구의 문화전당역에 접해 있는 지방 가맹 1호점 ‘카페꼼마 파랑새안과점’의 경우 지역 특성을 반영한 북 큐레이션이 핵심이다. 지역 주민들이 커피를 즐기며 책을 읽는 장소에 그치는 게 아니라 광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나 지역 출신 문인들의 책들을 큐레이션해 지역 문화와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취지다. 또 ‘파랑새 추천도서’ 코너를 마련해 매장이 자리잡은 파랑새안과의 임직원들이 함께 읽고 추천하는 책들도 소개한다. 180평 규모의 2층짜리 대형 공간에 많은 좌석도 확보해 벌써부터 광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광주 충장로의 명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염 대표는 “카페콤마가 지향하는 것은 커피와 책을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머루를 수 있는 문화적 허브가 되는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의 삶 속에서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체험을 제공하고 각 지역의 문화와 책을 잇는 허브로서 자리 잡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광주 가맹점 오픈을 기념해 오는 18일에는 ‘트렌드 코리아 2025’의 저자 김난도 교수와 함께하는 북토크 행사도 연다. 참가 신청이 마감돼 인원을 100명까지 늘렸다는 설명이다. 염 대표는 “광주 지역이 문화적 기회에 목마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문학동네 북클럽 등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문화적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
한강 작가 어릴 적 시간 보낸 '그 집'…소설가 한승원 생가 복원한다
문화·스포츠 문화 2025.01.14 16:59:27전남 장흥군은 14일 회진면 신상리에 있는 한승원 작가 생가 부지 매입을 완료하고, 생가 복원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승원 작가는 현대 소설 문학의 거장이자 문학의 본고장인 장흥을 대표하는 문인으로 '아제아제바라아제', '불의 딸', '초의' 등의 작품을 펴냈다. 최근 한승원 작가의 딸인 한강 작가가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한승원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장흥을 찾는 여행객들도 늘고 있다. 장흥군은 지난해부터 생가 부지 소유주와 협의해 온 장흥군은 최근 부지 매입을 완료했으며, 한승원 작가의 조언을 받아 생가를 옛 모습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이곳은 한강 작가가 어린 시절 방학마다 찾아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장흥군은 당시 감성과 추억이 깃든 콘텐츠를 곁들여 관람객들에게 문학 여행의 즐거움을 더할 계획이다. 장흥군은 유서 깊고 풍부한 문학 자산을 바탕으로 2008년 전국 최초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됐다. 한승원 생가가 복원될 경우 이청준 작가 생가, 한승원 문학 산책로 등과 연계해 더욱 풍성한 문학 기행 관광코스가 조성될 것으로 장흥군은 기대했다. 김성 군수는 "한승원 작가는 장흥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한강 작가의 뿌리"라며 "생가를 노벨문학도시 장흥의 대표적인 문학 자원으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로터리] 정치과잉의 시대 소설의 역할
문화·스포츠 문화 2025.01.07 19:00:00오늘같이 바쁘고 변화무쌍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대에는 앉아서 200쪽 넘는 소설을 읽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 그래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일주일간 전년 동기 대비 문학작품의 소비량이 49% 늘어났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으로 촉발된 이러한 문학작품 소비는 우리 모두에게 자신과 사회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중에도 오늘은 특히 소설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본다. 소설은 그 특질상 어떤 현상에 대한 다각적이고도 다원적인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장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을 분류할 때 우리는 ‘평면적 인물’과 ‘입체적 인물’이라는 표현을 쓴다. ‘평면적 인물’이란 폭군이라든가, 구두쇠라든가, 악한이라든가 하는 한 가지 특성으로 설명되는 인물을, 또 ‘입체적 인물’은 폭군이었지만 외교술에 있어서는 뛰어난 통치자였다는 식으로 한 사람에게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측면을 드러내는 인물을 각각 뜻한다. 두 가지 인물 묘사 중 입체적 인물을 더 우월한 방법으로 평가하는 것이 보통이다. 20세기 소설론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이론을 제공한 바흐친도 소설적 상상력을 대화적 상상력이라고 규정하며 소설의 다원적 성격을 강조한다. 그는 단일한 목소리로 자신의 세계관을 설파하는 톨스토이보다 다양한 목소리와 세계관이 각축을 벌이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세계를 높이 평가한다. 예를 들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선과 악이 무엇인지, 도덕은 무엇이고 구원은 무엇인지에 대해, 아버지 표도르, 그의 두 명의 불행한 아내들이 낳은 세 아들, 표도르의 사생아, 그들의 여인들, 하인 그리고리, 조시마 장로 등등이 끝도 없는 논쟁을 이어가며 그들의 차이 나는 세계관들을 설파한다. 심지어는 누가 아버지 표도르를 죽였는가에 대해서도 장남 드미트리와 차남 이반은 자신들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이와 같이 다원성의 세계이자 간접 경험의 세계이기도 한데 자신의 성별이나 나이, 인종, 시대, 사회적·지리적 환경을 초월한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나’라는 세계에 갇히지 않고 시야를 끝없이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벗어나기를 종종 수행함으로써 우리는 좀 더 나은 시민이 될 수 있다. 적어도 눈앞의 사태에 대해 단선적이고도 평면적인 한 가지 측면만을 보도록 유도하는 정치적 양극화와 프레임 씌우기로 일관되는 정쟁에 맥없이 말려들기를 거부하는 의식 있는 개인으로 남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깨어 있는 의식으로 올바른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동십자각]타인의 고통에 대한 예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1.03 18:22:43지난해 12월 29일 일요일 오전 9시쯤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락했고 2명이 구조됐다는 속보가 처음 나왔다. 사망자 수가 47명, 62명, 82명, 124명으로 늘어났고 결국 179명이 사망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이어졌다. 이후에도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이 보도됐다. 버드 스트라이크 관리·정비 문제, 랜딩기어 이상 가능성,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로컬라이저 등은 이번 참사가 인재였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고 가능성을 높여 놓은 문제 앞에서 최선을 다했던 기장과 부기장의 사투에는 가슴이 먹먹하다 결국 답답함으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제 살았다’ 싶었던 순간에 둔덕에 부딪혀 폭발한 여객기. 최선과 의지는 안전 불감증에 걸린 시스템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나, 최선의 노력을 어떻게 이렇게 허망하게 만들 수 있는지 등 깊은 회의에 빠진 건 기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후 더욱 깊은 회의가 찾아왔다. 유가족에 대해 “보상금 받을 생각에 싱글벙글할 것”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막말과 ‘가짜 유가족’이라는 가짜 뉴스 등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인간에게 과연 선의가 있는가 의문마저 들었다. ‘집에 다 왔다’고 생각하며 가족·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설레는 마음으로 챙기려던 이들이 뜨거운 화염 속에서 고통스럽게 숨을 거뒀는데 고통에 공감하고 애도하기는커녕 조롱을 하는 마음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시상식 주간에 “계엄군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광주 시민들과 헌혈을 하려고 긴 줄을 선 광주 시민들을 보고, 인간의 참혹함과 존엄함이 어떻게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며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깊은 의미라고만 생각했던 작가의 이 말을 이번 참사에서 진정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알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에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애도하고 음식을 준비해 나르고,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한 명도 병원에 오지 못했다’며 비통해 한 한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 등에서는 인간의 존엄함을, 고통에 공감하기는커녕 악한 말들을 퍼붓는 이들에게서는 참혹함을 느낀다.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이다. 애도에는 유효기간이 없지만 이 기간만이라도 타인의 고통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존엄함이 더욱 많이 드러나기를 바란다. -
정치도 경제도 불확실의 시대…지혜와 통찰을 제시하다[새해 주목할 신간들]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5.01.03 17:53:07올해 출판계는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이어진 소설 읽기 열풍을 겨냥한 다양한 신작들이 쏟아진다. 밀란 쿤데라, 폴 오스터 등 작고한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새롭게 출간된다. 전 세계의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전쟁과 차별을 다룬 책과 ‘잘 먹고 잘 사는 일’의 기본이 되는 몸을 탐구하는 책들도 잇따라 출판될 예정이다.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단연 한강의 신간 소설이다. 한강은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작별’에 이은 겨울 3부작 완성편을 발표한다. 지난해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내놓은 김애란 작가도 신간 ‘다섯 번째 소설집’(가제)을 공개한다. 황석영도 '철도원 삼대'를 펴낸 2020년 이후 5년 만에 장편소설 ‘할매’(가제)를 내놓는다. 해외 거장들의 작품도 기대된다. 민음사는 밀란 쿤데라의 유작 ‘여든아홉 개의 말’을 출간할 계획이다. 1980년 발표한 ‘프라하, 사라져가는 시’와 1985년 발표한 ‘여든아홉 개의 말’을 함께 엮은 작품집이다.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 가트너'도 올해 출간된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꼽혔던 중국 소설가 찬쉐의 중편소설 '노쇠한 뜬구름'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키메라의 시대' 등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에 관한 에세이 ‘데이비드 스턴 마틴의 멋진 세계’는 하반기에 출간된다. 올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 세계인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슈는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될 ‘24분’은 북한 핵미사일 발사 24분 후 미국 워싱턴 상공에서 벌어지는 핵전쟁을 다룬 책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애니 제이콥슨이 수백 건의 인터뷰와 기밀 문서 연구를 통해 핵전쟁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한 예측 시나리오를 내놨다. 구독자 111만명의 유튜버인 김지윤 박사는 올 6월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를 통해 그간 유튜브로 다뤘던 국제 정치의 변화 모습들을 담아낸다. 상반기 중 출간될 예정인 ‘한국전쟁의 심문실(후마니타스 펴냄)’은 85주년을 맞는 한국전쟁을 두고 어떤 폭력성을 지니는지 의미를 파헤치기 위해 전쟁에서 주목받지 않았던 심문실을 파고들었다. 한국전쟁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를 해온 모니카 김 미국 위스콘슨대 교수는 심문실에서 벌어졌던 질문들 ‘당신은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 ‘어느 나라의 국민이 될 것인가’ 등을 바탕으로 그간 다루지 않았던 전쟁의 이면을 보여준다. 지정학적 갈등 외에도 사회 전반에 자리한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는 극단주의 또한 새해의 화두다. 올 4월에 출간 예정인 ‘극단주의에 빠진 뇌(어크로스 펴냄)’는 사회적·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시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극단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조명한다. 세계의 지성으로 평가되는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 역시 ‘이성이란 무엇인가(사이언스북스 펴냄)’를 통해 합리적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이성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다. 재미 저널리스트인 안희경씨는 인문교양서 ‘인간 차별’을 통해 우리 사회에 뿌리 박힌 이민자, 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의 세묘화를 그려낸다. ‘잘 먹고 잘 사는 일’의 기본이 되는 몸에 대해 파고드는 책들도 눈에 띈다. 2023년 ‘도둑맞은 집중력’ 열풍을 일으켜 30만권이 넘는 판매 부수를 기록했던 스코틀랜드 작가 요한 하리는 비만과 몸, 의지력과 수치심을 다룬 신간 ‘매직 필(어크로스 펴냄)’을 내놓는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남궁인씨는 의학서 ‘몸’을 통해 신체 각 기관의 기능부터 면역 체계 등 인체 방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몸의 작동 원리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지난해 한국사회에 ‘저속노화’ 열풍을 일으킨 정희원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가속사회의 청년들(문학동내 펴냄)’에서 젊은 세대의 자기 돌봄을 위한 처방전을 제시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서 유명세를 떨친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는 요리책 겸 에세이 '스모크&피클스'를 통해 자신의 요리법은 물론 셰프로서의 여정과 개인적인 일화들을 담아낸다. 남다른 김맛으로 맹위를 떨쳤던 ‘이모카세 1호' 김미령 셰프의 따뜻한 집밥 레시피 역시 독자들을 찾아온다. -
소설에 빠진 한국…국내 첫 '문학포털'도 나온다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5.01.02 18:12:46새해 첫날을 맞은 1일 서울 영등포구 교보문고 영등포스퀘어점. 새해에 읽을 첫 책을 사려는 독자들로 서점 안이 북적거렸다. 눈에 띄는 것은 입구 가까운 문학 매대 주변의 인파였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소설을 비롯해 한국 문학 작품이 놓여있는 매대에 많은 이들이 몰렸다. 반면 외국문학 코너에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책을 사기 위해 몇 겹으로 선 대기줄에는 김지연 소설가의 ‘좋아하는 마음 없이’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2025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표지의 분홍색 띠가 여러 개 보였다. 20대 고객 이모씨는 “원래 연초에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읽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친구가 괜찮은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같이 왔다”며 “소설에 관심 없던 친구가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교보문고 측은 “이날 집계한 영등포점의 소설 분야 매출이 전년 같은 날 대비 33% 늘었다”며 “한국 소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문학 열풍이 새해부터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시작된 한국 문학의 날갯짓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1일 온라인 서점 플랫폼 예스24에 따르면 1월 1주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재등극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지난 10월 중순부터 12월 3주까지 내리 종합 1위를 기록한 뒤 순위가 내려왔지만 독자들의 성원 속에서 종합 1위를 탈환한 것이다. 이어 2위와 3위로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가 자리를 지켰다. 윤희영 현대문학 팀장은 “원래 현대문학상이 12월 출간되고 한 달 사이에 판매가 집중되는데 올해는 그 기간이 좀 더 길어졌다”며 “특히 지난 2년 간 문학상 수상작품집 판매고가 15% 가량 빠졌는데 올해는 3~4년 전으로 회복했다. 김지연 소설가와 박소란 시인의 팬층도 두텁고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한 몫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에 한국 소설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올해는 상반기부터 기대작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1월에 김숨 소설가가 시각장애인을 인터뷰해 쓴 연작 소설 ‘무지개 눈’이 출간되고 한강의 ‘겨울’ 3부작 장편 소설의 마지막편(제목 미정)을 비롯해 정세랑, 김혜진, 박서련, 김멜라 등 거장의 반열에 오른 소설가들의 신작 장편 소설이 예정돼 있다. 장편 소설 ‘성소년’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통하는 작가로 자리잡은 이희주 소설가 상반기에 세계관이 이어지는 소설인 ‘성소녀’를 출간한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문학 콘텐츠를 한 곳에서 소비할 수 있는 포털 ‘시작하다’가 올 3월 론칭을 해 본격적으로 문학 애호가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국내에서 문학 관련 2차 콘텐츠, 문학 강의, 문학 뉴스, 서점 등을 한 곳에 모아 문학 애호가들이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는 전무한 상황이다. 정은우, 한정현 소설가 등이 강의에 참여하고 박사랑 소설가와 양안다 시인이 팟캐스트 등 2차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문학 포털을 준비하는 김새봄 한국작은출판문화연구소 대표 겸 새봄출판사 대표는 “문학을 기반으로 한 유튜브, 팟캐스트 등 2차 콘텐츠를 비롯해 문학 커뮤니티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높지만 이를 제대로 구현하는 곳이 없다”며 “본격적으로 불어 온 K문학 열풍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
문학계 숙원 ‘한국문학 번역대학원’ 생긴다…출판사도 저작권 수출 박차
문화·스포츠 문화 2025.01.01 17:42:28‘제2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배출을 위해 ‘번역대학원대학’ 설립이 본격 추진된다. 지난달 31일 이의 근거가 되는 ‘문학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국내외 유능한 한국 문학 번역가의 육성을 위해 문학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오던 사안이었다. 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는 순수예술과 콘텐츠가 집중 육성된다. 핵심은 청년 단위 육성과 함께 지역 및 부문별 생태계 확성화다. 내년 공연예술 분야에서 34세 이하로 구성된 청년교육단원을 지난해 350명에서 600명으로 확대하고, 전통연희·오케스트라·연극·한국무용 4개 장르에 청년단체를 신설한다. 또 지방 공연예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우수 공연예술단체 30개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선발해 지원하고 심층적인 작품 비평을 제공할 계획이다. 문학 부문에서는 더 많은 국내 작품이 해외에 번역되도록 출판 지원을 확대하고, 국내 작가들이 해외 유명 문학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출판계에서는 번역대학원의 설립 근거가 되는 문학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해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연간 최대 80명의 번역가를 양성하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설가 한강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세계 문학 속에 당당히 설 자리를 찾은 우리나라 문학계는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은 이번 1월호를 특대호로 꾸린다. 김연수, 임현, 정용준, 최은미 소설가 등이 쓴 열 편의 단편소설과 김현, 문보영, 신용목 시인 등이 내놓은 스무편의 시로, 새해 문단을 기운차게 연다. 한강 소설가가 예정하고 있는 ‘겨울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할 신작 장편 소설을 비롯해 거물급 소설가들의 작품들도 줄줄이 포진해 있다. 상반기에는 김애란 소설가의 다섯번째 소설집을 비롯해 김혜진, 박서련 등 차세대 소설가들의 신작 장편소설이 예고돼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새해에는 보다 ‘글로컬’한 작품들을 다양하게 내놓고 저작권 수출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보일 것”이라며 “출판사마다 저작권 담당자에 대한 채용을 늘리는 곳이 여럿 관찰되고 있다”고 전했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소속사의 수입금 미정산, 미지급 등 등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도 올해 시행된다. 불공정행위에 대해 문체부가 관련자에게 자료제출, 출석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조사 권한을 규정한 법이다. ‘문화산업 완성보증’도 확대 개편된다. 기존 완성보증은 판매계약에 체결된 프로젝트의 완성(제작)에 대한 제한적 보증일 뿐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기획·개발, 제작 및 유통 등 콘텐츠 밸류체인 전 단계에 공급할 수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K-콘텐츠의 경쟁력이 지속되도록 대내외 위기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해 힘껏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여명] 2024년, 작별하지 않는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1.01 07:00:00내려가고 있다. 수면에서 굴절된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중력이 물의 부력을 이기는 임계 아래로. 더 내려가고 있다. 굉음 같은 수압이 짓누르는 구간, 어떤 생명체도 발광하지 않는 어둠을 통과하고 있다.(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中)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폭력의 무게와 억압의 깊이를 이렇게 전하고 싶었던 걸까.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임계 아래 어둠’에서 공포감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칼럼은 녹록치 않은 삶 속에서도 해돋이를 바라볼 때의 그것처럼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이 맞다. 아무리 나라와 가계의 살림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도, 수년 동안 지속된 혼탁한 정세를 풀어낼 약간의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더라도, 믿기지 않는 참사에 비통함 뿐이라도, “우리는 저력이 있으니 한번 해보자고” 파이팅 넘치게 주장해야 했다. 그럼에도 나는 거장의 문장을 빌어 와 폭력과 어둠으로 칼럼의 첫 머리를 채웠다. ‘혼돈’이라고 하기에도, ‘비현실적’이라고 하기에도 적절하지 않은 2024년의 마지막 달이 이제 막 지났을 뿐이고, 새해 아침이 밝았더라도 세상은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아수라’의 시간은 을사년 올해 ‘푸른 뱀’처럼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것이다. 주술에 빠진 대통령의 광기 어린 선택이 몰고 온 후폭풍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탄핵 심판으로 느닷없이 울린 조기 대선의 출발 신호와 함께 대한민국의 분열음이 커지고 있다. 정부 기관 곳곳에 담벼락처럼 쌓이는 화환을 가운데 두고 진영 간 극악스러운 대치가 치열해질 것이다. 도사와 법사, 보살의 휴대폰에서 튀어나올 말들에 경악하는 한편에선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제왕적 대통령과 거대 여당의 탄생 가능성에 몸서리를 칠 것이다. 정치의 부재 속에 누구도 국정의 방향타를 책임 있게 붙잡고 있지 못하기에 국가 경제와 민생의 벼랑 끝 위기는 쉽사리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재라는 미증유의 길을 걷고 있다. 국정의 마비 상태가 종식된 후에도 후유증이 오래 남을 것이다. 또 다시 ‘조작’이나 ‘보복’과 같은 섬뜩한 단어들이 넘쳐날 수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대통령의 선동에 ‘치유’와 ‘통합’이라는 가슴 벅찬 단어는 앞으로도 오랜 세월 우리 것이 될 수 없기에 절망스럽다. 그래서 나는 2024년 12월의 그날로 돌아간다.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 국회에 내려앉은 헬리콥터와 무장한 계엄군. “문짝을 도끼로 문수고” “총을 쏴서라도” “제2, 제3의 계엄”과 같은 망상 속 대통령의 명령. 쏟아지는 증언과 증거에도 내란 수괴 피의자를 여전히 붙들고 한 줌의 권력을 지켜보려는 무리들. 그리고, “1년만 지나면 다 잊고 찍어 준다”는 검은 속내와도. 그렇게 1948년 10월 25일 여수·순천의 첫 비상계엄부터 1979년 10월 18일 전국에 선포된 열 다섯 번째 계엄까지 수백 만의 무고한 희생으로 세워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46년 만에 속절없이 무너뜨린 모든 형태의 폭력과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의 배경이 된 ‘제주 4.3사건’. ‘학살의 역사’에 1948년 11월 17일 선포된 두 번째 계엄이 있었다. 작가는 ‘척결’이라는 목적으로 자행된 폭력의 장면 하나 하나와 마주한다. 그리고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헤집어 내듯 고통스럽게, 그날의 진실들을 하나하나 꿰어내 전한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2024년을 기억해야만 하는, 불안 속에 시작되는 2025년을 마주하고 이겨내야 하는, 새해 아침이 슬프고 비장하다. -
어른으로부터 위안 받고 AI, 코인, 문해력 파고든 독자들 [2024년 책 결산]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30 10:09:08올해 독자들은 어른들로부터 인생을 배우고 인공지능(AI), 코인(가상자산), 문해력을 파고 들었다. 어른들로부터 배워요…70대 첫 신인 작가의 탄생 25일 출판계에 따르면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어른들로부터 배우고 위안을 얻으려는 독자들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서점 플랫폼 알라딘에 따르면 지난 4월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한 손웅정 감독의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는 구매자의 경우 40대가 45.4%로 가장 높았고 이어 50대(23.8%), 30대(19.1%) 순으로 나타났다. 책에서 살아온 지혜를 덤덤히 전하는 할머니들에 대한 독자들의 충성도도 높았다. 유튜브 ‘밀라논나’ 채널을 운영하는 밀라논나는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김영사 펴냄)’에서 30살의 터울이 나는 이경신 피디와 대화를 주고 받는 방식을 취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같은 시기 이야기장수에서 출간한 이옥선 작가의 ‘즐거운 어른’은 예스24에서 올해 첫 단독 저서를 낸 작가들을 대상으로 선정한 올해의 신인상 코너에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이듦에 대해서 어떠한 포장도, 어떠한 회한도 없는 유쾌한 모습의 할머니가 젊은 시대가 원하는 어른의 상을 보여준 게 독자들에게 깊은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게 출판계의 분석이다. AI문해력이 생존 필수요소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하루하루 실생활에 접목되는 한편 AI문해력이 개개인의 경쟁력에 중요 요소로 부각되면서 AI가 키워드로 들어간 도서 발행 건수가 크게 늘었다. 예스24에 따르면 AI·인공지능이 제목에 포함된 정보기술(IT) 도서는 올해에만 389종이 출간돼 지난해(116종)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판매량 역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2% 증가했다. ‘AI 리터러시’ ‘LLM을 활용한 실전 AI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활용법에 관한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동시에 AI 붐의 주역이 된 엔비디아, TSMC 등 기업들을 조명한 책을 찾고자 하는 수요도 늘었다. 엔비디아의 경우 회사의 업력을 다룬 ‘엔비디아 웨이’부터 조직 문화를 다룬 ‘더라스트컴퍼니’까지 다양한 책들이 출간됐다. 코인 다룬 서적들도 연말 열풍 한 동안 주춤했던 가상자산 열풍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현되면서 관련 서적의 인기가 빠르게 높아졌다. 예스24에 따르면 제목에 코인(가상자산)이 들어간 서적의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8% 급증했다. 관련 도서 출간도 지난해에는 10종에 그쳤지만 올해는 42종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올 여름 출시 당시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더 피아트 스탠다드’ ‘이더리움 억만장자들'이 연말에 다시 주목을 받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집중력 보다 어휘력에 꽂혔다 지난해 ‘도둑맞은 집중력’ 신드롬으로 집중력에 꽂혔던 독자들이 어휘력, 문해력을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삼은 것도 새로운 부분이다. 문해력을 기르고자 하는 수요에 힘입어 유선경 작가의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위즈덤하우스 펴냄)’는 지난 3월 출간 후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20만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전작인 ‘어른의 어휘력(15만부 이상 판매)’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김종원 작가의 ‘부모의 어휘력’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또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어른과 아이를 각각 타깃으로 내세운 일력 형태의 어휘력 책들도 인기를 끌었고 문지애 아나운서 등 유명인들도 가세해 어휘력 신드롬에 불을 붙였다. 출판계 관계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출판계에서는 모든 이슈를 흡수하는 블랙홀이 됐다”면서도 “불확실한 시대에 어른들로부터 배우고자 하고 내면을 어휘력과 생각하는 힘, 대화하는 힘으로 다듬고자 하는 니즈가 눈에 띄었다”고 짚었다. -
올해 12월 네이버 최다 검색어는 '계엄'
산업 IT 2024.12.27 15:20:59이달 네이버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는 ‘계엄’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올해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모바일·PC 검색 데이터를 활용한 '2024년 검색어 연말 결산’을 27일 공개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계엄이 화두로 떠올랐다. '계엄령’은 구글의 ‘검색어로 돌아보는 2024년’ 목록에서 종합 검색어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국 개표 현황’과 '미국 대선’도 각각 4월과 11월의 최다 검색어에 올랐다. 영화·드라마 흥행작 및 스포츠 이벤트도 주목을 받았다. 'AFC 카타르 아시안컵'(1∼2월), '눈물의 여왕'(3월), '선재 업고 튀어'(5월), '인사이드 아웃 2'(6월), '파리 올림픽'(7∼8월), '베테랑 2(9월), '지옥에서 온 판사'(10월) 등이 월별 최다 검색어로 드러났다. 올해 처음으로 관중 1000만 명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2년 연속 스포츠 분야 최다 검색어를 기록했다. 올해 영화 부문 최다 검색어는 '천만 영화' 반열에 오른 오컬트 영화 '파묘'였다. 2∼4위는 '범죄도시 4', '베테랑 2', '인사이드 아웃 2', '듄: 파트 2' 순이었다. 드라마 방송은 김수현·김지원 주연의 로맨스물 '눈물의 여왕’(tvN)이 최다 검색어에 선정됐다. 배우 변우석의 로맨스 연기로 화제를 모은 '선재 업고 튀어’(tvN)가 2위를 기록했다. 3∼5위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tvN), '굿파트너’(SBS(034120)), '정년이’(tvN)였다. 스포츠에서는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프로야구'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파리 올림픽'이 2위를 차지했다. 3∼5위는 '아시안컵',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등 축구 관련 키워드였다. 도서는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힘입어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3∼4위를 기록한 '구의 증명', '불편한 편의점' 역시 소설이었다. 게임·놀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이엇 게임즈)가 최다 검색어에 올랐다. 그다음으로 'FC 온라인’(넥슨), '메이플스토리’(넥슨), '로스트아크’(스마일게이트) 순이었다. 예능·시사 방송은 SBS플러스 극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 '나는솔로(SOLO)'가 1위를 차지했다. -
'올해의 인물' 연예인은 로제·정우성, 기업인 부문 1·2위는?
산업 중기·벤처 2024.12.27 07:00:00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회원 1315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인물과 이슈에 대해 설문한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응답자의 84.4%는 올해의 이슈로 계엄령 사태를 꼽아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45.0%) △트럼프 재선(36.1%) △전공의 파업(34.3%) 등이 주요 이슈로 꼽혔다. 올해의 인물 후보자는 △방송·연예 △스포츠 △경제·기업인 총 3개 분야에서 국내 주요 포털과 SNS 검색 빈도, 이슈성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 1명을 선택하고 해당 인물을 선택한 이유에 관해 물었다. 먼저 방송·연예 분야에서는 가수 로제(19.2%)가 1위에 올랐다. 로제를 꼽은 이유는 △화제성(긍·부정)이 79.0%로 가장 많았다. 브루노 마스와 듀엣으로 부른 아파트(APT)가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기록 행진을 일으킨 영향으로 보인다. 2위는 배우 △정우성(19.0%), 3위는 아이돌 그룹 뉴진스(16.3%)가 차지했다. 특히 연령대별로 교차 분석한 결과 뉴진스는 20대에서 24.0%로 올해의 인물 1위에 선정됐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이(23.9%) 1위를 기록했다. 안세영(23.9%)을 선택한 이유로는 가치관 및 신념(28.7%)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 선수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운영 방안에 대한 작심 발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2위는 축구선수 손흥민이 15.4%, 3위는 사격선수 김예지가 12.2%를 기록했다. 2024 파리올림픽의 주역들이 순위권에 다수 차지했다. 경제·기업인 분야에서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29.6%)가 1위를 차지했다. 민희진 전 대표를 선택한 이유 중 화제성(긍·부정)이 59.4%로 가장 많았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와의 갈등으로 현재 하이브 및 산하 레이블들과 분쟁 중이다. 이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23.1%)가 2위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9.7%)이 3위를 차지했다. 성별 교차 분석 결과 남성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25.5%)를 여성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41.1%)를 가장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12월 12일부터 18일까지 진행했으며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63%P이다. -
[2024 국내 10대 뉴스] 45년만의 비상계엄부터 티메프 사태까지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2.25 17:23:16◇탄핵정국에 대한민국 ‘올스톱’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가 2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결의해 6시간 만에 계엄은 막을 내렸지만 위헌적 계엄령 선포로 윤 대통령은 거센 정치·사법 후폭풍에 직면했다. 국회는 12월 14일 헌정 사상 세 번째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해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으며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로 수사기관에 적시돼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 파면 또는 업무 복귀가 결정된다. 앞서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192석을 확보하며 압승해 입법권력을 장악했는데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의심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하기도 했다. ◇원·달러 1450원 돌파…금리인하 고민 깊은 한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10월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인하하면서 2021년 8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했다. 11월 금통위에서는 한 달 만에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다시 낮췄다. 기준금리 연속 인하는 15년 만의 일이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긴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 계엄·탄핵 정국과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 변화, 아시아 통화 약세 등 대내외 여건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환율이 1500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북러 군사동맹과 우크라이나 전선에 북한군 파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 6월 방북해 북한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기로 해 양측은 전쟁 시 서로 군사 지원에 나서는 것을 공식화했다. 북러 군사동맹의 부활이다. 북한은 10월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특수작전군 예하 11군단 병사 1만여 명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했고 이들은 최대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투입됐다. 국가정보원과 합동참모본부는 파병된 북한군 중 사상자 수를 1100명가량으로 추정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0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군사·외교·경제적 지원을 받고 추가 파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가 한강,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영예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힘을 세계에 알렸다.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는 것은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문학상을 받는 것은 1901년 이 상이 처음 수여된 이래 123년 만의 일이다. 아시아 여성 첫 노벨문학상 수상이기도 하다.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강은 시상식에서 “문학을 읽고 쓰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밸류 다운' 국내증시, 외국인·개미 엑소더스 윤석열 정부가 K증시 도약을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지만 한국 증시 외면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올 들어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보관액은 1141억 2466만 달러(12월 23일 기준)로 지난해(약 680억 달러)보다 급증했다. 하지만 코스피에서 국내 개미는 올해 5조 225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올해 33.44%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8%, 코스닥은 21% 각각 하락했다. 국내 기업들이 배당 증가,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등 밸류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 증시 엑소더스 추세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 저조, SK하이닉스 약진…명암 갈린 K반도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주가 수익률이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24일 기준 -30.70%에 그친 반면 SK하이닉스는 19.08%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짝을 이루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SK하이닉스가 주도하면서 두 기업의 명암이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제조)에서도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져 체면을 구겼다. 삼성전자는 4년 5개월 만에 ‘4만 전자’로 추락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HBM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엔비디아·TSMC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재명 공직선거법 ‘당선무효형’…디올백은 ‘무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재판 1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없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재판을 포함해 총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내내 논란이 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디올백 수수’ 의혹은 최종 무혐의 처분이 났다. 검찰은 “김 여사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론내렸다. 주가조작 의혹도 기소하지 않았다. ◇의대 2000명 증원이 부른 의정갈등은 ‘진행형’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놓고 시작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연말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등을 담은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발해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했고 의대생들은 휴학했다. 이들은 원점 재논의 주장을 고수하며 돌아오지 않고 있다. 대형 병원마다 의료 공백이 발생했고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등으로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4兆 체코원전 수주…동해 심해가스전 개발도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한 ‘팀코리아’가 7월 총사업비 24조 원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신규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체코 정부가 최근 자체 자금 조달 계획을 확정하면서 내년 3월 최종 계약 성사 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6년 만에 쾌거를 이루게 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의 탐사 시추 작업은 12월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직접 발표한 지 반년 만이다. ◇티메프 1.2조 원 미정산 사태…도산위기 몰린 영세업체 올해 7월 티몬·위메프의 정산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면서 e커머스 업계가 휘청였다. 큐텐이 위시 인수 자금을 티메프 판매 대금으로 지급한 후 ‘정산 대금 돌려막기’를 하다가 일이 터졌다. 여행사를 시작으로 해피머니·문화상품권 등 소비자들의 피해 금액은 1조 2000억 원에 달한다. 피해자 숫자는 50만 명 수준이다. 5만여 개의 셀러들과 영세 플랫폼이 줄도산 위기에 빠졌다. 정부는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5600억 원의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
시작은 김혜순, 마무리는 한강…K문학, 세계인의 마음 연결하다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23 17:58:21“우리가 이렇게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 기울여 듣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가 한강) 올해 소설가 한강은 ‘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인의 마음과 마음을 ‘금실’로 연결했다. 올 상반기 뚜렷한 작품을 내놓지 못했던 문학계는 한강의 수상으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켰고 지역 문학의 한계성을 딛고 전 세계 독자 사이에 강력한 존재감을 선보였다. 수상자의 작품과 성취에 대해 표하는 최고의 영예인 ‘노벨문학상’을 아직 50대 중반인 한강이 수상한 것만으로도 놀라움을 줬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는 한강의 작품을 심사하기 위해 영어 번역본 뿐만 아니라 스웨덴어, 독일어, 프랑스어 번역본을 모두 읽고 심사에 들어갔다. 그간은 지역 문학의 한계점으로 작용했던 5·18 민주화운동, 제주 4·3 사건 등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 또한 한강의 작품을 통해 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뒀다. 한강의 작품을 두고 엘렌 맛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은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는 자리를 통해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받고, 깨지기 쉬우며, 어떤 면에서는 약하지만 그럼에도 한 걸음을 내디디고,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한국문학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과 문화를 배경으로 한 서사와 표현 방식이 주목받으며, 기존 글로벌 문학적 흐름에 새로운 담론을 추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지난 10월 이후 한강의 작품은 베스트셀러 10위 내에 작품 6개 이상을 줄세우기 하며 문학 독자들의 열기에 불을 붙였다. 전 세계 출판계에서 K문학의 위상을 드높인 사건으로 올해 처음 전해진 낭보는 지난 3월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어워즈) 시 부문에서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이 꼽힌다. 한국 문학 작품으로도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첫 수상이었다. 김혜순은 수상 소감으로 “NBCC에서 시 부문이 생겨난 뒤 번역본 수상이 최초”라며 “아시아 여자에게 상을 준 것이 놀랍고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5월에 황석영 소설가가 일제강점기 노동자의 투쟁을 다룬 ‘철도원 삼대’가 영국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불발됐다. 황석영은 자신보다 아쉬워하는 독자들에게 “더 열심히 쓰겠다”며 한국 문학의 기둥으로서 계속 작품 세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차세대 작가들의 글로벌 행보도 뚜렷하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주혜 소설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은 러시아의 대표 문학상인 톨스토이 문학상 외국문학상을 수상했고 미국 대형 출판사에서 선 출간된 이미리내 작가의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은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한국인 처음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일본에서 한국문학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
"돈 아무리 많아 봤자"…소외계층 위해 상금 2.7억 기부한 '이 남성', 누구?
국제 국제일반 2024.12.21 01:00:00중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모옌이 최근 다른 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을 소외계층에 기부한다고 밝혀 화제다. 19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모옌은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제19회 ‘애심상’을 수상하며 상금으로 19만 달러(약 2억 7557만 원)를 받게 됐다. 모옌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금 전액을 심장병 환아와 자폐아를 키우는 가족 등 소외계층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모옌은 “이 상의 상금 얘기를 듣자마자 상을 받고 싶었다”며 “이 상금이면 약 60명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행동으로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큰 영광은 없을 것”이라며 “인생에서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사용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고 집이 아무리 커도 잠자리는 하나일 뿐”이라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인터뷰가 공개되자 중국 누리꾼들은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전파해야 할 가치다”, “모옌에게 상금을 더 줘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모옌은 '붉은 수수밭'과 '개구리' 등의 작품을 집필한 작가로 2012년 중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약 20년 전부터 상금 등을 기부하며 자신은 검소한 생활을 해왔다. 노벨문학상 수상 뒤에도 원고료와 인세 등을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기부했다. 최근까지도 자선 행사 등에 참석하며 지속적으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한편 모옌이 받은 ‘애심상’은 홍콩·마카오·대만자선재단에서 2006년 창설한 상으로 2020년부터 전 세계 중국인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중화권에서 상금 액수가 가장 큰 자선재단의 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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