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 마친 한강 "계속 쓰던대로 쓸 것… 기념관 사업 대신 책으로 만나달라"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12 08:18:56"여태까지도 늘 써왔는데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돼서 계속 쓰던대로 쓰려고 합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11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의 출판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에 대해 "강연문을 쓰면서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고,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 나의 '좌표'를 파악하게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6일 진행한 전 세계 취재진 대상 간담회와 달리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만 진행돼 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다. 신작으로 독자 만날 것 앞으로의 집필 계획을 묻자 그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3부작이 있는데, 그 마지막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이 결도 달라지고 분량도 길어져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가 됐다"며 "그래서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했는데 (노벨상 수상으로) 준비할 일이 많아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당초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작별'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써서 3부작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집필 과정에서 방향이 달라져 '작별하지 않는다'로 출간한 바 있다. 이어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책으로는 장편 소설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과 일찍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언니를 다룬 소설로, 이는 지난 7일 강연에서 언급했다. "쓰고 읽고 듣는 과정이 희망을 증거하는 것" 그는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는 동력에 대한 질문으로 ‘어두운 역사나 폭력이 반복될 떄, 어떤 이와는 도무지 연결될 수 었을 것 같을 때 어떻게 무력감을 이기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한강은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믿음을 근거로 하는 것”이라며 “그게 아주 미약한 믿음이라고 해도, 꼭 어떤 사회적인 것을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이렇게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 기울여 듣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소년이 온다’부터 읽고 ‘작별하지 않는다’ 추천 자신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의 경우 장편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진입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념사업 원하지 않는 이유 지자체나 기관 등에서 추진하는 각종 기념사업에 대해서는 “제 책을 읽어주시는 것 외에는 바라는 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만약 어떤 의미를, 공간에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닿기를 원한다면 그건 굉장히 가시적인 방법"이라며 "정말 중요한 건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 그걸 읽는 게 가장 본질적인 것 같다. 그 외에 바라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한강은 12일 현지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대담 행사를 끝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소감에 대해서는 이 같이 마무리했다. "이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쓸 테니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한강 “언어 연결된다는 믿음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12 04:33:45“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를 기울여서 듣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강 작가는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Natur & Kaultur)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강은 전날 노벨상 시상식 후 열린 연회에서도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며 ‘연결’이라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이 미친 영향에 대해 “강연문을 작성하면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 그러면서 지금 나의 좌표를, 내가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디쯤 왔는지 스스로 파악하게 됐다”며 “앞으로 더 쓸 것이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더 생각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강은 자신의 여러 작품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한 번역가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제 작품이) 번역된 언어가 28개 혹은 29개 되는 걸로 알고 있고 번역가 수는 50명 정도인데,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지만 모르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번역가들과 저는) 함께 있는 것이다. 문장마다 함께 있고 모든 문장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의 작품 속 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시련에 대해서도 전했다. 한강은 “인간의 삶은 복잡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복잡한 삶을 복잡한 대로 쓰고자 한다. 충돌이 있으면 충돌이 있는대로, 복합적이고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을 같이 들여다보면서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앞서 한림원은 한강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낸 작가”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한강은 ”(작품 속에) 확신에 차있지 않고 내적갈등이 있거나 고통받는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모습들이 현실 속의 우리와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훨씬 더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문서로는 ‘소년이 온다’를 추천했다. 어떤 책으로 한강의 작품 세계에 입문하길 바라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고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아울러 한강은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다음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노벨문학상과 관련해 추진 중인 기념사업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저는 책 속에 모든 게 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만약 관련해 어떤 일을 하고 싶다면 책 속에서 찾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떤 의미를 공간을 만듦으로써 그 의미가 사람들에게 닿기를 원하는 것도 가시적인 방법일 수는 있지만 정말 중요한 건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 그걸 읽으시는 게 가장 본질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 바라는 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신작과 관련해서 한강은 일정이 마무리되면 일상으로 돌아가 집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쓰는 게 쉽지 않아서 계속 고민했다. 원래 계획은 이번 겨울까지 쓰는 거였는데, (노벨문학상) 강연문도 써야 하고 여러가지 준비할 것이 많아 늦춰지고 있었다”며 “이 일들이 끝나면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가 쓰려고 했던 ‘눈 3부작’도 마무리하고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다음 소설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한강은 12일 스톡홀름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한강 작품의 낭독 행사에 참석해 스웨덴의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펼치며 노벨 주간을 마무리,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
'엄마 미소' 폭발한 한강…스톡홀름 아이들 시·노래에 "잊지 못할 기억"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11 22:56:34'내가 만약 토마토가 된다면 아주 맛없는 토마토가 될 거야 / 아무도 날 먹지 않게 / 아무도 나를 토마토수프에 넣을 수 없게 나무 꼭대기로 올라갈 거야.' 4학년인 애민(10) 군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마이크를 꼭 쥐고 창작시를 낭독하자 한강(54)은 만면에 '엄마 미소'를 지었다. 애민 군은 또래 학생들과 함께 한강의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를 읽은 뒤 시를 썼다고 설명했다.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링케뷔에 있는 도서관에서는 한강이 10∼15세 학생 100여명과 만나 문학을 주제로 교감하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노벨문학상 기념책자 낭독회'라고 불리는 이 행사는 다문화 가정이 많은 스톡홀름 링케뷔와 텐스타 등 2개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여는 36년 전통의 행사다. 학생들은 10월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직후부터 '흰',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내 여자의 열매' 등 한강의 소설 4권의 발췌본 혹은 전체를 읽고 토론을 하는 등 두 달간 '한강 공부'를 했다고 한다. 사용되는 모국어가 마흔 가지에 달할 만큼 다양한 배경의 이 학교 학생들은 각기 한강의 작품을 읽고 느낀 점을 표현한 시·그림·노래 등을 한강과 나눴다. 한 학생이 '흰'을 읽고 '내 인생을 달랐을 거다'라는 주제로 써봤다는 글귀를 낭독하자 한강은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을 귀 기울여 들었다. '4살 때 아빠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달랐을 거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가 홀로 됐기 때문이다. 엄마의 앞에는 무수한 위기가 닥쳤지만, 엄마는 잘 견뎌내셨고….' 한강은 이날 약 40여분간 도서관 한편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여러 그룹의 학생들과 대화도 나눴다. 가장 어린 10세 학생들과 둘러앉았을 때는 '노벨상 타니까 기분이 어떠세요?', '책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인가요?' 와 같은 질문 세례를 받기도 했다. 한강은 학생들에게 "나의 작품을 많이 읽고 대화를 나누고, 경험을 끌어내 나눠줘 정말 감동했다"며 "오늘 이 자리는 앞으로 살면서 절대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그는 도서관 방명록에도 감사 인사를 남기면서 "이들을 이끌어준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
'노벨상 수상' 한강 "어두운 밤에도 우리를 잇는 건 언어…생명 파괴하는 모든 행위 반대"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11 17:59:55“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수상 소감으로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고 말했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7시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 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뒤 진행된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레나테 좀멀라트 왕비 내외를 비롯한 왕족들과 총리,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한강은 구스타프 16세의 사위인 크리스토퍼 오닐과 연회장으로 입장해 구스타프 16세와 대각선 방향에 앉아 연회를 즐겼다. 만찬과 공연으로 네 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연회의 하이라이트로 꼽힌 시간은 노벨상 각 부문 수상자들이 소감을 3~4분 남짓으로 돌아가면서 나누는 자리다. 한림원 측에서 한국어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한강의 수상 소감을 요청하자 한강은 자신의 여덟 살 시절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앞서 그는 7일 진행된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도 여덟 살 썼던 사랑에 관한 시를 인용하며 자신의 오랜 문학적 질문을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여덟 살 때 오후 산수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다른 아이들과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일을 기억한다”며 이 기억이 생생히 남은 이유를 설명했다. 한강은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의 처마 아래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보여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는데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그 비에 팔과 다리가 젖는 것을 느끼면서 그 순간 갑자기 이해하게 됐다”며 “저와 나란히 비를 피하는 사람들과 길 건너편에서 비를 피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로서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저마다 비를 피하는 사람들을 지켜본 그 순간을 어린 아이가 ‘수많은 1인칭을 경험한 순간’으로 꼽았다. 그때의 1인칭 경험은 경이로운 순간으로 기억에 남았고 책을 읽고 쓸 때마다 두고두고 새기는 장면이 됐다.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쓴 시간들마다 이런 경이로운 순간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며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마음의 깊은 곳에 들어가면 다른 내면과 마주한다”고 전했다. 연회를 중계한 스웨덴의 공영 방송사 SVT는 이날 방송 중 한강을 인터뷰한 영상을 공개했다. 한강은 이 인터뷰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집필한 과정을 두고 “모든 조각을 모으고 싶었다”며 “살해당한 사람들의 일기를 읽었고, 이는 생존자로서의 죄책감이었다. 어떤 사람은 저나 제 가족 대신 죽었을 수도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앞서 시상식에서 한강을 호명한 소설가 엘름 맛슨은 “한강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부드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잔인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말한다”며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 입거나 연약하지만 한 걸음 나아가거나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 주간의 백미로 꼽히는 노벨상 시상식과 연회를 마친 한강은 11일 국내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이번 노벨문학상 여정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밝혔다. 12일에는 스톡홀름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한강 작품의 낭독 행사에 참석해 스웨덴의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펼치며 길었던 노벨 주간을 마무리한다. -
한강 "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 노벨상 수상소감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11 08:13:21한강이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전했다. 한강은 10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강은 이날 소감에서 어린 시절 비를 피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한 경험을 회상했다. 그는 "여덟 살 때 오후 산수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다른 아이들과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일을 기억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의 처마 아래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보여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그 비에 팔과 다리가 젖는 것을 느끼면서 그 순간 저는 갑자기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나란히 비를 피하는 사람들과 길 건너편에서 비를 피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로서 살고 있었다"며 "이는 경이로운 순간이었고,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이 경험이 글 쓰는 일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한강은 "책을 읽고 글을 쓴 시간을 돌아보면 저는 이런 경이로운 순간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며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마음의 깊은 곳에 들어가면 다른 내면과 마주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강은 연회 말미에 연회장 가운데로 이동해 약 4분 동안 소감을 말했다. 한강은 연회에 앞서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노벨상 증서와 메달을 수여 받았다. -
노벨상 받고 환하게 웃은 한강, K문학 전세계에 '금실'로 연결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11 06:05:00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속에 한국 문학의 힘과 아름다움을 뚜렷하게 새겼다. 5일부터 이어진 ‘노벨 주간(Nobel Week)’의 백미로 꼽히는 노벨상 시상식에서다. 한강은 환한 미소를 통해 전 세계인의 환호에 화답했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4시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엄숙한 타원형의 콘서트홀에 수백여 명의 청중이 자리한 가운데 먼저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를 비롯한 왕가의 일원들이 입장했다. 이어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올해 시상식의 주인공인 노벨상 수상자 11인이 시상식에 들어서자 국왕과 왕비가 모두 일어나 수상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8번째로 검정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노벨물리학·화학·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됐다.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이 4분 가량을 할애해 한강의 문학적 성취를 소개한 끝에 “친애하는(Dear) 한강”이라며 한강의 이름을 호명했다. 애초에 마지막 문장은 한국어로 소개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영어로 진행됐다. 청중이 일제히 일어선 가운데 콘서트홀 연단의 중앙으로 나선 한강은 시상식의 상징인 ‘블루카펫’에 올라 칼 구스타프 16세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수여 받았다. 이어 청중에게 감사의 의미로 목례를 하자 커다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리로 돌아간 한강이 환하게 웃음 짓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국 문학이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인에게 ‘울림’을 선사했다는 찬사가 터져 나왔다. 한강이 사흘 전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밝힌 마음과 마음 사이의 ‘금실’이 전 세계인에게 연결된 것이다. 국왕 내외와 왕족들, 수상자들, 한림원 관계자, 취재진 등 1300여 명이 참석하는 연회에서 한강은 짧은 소회를 밝혔다. 맛손은 한강의 작품을 두고 “붉은 색과 흰색으로 구성돼 있다"며 흰색은 생명이면서 죽음이기도 하고 붉은 색은 고통과 상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역사적 사건이 개인에게 남긴 상흔을 파고드는 한강의 문학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빚을 진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강의 작품에서 궁극적으로 언제나 깨달음과 진실을 찾는 노력을 뚜렷하게 찾을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노벨 주간 주인공으로 부상한 한강 한강은 이번 노벨 주간 행사에서 최대 화제의 인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다.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이 한국어와 스웨덴어·영어로 낭독된 한강의 작품에 귀를 기울였고 한강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화제를 낳았다. 그가 소설 ‘소년이 온다(2014)’에서 정면으로 다뤘던 5·18 민주화 운동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현재의 대한민국과 오버랩되며 재조명 받기도 했다. 국가적 폭력에 대항하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담은 그의 목소리에 전 세계 언론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한강은 6일 전 세계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2024년에 계엄 상황이 전개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7일 진행된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그는 자신의 31년의 문학론의 오랜 주제를 사랑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문학의 역할에 대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 깊게 파고 들어가는 행위이며 이런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된다”면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 즐기기 시작해”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이 상을 받는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내려놓았다는 한강은 이제 노벨 주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8일에는 노벨 주간의 상징적인 행사로 꼽히는 노벨상 콘서트를 관람했고 9일에는 ‘말괄량이 삐삐’를 쓴 스웨덴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생가를 방문해 증손자 요한 팔름베리를 만나기도 했다. 과거 스톡홀름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린드그렌 생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상식 다음날인 11일에는 한국 취재진을 상대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12일에는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한강 작품의 낭독 행사에 참석해 스웨덴의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펼친다. 국내에서도 한강을 중심으로 한 노벨 주간은 지속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전시 공간에는 한강의 초상화가 걸렸다. 이 공간에 새로운 초상화가 걸린 것은 10여 년 만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10일 서울도서관에서 서울시와 함께 ‘세계노벨문학축제’를 열어 시민들과 한강의 작품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갖는다. -
AI로 되살아난 '소년 동호'…"한강 작가의 간절함에 제 혼이 움직였다"
사회 사회일반 2024.12.11 02:48:41소설가 한강(54)이 10일(현지시간)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운데 그의 대표 작품인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가 인공지능(AI)으로 복원돼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광주시청에서 열린 한강 노벨상 수상 기념 시민 축하 행사장에는 AI 홀로그램을 통해 '소년 동호'가 등장했다. 동호는 5·18 당시 최후 항전을 벌이다 희생된 실존 인물인 고(故) 문재학 열사의 이미지를 형상화했으며 김형중 인문도시광주위원회 위원장이 동호가 돼 편지를 썼다. "안녕하세요. 문재학입니다"로 말문을 뗀 그는 "오늘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날이니, 소설 속 동호의 이름과 모습으로 왔다. 그냥 소년 동호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는 "그해 5월, 저는 그 처참하고 슬픈 시신들을 수습하고 유족들의 오열을 지켜보면서 '혼한테는 몸이 없는데 어떻게 눈을 뜨고 우릴 지켜볼까'라고 반문했다. 맞다. 저는 1980년 5월 27일 새벽에 죽었다"고 했다. 동호는 "'집에 가자'며 물에 빠진 사람처럼 무섭게 손을 끌어당기는 엄마의 손가락들을 하나씩 떼어 냈다"며 "여섯 시에 가겠다는 저의 말, 결국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지만 그 순간 잠깐 엄마의 얼굴이 펴지는 것을 봤다"며 어머니와의 마지막 대화도 회상했다. 동호는 "혼에게는 몸이 없어도, 눈을 뜨고 많은 것들을 지켜볼 수 있다. 죽은 사람의 혼은 죽은 육신에 깃드는 것이 아니라 그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깃드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여러분들의 기억이 제 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강 작가와의 첫 만남도 떠올렸다. 동호는 "어느 해 겨울 추위 속에, 제가 시신들을 수습하던 구 상무관 계단에 하염없이 앉아 있던 한강 작가의 모습을 기억한다"면서 "점퍼의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해가 지도록 거기 앉아 소년 동호의 얼굴이 또렷해질 때까지. 저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기다리던 모습도 기억한다. 그 간절함에 이끌려 제 혼이 움직였다"고 했다. 동호는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펼치던 여러분의 손길 곁에 저는 항상 같이 있었다. 제 후회 없는 마지막 삶이, 읽는 이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며 "저는 이제 이 소설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마음속에 있다. 그럴 기회를 준 한강 작가에게 무척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했다. 동호는 "오늘은 바로 그 소설을 쓴 작가가 영광스럽게도 노벨문학상을 받는 날"이라며 "책을 펼치는 순간 저는 항상 여러분 곁에 있다. 오월 광주의 기억과 함께 소년 동호는 꼭 돌아온다"고 끝을 맺었다. 이날 현장에서 동호이자 아들 문재학 열사의 홀로그램을 지켜본 김길자 씨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문 열사는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군과 끝까지 맞서 싸우다 총격에 숨졌다. 당시 문 열사는 열일곱 살로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다. 그는 한강 작가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의 모티브가 됐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냈다. -
"디어 한강, 나와주세요" 한강 마침내 노벨문학상 수상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11 01:01:08“디어(Dear) 한강,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4시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한강 작가가 연단 가운데로 나와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증서와 메달을 수여받은 뒤 악수를 나누고 청중을 향해 가볍게 목례하자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속에 한국 문학의 힘과 아름다움을 뚜렷하게 새긴 것. 이날 엄숙한 타원형의 콘서트홀에 수백여 명의 청중이 자리한 가운데 먼저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를 비롯한 왕가의 일원들이 입장했다. 이어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올해 시상식의 주인공인 노벨상 수상자 11인이 시상식에 들어서자 국왕과 왕비가 모두 일어나 수상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8번째로 검정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노벨물리학·화학·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됐다.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이 4분 가량을 할애해 한강의 문학적 성취를 소개한 끝에 “친애하는(Dear) 한강”이라며 한강의 이름을 호명했다. 애초에 마지막 문장은 한국어로 소개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영어로 진행됐다. 맛손은 한강의 작품을 두고 “붉은 색과 흰색으로 구성돼 있다"며 흰색은 생명이면서 죽음이기도 하고 붉은 색은 고통과 상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역사적 사건이 개인에게 남긴 상흔을 파고드는 한강의 문학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빚을 진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강의 작품에서 궁극적으로 언제나 깨달음과 진실을 찾는 노력을 뚜렷하게 찾을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
[속보] 한강, 스웨덴 국왕에 노벨문학상 메달·증서 받아
국제 국제일반 2024.12.11 00:55:00노벨상 "문학상 한강, 역사적 트라우마 배경 인간 나약함 깊이 탐구" -
검정 드레스 입은 한강… 노벨문학상 시상식 입장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11 00:18:41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시상식이 막을 올렸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4시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를 비롯한 왕가의 일원들이 입장하자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모차르트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이어 올해 시상식의 주인공인 노벨상 수상자 11인이 시상식에 들어서자 국왕과 왕비가 모두 일어나 수상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발목까지 오는 검정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무대 중앙의 왼편에서 마련된 노벨상 수상자들을 위한 자리 중 여덟번째 자리에 착석했다. 한강은 부문별 시상 순서에 따라 네 번째로 국왕에게 노벨상 메달과 증서(diploma)를 받는다. 시상 순서는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경제학상 순이다. 노벨상 시상식이 콘서트홀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래 한국인이 이곳에 깔린 '블루카펫'을 밟은 것은 약 한 세기 만에 처음이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고 있어 2000년 수상자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슬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
한강, 검정색 이브닝드레스 입고 한국인 최초 '블루카펫' 밟는다 [2024 노벨상 시상식]
국제 국제일반 2024.12.11 00:18:03노벨상 시상식이 스웨덴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10일(현지시간) 막을 올렸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소설가 한강(54)은 이날 오후 4시 시상식에 참석했다. 노벨상 시상식이 콘서트홀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래 한국인이 이곳에 깔린 '블루카펫'을 밟은 것은 약 한 세기 만에 처음이다. 국왕이 입장하자 오케스트라 연주로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한강은 검정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채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입장했다. 한강은 부문별 시상 순서에 따라 네 번째로 국왕에게 노벨상 메달과 증서(diploma)를 받는다. 시상 순서는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경제학상 순이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고 있어 2000년 수상자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슬로 시상식에 참석한 바 있다. 한강은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아시아인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은 2012년 중국 소설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한편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10일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그의 작품들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했다. -
교보문고 32년 비워둔 공간 결국 채워졌다…주인공은 '노벨문학상' 한강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10 19:43:52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초상화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걸렸다. 지난 1992년 미래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위해 비워 둔 자리가 32년 만에 주인을 찾게 됐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는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전시 공간'을 재단장하면서 한강 작가의 초상화를 전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곳은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세종로 지하보도를 잇는 출입구 통로에 있다. 그 동안 알베르 카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김대중 등 노벨문학상∙물리학상∙평화상 등 각 부문 수상자의 초상화와 함께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빈 초상화 공간이 함께 마련돼 '당신이 이 자리의 주인공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 전시 공간은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초상화를 보며 세계적인 석학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대산(大山)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아이디어로 1992년 마련됐다. 한강 작가의 한국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약 10년 만에 전시 공간의 재단장이 진행됐다. 이곳을 장식하게 된 한강 작가의 초상화는 박영근 화가(성신여대 서양화과 교수)의 작품이다. 기존에 전시됐던 헤밍웨이, 아인슈타인 초상화도 그가 그렸다. 한달 반 동안의 그린 작품으로, 활짝 웃는 작가의 현재 모습을 캔버스에 담았다. 그는 한강 소설의 '흰'과 '바람이 분다, 가라'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전시공간에 담긴 신용호 창립자의 뜻처럼 이 공간을 오가는 많은 분들이 독서와 함께 나만의 역량을 키워 훌륭한 미래 인재로서 다음 초상화의 주인공으로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
한강 작가 초상화, 교보문고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전시공간’에 걸렸다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10 15:36:41아시아 여성작가로서 최초이자 한국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국내 문학의 위상을 높인 한강 작가의 초상화가 교보문고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전시공간’에 걸렸다. 10일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전시공간’을 재단장하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초상화를 최초 공개하며 전시했다. 흰 머리를 염색 하지 않고 부스스한 긴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낸 '한강 초상화'는 화가 박영근(성신여대 서양화과 교수)이 제작했다.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전시공간'은 현재 광화문점과 세종로 지하보도를 잇는 출입구 통로에 마련된 상설 전시공간이다. 교보문고를 이용하는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초상화를 보며 세계적인 석학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대산(大山)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아이디어로 마련됐다. 1992년 처음 생긴 이 전시공간은 2014년 현재 위치로 옮겨졌고 이번에 새 단장 됐다. -
‘제주 4·3’을 ‘폭동’으로…尹 계엄령 모의 문건 속 ‘왜곡’
정치 정치일반 2024.12.10 08:31:35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앞서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에서 제주 4·3 사건을 법적 근거도 없이 ‘폭동’으로 표기한 점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9일 추미애 국회의원(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하남시갑)에 따르면 12·3 계엄사령부의 ‘계엄사-합수본부 운영 참고 자료’에는 비상계엄 선포사례가 제시됐는데, 해당 문건에서 제주 4·3 사건은 ‘제주폭동’으로, 여수·순천 10·19 사건은 ‘여수·순천반란’, 부마민주항쟁은 ‘부산소요사태’로 기재돼 있었다. 문건이 공개되자 분노 여론이 일었다. 특히 제주 4·3 사건은 국가에 의해 민간이 학살이 자행됐던 사건으로, 2003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권력에 의해 대규모 희생이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이 사건을 다룬 그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두환 신군부 시절 작성한 문건인가? 이 문서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군부가 제주4·3을 비롯해 한국 현대사를 얼마나 왜곡 편향되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김창후 제주4·3연구소 소장은 “2003년 정부 진상조사보고서와 제주4·3특별법 등에서 제주4·3이 폭동이 아닌 점이 이미 증명됐다”며 “왜곡된 시선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소장은 이어 “현재 정부가 국가폭력을 인정해 보상해주고 있고, 검찰도 당시 군사재판의 불법성을 인정해 수형인의 무죄 판결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4·3특별법은 제주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1948년 제주 계엄령 자체의 불법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는 1948년 11월 7일 당시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제주에 내려진 비상 계엄령은 '계엄법 제정 전 이뤄진 계엄령'으로 불법성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사법 기관 역시 계엄령에 의한 군사재판을 불법으로 보고 당시 수형인들에 대한 재심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또 2001년 대법원은 불법성 논란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불법성을 제기한 언론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
제2의 한강이 나오려면 [기자의눈]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2.09 18:24:54지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펼쳐지는 ‘노벨 주간’의 주인공은 단연 작가 한강이다. 한국어로 낭독되는 한강의 작품과 그의 입에서 나오는 문학론에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한강의 작품을 통해 전 세계인의 마음과 마음이 ‘금실’로 연결되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 오랫동안 위축됐던 출판계도 한강의 수상을 계기로 다시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한강은 6일 전 세계 취재진이 모인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다시 배출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문학 교육으로 돌아갔다. 그는 “문학은 에세이·소설·시·희곡 등의 독법이 다르다”며 “다른 방법을 음미하며 읽는 경험을 어릴 때부터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느꼈던지 이렇게 보탰다. “입시 때문에 멈추지 않고 중고등학교에서도 그런 교육을 한다면 훨씬 독법이 풍요로워지고 좋아질 겁니다.” 작가가 반가워할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 출판의 키워드는 ‘문해력’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요한 하리의 책 ‘도둑맞은 집중력’으로 많은 이가 집중력에 주목했다. 애초에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끼게 된 독자들이 많아진 결과다. 학부모 사이에도 수학 문제 하나라도 더 맞히려면 문제를 잘 읽어야 한다며 문해력 책을 집어 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매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일력 형태의 어휘력 책이 쏟아져 나오고 유명 아나운서도 동참해 어휘력 책을 쓴다. 맞춤법 책 역시 고명처럼 잘 팔린다. 문해력을 어휘력과 맞춤법으로 잡겠다는 극도의 쏠림 현상이다. 정작 아동 문학의 판매량은 제자리걸음이다. 유선경 작가의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는 3월 출간 후 18만 권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많은 이들이 제목의 ‘어휘력’에서 그 이유를 찾지만 사실 이 책이 만든 기적에는 다른 장르의 작품 속 글을 다양하게 발췌해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줬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문해력을 위해서는 다양한 문학 경험이 먼저다. 어휘력·맞춤법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오늘의 핫토픽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