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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사인 초판 50만 원”…한강 책 '중고' 가격, 정가 30배 이상도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2 21:26:21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의 작품이 뜨거운 관심 속에 온∙오프라인에서 잇따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중고 시장에서는 한강의 책을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12일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한강의 책 ‘채식주의자’ 초판본을 50만 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채식주의자’의 정가가 1만 5000원(교보문고)임을 감안하면 30배가 넘는 가격인 셈이다. 또 다른 판매자는 한강의 다른 책인 ‘내 여자의 열매’ 초판의 가격을 10만 원으로 책정했다. ‘내 여자의 열매’의 정가는 1만 4000원이다.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에도 한강의 책 3권을 10만 원에 판매하는 등 고가 중고 매물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의 책이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자취를 감출 정도로 판매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한강이 쓴 책은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1일 오후 기준 30만 부(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넘게 팔렸다. 한강 책을 다수 펴낸 문학동네·창비·문지 등은 중쇄를 찍고 있다. 뜨거운 수요를 보여주듯 중고 사이트에서는 ‘한강 작가의 서명본을 40만 원에 사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이같은 품귀 현상에 국내 출판사와 인쇄소들은 비상 근무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매진된 한강의 국내 도서는 오는 14일부터 순차적으로 추가 입고될 예정이다. -
“’채식주의자’, 독자 불편하게 하고 질문 던져… 내 번역도 같은 목적”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2 17:25:07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 그의 작품을 번역한 번역가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는 2016년 ‘대산문화’ 여름호에 실린 번역 후기에서 “번역은 번역이자 해석”이라며 “번역은 단 한 가지 해석을 낳지 않으며, 원문이 지닌 다수의 가능성을 온전히 전달해 주관에 따라 작품을 해석할 여지 또한 남겨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번역가는 문화적 특수성을 지키고 동시에 과도한 ‘방향 지시’를 하지 않아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와 같은 소설을 번역할 대면 이러한 줄타기는 더욱 중요해진다”며 “사회 금기에 도전하는 잔혹하고 시적인 연작소설에서 작가는 중심 인물을 주변 인물들의 각기 다른 렌즈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주인공한테 극단적인 수동성을 부여한다”고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강은 ‘주인공이란 어떠해야 한다’는 유럽 중심적 통념에 도전한다는 것이 번역가로서 그의 생각이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가 사회학적 보고서보다는 음시(音詩)에 가까운 작품이라며 “작품이 지닌 해석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한강은 ‘채식주의자’ 편집 과정에 참여해 세심하게 조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어와 한국어의 거리 때문에도 적확한 문장 구조와 어휘를 찾기 위해 공을 들여야 했다’며 “예컨대 ‘완전히(completely)’와 ‘당연히(surely)’와 같 같은 부사는 1부에 주로 삽입하는 등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스미스는 한강이 소설을 통해 독자를 자극하고, 불편하게 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을 모색하게 만든다며 “나 역시 내 번역이 그런 자극을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
"오스카 이어 노벨문학상마저…'한류' 세계 문화 메이저로" 한강 돌풍 주목한 외신들
국제 국제일반 2024.10.12 16:30:51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일으키고 있는 돌풍에 외신들도 일제히 주목했다. 한강 작가의 책 판매량이 수천배씩 폭주하며 서점가 베스트셀러 순위를 싹쓸이한 상황을 전하며 이미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K열풍'이 문학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한국 서점가와 온라인 스토어에는 한강의 책을 구하기 위한 대기가 끝도 없이 밀려들었다"며 "교보문고 기준 상위 10개 베스트셀러 가운데 9개가 한강의 작품이며 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가 1위를 차지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가디언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도 한 목소리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했다며 국정감사 도중 여러 상임위에서 수상을 축하하는 박수가 터져 나왔던 일화도 소개했다. AP 통신도 "한국인들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종일 놀라고 들뜬 분위기였다"며 "한강의 예기치 못한 수상은 한국의 자라나는 문화적 영향력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상 소식이 타전되자마자 일부 온라인 서점들은 몰려드는 트래픽에 다운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며 "SNS는 한강의 수상을 자랑스러워하는 메시지로 도배됐고 일부는 특유의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여성 작가가 이룬 쾌거를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격동의 근대사 거치며 고유한 문화적 토양 마련” AFP 통신은 '한류' 전반을 조망했다. AFP는 "오스카에 이어 TV 드라마와 K팝 스타들이 세계 시장을 점령했고 이제는 노벨문학상마저 가져갔다"면서 한국 문화가 글로벌 문화의 중심에 서기까지 과정을 소개했다. AFP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문을 연 '한류'가 BTS 등 K팝 스타들의 팬덤으로 힘을 얻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도약해 어엿한 세계 문화 속의 '메이저'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전쟁 이후 격동의 근대사를 거치며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토양이 마련됐다"며 "한강 역시 1980년 광주 학살 당시의 역사적 경험을 고유의 서정적 미학에 녹여냈다"고 전했다. 한강의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부에 진출하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한강의 놀라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K팝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상징되는 'K컬처'가 K문학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풍부한 저변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학은 그간 일본이나 중국 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
"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한강 세계에 알린 '채식주의자' 반전 비하인드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2 12:13:27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앞서 ‘채식주의자’로 먼저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채식주의자’는 세계 3대 문학상인 영국 문학상인 ‘부커상’에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2018년에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는 등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이러한 밑 바탕을 디딤돌 삼아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의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를 집필할 당시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부커상과 한 인터뷰에서 “‘채식주의자’를 집필한 지 10여 년이 지나 부커상을 수상하게 되니 좋은 의미에서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며 “부커상을 통해 제 작품이 다양한 문화권에서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점점 더 많은 한국 작가의 작품이 해외에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 영화와 대중음악의 세계적인 성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강은 다양한 나라에서 ‘채식주의자’가 출간된 것과 관련해 “다양한 문화와 세대 간의 미묘한 해석 차이를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소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방식”이라며 “모든 곳에서 여성 독자들이 이 소설을 더 많이 수용하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채식주의자’를 쓰면서 보낸 3년은 제게 힘든 시간이었고, 이렇게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당시에는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지, 심지어 작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한강은 “손가락 관절염이 심했던 터라 처음 두 작품은 종이 위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펠트펜으로 썼다”며 “마지막 작품은 볼펜 두 자루를 거꾸로 들고 타이핑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세 작품을 묶은 소설집이다. 이어 “특히 소설의 주인공 영혜는 성공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아서 지금도 소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어색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한강은 “어쨌든 그 시기를 잘 견뎌내고 소설을 완성했다”며 “그리고 나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채식주의자’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혜의 언니는 구급차 창밖을 응시한다. 한강은 이 장면을 두고 마치 대답을 기다리며 무언가에 항의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질문, 즉 ‘아름다운 동시에 폭력적인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다음 소설을 썼다”고 했다. 한강은 수상자 발표 후 노벨상 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채식주의자’가 갖는 의미에 대해 “그 작품을 3년에 걸쳐 썼고, 그 3년은 여러 이유로 아주 힘든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 생각에 나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미지를 찾고 나무 등 작품 속 이미지들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고 했다. -
“노벨문학상, 中작가가 받았어야…한강 소설은 역사왜곡”
사회 사회일반 2024.10.12 11:42:28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국내 한 현직 작가가 이의를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규나 작가는 10일 소셜미디어(SNS)에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는 노벨 가치 추락, 문학 위선의 증명, 그리고 역사 왜곡의 정당화"라며 "시대의 승자인 건 분명하나 역사에 자랑스럽게 남을 수상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벨상이) 꼭 동양권에게 주어야 했다면 중국의 옌렌커가 받았어야 했다"며 "올해 수상자와 옌렌커의 문학은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무게와 질감에서, 그리고 품격과 감동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강 작가의 소설에 대해 "죄다 역사 왜곡"이라며 "'소년이 온다'는 오쉿팔(5.18)이 꽃 같은 중학생 소년과 순수한 광주 시민을 우리나라 군대가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이야기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이 순수한 시민을 우리나라 경찰이 학살했다는 썰을 풀어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김 작가는 어떤 부분이 역사적 왜곡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림원이 저런식의 심사평을 내놓고 찬사했다는 건, 한국의 역사를 뭣도 모른다는 것이고 그저 출판사 로비에 놀아났다는 의미로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김 작가는 다음날 추가 게시물로 비판적인 견해를 이어갔다. 그는 "우파라는 분들 중에서도 축하하는 분들이 참 많으시다. 어떤 책을 썼는지 모르셔서 그런 것 같다"며 "배 아파서 이런 글 쓰는 게 아니다. 부러워서 안 축하하는 게 아니다. 저도 세계적으로 권위 있다는 상, 자랑스러워하고 싶고 축하하고도 싶다. 문단에서 내쳐지고 미움 받기 싫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문학에 발을 들인 사람으로서, 문학은 적어도 인간의 척추를 꼿꼿이 세워야 한다고 믿는 못난 글쟁이로서, 기뻐해야 하는 이유가 단지 한국인이기 때문이라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사실을 누군가는 말해야 하고 알려야 하잖나. 픽션이니까 역사 왜곡도 괜찮아, 한국이 탔으니까 좌우불문 축하해야 해, 하시는 분들은 문학의 힘, 소설의 힘을 모르셔서 하는 말"이라고 덧붙엮다. 김 작가는"벌써 서점가 베스트셀러 상위에 온통 그 작가 책이란다. 지금까지도 많이 팔렸지만 앞으로도 엄청 팔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곧 역사의 정설이 되겠지. 그것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까지도. 그런데도 정말 괜찮은가? 정말 축하하고 자부심 느껴도 될까?"라고 되물었다. 한편 김 작가는 2006년 단편소설 '내 남자의 꿈'이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2007년 단편소설 '칼'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후 장편소설 '트러스트미', '체리 레몬 칵테일' 등을 출간했다. -
"'노벨병화상'이라니"…SBS, 한강 뉴스에 故 김대중 대통령 비하 댓글 노출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2 10:18:17SBS가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보도하면서 부적절한 댓글을 자료화면으로 내보낸 것에 대해 사과했다. SBS는 11일 "급하게 특보를 준비하면서 영상 검수에 소홀함이 있었다, 문제를 인지한 후 해당 영상을 삭제했으며 보도국 내에서 엄중 조치했다"라고 밝혔다. 전날 방송된 SBS 뉴스 특보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다루면서 '노벨병화상과 비교불가, 문학의 최고 존엄 짱'이라는 누리꾼 댓글이 자료화면으로 사용됐다. 이에 2000년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SBS는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한강 작가는 1993년 '서울문화'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의 작품으로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수상으로 한국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이후 24년 만에 두 번째 노벨상 수상국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
"무당의 춤과 같은 휘몰이"…한강 등단 전 '떡잎'부터 달랐다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0.12 09:41:17‘악물린 입술/푸른 인광 뿜던 눈에 지금쯤은/ 달디 단 물들이 고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 / 세상 더 산 사람들처럼 마주 보고 / 웃어보고 싶었습니다.’ (한강 ‘편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된 한강 소설가의 등단 이전의 ‘떡잎’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연세대 학생언론기관인 연세춘추 1992년 11월 23일자에 따르면 국문학도였던 소설가 한강의 대학 시절 시 창작 수업을 지도했던 정현종 시인은 당시 한강의 작품을 두고 “굿판의 무당의 춤과 같은 휘몰이의 내적 열기를 발산하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며 “불과 같은 열정의 덩어리는 무슨 선명한 조각과 또 달리, 앞으로 빚어질 어떤 모습들이 풍부히 들어 있는 에너지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어 “능란한 문장력을 바탕으로 그 잠재력이 꽃피기를 기대하 본다”고 덧붙였다. 1989년 연세대 국문학과에 입학한 한강 소설가는 시인으로서 두각을 먼저 나타냈다.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2년 연세춘추에서 주최한 ‘연세문학상’에서 시 ‘편지’로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에는 정현종 시인 겸 연세대 교수와 김사인 문학평론가가 참여했다. 시 ‘편지’에서 화자는 ‘그동안 아픈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 궁금했습니다’라며 담백하게 운을 뗐지만 ‘때 아닌 삼월 봄눈’을 언급하며 눈이 멈추지 않는 것을 원망한다. 이어 겨울로 등이 시렵지만 당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 타는 꿈’이 이어지고 ‘잘리지 않는 희망’과 ‘지리멸렬한 믿음’을 한탄한다. 이후 등장하는 4연은 압도적이다. 정현종 시인이 표현한 ‘무당의 춤과 같은 휘몰이의 내적 열기’가 급작스레 가라앉으면서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이라는 말을 조심스레 꺼내 읽는 사람의 마음이 ‘툭’하고 떨어지게 한다. 당시 수상 소식에 한강 소설가는 “추억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그때는 잘 몰랐다”며 “앓아누운 밤과 밤들의 사이, 그토록 눈부시던 빛과 하늘을 기억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웨덴 왕립과학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한강 소설가의 선정 사유를 밝히며 10여 분간 이어진 작가 한강 소개에서 ‘실험적이고 시적인 접근’이라는 단어가 수차례 언급됐는데 이는 세계 문단이 이해하는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같은 독특한 스타일에는 한강 문학의 원류에 시가 바탕이 됐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강 소설가는 다음 해인 1993년 졸업 후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습작을 시작해 그해 계간지인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이 당선돼 등단했다. 이듬해 단편 소설 ‘붉은 닻’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해 본격적으로 소설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
美 서점도 '한강 열풍'…노벨문학상 소식에 '베스트셀러' 올랐다
국제 인물·화제 2024.10.12 07:33:52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서점가에 '한강 열풍'이 불고 있다. 1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의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에 한강의 작품 4종이 진입했다. 아마존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는 '채식주의자' 종이책이, 2위는 '채식주의자' 오디오북이 차지했다. 4위에는 '소년이 온다' 종이책이, 7위에는 '채식주의자' 전자책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채식주의자' 전자책은 종합 베스트셀러 7위에도 오르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아마존은 미국 도서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전자책 판매가 절반 이상인 미국 책 시장에서 80% 이상의 전자책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을 고려할 때, 현재의 판매 순위는 미국 독자들의 관심을 실시간으로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
[오늘의 날씨] 한강 책 읽기 좋은 독서의 계절…큰 일교차 "옷 챙기세요"
사회 사회일반 2024.10.12 06:00:00토요일인 12일은 전국이 맑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9∼17도, 낮 최고기온은 23∼26도로 가을 날씨를 보이겠다. 당분간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10도 내외이나 낮 기온은 25도 안팎으로 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도 내외로 클 것으로 보여 일교차에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는 인천·경기 남부·충남은 ‘나쁨’ 수준을 보이고, 서울·세종·충북·전북은 오전에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밖의 권역은 ‘좋음’에서 ‘보통’ 수준을 보이겠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남해 앞바다에서 0.5∼1.5m, 서해 앞바다에서 0.5m로 일겠다. 안쪽 먼바다(해안선에서 약 200㎞ 내의 먼바다)의 파고는 동해·서해 0.5∼1.5m, 남해 0.5∼2.0m로 예상된다. -
한강 '노벨상' 수상에…"이제 '연고전'이라 부르자" 모교 연세대도 축제
사회 사회일반 2024.10.12 03:00:00소설가 한강이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강 작가의 모교인 연세대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한강은 1989년 이 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1993년 졸업했다. 11일 연세대는 대학 정문에 ‘연세인 한강, 백양로에 노벨상을 새기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축하했다. 정문에서 각 단과대 건물로 이어지는 백양로 곳곳에도 ‘연세의 가을, 연세의 한강’ 등이 쓰인 현수막이 나부꼈다. 연세대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한강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한 게시글이 여럿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연새대 갤러리에 올라온 ‘대한민국 문화는 연세대가 주도한다’는 제목의 글에는 나영석 PD, 박진영 JYP엔터 대표,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강의 사진을 함께 올리기도 했다. 맞수인 고려대와 비교하면서 자부심을 강조하는 글도 여럿이었다. 매년 하는 전통 체육행사에 대해 “고연전이 아니라 연고전이라고 부르자”는 글도 있었다. 고려대에서는 ‘고연전’, 연세대에서는 ‘연고전’으로 부르며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입시결과에 영향을 미칠 지 예측하는 글도 있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노벨상을 배출한 대학”이라는 글을 올려 수백명의 학생에게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한 학생은 “노벨상 수상자가 공부한 도서관에서 공부하니까 왠지 공부가 더 잘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적기도 했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이어 두 번째이며, 아시아 작가 수상은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꼽았다. -
한강 "처음에는 놀랐고, 천천히 현실감·감동 느껴져"…기자회견·인터뷰는 고사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22:42:32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 기록을 세운소설가 한강이 출판사들을 통해 "놀랍고 감동했다"면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는 수상 소감을 11일 밝혔다. 한강 작가는 이날 저녁 늦게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를 통해 언론에 전한 문자메시지에서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면서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면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국내 기자회견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한강의 작품들을 출간한 세 출판사인 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지성사는 작가 측과 노벨상 기념 국내 합동 기자회견 개최를 조율해왔으나 작가가 극구 고사해 최종적으로 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세 출판사는 "기자회견을 대신해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한강 작가님이 서면으로 전한 소감을 전해드린다"며 "수상과 관련해 개별 언론과의 인터뷰나 연락이 어려운 점도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알렸다. 한강의 자세한 수상 소감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수락 연설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이날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해산토굴 앞 정자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강 작가에 대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밝혔다. -
'노벨상' 한강, 모교 연세대 명예박사·교수 되나…"문학관 건립도 검토"
사회 사회일반 2024.10.11 22:22:45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의 모교인 연세대가 명예박사 학위 수여와 문학관 건립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강은 1989년 이 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1993년 졸업했다. 11일 연세대에 따르면 이날 국어국문학과 교수회의에서 한강의 동의가 있을 경우 한강에게 명예박사 학위 수여, 교수 임용을 추진하기로 결정됐다. 아울러 한강 문학관을 건립하거나 관련 창작·번역에 특화된 특수대학원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연세대는 한강 작가 특별전이나 전시회 등을 개최하는 것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학생이나 대중을 대상으로 전공자나 평론가들이 진행하는 특강과 한강의 문학사적인 위치, 의미를 살펴보는 학술대회도 검토하고 있으며 빠르면 이번 학기 내에 추진할 계획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작가님의 가치 등이 존중돼야 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최대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강은 연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작가 이상의 그림과 소설을 소재로 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이날 '사랑하고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께'라는 제목으로 동문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이라는 기쁜 소식은 연세인들에게도 큰 자부심"이라며 "한국 문학은 당당히 세계 무대에 우뚝 섰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강 동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전 연세인의 마음을 모아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며 "벅찬 감동을 선물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
"2114년 돼야 볼 수 있다"…90년 후 공개되는 한강 미공개 원고 제목은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21:02:59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이미 완성했지만 앞으로 90년 뒤에나 공개되는 작품이 하나 있다. 제목만 알려지고 내용과 분량, 형식, 주제 등은 공개되지 않은 이 글의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다. 한강의 이 작품은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개념미술가 케이티 패터슨의 주도로 2014년 시작한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쓰였다. 이 프로젝트는 100년간 매년 1명씩 작가 100명의 미공개 작품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의 한 숲에 심어진 나무 총 1천 그루를 사용해 오는 2114년 출판하는 사업이다. 한강에 앞서서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등 노벨문학상의 단골 후보로 꼽히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한강은 당시 다섯 번째 작가로 참여했고,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이었다. 한강은 2019년 5월 노르웨이를 찾아 오슬로 외곽 '미래 도서관의 숲'에서 '사랑하는 아들에게'의 원고를 전달했다. 한강은 당시 흰 천을 한국에서 가져와 원고를 봉인하며 "마치 내 원고가 이 숲과 결혼하는 것 같았고, 또는 바라건대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작은 장례식 같았고,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세기의 긴 잠을 위한 자장가 같았다"고 말했다. 흰 천이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신생아를 위한 배냇저고리, 장례식 때 입는 소복, 이불 홑청 등으로 쓰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원고는 제목 외에는 모두 베일에 싸인 채 봉인돼 현재 오슬로 도서관에 보관 중이다. 90년 뒤에나 내용을 알 수 있는 이 작품은 현재로서는 공개된 제목만으로 내용과 형식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는 작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특별한 메시지를 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강 작가는 2019년 서울국제도서전 강연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프로젝트 자체가 우리 모두 죽어 사라질 100년 후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미래에 대한 기도 같았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글을 썼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패터슨은 전달식 당시 한강을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 이유로 "매우 중요한 작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강은 인류와 존재, 아름다움, 비애에 대해 매우 명료하고 아름답게 말한다”며 "그의 글은 매우 친밀하고 우리 안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어 온다. 매우 시적이면서 정신적 상처를 다룬다. 그의 작품은 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
'한강 책' 하루도 안돼 30만부 '완판'…도서관도 "책 다 나갔어요"
사회 사회일반 2024.10.11 18:29:11“한마디로 ‘한강의 기적’이에요. 어젯밤 수상 소식을 듣고 너무 자랑스러워서 오늘 일찍부터 서점으로 달려왔습니다.” 11일 오전 10시 15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텅 비어 있던 한강(53) 작가 특별 매대가 갑자기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 대표작들로 채워졌다. 매대 주변을 맴돌던 사람들은 재입고 소식에 환호하며 일제히 정문 밖까지 줄지어 늘어섰다. 간밤에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11일 전국이 ‘한강 열풍’으로 들썩였다. 전날 밤 예스24·알라딘 등 주요 대형 서점 사이트가 마비된 데 이어 이날에는 아침부터 전국 서점과 도서관에도 책을 애타게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는 영업 시작 전부터 달려온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서울 삼청동에서 온 최 모(60) 씨는 “(수상 소식이) 너무 대단하고 감동적이라 재고가 없을 줄 알면서도 오전 8시부터 서점 앞에 와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구민회관에서 시 낭송 강사로 일하는 이서윤(60) 씨는 “밤새 한강 관련 영상을 보다가 오늘 책을 구하기 위해 일찍 왔다”며 “조만간 회원들과 (한강 작품) 필사나 녹음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국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도 한강 작품은 모두 동이 났다. 알라딘 중고서점 이수점 관계자는 “원래 2권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우주점(온라인 중고매장)에서 와서 가져갔다.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 재고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강의 작품은 전국 서점에서 판매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알라딘은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전날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한강의 책 판매량이 최대 2072배(‘흰’) 늘었다고 밝혔다. 수상 발표 직후부터 이날 오후까지 불과 하루만에 최소 30만 부 이상(교보문고 10만 3000부·예스24 13만 2000부·알라딘 7만 부)이 판매됐다. 도서관에서도 예약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강의 모교인 연세대 도서관에서는 이날 오전 기준 대표작 ‘채식주의자’의 예약 가능 인원이 초과됐으며 타 대학 도서관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 도서관 사서는 “이런 예약 열기는 이 시기 항상 발매되는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외에는 없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강의 수상 소식에 주식시장에서도 출판 업종의 주가가 크게 들썩였다. 예스24는 전날 대비 29.81% 오른 6380원에, 밀리의서재는 23.63% 상승한 1만 8680원에 장을 마무리했다. 삼성출판사는 전장보다 14.24% 오른 1만 6850원에 거래를 마쳤고 예림당은 티웨이항공 경영권 분쟁과 맞물리며 상한가인 2810원(29.79%)에 도달했다. -
"트라우마 본질 꿰뚫은 이야기의 힘…눈부신 비상"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4.10.11 18:08:42작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수많은 작품으로 이어지는 한강의 이야기 한가운데에는 늘 ‘상처받은 인간, 멀리서 보면 너무도 연약한 인간’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뻔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쉽게 좌절하지도 않고 갑자기 상처와 화해하거나 순조롭게 치유의 손길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아주 느리지만 끈질기게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채식주의자’의 영혜는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개를 딸의 눈앞에서 죽게 만든 아버지를 향한 공포와 분노를 잊지 못하고 ‘채식’이라는 저항의 몸짓으로 자신의 트라우마와 대면한다. 그의 저항은 단지 딸의 의지에 반해 개를 죽인 아버지에 대한 분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끝없이 육식으로 된 반찬을 삼시 세끼 해 먹일 것을 요구하며 채식으로 된 반찬을 요리해주면 먹을 것이 없다고 투덜대는 남편을 향한 저항이기도 하다. 육식을 먹어야만 뭔가 제대로 잘 먹은 듯한 포만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탐욕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즐기고 소유하는 모든 것에는 어쩌면 우리가 애써 모른 척하는 연약한 존재들의 피와 눈물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로 그 끔찍한 세상의 불균형과 우리가 매일 저지르고 있는 폭력에 대한 저항이 영혜의 극단적인 채식과 음식에 대한 궁극적 거부로 나타난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트라우마를 다룬 ‘소년이 온다’와 제주4·3 사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인 ‘작별하지 않는다’ 또한 트라우마의 한가운데에서 포기하지 않고 ‘상처의 여기 있음’을 환기시키는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한강의 주인공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테마는 ‘트라우마는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인류의 오랜 화두다. 아무리 용감하게 대면하고 열심히 치료와 상담을 받아도 트라우마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빈자리는 결코 채워지지 않기에 더 고통스러운 진실은 끔찍한 트라우마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치료의 혜택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나 제주4·3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은 여전히 끝나지 않는 아픔 속에서 영원히 잃어버린 가족과 친지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한강의 주인공들은 바로 이 ‘트라우마의 끝나지 않는 시공간’ 속으로 마치 영원한 눈물의 수레바퀴만이 끝없이 굴러가고 있는 듯한 트라우마의 한복판에서 ‘지금, 여기’를 살아내고 있다. 아픔을 간직한 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채로. 트라우마의 한가운데서 결코 그 상처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한강 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소설은 끝없는 상처의 길 위에서 서성이는 우리 현대인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 말아야 할 용기와 희망의 빛을 선사한다. 그렇게 우리가 사랑했던 존재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야기의 힘으로, 문학의 언어로, 비로소 눈부시게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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