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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법 합의 또 불발…사실상 차기정부로 처리 미뤄져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5.04.08 17:40:30국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잠시 중단된 ‘반도체특별법’ 등 주요 현안 논의를 재개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본격적인 대선 모드로 돌입하기 전 지금이 법안 처리의 적기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양당 합의가 또다시 불발되며 기약 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8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반도체특별법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전히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이 발목을 잡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제외하고 양당이 합의한 반도체 산업 지원 내용만 담아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최근 정부 고시를 개정해 현행 3개월 단위인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면서 특별법에 굳이 52시간 예외 조항을 넣어야 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해당 조항을 포함해야 특별법 제정에 의의가 있다고 맞섰다.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 위원장인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정부 고시 변경으로 산업 현장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다시 논의해보려고 했지만 역시 변화된 게 없었다”며 “당장 지도부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요청하겠다고 (국민의힘에)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또다시 합의가 불발되며 반도체특별법 처리 및 공포는 자연스럽게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는 수순이다. 민주당이 당장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더라도 산자위(180일)에 법제사법위원회(180일), 본회의(60일)까지 심사를 거쳐야 한다. 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에서 일정을 최대한 압축해도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이다. 조만간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상임위 일정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도 크다. 국민연금 구조 개혁을 논의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도 첫 회의에서 특위 위원 자격을 놓고 거친 공방이 오갔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강선우 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과 비교섭단체로 참여한 진보당의 특위 구성 등을 차례로 문제 삼자 강 의원을 포함한 다른 의원들이 “무례하다”고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조정장치 등 핵심 안건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태에서 각 정당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며 추가 회의 개최도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금특위 관계자는 “첫날부터 크게 싸우고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대선 전 한 번 정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
[사설] 6월 3일 대선, 극한 정쟁 접고 신성장 동력 점화 계기 삼아야
오피니언 사설 2025.04.08 00:01:00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 6월 3일로 정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8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선거일 지정 안건을 상정하고 대선일을 확정·공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은 5월 12일부터 선거일 하루 전인 6월 2일까지 3주 동안 진행된다. 정치권은 사실상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7일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장에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후보로 유력한 이재명 대표가 9일쯤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을 기점으로 공식 선거 체제에 들어간다. 민주당은 이 대표 사퇴 직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특별 당헌·당규 준비위원회와 경선을 진행하기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다. 이날 국민의힘에서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민주당에서는 김두관 전 의원이 가장 먼저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여야의 무한 정쟁과 계엄·탄핵 정국을 거친 뒤 실시되는 이번 대선은 정치 복원, 국민 통합, 지속 성장, 안보 강화 등의 시대적 과제를 떠안고 있다는 점에서 국운이 달린 중대 선거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 파면 후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국론 분열을 막으면서 국력을 결집하고 미래를 개척해갈 수 있는 유능하고 깨끗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체제를 만들려면 새 정부가 해야 할 최대 과제는 경제의 신성장 동력 확보다. 각 당의 대선 주자들은 저출생·고령화 대응과 생산성 제고 등을 위한 구조 개혁과 과감한 규제 혁파, 초격차 기술 개발 등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권은 나라가 정치·경제·안보·사회 전반의 복합위기에 처했음을 직시하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우리 경제는 국정 리더십 공백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7일 증시가 대폭락하며 ‘블랙먼데이’를 맞는 등 메가톤급 폭풍에 직면했다. 주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처리와 상호관세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서둘러 거센 폭풍을 막아야 한다.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만 증폭시킬 상법 개정안도 무리하게 밀어붙일 때가 아니다. 거대 양당은 극단적인 정쟁을 접고 성장 엔진을 되살리기 위해 국가적 에너지를 총결집해야 한다. -
여당 지위 잃은 국힘, 당정협의회도 못한다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5.04.07 17:44:00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집권 여당의 지위를 잃은 국민의힘이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당정협의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정부 부처의 비공식 보고도 받지 못한다. 조기 대선 모드로 즉각 전환한 국민의힘은 공약 발굴과 정책 경쟁에 당력을 집중해 정책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7일 중앙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당직자 조회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으면서 당정협의회를 주 3회까지 개최했는데 이번에는 없을 것”이라며 “(이제) 추경을 마무리하고 대선 공약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고 말했다. 국무총리훈령에 따르면 여당은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으로 규정한다. 이에 국민의힘은 4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라 즉각 여당의 지위를 상실했고 행정부와 여당이 국가 정책을 협의·조정하는 당정협의회는 더이상 개최가 불가능하다.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가 공동 주재하는 고위당정협의회와 각 부·처·청 및 위원회의 장과 여당 정책위의장이 공동 주재하는 부처별 당정협의회 역시 개최 근거가 사라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인용되고 주말이 지나자 당정협의가 일체 중단됐다”며 “당정 공조를 위해 정부가 여당에 비공식적으로 현안을 보고하는 것도 사실상 끊겼다”고 전했다. 여당이 없다고 해서 행정부와 입법부 간 협의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국무총리훈령에서는 여당이 없는 경우 행정부와 각 정당 간 정책협의·조정을 위해 정당정책협의회를 두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과 같은 위치에서 정부와 각종 현안을 협의할 수 있다. 또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에 파견된 공무원 출신 수석전문위원들도 당장은 각 부처로 돌아갈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여당이라는 프리미엄을 잃은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핵심 과제를 조기 대선 공약 개발로 이어가며 정책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 의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주52시간 근로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와 첨단산업 육성, 저출생·고령화 및 기후위기 해결 등 이번 대선 공약에 반영할 7대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특히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국민의힘이 지난해 11월 정부와 협의해 당론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으로 역점 추진했으나 민주당의 반대에 막힌 상태다. 그는 “7대 정책 비전을 핵심 방향으로 해 기존 민생 어젠다를 구체적인 공약으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 과제에 부응하는 혁신적이고 책임 있는 공약들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사설] 오늘 尹 선고, 헌재 결정 승복해 분열 끝내고 통합의 길 가야
오피니언 사설 2025.04.04 00:00:00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야의 헌재 압박과 탄핵 찬반 단체들의 광장 집회·시위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승복 선언을 주저하며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선동적인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승복은 윤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탄핵 인용이 아닌 기각·각하 결정이 날 경우 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뉘앙스를 줬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다수의 대선주자들이 승복 메시지를 발표한 것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가 끝까지 ‘승복’ 의사를 천명하지 않으면 헌재 선고 이후 국론 분열이 증폭되고 나라 전체가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은 여야가 정치 불안 해소와 경제안보 복합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여야 정치권은 계엄·탄핵 사태로 인한 보수·진보 진영의 극한 대립을 막기 위해 정쟁을 자제하고 협치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외려 ‘유혈 사태’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도를 넘은 언행으로 갈등과 대립을 부채질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입법을 뒷전으로 미룬 채 권력 투쟁에만 매달리고 있는 정치권 행태에 대해 국민들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진정으로 경제와 민생을 챙기려 한다면 지금이라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법치를 확립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온전히 발전시킬 수 있다. 지지층 표심만 바라보며 편가르기에 나서는 정치권의 행태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무의 방기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윤 대통령과 여야가 분열 조장 행태를 멈추고 국민 통합과 국력 결집에 나서야 한다. 헌재는 여야와 광장 정치의 압박에 휘둘리지 말고 법리와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헌재 선고 이후 국정 마비와 정국 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관세 전쟁으로 심화되는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성장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
[사설] 기업 경영 위축시키는 ‘더 센’ 상법 개정 밀어붙일 때인가
오피니언 사설 2025.04.03 00:01:00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속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태풍까지 몰아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이 한국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이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9%로 내렸다. 주요 글로벌 IB 가운데 0%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JP모건이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反)시장적 입법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고, 대주주와 소액주주 편가르기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1일 “기업의 경영 의사 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해 적극적 경영 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야당의 상법 개정안은 기업 투자를 저해하고 소송 남발로 경영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되면 집중투표제 실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까지 포함해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상법 개정안보다 ‘더 센’ 개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엄포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소액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도 소액주주 보호 조치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들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차 등 첨단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산업 정책으로 자국 기업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함께 여야 정치권의 입법 뒷받침이 절실하다. 하지만 거대 야당은 파업 조장 우려가 있는 노란봉투법을 재발의하더니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상법 개정안까지 재추진할 태세다. ‘민간 주도 성장’을 외치는 거대 야당이 기업 옥죄기 입법을 멈추고 주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통과에 협조해야 할 때다. -
[사설] “골든타임 얼마 안 남았다” 기업 절규 외면 말아야
오피니언 사설 2025.03.29 00:05:00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달아 위기 극복을 위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7일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은 28일 그룹 기술전략 회의에서 “초격차 기술로 난제를 극복하자”고 역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최근 모든 계열사 임원들에게 ‘사즉생(死卽生)’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기술 개발로 위기에서 벗어나자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신사업 활로 개척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기업들의 메시지에는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감이 담겨 있다. 길어지는 내수 침체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수출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경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전략산업인 철강뿐 아니라 자동차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그러잖아도 석유화학·배터리 등 다른 주력 산업의 업황이 부진한 상황이어서 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내외 기관들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내리고 있는 가운데 1%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까지 처음 나왔다. 영국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기존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도 한국의 성장률을 2.0%에서 1.2%로 0.8%포인트나 내렸다. 이는 아시아 지역 국가 중 가장 큰 폭의 하향 조정이다. 심화하는 복합위기를 돌파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고 통상 외교를 통한 수출 돌파구 마련과 경제 입법으로 응답해야 한다. 정부는 한국 기업들의 최대 규모 대미 투자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가장 많이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국의 산업 협력 방안 등 윈윈 전략을 마련해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자동차 관세가 한국 등 동맹국에 타격을 주는 반면 중국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말로만 ‘기업 주도 성장’을 외치지 말고 기업을 옥죄는 상법 개정을 멈추고 주52시간 예외를 인정하는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
[사설] “기업 초불확실성의 시대”…이런데도 상법 개정 밀어붙여야 하나
오피니언 사설 2025.03.27 00:05:00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5일 “초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기업들이 결정을 하기 어렵다”면서 불확실성을 기업의 최대 리스크로 지목했다. 최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통상, 금융 불안, 인공지능(AI) 기술 충격, 정치 문제 등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상법 개정에 대해 “불확실성이 또 생기는 건데 지금 형편상 적절한 시기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기업들이 거센 외풍을 맞는 와중에 국회가 상법을 개정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데 대한 고충과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대한상의·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6단체장도 조만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나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글로벌 통상 질서가 급변하고 기술 패러다임이 대전환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국내외 악재들에 둘러싸여 과감한 투자와 혁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에 막히고 안으로는 온갖 규제들과 정치 불안에 갇힌 탓이다. 근로자 1000명당 근로 손실 일수가 미국의 4배를 넘을 정도로 큰 강성 노조의 파업 리스크도 기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면서 신성장 동력이 약화해 첨단 AI 경쟁력이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렸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이런데도 거대 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주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가로막으며 기업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경영 불안을 부추길 수 있는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 미래를 향한 기업의 도전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직된 근로시간 족쇄에 묶인 기업에서 기술 초격차 실현을 기대할 수도 없다. 정부와 국회는 위기에 처한 기업인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규제 혁파와 경제 입법으로 화답해야 한다. 그래야 신성장 동력에 불을 지피고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기업 주도 성장’을 외치는 민주당은 기업 불확실성을 키우는 상법 개정을 멈추고 주52시간제 예외를 인정하는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협력해야 한다. -
최태원 "초불확실성이 가장 큰 적…상법, 지금 꼭 바꿔야 하나"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3.26 17:33:40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 기업들이 결정하기 어려워졌다”며 “상법 개정은 불확실성이 또 생기는 것인데 지금 (경제) 형편상 적절한 시기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통상 문제와 인플레이션 등 금융 불안, 인공지능(AI) 등 기술 충격에 정치 문제까지 겹쳐 기업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시민까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겹악재로 인한 불확실성을 국내 기업의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최 회장은 “초불확실성의 시대(super unknown)에는 기업의 결정이 안 나온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적’이라고 규정했다.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을 재계의 최대 걱정거리로 본 그는 “상법은 경제 쪽에서 보면 헌법” 이라며 “새 국면으로 간다는 뜻인데, 지금 할 시점인가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최 회장을 비롯해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6단체장은 이르면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나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주52시간 근무 예외 규정에 대한 논란으로 공전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최 회장은 출근길 교통수단을 예로 들며 “버스만 타라고 하면 오토바이나 택시를 타야 할 상황에서 불편이 생긴다”며 “규제는 필요하지만 너무 많으면 자율을 억압하고 창의성을 추락시켜 성장에도, 사회문제를 푸는 데도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1970년대부터 발전시켜온 ‘제조-수출’ 모델을 바꿀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압력뿐 아니라 제조업 경쟁력도 좋은 편이 아니어서 과거 모델이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며 “제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AI를 도입해 더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I를 통해 제조업을 혁신하면 공장 위치를 떠나 한국이 어디서든 이익을 만들수 있는 만큼 AI기반 제조 경쟁력 확보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국내 AI 경쟁력과 관련해 “대규모언어모델(LLM)이 필요한데 우리만의 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종속된다” 면서 “내부에 일단 AI 기반을 제대로 갖추고 나름대로의 AI LLM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간 헤게모니 전쟁에 따라 한국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데 대해 최 회장은 ‘비즈니스’가 기준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가 아니라 사업이 되고 돈이 되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벌 수 있는 확률과 기회가 많으면 어떤 상황이라도 진출해야 한다”며 “미국의 많은 기업인들이 최근 중국을 찾아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복잡한 대외적 난관을 극복하려면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벤트성으로 잠깐 나가서 하는 원팀이 아니라 진짜 한 몸 같은 원팀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그냥 기업만 나가서 전쟁을 할 방법도 없고, 미국도 정부와 기업이 뭉쳐서 대응하고 중국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는 각자도생하자는 게 먹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지난달 ‘민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에너지 수입, 양국 간 시너지 사업 분야 등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상대로 한 미국 무역적자의 80%는 한국이 미국에 다시 FDI 형태로 투자한다고 말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는 불필요한 수입 늘리기가 아니라 중동산 비중을 낮추는 차원이고, 양국 간 시너지 사업 역시 모두 이익을 보는 분야로 일방적으로 미국을 위한 제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하워드 러트릭 미 상무장관과의 만남에 대해 “(러트릭 장관으로서는) 정말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한국 경제사절단을 만났다”며 “미국 측에서는 한국을 중하게 여기고 힘들게 만나서라도 본인들 메시지와 이야기를 전해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열리는 ‘2025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의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최근 행사 현장 점검차 경주와 포항을 다녀왔다. 최 회장은 “1700여 명의 기업인을 포함해 2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7조 4000억 원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있고 고용 효과도 2만 4000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많은 인원이 오면 숙소가 부족할 수 있어서 포항에 크루즈선을 끌고 오려고 한다”며 “포항에 크루즈 정박 시설이 있고, 거리가 약간 멀기는 하지만 방문한 경제인이 포항제철소 등을 보고 싶어 할 수 있어 관광 코스나 옵션을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
최태원 “초불확실성의 시대…상법, 꼭 지금 바꿔야 하나”
산업 기업 2025.03.26 12:00:00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 기업들이 결정하기 어려워졌다”며 “상법 개정은 불확실성이 또 생기는 건데 지금 (경제)형편상 적절한 시기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통상문제와 인플레이션 등 금융 불안, 인공지능(AI) 등 기술 충격에 정치문제까지 겹쳐 기업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시민까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겹악재로 인한 불확실성을 국내 기업의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최 회장은 “초불확실성의 시대(super unknown)에 기업의 결정이 안나온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적’이라고 규정했다. 문제는 국회와 정부의 규제가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은 최근 경제계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그는 “상법은 경제쪽에서 보면 헌법”이라며 “새 국면으로 간다는 뜻인데, 지금 할 시점인가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주52시간 근무 예외 규정에 대한 논란으로 공전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최 회장은 출근길 교통수단을 예로 들며 “버스만 타라고 하면 오토바이나 택시를 타야할 상황에서 불편이 생긴다”며 “규제는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규제는 자율을 억압하고 창의성을 추락시켜 성장에도, 사회문제를 푸는데도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통상환경 변화로 자유무역의 가치는 흐려지고 국내 기업들은 미국으로 생산거점 이전 등 다양한 압박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1970년대부터 발전시켜온 ‘제조-수출’ 모델을 바꿀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압력 뿐 아니라 제조업 경쟁력도 좋은 편이 아니어서 과거 모델이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며 “제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AI를 도입해 더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능력만 보유한다면 공장의 위치를 떠나 한국이 어디서든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AI 기반의 제조경쟁력 확보가 돌파구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AI 경쟁력은 높지 않다. 그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이 필요한데 우리만의 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종속된다”며 “내부에 일단 AI 기반을 제대로 갖추고 나름대로의 AI LLM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간 헤게모니 전쟁에 따라 한국이 선택에 기로에 놓인 점과 관련해 최 회장은 ‘비즈니스’가 기준 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미국이냐 중국이냐가 아니라 사업이 되고 돈이 되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벌 수 있는 확률과 기회가 많으면 어떤 상황이라도 진출해야한다”며 “미국의 많은 기업인들이 최근 중국을 찾아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여러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원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벤트성으로 잠깐 나가서 하는 원 팀이 아니라 진짜 한 몸 같은 원팀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청론직설] “미래 산업 총괄 컨트롤타워 세워 국가 경쟁력 강화해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3.24 19:02:04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경제·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을 가리지 않는 관세 공세로 전 세계가 무역 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는 미중 패권 전쟁 격화에 정교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모든 공급망의 자국 내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협력이 아닌 협상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만큼 우리는 경제·안보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실용적이면서 다각적인 전략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 부담 요인을 기술 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로 극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연구개발(R&D) 관련을 비롯한 각종 규제들을 조속히 걷어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산업 정책은 글로벌 현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워 국가 경제 발전의 명확한 방향을 설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달라진 글로벌 환경에서 우리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트럼프 2기의 세계 질서 변화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중 관계다. 수입 규모에서 절대 열세인 중국은 관세 외에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활용한 자원 무기화 정책을 적극 동원할 것이다. 또 중국은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을 늘리기 위해 한국산 수입을 미국 제품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경쟁국인 중국보다 낮은 관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 중국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는 측면을 활용해야 한다. 보조금에 의한 당근 정책이든, 관세에 의한 채찍 정책이든 미국 시장에 진입하려면 현지에 진출하는 것이 불가피하므로 현지 생산 전략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대중국 전략도 변화해야 할 텐데. △트럼프 2기는 모든 공급망의 미국 내 구축을 목표로 하면서 관세를 주요 정책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 장점을 활용한 미국과의 적극적 관세 협상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하되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우리 이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한국을 대미 우회 수출 기지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걸러내되 배터리 산업 부품·소재 등에서의 한중 합작 투자는 우리의 배터리 산업 공급망을 보완해주는 측면과 한미 동맹 관계를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취사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한국도 겨냥하고 있는데. △지난해 한국이 미국 상대의 8대 무역 흑자국일 정도로 미국은 우리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고율 관세를 부과받는 중국의 가격 경쟁력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분을 우리 기업들이 가져올 수 있는 기회 요인도 생긴다. 우리가 10%의 보편관세를 적용받을 때 중국은 훨씬 높은 60%의 고관세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관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 요인을 품질 경쟁력 제고로 상쇄해야 하므로 우리 기업의 기술 혁신을 가속화할 경우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자원 공급망 분야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대중국 전략은 무엇인가. △공급망 추세를 보면 세계화 시대의 ‘이익 극대화 공급망’에서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에서의 ‘동맹에 의한 공급망’으로, 트럼프 2기 정부에서의 ‘미국으로의 공급망’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의 공급망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동맹보다는 자국 이익 우선 전략을 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국익 우선으로 실용적인 전략을 펼쳐야 한다. 다만 희토류와 같은 중요 광물 자원에서는 중국이 절대적 우위인 만큼 중국과의 협력은 긴요하다. 중국과의 경제 외교를 통해 자원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중국에 편중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전략도 펴야 한다.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분야에서 더욱 격화되는 미중 경쟁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한국이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기술력밖에 없다. AI 반도체는 기술 측면에서 미국이 가장 앞서 있는 만큼 우리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거의 대부분 미국에서 들여온 것이고 당분간 이 구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대만이 장악하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확보다. TSMC라는 강력한 파운드리 기업을 가진 대만의 반도체 육성 정책은 우리보다 더 체계적이다. 우리나라는 특단의 정책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배가되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렵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데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은 민간 주도 자유 시장경제 시스템인 반면 중국은 산업 정책을 통한 국가 주도 시스템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중요한 것은 중국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혁신적 민간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 정책을 통한 정부의 지원이 비효율성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은 치열한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의 노력과 미래를 준비하는 정부의 산업 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신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혁신이 주목받고 있는데 중국 기업의 성공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유명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의 주장이 가장 잘 들어맞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삼성과 애플이 지배하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저가 제품으로 진입한 후 점차 실력을 키워 삼성과 애플을 몰아내고 있다. 중국의 혁신은 기존 시장을 넘어 미래 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미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AI, 양자 기술, 우주 항공 등의 분야에서 우리는 물론 미국보다도 압도적인 특허를 획득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에서 하위 기술이라고 생각했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해온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부단한 R&D를 통해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면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부상한 것이 좋은 사례다. -R&D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쏠림 현상이 커지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예산 기준으로 볼 때 우리는 세계 1~2위 수준의 양호한 상황이다. 그러나 절대 금액을 보면 미국과 중국 양국에 비교할 수 없다. 우리는 규모의 열세를 효율성 측면에서 극복해야 한다. 그동안 R&D가 매우 비효율적으로 운영돼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 의해 지원되는 R&D의 효율성 제고에 힘써야 한다. 최근에는 민간 기업들의 R&D 비중도 중국 기업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데 정부나 민간 기업 모두 R&D에 목숨 걸어야 중국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기업의 혁신 성공 요인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R&D에 집중하는 기업 환경도 거론된다. △CATL은 쩡위친 회장의 지시에 따라 R&D 부문을 대상으로 근무 강도가 매우 높은 896근무제(오전 8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또 2만 명이 넘는 R&D 인력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약 2.5배에 달하는 25억 9000만 달러 규모의 막대한 금액을 R&D에 투입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보다 더 절실하게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산업 정책도 기업들의 성장 공간을 넓혀줘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R&D 분야에서의 주52시간 근무제는 우리 기업에 독약이나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은 부단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발전하는 것인데 우리는 주52시간제로 기업들이 R&D에서 모래주머니를 2~3개씩 달고 외국과 경쟁하라는 셈이다. 유럽연합(EU)이 세계 AI 경쟁에서 낙후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기술 발전보다는 후유증을 염려한 규제에 더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선(先) 시행, 후(後) 규제’라는 원칙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행에 따른 문제점도 고려해야 하지만 시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산업 정책이 현실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가. △한국은 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중화학공업 육성 등 각종 산업 정책으로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미중 충돌이라는 시대적 변화 이후 한국의 산업 정책은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직도 과거 세계화 시대 산업 정책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입법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해야 할 국회는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해 반도체특별법 처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미래 산업이기도 한 첨단산업의 발전이 없으면 우리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통해 국가 발전의 명확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미온적인 산업 정책을 적극적인 산업 정책으로 수정해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He is…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복고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산업은행 산은경제연구소장을 거쳐 중국삼성경제연구원장을 지냈다. 현재 덴톤스리법률사무소 고문을 겸임하며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중일 비전위원회 경제부문위원과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 경제외교분과 위원장도 맡고 있다. -
[사설] 기업은 R&D 사활 거는데 주52시간 규제로 발목 잡을 건가
오피니언 사설 2025.03.22 00:08:00삼성전자가 경기 용인시 기흥에 새로운 반도체 연구개발(R&D)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기흥 캠퍼스에 위치한 최첨단 R&D단지 ‘NRD-K’ 가동을 앞두고 또 다른 연구기지 설립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연내에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 초대형 R&D센터인 ‘SR5’를 착공할 계획이다. 기흥 사업장은 삼성이 1980년대 반도체 산업을 시작하고 1993년 메모리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반도체 성공 신화를 썼던 상징적 장소다. 공격적인 R&D 투자를 통한 기술력 제고로 ‘위기설’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삼성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모든 계열사 임원을 향해 ‘사즉생(死卽生)’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위기감을 드러냈다. 훼손된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기업 생존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이 지난해 반도체 실적 부진에도 사상 최대인 35조 원의 R&D 투자를 단행하고 연구단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치권이 기업의 R&D 투자와 활동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기업을 도와주기는커녕 온갖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친(親)기업’ ‘성장 우선’을 외치면서도 연구 인력에 대한 주52시간 근무 완화를 담은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가로막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일 이 회장과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며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강조하면서도 반도체특별법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반도체는 우리의 수출 버팀목이자 핵심 전략산업이다. 국제 흐름과는 동떨어진 규제를 고집하느라 혁신이 좌초되고 기술 경쟁에서 도태된다면 기업 생존은 물론 국가 경제의 앞날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거대 야당은 이제라도 주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협력해 기업 투자가 기술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여야가 기업의 절박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초격차 기술 개발을 위한 규제 혁파와 세제·금융·예산 등 전방위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신성장 동력을 점화하고 저성장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이재용 만난 이재명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젠슨 황 "미국 내 공급망 구축에 4년간 수천억 달러 투자" [AI 프리즘*기업 CEO 뉴스]
산업 기업 2025.03.21 08:23:17▲ AI 프리즘* 맞춤형 경제 브리핑 * 편집자 주: ‘AI PRISM’(Personalized Report & Insight Summarizing Media)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뉴스 추천 및 요약 서비스’입니다. 독자 유형별 맞춤 뉴스 6개를 선별해 제공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4년 만에 만남을 가졌다. 이 대표는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며 경제 회복을 위한 기업 역할론을 강조했다. AI 등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직접 투자 필요성도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한국형 엔비디아’ 육성을 위해 50조 원 규모의 국민·국부펀드 조성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재계에서 절실하게 요구하는 ‘반도체특별법 처리’와 같은 현안 쟁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한국GM이 정부에 전기차 규제 완화를 비공개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와 자동차 업계 간 비공개 회동에서 무공해차 보급 목표제에 대해 “과도한 요구”라며 항의했다. 최근 경영 환경과 통상 여건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정부가 제시한 무공해차 생산 목표가 지나치게 높아 한국 시장에서 대응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캐즘 상태에서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친 만큼 정책적 유연성을 가지고 배려 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정치권과 재계 간 산업 규제 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돼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환담에서는 이 대표가 이 회장에게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 역할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국제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기업 협력 방안이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재계의 핵심 쟁점인 반도체 특별법과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이 대표가 노동계의 눈치만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환경 규제와 자동차 산업 갈림길 한국GM이 환경부와 자동차 업계 간 비공개 회동에서 무공해차 보급목표제가 “과도한 요구”라고 항의했다. 이 제도는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전기차 등 무공해차로 채우고, 미달 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국GM은 국내에 전기차 생산 시설이 없어 기준 충족이 어려운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기차 정책을 축소하는 데 주력하는 반면 한국은 환경 규제 페달을 밟는 ‘엇박자’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가속화 중국이 신형 양자통신위성 ‘지난 1호’를 활용해 세계 최장거리인 1만2900km 구간의 양자키분배(QKD) 실험에 성공했다. 지난1호의 무게는 기존의 10분의 1인 23kg에 비용은 4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단일 위성으로는 최대 규모인 107만 비트의 보안키를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첫 양자 사업 비전을 발표하는 ‘퀸텀데이(양자의 날)’ 개최를 하루 앞두고 성과를 공개하는 등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CEO 관심 뉴스] - 핵심 요약: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기업의 경제 기여와 AI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반도체특별법·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재계는 실질적인 규제 개선 없이 기업 역할만 강조하는 이 대표의 태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 핵심 요약: 한국GM이 환경부에 무공해차(전기차, 수소차) 보급목표제 완화를 요구했다. 한국 GM은 국내에 전기차 생산 시설이 없고, 미국 본사도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어 사실상 규제 충족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간 49만 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하는 한국GM의 철수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 핵심 요약: 중국이 신형 양자통신위성 '지난 1호'를 이용해 1만2900km 거리의 양자통신에 성공했다. 중국은 양자통신 기술은 물론 초소형 위성 기반의 ‘양자판 스타링크’ 기술에서도 우위를 점한다는 목표다. 한국의 양자기술은 주요국 중 최하위로 평가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CEO 참고 뉴스] - 핵심 요약: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4년간 미국에서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약 5000억 달러 상당의 전자 부품을 조달할 계획이며, 이 중 상당 부분을 미국 내에서 제조할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 압박에 대응하는 행보로 분석된다. - 핵심 요약: 국민연금 모수 개혁안이 18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단계적으로 인상되고,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43%로 올라간다. 출산 크레딧과 군 복무 크레딧의 인정 기간도 확대된다. 국가의 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지급 보장 명문화’도 개정안에 반영됐다. 연금 개혁의 남은 한 축인 ‘구조 개혁’은 국회 연금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 핵심 요약: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16차례나 언급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도 1970년대와 같은 심각한 경제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키워드 TOP 5] 산업규제 대응, 기술패권 경쟁, 정부-기업 관계, 글로벌 투자 전략, 환경규제 변화, AI PRISM, AI 프리즘 -
이재용 만난 이재명, 대기업 역할론 띄웠지만…'주52시간 예외'엔 말아껴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5.03.20 18:01:51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간 우클릭 행보를 통해 중도충 공략에 힘써 왔다.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4년 만에 성사된 만남에서도 경제 회복을 위한 기업 역할론을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의 직접투자 필요성도 재차 띄웠다. 이 대표는 앞서 ‘한국형 엔비디아’ 육성을 위해 50조 원 규모의 국민·국부펀드 조성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 바라던 ‘반도체특별법 처리’ 같은 쟁점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노동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 대표가 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 개선 등의 요구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이 대표와 이 회장의 만남은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현장 간담회를 중심으로 총 75분가량 진행됐다. 이 대표가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돼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고 하자 이 회장은 “사회와의 동행이라는 이름 아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사회 공헌을 떠나 미래에 투자한다는 기조를 끌고 SSAFY를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현장을 찾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SSAFY 교육생들과 AI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년들이 기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화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비공개 환담에서는 이 회장이 코로나 시기 중소기업의 최소 잔여형(LSD) 백신 주사기 협력 등을 보람 있던 사례로 소개했다. 이에 이 대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많이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정책 등 국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공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만큼 이 대표는 전략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에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정부 투자에 안정성이 있어야 하지만 모범적 사례가 있으니 모범적인 투자를 공공 영역이 일부 부담해야 한다”며 “연구개발(R&D) 부문에서도 스타트업이든 벤처든 기회와 비용을 공공에서 최대한 많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재계의 관심을 모았던 ‘반도체특별법’이나 ‘상법 개정안’ 등 기업들의 경영 활동과 직결되는 쟁점 현안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여야 간 이견이 팽팽한 반도체특별법을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여당이 주장하는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 조항에 이 대표도 동의하는 듯했으나 당내 일부 의원들과 노동계 반발이 거세지자 이 부분을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반도체특별법은 고시 개정을 통해 (특별연장근로 확대를) 하겠다고 어느 정도 정리된 것 아니냐”며 ‘더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문제는 삼성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고 자체 진단할 정도로 위기를 맞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실제 이 회장은 최근 2000여 명의 삼성 계열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사즉생의 자세를 주문했다. 9년 만에 임원 교육을 열어 정신 재무장을 주문해야 할 만큼 삼성이 맞은 위기가 범상치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룹 핵심 사업인 반도체에서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반도체의 부진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지연 등으로 지난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2030년까지 1위를 넘봤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영역에서도 업계 1위 TSMC와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TV 시장점유율 역시 2017년 이후 최저다. 그런 만큼 재계에서는 유력 대권 후보와 재계 1위 총수 간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보다 과감하고 근본적인 규제 개선 등 기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지원책이 안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을 포함해) 재계에서는 오늘 52시간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 규제 완화에 대한 진전된 논의를 원하지 않았겠냐”며 “현재 같은 규제 하에서는 혁신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 재계 임원은 “개별 기업 차원의 혁신도 필요하지만 입법 등을 통한 정치권의 제도적 뒷받침도 절실하다”며 “반도체특별법은 물론이고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재용 만난 李 "삼성 잘돼야 나라 잘돼"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5.03.20 17:44:5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돼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도 잘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를 방문해 이 회장에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삼성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21년 회동 이후 4년 만으로, 이 대표는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갖는 영향력과 중요성을 부각했다. 이 대표는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우면 사람들의 삶도 어려워지는데 삼성이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과실을 누리며 새로운 세상을 확실히 열어가기를 기대한다”면서 “모두를 위한 삼성이 되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경쟁이 격화한 세상이라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이 회장은 “SSAFY는 단순히 사회 공헌을 떠나 미래에 투자한다는 목표로 지금까지 끌고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SAFY 교육생들과 인공지능(AI)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년들이 기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SSAFY는 삼성이 청년 취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설한 대표적 사회공헌활동(CSR) 프로그램이다. 이 대표는 특히 AI를 포함한 핵심 전략산업에 대한 공공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I의 경우 사람들이 공부할 기회를 최대한 넓게 보장하는 방식으로 기본 토대를 갖춰줘야 한다”며 “그동안 공공 영역에서 이런 부분을 일부 감당해야 했는데 잘 안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금까지는 지원에 그쳤다면 이제 직접 투자에 참여해야 한다”며 “삼성 같은 한 대기업이 모두 (투자를) 책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서 이 대표는 주 52시간 근로 예외를 담은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비롯해 재계가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
'사즉생' 삼성 "2분기 HBM 반격, M&A서도 성과낼 것" [biz-플러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3.20 08:07:24삼성전자가 신성장 엔진 탑재를 위한 인수합병(M&A)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다짐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재용 회장이 위기 돌파를 위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과감히 행동하라고 주문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반격을 예고한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변화와 하반기 업황 회복을 기대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145% 높여 잡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과 역량 확보는 지속적인 성장에 필수 조건”이라며 “M&A를 계속 추진해왔지만 아쉽게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는 더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M&A 주요 후보군으로는 AI와 로봇·메디테크·공조 분야가 꼽힌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AI 반도체 시장에 대한 초기 대응이 늦었다”면서도 “이르면 2분기부터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또 “내년에 다가올 HBM4와 커스텀(맞춤형) HBM에서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삼성전자는 HBM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 후발 주자에 밀리며 위기론이 불거졌는데 정면 돌파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M&A 의지를 드러내고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 복원의 결기를 다지면서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7조 8150억 원에서 19조 1250억 원으로 높였고 전사 영업이익은 29조 4410억 원에서 40조 7510억 원으로 38% 상향 조정했다. 삼성 "2분기부터 HBM 반격"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은 잠깐의 실기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심각한 부진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였던 삼성이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데는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19일 주주총회에서 밝힌 청사진은 이르면 2분기, 늦어도 연내 5세대 HBM(HBM3E) 제품의 생산량을 본격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6세대 HBM4부터는 동등한 조건에서 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대결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시작하면 HBM 생산량은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늘며 시장에서 일정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이미 HBM을 공급 중인 AMD가 AI 반도체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 점유율 상승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시장 트렌드를 늦게 읽는 바람에 HBM 초기 시장을 놓쳤지만 조직 개편과 모든 기술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올해 HBM3E 공급은 지난해 대비 상당 수준 늘어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핵심은 차세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HBM4와 커스텀 HBM에서 기술 승부수를 걸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인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1c) D램을 HBM4에 적용하기 위해 기존 설계보다 칩 사이즈를 키우고 수율과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설계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은 해당 제품들에 대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차질 없이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 반도체 시황 회복될 것…파운드리는 2~3년 내 회복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는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도 예상된다. 전 부회장은 “상반기는 시장 불확실성이 크지만 AI 투자 붐이 지속되고 중국을 중심으로 모바일 재고 소진이 급격히 이뤄져 하반기부터는 수급 균형이 회복될 것”이라며 “D램·낸드 모두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산업이 바닥을 쳤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은 빠르게 계곡 너머를 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익 전망치를 기존 29조 4410억 원에서 40조 7510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술 경쟁력 회복을 위해 주52시간 예외 근로 특례 등이 포함된 반도체특별법의 필요성 또한 제기됐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국내 업체들끼리의 경쟁이 아니고 국가 간 패권 경쟁”이라며 “중국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공정 미세화를 더 빨리 드라이브(추진)해야 해서 개발 난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며 “신제품 개발 기간이 늘면서 개발 인력의 집중 근무는 필수”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 사업에서는 중장기적 성장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경쟁사와의 기술 점유율 격차를 당장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을 쌓아올려 시장 입지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은 “현재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로 양산하는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고, 선단 공정 기술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수율을 빨리 올려 수익성을 높이는 위치에 최단 기간에 도달하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파운드리는 수주 사업이기 때문에 지금 수주를 해도 일러야 2년, 보통 3년 뒤에 매출이 나온다”며 “1~2분기 안에 해결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주가 하락엔 고개 숙여…계열사도 신사업 청사진 삼성전자 경영진은 주가 하락에 대해 거듭 사과하면서 ‘근원 경쟁력 회복’ 의지도 피력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올해 반드시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 역시 “삼성전자 주가의 많은 부분은 반도체 성과가 좌우하는 것 같다”면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도 주주총회를 열고 전장과 전고체 배터리, AI 데이터센터 등 신시장 개척 청사진을 밝혔다. 삼성SDI는 올해 차세대 프리미엄 각형 배터리 P7 개발을 완료하고, 46파이 배터리를 1분기부터 출시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올해 중점 추진 분야로 전장과 AI·서버를 제시하며 해당 사업에서 매출 2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용 회장의 사즉생 메시지에 대해 “독하지 않으면 죽는 것이고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죽는 것”이라며 “‘독한 삼성인이 되자’는 주문은 신입 사원부터 사장까지 다 새겨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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