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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4.0시대] 새로운 CEO리더십의 '롤모델', 체체 다임러 회장
국제 기업 2017.02.08 18:36:11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는 리더십을 훌륭하게 발휘하고 있는 롤모델은 누구일까. 콘스탄틴 코로토프 ESMT베를린대 교수는 메르세데츠벤츠 브랜드를 보유한 독일 자동차업체 다임러의 디터 체체(사진) 회장을 꼽았다. 코로토프 교수는 “체체 회장은 ‘디지털라이프 앳 다임러(DigitalLife@@Daimler)’를 사내에서 론칭해 직원들에게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솔직하게 공유한다”며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큰 기업이 어려워할 수 있는 리더십과 직원들 간 소통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임러는 디지털 혁신이 직원의 업무방식과 고객·제품·사업 분야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2011년 ‘디지털라이프 앳 다임러’라는 이니셔티브를 만들었다. 다임러는 전 세계 직원들 500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디지털라이프 데이즈’나 직급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오픈 스페이스’ 등의 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해 직원들과 회사의 디지털 전략에 대해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또 독일 슈투트가르트, 중국 베이징, 미국 실리콘밸리 등 세계 주요 도시에 디지털 캠퍼스를 만들고 직원들이 팀을 이뤄 아이디어 대결을 펼치는 ‘해커톤’을 개최한다. 이 대회에서 나온 우수 아이디어는 곧바로 사내 파일럿 프로젝트로 만들어지는 등 실제 경영에 반영된다. 이런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 다임러는 대기업 문화에 익숙한 직원들에게 벤처기업의 열정을 불어넣으며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혁신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베를린=연유진기자 -
[리더십 4.0시대] 코로토프 교수 "리더는 변화에 대한 공포 이해하고 직원들에 준비할 기회 줘야"
국제 경제·마켓 2017.02.08 18:36:04“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이 가져올 변화는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늘 변화를 두려워하기 마련이지요. 리더는 그 공포를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낯선 환경 속에서 경영자와 직원들은 모두 생존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경영자에게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직원들을 독려하며 기업을 완전히 변신시켜야 하는 과제가, 직원들에게는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과제가 각각 주어졌다. 콘스탄틴 코로토프(사진) ESMT베를린대 교수는 지난달 서울경제신문을 만나 “다른 변화의 시기와 특별히 다른 게 없다”며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3차 산업혁명 시대(인더스트리 3.0)나 그 이전에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18세기 말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번졌던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 운동)처럼 늘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두려움을 느끼고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라는 의미다. 코로토프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제주체들이 맞이할 핵심 도전으로 그동안 배운 지식과 기술을 고의로 잊어버려야 하는 ‘언런(unlearn)’과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다시 익히는 ‘리런(relearn)’을 꼽았다. 이 과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두려움을 안겨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예를 들어 독일처럼 오랜 숙련 기간을 거쳐야만 장인(마이스터)이 되는 사회에서 일은 개인의 사회적인 정체성이자 자존심”이라며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동안 익혀왔던 일이 쓸모 없다고 한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져야 할 덕목으로 이해심·솔직함·유연함 등 3가지를 꼽았다. 코로토프 교수는 “경험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일을 배운다는 것은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리더는 직원의 실수와 실패에 대한 이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런과 리런, 일자리 재배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스스로 책임지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솔직히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금연을 권유할 때 담배를 계속 피웠을 경우 생길 수 있는 건강 문제를 소상히 알려주고 개인이 선택하도록 하듯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 때 벌어질 일들을 처음부터 경고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토프 교수는 “많은 리더들이 이를 말하기 힘들어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을 개혁하는 과정에서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코로토프 교수는 “이 회사가 왜 존재하고 어떻게 이익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핵심원칙은 머릿속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람과 기술 사이에서 최적의 연결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부러지지 않으면서도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은 언뜻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차지하면서 변화를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코로토프 교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며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쉽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최고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에 거리가 먼 대기업들이 빠른 변화 속에서 도태되기 쉽다. 그는 “작은 기업은 경영자들이 직원들과 가까이 있으면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으며 사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상세히 안다”며 “하지만 직원들이 최고경영자(CEO)의 얼굴을 일 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큰 회사에서는 경영진의 메시지가 어떤 의미인지 전달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코로토프 교수는 이에 따라 대기업의 경영자가 4차 산업혁명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중간관리자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경영진의 의지가 중간관리자를 통해 조직의 끝까지 전달되기 때문에 책임회피나 메시지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최고경영진이 ‘이 정도 비용 범위에서는 당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책임과 권위의 범위를 명확히 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토프 교수는 한국적 기업문화 속에서 경영자들이 4차 산업혁명에서 승자로 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오너 중심의 수직적 의사결정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기업 문화를 단숨에 바꿀 수 없는 만큼 리더의 강력한 의지 아래 사내에 실험조직을 만들어보라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코로토프 교수는 “당장 사내 실험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방식의 생산 라인을 깔아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지켜보라”며 “중요한 점은 이 조직을 기존 조직에서 정신적으로 분리시켜 과거부터 이어진 회사 문화의 압박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험의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실수가 발생하는데 한국 사회는 실패를 용인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분위기”라며 “리더가 자신의 권위로 실수가 나오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고 보호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만약 실험조직이 성공을 거둔다면 회사 전체로 혁신을 확산시키면 된다. 그는 “사람들은 성공 스토리를 원한다”며 “실험조직의 존재가 직원들이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베를린=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콘스탄틴 코로토프 교수 약력 △1995년 뉴욕대 웨그너 공공사업대학원 석사 △1999년 언스트앤영(EY) 모스크바법인 책임컨설턴트 △2005년 인시아드(INSEAD) 경영학 석·박사 △2005년~현재 ESMT 베를린대 교수 -
[리더십 4.0시대-미국]빅데이터·동영상 콘텐츠에 집중 투자...실용주의 모토로 미래 준비
국제 경제·마켓 2017.02.06 17:49:34미국은 4차 산업혁명 초기부터 기술혁신으로 눈앞의 ‘노다지(bonanza)’를 캘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거나 기존 사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공을 들여 좀 더 먼 미래를 준비하는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미국 특유의 ‘실용주의(pragmatism)’가 4차 산업혁명의 대변화에 임하는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미국 4차 산업혁명의 기관차인 실리콘밸리가 ‘빅데이터’와 ‘가상현실(VR)’ 기술을 동영상 콘텐츠와 접목해 업계에서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밀병기로 보고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가령 지난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는 2013년 빅데이터를 이용해 시청자가 선호하는 배우와 장르를 선정,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해 단숨에 미 최대 유료방송사업자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미국 2위 통신 업체인 AT&T가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약 97조4,414억원)에 전격 인수하기로 한 데도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랜들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타임워너 인수로 혁신과 수익을 모두 추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통신·방송 융합을 통한 미디어 빅뱅이 업계에 새 지평을 열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 인수가 130여년 역사의 AT&T에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티븐슨 CEO는 “고객들은 자신이 본 영상을 원하는 대로 자르고 편집해 주변에 메시지나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는 것을 매우 원한다”며 타임워너 인수 후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의 한 단면을 앞서 제시했다. AT&T는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동영상물을 설계 중인 5세대(G) 통신망에 얹으면 숙적 버라이즌을 따돌리는 것은 물론 페이스북·구글 등이 점령한 인터넷 시장으로까지 위상을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타임워너 인수를 검토했다가 AT&T에 고배를 마시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은 이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 자체적으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나서겠다고 지난달 중순 밝혔다. 팀 쿡 애플 CEO는 “케이블 업계가 붕괴하면서 가속화될 미디어 산업 변화에 참여할 것”이라며 오리지널 동영상 확보가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음성인식과 인공지능(AI)을 제품 판매에 활용해 엄청난 매출을 올린 아마존도 자체 스튜디오를 확보한 데 이어 최근 영화 제작 및 배급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작품 ‘아가씨’ 북미 시장 배급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구글 역시 2006년 거금인 16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인수한 동영상 커뮤니티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2015년부터 유료방송서비스 ‘레드(Red)’를 실시한 데 이어 최근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미 IT 업계는 미디어 산업의 한 분야인 가정용 홈비디오 시장 규모만 2015년 6,900억달러로 스마트폰 시장을 추월한 데 이어 오는 2019년 8,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4차 산업혁명 보고서에서 “빅데이터와 VR 기술은 영화와 방송 등 미디어에서 막대한 위력을 발휘하며 일상의 생활 패턴도 확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
[리더십 4.0시대-미국] "기술 개방·공유"...美 '열린 프런티어십' 4차 산업혁명 이끌다
국제 경제·마켓 2017.02.06 17:49:19미국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둔 엔비디아(Nvidia)는 무인차 개발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회사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가상현실(VR)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기술력을 입증해온 엔비디아는 지난해 3월 획기적 안정성을 갖춘 자율주행차 모듈을 공개했다. 한 달간 5만㎞를 주행해 예상 장애물을 모두 조사하고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문제들을) 해결한 결과물이었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자동차 업계는 엔비디아의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 이상으로 주요 개발 과정을 곧장 공개하고 결과를 공유한 엔비디아의 결정에 열광했다. 30여년의 디지털 혁명에서 선두를 지켜온 미국이 ‘열린 프런티어 정신(frontiership with open-mind)’을 과시하면서 4차 산업혁명 전선을 주도하고 있다. 하루 수백 번의 실패와 도전을 거듭하며 새 시대의 주도권을 노리는 엔비디아 같은 강소기업들과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들이 눈에 불을 켜자 제너럴일렉트릭(GE)·포드·듀폰 등 제조업 강자들도 바짝 긴장하며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빅데이터 활용에 천문학적 물량 공세를 펼치며 투자에 뛰어들어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애플·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 등 5대 ICT 공룡 역시 무한대의 가능성 속에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자 과감히 기술 코드를 개방·공유하면서 기업 인수합병(M&A)은 물론 중소·신생업체들과의 합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백악관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한 해 미국의 ICT 투자가 1조달러를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 ICT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는 연초부터 충격에 빠졌다. 양대 강자인 애플과 구글이 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홈 자동화 허브인 에코와 AI 비서 알렉사(Alexa)의 강펀치에 녹다운됐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말 에코와 알렉사를 활용해 10억개의 상품을 주문받은 것으로 집계했다. 기술 면에서 AI 선구자인 구글·애플이 앞서지만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업자가 특유의 공격적 리더십을 발휘해 신시장을 선점해버린 것이다. 아마존은 여세를 몰아 계산대 없는 슈퍼마켓인 ‘아마존 고’를 올 초 세계에서 처음 시험운영에 들어가며 ‘소비혁명’에도 불을 댕긴 상황이다. 나창엽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장은 “4차 산업혁명에선 단기간에 파괴적 결과가 나오는 일이 많다”면서 “잠시만 뒤져도 격차가 확연해지지만 그런 만큼 재역전의 기회도 있다”며 앞으로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IBM·페이스북 등은 더 큰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자의 AI 연구 결과를 경쟁사들과 공유하며 시장 확대와 거대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폐쇄적 기업문화로 유명한 애플조차 올 초 자사의 AI 연구들을 전면 공개했다. 이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의 성장과 혁신도 촉발하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을 자동차 생산에 접목해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로컬모터스는 지난해 IBM과 손잡고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12인승 자율주행차에 탑승시켜 무인차 시대의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벤처기업들이 하루에도 수백 곳씩 혁신의 도전장을 내밀자 1892년 창업한 GE 같은 대기업도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한 ‘생산혁명’에 발 벗고 나서는 중이다. GE는 지난 2015년 인도에 이어 지난해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스마트공장인 ‘브릴리언트 팩토리(brilliant factory)’를 완공했다. 오는 2020년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 등극을 목표로 내건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제조 업체였던 GE의 미래는 이제 데이터 분석에 달렸다”며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민간 부문이 기업가정신을 불사르며 4차 산업혁명의 수레를 이끄는 한편으로 미국 정부는 인프라와 사회안전망 구축 등 기본 역할에 충실히 힘을 쏟고 있다. 출범 5~6년 만에 공유경제의 대명사가 되며 기업 가치 500억달러를 돌파한 우버 택시는 미국의 오픈형 규제 시스템 덕택에 안착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미 정부는 또 한 해 900억달러의 정보기술(IT) 예산을 집행하며 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로봇 등의 기초기술 개발 및 표준화, 산학 연계를 지원하는 한편 초·중등 소프트웨어(SW) 교육에만 40억달러 이상을 별도 편성했다. 사람이 혁신을 최대한 향유하면서 이를 100%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한다는 철학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소득 불평등과 계층·세대 간 기술 이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육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며 “기업도 학생과 학교를 위한 협업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욕·시카고=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
[리더십 4.0시대-독일] 獨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조율자'
국제 경제·마켓 2017.02.03 10:52:16지난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옛 동독의 중심지였던 베를린 중심부의 알렉산더광장. 광장에 선 기자는 노트북으로 무작정 독일 4차 산업혁명의 현주소를 찾아 나섰다.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에서 제공하는 ‘인더스트리 4.0 지도(landkarte industrie 4.0)’에 접속하니 쉽게 ‘ESYS’라는 이름의 중소기업을 찾아낼 수 있었다.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해 공장의 설비 상태를 추적하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기업의 이름을 클릭하자 아직 시제품 단계인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담당자 정보와 연락처까지 제공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는 2012년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이라는 정책을 발표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인더스트리 4.0’은 독일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 사이버 물리시스템(CPS) 등을 융합하고 한 단계 발전시켜 미래에도 산업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2015년에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에 정부·기업·학계·노동계 등 산업의 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로 확대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를 사회 전반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정부의 한발 앞선 비전 제시 덕분에 독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제조업 선도국이라는 브랜드를 차지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만든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용어가 4차 산업혁명과 동의어로 쓰일 정도다. 물론 독일 역시 4차 산업혁명에 완전히 적응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멘스·보쉬 등 대기업들과 달리 상당수 중소기업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아직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개념을 잡지 못한 기업의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7%에 달한다. 산업 패러다임의 대변혁기에 독일 정부는 기업과 노동자들을 위해 손에 잡히는 그림을 그려줌으로써 4차 산업혁명으로 향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268개 기업이 등록된 인더스트리 4.0 지도도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지도를 열면 내가 사는 지역에 어떤 기업이 어떤 제품과 서비스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를 보면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접목할 만한 기업을 찾거나 새로운 사업전략을 구상하기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독일산업협회(BDI)의 클레멘스 오테 4차 산업혁명 책임자는 “독일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기업들에 번역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 지도는 인더스트리 4.0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출발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논의의 장인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에서 나온 법률 정비, 근로 방식 및 교육제도 개혁, 디지털 인프라 조성 등을 실제 사회에서 이행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다만 표준화, 구조조정, 전략 수립 등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철저히 기업이 하도록 남겨둔다. 4차 산업혁명 추진 과정에서 독일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기업이 잘 뛸 수 있도록 뒤에서 조율하는 ‘감독’이다. 오테 책임자는 독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정부 주도 산업정책이 유효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제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이 분명히 있지만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할 수 있게 놓아둬야 한다”며 “주체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배를린=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
[리더십 4.0시대-독일] 베셀 훔볼트대 교수 "한국도 리더 의존 줄여야"
국제 정치·사회 2017.02.03 10:52:09“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면 혼합 시스템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국민들은 계속 사람에게 투표하되 제도적으로 정당 등 기관에 더 많은 권한을 줘 한 사람의 힘에 국가가 휘둘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일 베를린사회과학센터(WZB)에서 만난 베른하르트 베셀 훔볼트대 교수가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 남긴 조언이다. 독일 국민들은 지도자가 아닌 정당에 투표한다. 독일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여러 정당이 연정을 통해 정부를 구성하고 총리를 뽑는 의원내각제를 택한 국가다. 이 때문에 총리 한 사람의 리더십보다는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합의를 통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집단적 리더십이 나라를 이끈다.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근절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한 한국에서도 독일의 모델은 하나의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베셀 교수는 독일식 정치제도를 한국에 곧바로 이식했을 때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문화가 다르며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옆 나라 프랑스에는 절대로 독일식 정치제도를 권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집단대표제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한국에 이를 추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베셀 교수는 한국이 당장 대통령제를 폐지하기보다는 현 제도 아래 한 사람의 리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조정이 적합한 개혁 방식이라고 봤다. 그는 “아시아 사회에서는 사람의 권위가 기관을 앞서는 경향이 있다”며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힘이 몰리는 제도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9월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독일 역대 최장수 총리 자리를 예약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베셀 교수는 메르켈 총리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비결이 “당이 자신의 뒤에서 지지를 보내도록 조정하는 탁월한 능력”이라며 “지금까지 그런 능력을 가진 총리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대중을 대하거나 외교관계에서 신뢰를 중시하는 태도와 분열을 조장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그가 10년 넘게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독일에도 ‘총통’ 스타일의 강한 리더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10~20%로 소수”라며 “국민 대다수는 민주적인 리더를 원한다”고 설명했다./베를린=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
[리더십 4.0시대-스위스] 투표로 정책 결정한다...스위스선 "모두가 리더"
국제 경제·마켓 2017.01.25 18:14:46# 지난 16일(현지시간) 눈발이 흩날리는 날씨에도 스위스 취리히 시청에는 매주 월요일 열리는 칸톤(광역지방자치단체) 의회를 참관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평일임에도 회의 시작 후 한 시간이 지난 9시30분이 되자 2층에 마련된 참관인석에는 40명이 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중학생부터 20대 청년,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은 의회 좌석도를 보며 칸톤 의원들의 발표와 투표 결과를 유심히 살폈다. 참관인석에서 만난 패트릭 브루너 취리히북중학교 교사는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를 통해 시민들의 생각과 다른 법안이 통과되면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며 “이 때문에 많은 시민이 회의장을 찾아 최종 통과되는 안건의 내용과 의원들의 발표를 경청한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4차 산업혁명을 가장 잘 준비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회사 UB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는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국들을 모두 제치고 4차 산업혁명 대비 경쟁력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5년 독일계 컨설팅 업체 롤랜드버거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스위스는 유럽 국가 가운데 독일·스웨덴·오스트리아와 함께 이 분야 선도자 그룹에 속했다. 스벤 지펜 롤랜드버거 스위스법인 매니징파트너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기업· 협회·대학·정치인 등이 마련한 ‘디지털 스위스’ ‘인더스트리 2025’ ‘스위스 이노베이션’ 같은 다양한 이니셔티브가 스위스가 4차 산업혁명의 강자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정치는 변화하는 환경에 반응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스위스가 4차 산업혁명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은 ‘한 명의 리더가 여론을 이끄는 사회’보다 ‘모두가 리더인 사회’를 지향하는 정치·사회적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혼합한 독특한 정치제도를 가진 스위스에서는 18개월 동안 10만명의 지지서명을 받으면 누구나 자신이 만든 법안을 1년에 네 번 열리는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아울러 100일 동안 5만명의 서명을 모으면 이미 의회를 통과한 법도 국민투표를 거쳐 무효로 돌릴 수도 있다. 일부 소규모 칸톤은 ‘란트슈게마인데’라고 불리는 주민 총회에서 주민들이 모여 직접 투표로 정책을 결정하기도 하며 칸톤이나 시의회 같은 의사결정 기구에 참여하려는 열기도 뜨겁다. 덕분에 스위스에서는 시민들이 리더의 제안을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사회변화에 따른 다양하고 실험적인 제안을 쏟아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서도 기존 산업과의 경계를 어떻게 허물고 어떤 새로운 복지제도가 필요한지 한발 앞서 격렬한 토론이 벌어진다. 일례로 지난해 6월 시행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은 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도 정당의 지지 없이 시민사회가 주축이 돼 법안을 발의했다. 기존 복지제도를 없애는 대신에 성인 한 명당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인공지능(AI), 스마트 공장 등이 보편화된 뒤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었을 때 충격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알렉산더 트레첼 루체른대 정치학과 교수는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며 법안은 부결됐다”면서도 “디지털 혁신이 가져온 잠재적 논쟁거리 속에서 정부는 대개 뒤에 있기를 원하지만 (시민들이) 국민투표를 통해 이를 논의의 장에 올리고 토론한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논란 속에서 기본소득 국민투표는 스위스 국민 23%의 지지밖에 얻지 못해 정식 제도로 채택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는 스위스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는 토대를 제공했다. 트레첼 교수는 “최근에는 우버·에어비앤비 등이 소개한 공유경제 모델과 기존 산업 간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국민투표를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택시나 호텔의 규제를 아예 푸는 방안과 역으로 우버·에어비앤비를 규제하는 방안 중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에서 보듯 국민투표는 언제든 리더를 끌어내리는 포퓰리스트들의 무기로 전락해 정치를 뒤흔들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스는 집단 리더십에 의한 정부 운영 방식이라는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 스위스 정부는 사회민주당(SPS), 스위스국민당(FDP), 기독민주당(CVP) 등 소속 정당이 다른 위원 7명으로 구성된 연방평의회가 이끈다. 연방평의회 위원들은 연방의회가 선출하며 1년씩 돌아가며 대통령을 맡는다. 여러 정당이 정부 운영의 지분과 책임을 나눠 가져 국정 마비나 정책이 손바닥 뒤집히듯 뒤바뀌는 사태를 미리 방지하는 것이다. 집단 리더십이 가져온 높은 정치 안정성은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연구개발(R&D) 등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트레첼 교수는 “스위스에는 갑자기 외화가 고갈된다거나 통화인 스위스프랑의 가치가 폭락하는 등의 위험요소가 없는 덕분에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다”며 “아울러 높은 교육 수준을 유지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대학들이 클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리히·루체른=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
[리더십 4.0시대-스위스] 세계 4대 엔지니어링업체 'ABB'의 독특한 시도
국제 기업 2017.01.25 18:13:54“미래에는 디지털 산업혁명 덕분에 많은 사람의 일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규칙적인 노동시간이나 수직구조 같은 전통적인 고용관계는 거의 보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세계 4대 엔지니어링 업체 ‘ABB’는 지난 1976년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제어되는 산업용 로봇을 상용화하며 ‘대량생산·자동화’로 상징되는 3차 산업혁명 시대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고는 ABB에도 계속 시장의 리더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울리히 스피어스호퍼 ABB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직원들을 향해 ‘디지털 전환’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직접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이 보통 직원들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솔직하게 밝히고 회사와 구성원들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이다. 스피어스호퍼 CEO는 이 글에서 직원들에게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역설했다. 그는 산업용 로봇이 없었다면 독일이 일본을 상대로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새로운 산업혁명이 올 때마다 혁신적 기술은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를 가져다줬다”고 강조했다. 대신 그는 “새로운 직업의 세계는 우리에게 더 다양한 지식과 창의력, 유연성과 변화에 대한 확신이 필요할 것”이라며 직원들이 이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했다. CEO의 명확한 비전 제시와 맞물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ABB 조직의 변화는 벌써 진행되고 있다. ABB는 지난해 9월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자리를 신설했다. 전력 및 자동화 등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디지털 및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자리다. 그룹의 첫 CDO로는 노키아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시스코의 IoT 본부장 출신의 기도 주릿을 임명했다. 또 올해부터 사업부를 파워그리드, 전기제품, 로봇 및 모션, 산업 자동화 등 4개로 재편했다. 각 사업부는 ABB 안에서 별도의 회사처럼 활동하게 된다. 회사를 마치 벤처기업처럼 다양한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다. 스피어스호퍼 CEO는 “기업가정신은 우리의 미래 운영 모델의 기본”이라며 “자율권을 가진 4개의 사업부는 지속적인 가치 창출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리히=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
[리더십4.0시대] 청소년 정책참여 길 넓히고 지도자 양성시스템 만들어라
사회 사회일반 2017.01.18 17:35:54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최근 직무권한이 정지됐다. 과거 여학생 외모 비하 발언이 문제 된 데다 시험 중 부정행위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아예 총학생회 후보가 없어 공석인 대학도 수두룩하다. 연세대는 55년 만에 처음으로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 선거가 무산됐고 한국외국어대와 서울시립대도 2년째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생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학 리더십의 꽃인 총학생회의 초라한 현주소는 현재 한국 사회 리더십 위기의 축소판이다. 초·중·고등학교 졸업까지 주입식 교육과정을 마친 청년들에게 사실상 처음 주어지는 실험의 기회이지만 차갑게 외면 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 18세 참정권에 대한 논의도 정작 주인공인 청년보다 정치권의 목소리가 더 높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사회 참여 보장, 지식 전달형 리더십 교육 탈피, 지도자 인재 양성 시스템 구축 등 종합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해외의 리더십 양성 시스템은 상당히 탄탄하다. 바버라 켈러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좋은 리더십은 좋은 팔로십에서 나온다”며 “일상화된 사회 참여로 의견 개진, 대표 선출, 합의와 수용 등 팔로십과 리더십을 동시에 배우도록 하는 독일과 북유럽 등 선진국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핀란드 청소년단체협의회(Allianssi)는 청소년단체 126개 회원사가 가입한 청소년단체 총괄기구로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직접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행동한다. 협회 예산의 70%는 정부 부처와 유럽연합(EU)에서 지원한다. 이 중 약 20명 정도의 학생들은 청소년 대표로서 국제연합과 유럽연합 등에서 활동하는 기회도 얻는다. EU 차원에서는 에라스무스 플러스의 구조화된 대화(Structured Dialogue) 제도를 통해 EU 청년들의 의견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토론 주제는 EU의 청소년 장관, 유럽연합 회원국 대표회의,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유럽청소년포럼 등이 제안한다. 15~30세 청년 10여 만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논의 결과는 EU에서 공식적으로 정책 사업을 채택할 때 활용된다. 김기헌 청소년정책연구원 실장은 “10~20대로 구성된 청소년들 대다수가 자신들과 관련된 사회적 의제에 의견을 개진하고 합의된 결정을 수용하면서 팔로십을 배우고 이 과정에서 청소년 세대를 대표하는 리더가 자연스레 육성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한국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실험하고 있는 청소년 참여 예산제를 해당 연령층은 20대로 확대하고 예산 집행 등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면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 현장에서 기업가 정신 등 실질적인 리더십 교육이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일선 학교에서 10~20대에 대한 리더십 교육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교과서 지식 전달 일변도로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분야 리더들의 멘토링과 강연 등을 통해 살아 있는 리더십 교육이 이뤄지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첨병인 창업의 경우 실질적인 경영 리더십을 전수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조정호 벤디스 대표는 “창업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갖고 상담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기업가의 자질에 대해 말해주면 포기하는 친구가 많다”며 “경영지식도 중요하지만 선배 기업가와의 지속적인 멘토링이나 교류관계가 갖춰진다면 훨씬 살아 있는 리더십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대학가에서 활용 가능한 멘토링 그룹과 사회단체가 등장하고 있기는 하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마쓰시타 정경숙을 표방하는 사단법인 ‘CEO지식나눔’은 설립된 지 6년 만에 118개 대학에서 1,700명 이상의 멘토링과 함께 8만 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며 기업가 정신 및 글로벌 리더십 교육, 진로 지도 등에 앞장서고 있다. 송영수 한양대 인재개발원장은 “4차 혁명시대의 리더십 교육에서 지식 전달의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가장 바람직한 리더십 교육은 리더들과 직접 교류하며 리더의 생각과 기업가 정신, 다양성 등의 가치를 체득하는 것”이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형 엘리트 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프랑스 그랑제콜 등 선진국은 저마다 지도자 양성 시스템이 탄탄하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소장은 “독일 정당들이 별도 비영리 재단을 두고 10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비당파적’ 교육에 나서듯이 우리도 교육, 정책연구 지원 등 정당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위헌 요소가 다분한 청소년의 정당 참여 관련 규제부터 개혁하는 등 정당 활동을 통해 지도자가 자연스럽게 육성되는 기반 조성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
[리더십4.0시대] 2030이 말하는 '젊은 리더십'의 조건은
사회 사회일반 2017.01.18 17:35:43우리나라 2030 세대가 생각하는 ‘젊은 리더십’의 요건은 기획력·용기·소통력으로 꼽혔다. 개인주의가 깊숙이 뿌리내린 2030 세대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선명한 메시지와 참신한 기획력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혔다. 취업 준비와 생계형 아르바이트 등 개인 문제로 정치·경제이슈에 무관심해진 청년층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는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지난 여름 이화여대 사태의 경우 과거에 볼 수 없던 신선한 시위 방식이 화제가 됐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학생들은 서로의 이름이나 학번·전공을 묻지 않고 서로의 익명성을 보장했다. 외부 세력의 개입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시험기간에는 ‘공부시위’를 하며 농성장을 지켰다. 이대 졸업생 A 씨는 “졸업생의 재능 기부와 식대 지원 방식 등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리하면서 과거 시위 방식에 익숙했던 졸업생들의 신뢰와 공감대까지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나 고소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용기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실제로 이대에서 평생교육대학 반대 시위를 주동했던 최은혜 전 총학생회장은 교수와 교직원을 감금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동국대에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학생들을 학교 측에서 고소하는 사건도 있었다. 신정욱 동국대 전 대학원학생회장은 “대학원생의 경우 학계 진로와 직접적 연계가 있다 보니 교수의 갑질과 부당한 노동 착취에 대한 비판을 공개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다”며 “학계에서 매장당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한 채 서울대·고려대 등 대학원생들이 2년 전부터 공동의 목소리를 낸 결과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대학원생 인권장전과 인권전담기구를 설치하라’는 권고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실시간’ 소통 능력은 더욱 중요해졌다. 청년단체 ‘청년하다’의 유지훈 대표는 “요즘 학생들은 지도부의 구호가 조금만 과격해지거나 자신의 뜻과 다르면 바로 외면할 정도로 예민하기 때문에 SNS를 통해 열심히 홍보하는 것 못지않게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청년들의 목소리에 사회적으로 힘이 실리려면 최소 수십 개의 대학이 긴밀히 소통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
[리더십4.0시대] 김도연 "학생 선발서 교수 채용까지...개방DNA가 대학 리더십 핵심"
사회 사회일반 2017.01.18 17:35:28“10년 안에 직업의 70%가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대학생들은 수십년째 똑같은 전공과 교과목으로 구성된 교과체계에서 단순 지식 전달이라는 ‘같은’ 방식으로 학습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는데 대학만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변화를 거부하고 있죠. 학생 선발, 교수 채용, 강의 등 모든 분야에서 개방의 DNA를 갖추는 것이 대학 리더십의 핵심입니다.” 김도연(사진) 포스텍 총장은 지난 11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텍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개방을 통한 혁신’을 강조했다. 대학 교육의 혁신은 수십년간 지속한 조직의 폐쇄성 극복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가의 오랜 관행이던 교수 순혈주의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3월 포스텍은 국내 최초로 기업 연구인력을 교원으로 채용하는 ‘산학일체 교수제도’를 시행한다. 향후 4년간 채용할 150명의 신임 교원 중 3분의1 이상을 기업 연구소에서 일하거나 기업 추천을 받은 인력으로 충원할 계획이다. 김 총장은 “LG디스플레이와 포스텍이 함께 뽑은 교수가 3월부터 학생들을 가르친다”며 “현재 효성중공업 등 다른 기업과도 협의 중인데 앞으로 총 20개의 연구그룹을 함께 만들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기업이 혁신을 위해 정보를 수집할 때 대학을 활용하는 비율은 회사 내부나 외부업체, 전문저널과 서적에 비해 턱없이 적은 15% 수준에 불과하다”며 “산학일체 교수제도가 활성화된다면 보다 가치 있는 지식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총장은 “대학도 ‘논문을 위한 논문’에 몰두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가형 대학으로 거듭나 가치 있는 지식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학이 당장 기업이 처한 단기적 애로사항은 해결하기 어려워도 5~10년 길게 보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일은 얼마든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 총장은 세계적 명문대학의 혁신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 대학 역시 변화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MIT는 2014년 별도 태스크포스를 꾸려 ‘MIT 교육의 미래’라는 리포트를 자체 발간했다. 이 리포트는 과감한 실험 참여, 서머스쿨 제공, 글쓰기 교육 강화 등 교육 혁신부터 대학 브랜드 신뢰성 제고를 위한 학비 완화, 기술이전 수입 확대 등 외연 확장까지 다양한 청사진을 그렸다. 유아부터 12학년까지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학습을 향상시키는 유아교육 프로그램, 기숙형 고등교육 및 평생학습, 교수들의 교육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디지털 학습 연구소 등의 개념은 좁은 울타리에 갇힌 국내 대학의 시야를 대폭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총장은 대학 내부에 촘촘하게 자리 잡은 집단 이기주의 극복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단과대 학장 단계부터 대부분 외부 인사를 선발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국 200여개 대학 중 자교 출신이 아닌 총장을 두고 있는 대학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한 대학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사람이 총장이나 학장이 되면 이미 내부적으로 얽힌 게 많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융합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전공 칸막이 해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내에서 가장 실용적이어야 할 공과대학마저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돌입한 오늘날까지 여전히 특정 분야의 전공만 가르치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며 “전공 경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입학 전형 때부터 무학과 전공으로 뽑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포스텍은 오는 2018년부터 모든 신입생을 학과 구분 없이 단일계열(무학과)로 선발한다. 대학 개혁의 리더십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총장과 학장 임기 등이 충분히 보장되는 현실적인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총장은 “지금처럼 총장과 단과대학 학장 임기가 4년이면 사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후임자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다”며 “6년 임기제를 도입한 일본 국립대 수준이라도 최소한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선발방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 김 총장은 “요즘 같은 시대에 수능을 잘 본 친구를 인재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난센스”라며 “MIT에서는 상위 5% 성적 학생은 동점 처리하고 일본 고등학교에서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니아 제도를 도입해 철학적 사고를 묻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학생들이 12년간 오지선다형의 객관식 사고에 물들여지는 한 대학이 제아무리 애써도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는 인재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들이 인재를 독점하려는 욕심에서 벗어나 지역균형선발제와 같이 다양한 혁신을 꾀한다면 대학가에서 변화의 바람은 생각보다 강하게 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김 총장은 모든 대학이 유행처럼 똑같은 혁신을 하느라 교육기관의 기본 사명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들어 대학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창의적 인재 양성을 외치지만 사실 창의적으로 타고난 사람은 5%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변혁의 시대일수록 배려의 정신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의 사명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He is △1952년 서울 △1974년 서울대 재료공학과 졸업 △1976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석사 △1979년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 재료공학박사 △1982~2008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2005~2007년 서울대 공과대학장 △2008년 2~8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2008~2011년 울산대 총장 △2011~2013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2013~2014년 일본 도쿄대 특임연구원 △2015년~현재 포스텍 총장 -
[리더십4.0시대] 김도연 총장의 대학개혁 3대 원동력은 '명분·소통·인품'
사회 사회일반 2017.01.18 17:35:17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교수사회 안팎의 거센 반발에도 대학개혁을 한걸음 한걸음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명분 있는 대안 제시 △교수들과의 소통 △타고난 인품 등이 있었다는 평가다. 지난 2007년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 시절 그는 국내 대학 최초로 학장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내부 직선제가 대학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해 외부 공개 간선제를 관철시킨 것이다. 서울대 공대에 이어 전국 대학들이 잇따라 같은 방식을 도입했고 결과적으로 교수사회 개혁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총장은 퇴임을 앞둔 교수 중 연구업적 평가 상위 5%에 드는 이들을 발전 기금의 이자 수익으로 5년간 더 채용하는 명예 기금교수제도 서울대 최초로 시도했다. 울산대 총장을 지내던 2009년에는 대학 최초로 강의공개 제도를 도입했다. 자신의 강의가 외부에 공개되자 ‘수업에 활용한 자료 저작권 문제 등으로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등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김 총장은 교수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설득작업에 나섰다. 강의 공개 방침에 대한 대학 외부의 호평도 김 총장을 든든히 지지했다. 결국 교수들은 강의 공개방침을 받아들였고 결과적으로 수업 준비에 더욱 매진하게 됐다. 포스텍 총장으로 부임한 후로 김 총장은 교수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당신처럼 역량 있는 교수가 월급을 주는 사람이 돼야지 왜 월급을 받으려 하느냐. 65세도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라며 교수들을 설득한다. 그 결과 포스텍의 2016년 교원창업 수가 평년보다 2배 이상 이뤄지는 결과를 얻었다. 올해 여름방학부터는 교수들이 대학을 벗어나 산업체·연구기관 등에서 연구활동을 하거나 창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원 하계집중활동 제도’를 실시한다. 교수들이 상아탑 속에 갇혀 있지 않고 산업현장에 직접 나가 기업이나 사회에 기여 하는 길을 스스로 찾도록 독려하겠다는 의지다. /포항=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
[다보스포럼]"AI가 '디지털 난민' 양산 우려...리더, 미래 불안 해소책 제시해야"
국제 경제·마켓 2017.01.18 17:18:34“인공지능(AI)이 ‘디지털 난민’을 양산하고 수억 명의 사람들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현재 매우 중요한 시점에 서 있습니다.”(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을 주제로 17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처는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 스위스 다보스에 모인 글로벌 정치·경제 리더들은 이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개념 파악을 넘어 기술 발전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라고 강조하며 대중들에게 닥쳐올 공포와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17일 ‘4차 산업혁명 준비’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베니오프 CEO는 “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컴퓨팅, AI, 유전공학 등의 급격한 발전을 모두 포함한다”며 “이 모든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수개월 내 AI가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소프트웨어로서의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이리 우즈 영국 옥스퍼드대 블라바트닉 정치대학장은 숨가쁜 기술 변화가 가져올 불안함 속에서 리더에 대한 믿음 부족으로 영국·미국 등지에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글로벌 리더들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사회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선제적 고민과 대화를 통한 해결책 모색을 주문했다. 베니오프 CEO는 “우리가 (4차 산업혁명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생각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다”며 “다국적으로 정부·기업·시민단체 등의 리더들이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화학 업체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도 “지난해에는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취약성과 이점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메리 바나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리더들이 대중에 사회 변화에 대한 정확한 청사진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고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로드맵을 제공해야 한다”며 “놀랄 만큼 솔직해져서 대중들이 (리더들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 이론을 강조하며 기업가들이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인 인포시스의 비샬 시카 CEO는 “우리는 가지지 못한 자들의 사회를 더 크게 만들지 않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는 교육에 대한 헌신과 실업에 대한 고심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베니오프 CEO도 “기업가들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stakeholder)들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자는 단순히 주주가 아니라 파트너·고객·직원·지역사회·환경 등”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AI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세션에서 패널들은 기술이 인간의 능력과 기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증강(augment)하는 방향으로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동감했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 등은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술이 반드시 인간을 위해, 인간에 의해, 인간과 함께 사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도 “인공지능 기술의 민주화, 즉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MS가 인공지능에 접근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보스=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
[다보스포럼 개막] 시진핑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No'라고 말해야"
국제 경제·마켓 2017.01.17 20:06:35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맞서 ‘세계화’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17일 개막된 2017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중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참석한 시 주석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자본과 상품, 사람의 이동을 막으려는 노력은 대양에서 고립된 호수와 같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선언한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그 누구도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보호무역주의를 좇는 것은 어두운 방에 혼자 가둬지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 아니(No)라고 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계화를 향한 중국의 노력은 일렁이는 파도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우리는 세계화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으며 이러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이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의 새로운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시 주석의 이날 기조연설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직전에 열리는 다보스포럼을 발판으로 삼아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무대를 확장하고 주요2개국(G2) 간 주도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보스=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
[다보스포럼 개막]"시진핑 보러 가자" 다보스에 몰린 中 인파
국제 정치·사회 2017.01.17 18:54:23스위스 다보스는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스위스를 국빈방문해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연설하는 중국 주석을 환영하기 위한 중국인들의 물결로 넘실거렸다. 포럼 측의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한 중국 인사들 비중도 크게 늘었다. 17일(현지시간) 다보스에서 만난 중국계 이민자 주아닝 라거-리 씨는 “시진핑 주석의 방문은 스위스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엄청난 기쁨”이라며 “비록 행사장에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시 주석을 멀리서라도 응원하기 위해 다보스를 찾았다”고 말했다. 20년 전 스위스로 이민을 온 그는 특히 화교들은 시 주석이 글로벌 리더들 앞에서 연설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서방의 부정적 시선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덧붙였다. 라거-리 씨 외에도 시 주석을 보기 위해 몰려든 중국인들로 다보스 포럼장 인근은 무척 붐볐다. 일부 중국인들은 포럼이 열리는 나흘 동안 휴가를 내고 다보스에 머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 치안 당국은 시 주석의 개막 연설 시간이 다가올수록 극도로 예민해졌다. 행사가 열리는 콩그레스센터는 군사요새를 방불케 할 정도로 보안이 강화됐으며 센터 외부에는 하얀 옷을 입은 저격수들이 배치됐다. 행사장 주변에 서 있는 행동만으로도 무장한 현지 경찰들이 신분 검사와 가방수색을 진행했다. 또 카메라를 콩그레스센터 쪽으로 향하기만 해도 주변을 둘러싼 군인과 경찰들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한편 올해 다보스포럼의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등록을 한 2,955명의 인사 가운데 중국인 VIP 참석자 수는 101명으로 2015년의 64명, 2016년의 73명을 웃돌았다. 참가인원이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767명이었으며, 한국은 20명이다. /다보스=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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