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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하루] 대만인의 아픔, 2·28 사건
오피니언사외칼럼 2024.11.20 18:37:18오늘날 TSMC를 비롯해 세계적인 하이테크 기업을 다수 보유한 대만의 역사는 우리와 닮은 부분이 많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제주 ‘4·3 사건’이 발생했던 1947년, 대만에서는 2월 28일 ‘2·28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1947년 2월 27일 타이베이시 톈마(天馬) 찻집 앞에서 당시 국민정부의 전매 독점품인 담배를 허가받지 않고 판매하던 여성 린장마이(林江邁)를 폭력적으로 단속한 일에서 시작됐다. 이를 단속하던 전매국의 단속원들이 린장마이를 구타하자 그 모습을 본 시민이 달려들어 항의했고 단속원이 달아나면서 총을 발사해 시민이 총에 맞아 쓰러지자 시민들이 격분했다. 2월 28일 타이베이 시민들은 장관 관공서 앞에 모여 해당 단속원을 내놓고 전매국을 해체하라는 시위를 했다. 경비병들이 시위자들을 향해 총을 발포하자 분노한 시민들은 중산공원(지금의 2·28 평화기념공원)에 모여 공원 내에 있는 라디오 방송국을 점거해 대만 전역에 이 사건을 알렸다. 경비총사령부는 대만에 임시 계엄령을 선포하고 무장한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시민에게 발포를 시작했다. 당시 대만 행정장관 천이(陳儀)는 이 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시민들에 대한 강경 진압을 이어갔다. 대륙의 장제스 역시 담화를 통해 이 사건의 배후에 중국공산당의 선동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5월 15일 계엄령이 해제되고 마을 토벌도 일단락됐지만 사건에 대한 공개적인 조사와 반성은 시행되지 않았다. 더구나 1949년 국민당 정부가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거점을 옮긴 후 계엄 통치가 시작되자 2·28 사건은 계엄이 해제되는 1980년대 말까지 38년이란 긴 세월 동안 금기의 사건으로 덮여버렸다. 2·28 사건은 담배 한 개비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치적 불평등, 본성인(本省人)에 대한 외성인(外省人)들의 착취, 일본에 버금가는 국민당 정부의 착취와 차별 등 다양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였다. 지금까지 2·28 사건은 대만 역사의 뼈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
[인터뷰] 조남준 난양공대 석좌교수. 세라믹 미세입자 생산 길 열었다
산업IT 2024.11.20 18:37:10한국 전통 목재 구조물은 쇠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나무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꾀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한국 전통 건축의 짜맞춤 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머리카락 두께의 첨단 세라믹 미세 입자를 제작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이 선보였다. 이 기술은 초소형 전자공학, 항공·우주, 에너지, 의료, 기계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 겸 산업처장은 19일 ‘월드푸드테크포럼 2024’가 열린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통 건축 기법을 활용해 복잡성과 해상도·정밀도가 뛰어난 세라믹 미세 입자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마이크로플루딕 칩 제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미세 입자는 0.1~100㎛(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크기로 일반적으로 정형화되지 않지만 복잡하고 정밀한 모양새를 보인다. 10개의 톱니가 있는 기어 모양으로 모서리가 각진 삼각형과 유사하다. 초소형 전자공학이나 우주·첨단바이오 등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을 견인할 요소 기술로 주목을 끈다. 그는 “사면체 형태의 산화지르코늄(ZrO₂) 미세 입자는 테라헤르츠 방출기와 수신기의 성능과 기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며 “보안, 의료 진단, 제조 품질 관리와 같은 이미지 처리에 활용된다”고 말했다. 팔면체 형태의 이산화규소(SiO₂) 미세 입자는 재료의 강도와 인성을 강화할 수 있어 기계 구동에 필수적으로 이용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산업 현장에서는 재료 특성과 미세 입자의 작은 크기 때문에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불투명 미세 입자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마이크로플루딕 칩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플라스틱 기판을 정밀하게 여러 조각으로 성형, 절단한 뒤 각 조각들이 상호 완벽하게 들어맞도록 정교하게 조립해 속이 빈 채널을 만든다. 이때 칩 조각들은 서로 정확하게 정렬될 수 있도록 완벽하게 맞물린다. 그 뒤 이 조각들을 파이프 모양의 몰드로 만들고 폴리카보네이트 클램프로 고정함으로써 구조를 유지한다. 이어 특수한 고분자 용액과 세라믹 나노 입자를 칩에 주입해 완벽하게 혼합되도록 한다. 이 혼합물을 가열하고 경화·가교 과정을 거쳐 고체 물질을 형성한 뒤 소시지를 만드는 것처럼 칩을 압출해 원하는 두께로 절단한다. 해외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에 대해 “역사에서 얻은 지혜와 영감으로 학문을 융합하는 상상력을 발휘해 현대 과학으로 승화시켰다(마르틴 푸메라 체코 브르노공대 화학과 교수)”는 평가가 나온다. 난양공대 변환경제연구센터 소장인 조 교수는 “1000년 이상 사용된 짜맞춤 건축 기법을 재료·화학공학과 결합해 안정적이고 견고한 미세 입자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며 “마이크로플루딕 칩 생산 속도를 최대 10배 이상 높이고 세라믹 미세 입자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김상현 KAIST 교수팀, 초박막·초고화질 이미지센서 개발
산업IT 2024.11.20 18:34:31기존 센서에 비해 전력효율이 좋고 크기가 작은 고성능 이미지 센서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고해상도 이미지 센서 기술이 나왔다. 이 기술은 세계적으로 일본 소니가 주도하는 초고해상도 단파적외선(SWIR) 이미지 센서 기술의 원천 기술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로써 디지털카메라, 보안 시스템, 의료·산업용 이미지 센서 응용 분야, 자동차 자율주행, 항공·위성 관측 등 초고해상도 이미지 센서의 실현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김상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팀은 금대명 인하대 교수, 임진하 미국 예일대 박사후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초박형 광대역 광다이오드(PD)가 고성능 이미지 센서 기술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광다이오드의 기존 기술에서 나타나는 흡수층 두께와 양자 효율 간의 상충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얇은 흡수층에서도 70% 이상의 높은 양자 효율을 달성했다. 이 기술은 기존 기술을 통한 흡수층 두께를 약 70% 감소시켜 간단한 화소 공정을 통해서도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고 원가 절감도 꾀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흡수층이 얇아지면 장파장의 빛 흡수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도파모드공명(GMR) 구조를 도입해 400㎚(나노미터·10억분의 1m)에서 1700㎚에 이르는 고효율의 광 흡수를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파장 대역은 가시광선 영역뿐 아니라 단파 적외선 영역까지 포함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단파 적외선 영역의 성능 향상은 차세대 이미지 센서 개발로 이어지게 된다”며 “GMR 구조 도입으로 해상도는 물론 다른 성능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미생물로 단백질 발효…커피·초콜릿 만든다 [글로벌 푸드테크 혁신 바람]
산업IT 2024.11.20 18:33:28단맛을 내는 단백질은 적도 지역의 일부 과일에서 소량 발견된다. 설탕보다 800~3000배나 달지만 혈당 수치를 높이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이 과일의 단백질 구조를 활용해 단맛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연구개발(R&D)에 성공했다. 건강을 해치는 설탕 과다 소비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한 셈이다. 세계적으로 설탕 시장 규모는 연 750억 달러에 달한다. 이미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인 아부다비에서 연간 100톤의 단맛 단백질 생산 시설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커피·코코아버터·초콜릿 등 다른 식품 분야에서도 푸드 테크(food technology)가 적용돼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원료 수급에 애로가 있거나 원료 가격이 급등하는 현실에서 푸드 테크를 활용해 대체 식품을 만드는 것이다. 커피 열매에만 의존하지 않고 해바라기·콩·보리 등을 활용해 커피의 맛과 향을 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커피 특유의 맛은 생두를 볶아 원두로 만드는 로스팅 과정 중 단백질과 설탕 간의 특별한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이 맛과 향을 대체 원료에서도 뽑아낼 수 있다. 세계 커피 시장 규모는 연간 1600억 달러나 된다. 특수 미생물인 기름진 효모를 사용해 기름과 지방을 만드는 R&D도 이뤄지고 있다. 보리나 해바라기 같은 다른 재료에 특수 미생물을 노출시켜 단백질을 발효시킴으로써 초콜릿과 코코아버터 등을 만든다. 초콜릿과 팜오일 시장은 연간 각각 약 1160억 달러와 75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레이먼드 셰플러 HITI 대표는 18~19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월드푸드테크포럼 2024’에서 “제약·식품·농업 분야에서 사료 효소 같은 기능성 단백질 제품이 이미 많이 개발됐다”며 “요즘은 단 하나의 미생물을 개발해 수십억 달러의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푸드 테크와 생명공학을 활용해 소화효소 같은 장내 미생물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뇌의 인지 기능과 건강한 장수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할 때”라며 “세계 여성의 60~80%가 철분 결핍으로 인해 면역력 저하, 불면증, 피로, 피부 건조, 인지력 저하에 시달리는데 미생물로 철분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독일인인 셰플러 대표는 UAE에 기반을 둔 글로벌 투자 펀드를 운용하며 한국과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독일 등에서 대체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뤼게날더밀러의 경우 식물성 대체육 분야에서 오히려 동물성 육류보다도 더 많은 매출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식량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과학기술을 결합한 푸드테크는 식량안보, 기후변화, 인류의 건강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꼽힌다. 세계 인구는 1960년 30억 명에서 2022년 80억 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50년에는 100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화학비료 사용 급증으로 인해 온실가스 증가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이번 월드푸드테크포럼에서는 식품 최적화 솔루션, 맞춤형 헬스케어, 친환경, 블루 푸드 테크, 글로컬 융합, 창발 생태계를 강조하며 푸드 테크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월드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훤 롯데중앙연구소장은 “푸드 테크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단백질과 농업, 영양 식품, 스마트 공급망, 식품 자동화, 인스턴트 유통 등이 메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10년 뒤 푸드 테크 시장이 연 700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푸드 테크 산업 생태계 조성과 R&D 지원, 인력 개발, 국제 교류가 필요하다는 게 이 소장의 지론이다. 월드푸드테크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이기원 공동회장(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은 “전 세계가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창발 생태계와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며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본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국제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적인 K푸드 확산에 맞춰 푸드 테크 산업의 글로벌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소연 슈레더김재단 이사장은 “유럽 최대 혁신 네트워크인 EIT에서도 푸드 테크 분야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며 “제가 거주하는 독일 등 유럽에서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 푸드 테크 산업의 글로벌 교류·협력을 돕겠다”고 힘줘 말했다. 신맹호 UNIDO 한국투자진흥사무소 대표는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안보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국내 혁신 푸드 테크사가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나 기술이전을 할 수 있도록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정일정 농림축산식품부 국장은 “푸드 테크 산업을 발전시켜 선진국은 물론 식량위기를 염려하는 개도국으로의 기술이전 등을 통해 상생을 꾀할 수 있다”며 “한류를 활용해 우리 농식품의 수출 확대와 한식 세계화를 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농식품부는 20~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삶에 변화를 주는 푸드 테크’를 주제로 31개국 1054개 식품사가 참가하는 ‘푸드위크 2024’ 전시회를 개최한다. CJ·롯데·농심·농협 등 대기업뿐 아니라 벤처·스타트업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컸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겸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초대 회장은 “국내외에서 푸드 테크가 떠오르고 있으나 벤처캐피털(VC)의 시리즈 A·B 투자 감소로 인해 전체 스타트업 가치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며 “미국 Y콤비네이터 같은 대형 액셀러레이터(AC)들이 나와 대기업과 함께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씨엔티테크는 모태펀드·대기업·은행 등과 협업해 올해 70여 개의 팁스 투자를 포함해 총 500여 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전 회장은 “벤처·스타트업이 투자 혹한기에 시달리며 폐업 위기에 내몰린 곳이 많다”며 창업자의 역량과 몰입도, 소통 능력, 협업 노력, 기업의 핵심 가치라는 5C 전략을 역설했다. -
'방카 25% 룰' 손질에…非금융지주 계열 생보사 "은행 우월적 지위" 반발
경제·금융보험 2024.11.20 18:30:58금융 당국이 ‘방카슈랑스 25% 룰’을 완화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 판매 채널에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비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들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25% 룰이 완화되거나 폐지될 경우 은행들이 같은 금융그룹 계열 보험사 상품 ‘밀어주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판매 타격을 입을 게 뻔하고 소비자 선택권도 크게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보험개혁회의는 다음 주에 방카슈랑스 25% 룰에 대한 새로운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25% 룰은 은행이 제휴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할 때 한 회사 상품의 비중이 25%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으로 2004년 도입됐다. 특정 보험사 상품의 쏠림 현상과 독과점을 막고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선택지를 주기 위해 시행한 제도다. 아울러 은행들이 같은 금융그룹에 소속된 보험사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현상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당국이 25% 룰 개정을 검토하는 것은 올 4월 삼성화재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철수하면서부터다. 삼성화재의 철수로 손해보험사들 중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 등만 남았다. 은행 입장에서는 25% 룰을 지키기가 어려워지자 당국이 생보와 손보를 가리지 않고 전체 방카슈랑스에 대해 25% 룰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생명보험 업계는 “손해보험 업계와는 사정이 다르다”며 여러 회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생보 업계에 대해서까지 25% 룰을 축소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소비자 선택지 축소, 보험의 은행 종속 가속화, 설계사 대량 실직, 소형 보험사 경영 악화 등의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방카슈랑스를 통해 팔리는 생보 상품 대부분은 저축보험으로, 주로 월납이 아닌 일시납 상품을 예금처럼 드는 소비자가 많다. 지난해 생보사 초회보험료 중 62.7%가 방카슈랑스에서 나왔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생보사들 중에서도 은행을 보유하지 못한 비금융지주계 생보사들의 걱정이 크다. 은행들이 금융그룹 계열 보험사 상품 판매에 집중해 역차별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한 비금융지주 계열 생보사 관계자는 “20년간 유지된 25% 룰을 갑자기 완화 또는 폐지할 경우 업계와 소비자 모두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비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기존 은행에서의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유무형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비용만큼 보험료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5% 룰이 완화되면 어떤 은행이든 같은 금융그룹 계열 보험사 상품을 한도가 찰 때까지 최우선으로 팔고 난 후에 다른 보험사 상품을 판매할 것”이라며 “보험사 간 공정 경쟁이 제한되고 소비자 선택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들은 “당국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
"개인사업자 대출, 연말부터 한번에 비교"
경제·금융금융정책 2024.11.20 18:29:41올 연말부터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내년에는 대출성 상품의 우대금리 정보와 반려동물 보험 상품도 간편하게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금융감독원은 20일 금융 상품 비교 공시 시스템 ‘금융상품한눈에’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반영해 이같이 비교 공시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금융상품한눈에’를 통해 은행·저축은행·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판매 중인 예적금 및 대출 상품의 금리와 거래 조건 등을 비교 공시하고 있다. 금감원이 올 5~6월 비교 공시 시스템 이용자 46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종합 만족도는 전년 대비 8.4%포인트 상승한 79.1%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소비자 의견을 수렴해 올 12월 말부터 ‘금융상품한눈에’에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의 비교 공시를 개시하기로 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일반 개인 대출에 비해 상품별 특성이 다양한데, 생업에 바쁜 개인사업자가 금융사를 직접 방문해 이를 일일이 비교하고 선택하기 어렵다는 점이 반영됐다. 은행에서만 제공하던 입출금 자유예금 상품 비교 공시는 저축은행 업권으로 확대된다. 올 6월 저축은행중앙회가 개시한 입출금 자유예금 상품의 비교 공시를 연말부터 ‘금융상품한눈에’에 연결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대출성 상품의 우대금리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 예적금 상품에 대해서만 우대금리 및 우대 조건 정보를 제공하던 것을 대출성 상품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하반기부터는 반려동물 보험 상품의 비교 공시도 이뤄진다. 손해보험협회가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다른 상해보험 상품과 함께 비교 공시하던 것을 따로 떼어내 별도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만 비교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
"내년 상반기도 PF 추가 손실…저축銀 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경제·금융금융정책 2024.11.20 18:29:07저축은행을 중심으로 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커지고 있어 금융사의 비상 자금 조달 계획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대일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은 20일 서울 중구 예보에서 열린 ‘제12회 저축은행 리스크 관리 전략 워크숍’에서 “최근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저축은행 업권은 건전성 관리와 자생력 확보에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향후에도 손실 흡수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비상 조달 계획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실장도 “내년에도 부진한 경기 흐름이 예상되며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추가 손실 인식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정책금리 인하 기조로 소폭의 순이자마진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손정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의 PF 가운데 유의 및 부실 우려 자산 비율이 높아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유동성 확보와 부실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대체 수익원 발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생빈 저축은행중앙회 상무는 저축은행 역할 강화 필요성을 밝혔다. 그는 “은행과 거래가 어려운 금융 소비자에 대한 영업 활동을 강화하는 등 서민 금융기관으로서 저축은행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보가 저축은행 업권을 비롯한 2금융권에 비상 계획을 당부한 것은 부동산 PF 대출 내 숨은 부실이 점차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 초기 단계 대출인 브리지론에서만 내년 상반기까지 약 15%의 추가 부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브리지론에서 유의, 부실 우려 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42%에서 54%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 증권사(32%→45%)와 캐피털사(20%→36%)에서도 추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시장은 전망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매 분기 평가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 대부분이 지방에 위치한 토지라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
[부고] 전찬희씨(KFN라디오 PD) 부친상
사회피플 2024.11.20 18:22:58▲전일성씨 별세, 유영옥씨 남편상, 전찬웅·전찬희씨(KFN라디오 PD) 부친상=1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오후 3시 (02)3010-2000 -
트랜스젠더 남학생에 "여학생 방 써라"…인권위 "엄연한 차별"
사회사회일반 2024.11.20 18:06:19법적·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는 고등학생에게 학교가 ‘여학생 방을 쓰라’고 한 것에 대해 차별 행위라는 판단이 나왔다. 19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트랜스젠더 고등학생의 수련회 숙소 배정과 관련해 서울시교육감에게 성소수자 학생을 위한 포용적 교육 정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는 지난해 수련회를 앞두고 담임교사에게 자신이 트랜스젠더 남성이므로 남학생 방을 사용하겠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A가 법적·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학생 방을 쓰지 않으면 수련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A는 차선책으로 독방을 쓰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학교는 이 요청도 거부했다. 이에 A는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학교 측은 “다른 학생들의 성적 권리 침해 우려”를 거부 사유로 들었다. 교육청과 교육부도 “법 테두리 내 처리” 외 구체적 지침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학교가 법적 성별만을 기준으로 차별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성소수자 학생도 교육 활동에 동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인권위의 입장이다. 다만 인권위는 교육당국의 구체적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학교의 독자적 판단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서울시교육감에게 성소수자 학생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다양성이 보장되는 포용적 교육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
'폼클렌저' 제품 비교해보니 가격 차이 '두 배'…'가성비' 가장 높은 제품은?
사회사회일반 2024.11.20 18:05:56국내에서 판매되는 폼클렌저(거품세안제) 10개 제품 중 일부는 피부에 남은 자외선차단제를 말끔하게 씻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19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판매 중인 폼클렌저 10개 제품의 세정 성능을 평가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결과를 공개했다. 평가 등급은 우수-양호-보통으로 구분했다. 클렌징 오일을 제거하는 성능에선 모든 제품이 우수 등급을 받았으나 자외선차단제를 씻어내는 성능은 5개 제품이 양호 등급이었고 나머지 5개 제품은 '보통' 수준에 머물러 차이가 있었다. 양호 판정을 받은 제품은 마녀공장 딥 포어 클렌징 소다폼(브랜드명 마녀공장), 센카 퍼펙트휩 페이셜 워시 A(파인투데이코리아), 에이에치씨 프렙 리셋 클렌징폼(카버코리아), 이니스프리 화산송이 바하 모공 클렌징폼(이니스프리), 해피바스 마이크로 미셀라 딥 클렌징폼(아모레퍼시픽)이다. 화장품에서의 사용을 제한하는 페녹시에탄올 등 살균보존제 11개 성분과 인체 유해 중금속 6개 성분 함유 여부를 확인한 안전성 시험에선 별다른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거품발생량과 헹굼성, 헹군 직후의 잔여감, 사용 후의 부드러움과 촉촉함, 피부당김 등의 항목을 소비자가 직접 평가(5점 만점)한 만족도 조사에선 최저 3.1∼최고 3.8점으로 제품 간 차이가 있었다. 만족도가 가장 큰 제품은 마녀공장 딥 포어 클렌징 소다폼이었다. 올해 5월 소비자가 기준으로 10㎖당 가격은 가장 저렴한 제품이 네이처리퍼블릭 스네일 솔루션 폼클렌저(네이처리퍼블릭)가 667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마녀공장 딥 포어 클렌징 소다폼이 1333원으로 가장 비싸 두 배 정도 차이가 났다. 소비자원은 가격과 성능 등을 토대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높은 제품으로 해피바스 마이크로 미셀라 딥 클렌징폼과 센카 퍼펙트휩 페이션 워시 A, 이니스프리 화산송이 바하 모공 클렌징폼 등 3개를 꼽았다. 마녀공장 딥 포어 클렌징 소다폼, 네이처리퍼블릭 스네일 솔루션 폼클렌저, 제주 화산토 안티더스트 모공 클렌징폼(엘지생활건강) 등 3개는 사용감을 포함한 전반적인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제품으로 분류됐다. -
尹, 中 관계개선 이끌어…'트럼프 2.0' 불확실성 대응
정치정치일반 2024.11.20 18:05:54윤석열 대통령이 남미 순방 기간 미국·일본 정상과 1년 3개월 만에 만나 3각 공조를 굳건히 다지는 한편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며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혔다. 또 우방국들과 단일대오를 이뤄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 군사 협력 중단을 압박하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토대를 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남미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14일부터 페루와 브라질에서 각각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서울에 도착한다. 윤 대통령은 러북 밀착으로 악화일로를 걷는 한반도 안보의 안전판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의를 열고 러북 군사 협력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또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뜻을 서로 확인하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제도적 협력을 이어나갈 시스템 ‘3국 협력 사무국’을 이날 공식 출범시켰다. 사무국 운영과 사무국장직 수임은 한미일 순서로 2년씩 돌아가며 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초대 사무국장은 이원우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이 맡게 됐다. 다자회의를 기회 삼아 러북 고립에도 앞장섰다. 윤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연쇄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군대 파병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한 G20 정상회의에서는 이른 발언 순서를 활용해 규탄의 목소리를 냈고 이후 일본과 유럽연합(EU)·독일 등 각국 정상의 지지 발언을 이끌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우리 외교 운동장을 넓힌 것도 이번 순방 성과의 한 축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미국을 주축으로 한 자유 진영 연대에 확실히 편입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년 만에 만나 역내 평화 달성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비스 분야 협상도 조속히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다. 특히 18일에는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이는 우리 외교의 무게추가 미국 일변도에서 중국 쪽으로 일부 옮겨갈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며 중국 측에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여를 낮추고 관세 등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미국 신행정부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모호성을 가진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분간 한중 관계 개선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경주 APEC, 2026년 중국 APEC을 계기로 한중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러북 문제에 대해 중국이 한국 측에 동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말이 아닌 정책적 행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했으나 최종 불발됐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조기 회동을 지속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무력시위 억제와 보호무역 정책으로 인한 도전적 요소 제거 등 핵심 현안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새 행정부에 전달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는 대통령실 내부의 공감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내년 1월 트럼프 2기 출범 전까지 정책 방향의 윤곽이 잡히는 만큼 이해관계 조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카드론 42조…또 최대치 넘었다
경제·금융카드 2024.11.20 18:05:36지난달 카드론 잔액이 42조 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서민들의 자금 수요가 카드론으로 대거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10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 2201억 원으로 한 달 전 41조 6869억 원에 비해 5332억 원 늘었다. 기존 역대 최대 규모였던 8월 말(41조 8310억 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달 말 기준 NH농협카드를 제외한 전업 카드사 8곳의 카드론 평균금리가 연 14.4%에 달했을 정도로 금리가 높은 편이었지만 수요가 급증에 전체 규모도 급증했다. 대환대출과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 현금 서비스 잔액 등은 전월과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론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카드론을 빌린 카드사에서 다시 대출받는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달 1조 6555억 원으로 전월 1조 6254억 원에 비해 301억 원, 현금 서비스 잔액은 6조 6669억 원에서 6조 8355억 원으로 1686억 원 증가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 158억 원으로 9월 말(7조 1427억 원)에 비해 소폭 줄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카드론 잔액이 재차 증가한 것은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로 풍선 효과가 가시화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1·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 수요가 카드론까지 흘러 들어갔다는 해석이다. 금융 당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자 최근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은행과 상호금융까지 일부 대출 상품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는 등 눈치 보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상명대 경영학부 교수)은 “은행권의 대출 규제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카드론 금리가 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다만 카드사 입장에서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자체적인 수위 조절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러 핵사용 문턱 낮추자…美, 우크라에 대인지뢰 공급도 승인
국제국제일반 2024.11.20 18:01:34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을 승인한 데 이어 대인지뢰까지 공급하기로 하면서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역시 핵무기 사용을 위한 교리(독트린) 개정에 나서는 등 세계를 향한 핵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미러 강대강 충돌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1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의 동부 전선 진격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다. WP는 “레임덕 상태인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단행한 긴급 조치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국제적 논란이 될 수 있을 만큼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평가다. 미국을 포함한 164개국은 민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대인지뢰를 ‘한반도 외 사용금지’하는 오타와협약 당사국 중 하나다. 이 조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20년 1월 폐지됐다가 2022년 6월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되살렸다. 최근 러시아는 병력 확대를 가속화하면서 동부 전선을 중심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점령 중인 격전지 쿠르스크 지역에서는 북한군 약 1만 명을 포함한 러시아군 5만 명이 집결해 대공세를 펼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군사 전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총 2700㎢로 지난해(465㎢)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러시아 영토 1171㎢를 점령했지만 올해 러시아군에 밀려 절반가량을 빼앗긴 상태다. 그만큼 전세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마리나 미론 국방연구원은 BBC에 “러시아가 계속 진격할 경우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에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전황을 뒤집을 긴급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게 미 고위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전쟁 조기 종식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의 휴전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도 바이든 대통령이 급격한 정책 전환에 나선 배경으로 거론된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할 경우 미국이 군사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에 “미국이 군사 지원을 중단하면 결국 패배할 것”이라며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이 가진 모든 것을 사용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트럼프)가 푸틴보다 훨씬 더 강하고 미국이 더 강력하다”고도 말했다. 미국의 조치에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핵 교리(독트린) 개정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새로운 핵 교리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의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조치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러시아는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과 자연재해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이동식 방공 시설인 ‘KUB-M’ 양산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소재한 미 대사관은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며 대사관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키기도 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서는 “별로 놀랍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날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크렘린궁은 무책임한 핵 수사와 행동으로 전 세계 국가들을 강압하고 위협해왔다”며 현재로서는 경계 수위를 더 높이는 등의 대응을 할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러시아의 새 핵 교리 발표가 말만 요란한 위협에 불과하다”며 “푸틴이 핵을 쉽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약 조건들에는 변화가 전혀 없다”고 논평했다. -
총구에 피어난 꽃…독재의 어둠 속에서 희망을 그리다
문화·스포츠문화 2024.11.20 18:00:05“예술가들, 특히 중동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란의 현대미술 거장이자 사회 운동가인 니키 노주미(82)의 적극적인 현실 참여 작가로 꼽힌다. 서울 종로구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자신의 개인전에서 작가는 “(작가들이) 예술활동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중동이라는 특수한 지역이 처한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꿈꾸는 이상향은 평화로운 국가, 속박과 장애 없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국가”라고 했다. 갤러리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열리는 ‘니키 노주미: 누군가 꽃을 들고 온다’는 이란 태생의 미국인 작가 니키 노주미가 1979년 이란 혁명 이전에 제작한 작품 3점과, 이란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한 직후 1981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제작한 모노타이프 60여 점을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다. 사라진 역사적 작품 120점…서울에 온 살아남은 그림들 노주미의 작품 중 1980년 이전의 작품 120여 점은 행방이 묘연하다. 노주미가 1980년 이란 테헤란의 현대미술관에서 자신의 전시를 개막한 직후 작품을 두고 고국을 떠났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아무것도 챙기지 말고 당장 이란을 떠나라’는 지인의 전화를 받고 급히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그가 탄 비행기가 이륙한 직후 이란과 이라크는 전쟁을 시작했다. 노주미는 1968년 테헤란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보자르에 입학한 후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미국에서는 민주주의를 외면하는 팔레비 왕조에 항의하는 시위를 조직했고, 1979년 팔레비 왕조가 전복된 이후에는 이란 혁명을 기념하는 전시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는 이란에서 마지막으로 연 전시에 ‘혁명의 기록’을 포함한 120여 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이 작품들은 혁명 이후 성립된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이란 언론은 그의 작품을 공격했다. 그렇게 추방되다시피 미국으로 쫓겨난 후 노주미는 자신의 작품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혁명 이전인 1976년에 제작한 작품 3점을 만나볼 수 있다. 3점의 작품은 이 시기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정치적 저항의 어둠과 희망 모두를 보여준다. 전시 제목 ‘누군가 꽃을 들고 온다’는 노주미가 1976년 제작한 첫 모노타이프에 페르시아어로 쓴 문장이다. 모노타이프는 금속 혹은 석판 위에 직접 유화나 잉크로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덮어 인쇄하는 제작 방식이다. 회화와 판화의 혼합 공정이지만 에디션이 없는 유일본 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당시 이 작품을 통해 민주화에 대한 기대와 염원을 담았지만, 이후 이란에는 더욱 극심한 독재정권이 수립됐다. 퍼즐처럼 맞춰진 그림…"중동 작가들은 정치적 참여 해야" 마이애미로 피신한 노주미는 자신의 작품 대부분과 고향을 잃어버린 상실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상실감은 오히려 더욱 깊은 예술 세계로 그를 안내한다. 이곳에서 그는 보다 즉흥적이고 격정적인 작풍의 모노타이프를 제작한다. 다양한 소재와 요소를 세심하게 배치해 이미지를 구성하는 후기 작품과 달리 이 시기 모노타이프는 작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거의 신체적 반사 행동과 같이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강렬한 원색과 날렵한 붓놀림으로 그린 작품에는 혁명의 이미지와 함께 이란인의 자유를 위협하는 새로운 적이 등장한다. 2층 전시장에서는 여러 장의 작은 종이 위에 그려진 그림이 퍼즐처럼 맞춰진 커다란 말 그림이 눈에 띈다. 작가는 판화 프레스기의 규격에 따라 작은 단위의 종이를 잇는 방식으로 큰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는 이 같은 방식을 통해 회화 평면의 논리적 정렬을 흐트러뜨리고, 작가 자신과 세상이 아직 분열되어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환기 시킨다. 반면 작품 속에서는 작가의 자유로움도 느껴진다. 그는 종이 위에서는 망명자 신세가 아닌 진정으로 자유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작업실 한구석에 한 묶음으로 쌓여 있던 것들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다가 새로 발견한 작품들이다. 대다수 그의 작품이 사라진 상황에서 재평가 받을 귀한 작품이다. 노주미는 “중동 출신 작가의 작품이 미국에서 관심을 받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며 “아직도 공개하지 않은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12일까지. -
알뜰폰 통신 자회사 점유율 제한 '촉각'…"M&A 지원해야"
산업IT 2024.11.20 17:59:22정부가 다음 달 내놓을 알뜰폰 활성화 방안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알뜰폰 시장을 키울 필요가 있지만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지는 도매대가(망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 인하만으로는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업계의 자생력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달 알뜰폰 활성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방안에는 이통통신사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과 데이터 등 항목별 종량제(RM) 요금 인하와 전체 회선(휴대폰·가입자기반단말장치·사물지능통신) 기준이 아닌 휴대폰 회선을 기준으로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외에도 최근 국회 차원에서 필요성이 제기된 대기업 계열 알뜰폰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 제한이나 대기업이 독립된 알뜰폰 사업자를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 대기업 계열 알뜰폰 자회사 숫자를 제한하는 내용 등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달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알뜰폰 업계와 국회에서 거론된)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에 내놓을 방안이 통신 3사 자회사 중심의 시장 구조를 개선해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뜰폰 가입자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통신 3사 자회사 5곳의 비중이 50%를 육박한다는 점에서 2022년 10월 나온 알뜰폰 활성화 방안이 ‘반쪽 효과’를 내는데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기정통부의 ‘유무선 통신서비스 가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1282만 9247명(전체 회선 기준)이던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해 말 1585만 1473명으로 늘어나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약 19%를 차지한다. 올해 9월 기준으로 1746만 2322명까지 늘었다. 휴대폰 회선 기준으로도 2022년 말 727만 2400명에서 올 9월 947만 7392명으로 늘어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대기업 쏠림 현상은 심화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통신 3사 자회사 5곳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47.2%에 달한다. 알뜰폰 업계는 이번 대책에 담겨야 할 시급한 과제로 도매대가 인하를 꼽는다. 정부는 8월부터 SK텔레콤 등 통신업계와 망 제공 대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도매제공의무 사업자(SK텔레콤)의 1MB당 데이터 도매대가는 2020년 2.28원에서 2021년 1.61원, 2022년 1.29원으로 떨어진 뒤 지금까지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음성 도매대가도 2020년 10.61원에서 2022년 6.85원으로 떨어진 뒤 동일한 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상설화됐지만 이번 인하폭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간 정부가 도매대가 인하 협상을 주도해 왔지만 내년부터는 알뜰폰 사업자가 직접 통신 업계와 협상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이번 협상 결과가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판단이 깔려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도매대가 인하 여부도 중요하지만 망을 빌려쓰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들과 협상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면서 “이같은 상황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지원 방안이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통·금융 대기업의 알뜰폰 자회사 점유율과 숫자를 제한하거나 도매대가 인하 같은 방식만으로는 시장 활성화와 가입자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신 M&A 활성화를 통해 알뜰폰 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영세 알뜰폰 사업자를 살리기 위해 도매대가를 낮추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못한 대책”이라며 “경쟁력 있는 알뜰폰 사업자가 M&A를 통해 자체 설비를 보유한 ‘풀MVNO’가 되도록 해 장기적으로는 통신 3사의 경쟁자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하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유사하게 알뜰폰 시장에 대기업 진입 자체를 막을 경우 시장 자율성과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도매대가 인하분이 고객 서비스 강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알뜰폰 사업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스팸이나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알뜰폰이 악용되지 않도록 사업자와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 8월까지 적발된 대포폰 8만 6000건 중 95%가 알뜰폰으로 개통된 휴대전화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되면 알뜰폰 업체와 통신 3사 간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고령층 등 알뜰폰 주 고객을 위한 사용자 환경·경험을 개선하고 고객 응대 등 서비스 개선을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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