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오피니언  >  사내칼럼

[만파식적] ‘中 996룰’

[만파식적] ‘中 996룰’

지난달 26일 세계 최대 개발자 커뮤니티인 깃허브(GitHub)에 중국의 한 프로그래머가 ‘996.ICU’ 사이트를 개설하자 중국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열렬히 호응했다. 사이트 이름은 ‘오전9시부터 오후9시까지 일주일에 6일 일하는 근무관행(996룰)’을 계속하면 직원들은 병원 중환자실(ICU)행이라는 의미. 장시간 근무에 반대하는 취지에 공감한 중국 정보기술(IT)·스타트업계 종사자들이 캠페인에 대거 동참하면서 삽시간에 20만건이 넘는 ‘별풍선(공감)’이 쏟아졌다.

‘996룰’은 1996년 중국 2위 전자상거래 회사인 징둥닷컴이 처음으로 도입한 후 알리바바·화웨이·샤오미 등이 뒤따라 시행하면서 많은 벤처기업으로 확산했다. 지난 10여년간 중국 벤처 직원들은 ‘회사의 발전이 자신의 성공’이라 믿으며 자발적으로 이 룰을 따랐는데 알리바바 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주요인으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워라밸’ 열풍이 불면서 자발적인 장시간 근무가 줄어들자 회사 측에서 직원들에게 ‘996’을 강요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중국 항저우시의 한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996’ 전면 수용을 요구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려우면 이혼하면 된다”는 메시지 내용이 전해지자 관영 중국청년보가 “시간을 맞춰놓은 자명종 같은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고 한다.

거세지는 ‘996’ 논란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기름을 부었다는 소식이다. 마 회장이 지난 11일 회사 내부 행사에서 “젊었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며 “거대한 축복”이라고 ‘996’을 적극 옹호한 모양이다. “하루에 편안하게 8시간 일하려 하는 이들은 필요 없다”는 말까지 했다. 이에 젊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자본가의 본질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찬반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나 미국·유럽에서도 게임 업계 등의 근무형태를 두고 갑론을박이 여전한 걸 보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문화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임석훈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시선집중

ad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