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는 집값을 분명히 잡아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것만 믿고 기다렸습니다. 3년 사이 왜 두 배나 올라버린 걸까요? 언제까지 전 정권 탓하실 겁니까?”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내용 중 일부다. 본인을 ‘서울의 30대 가장’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치솟는 부동산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넘어 분노에 이르렀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30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았다는 뜻)이 안타깝다’는 발언 후 30대의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현재 이 글은 400여명의 동의를 얻으며 30대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청원인은 특히 30대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김 장관에게 “주무장관으로써 청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하시는 말씀이신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는데 글 대부분을 할애했다.
청원인은 “지금의 청약제도는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을 역차별하는 아주 잘못된 제도”라면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맞벌이를 하는데 맞벌이를 하면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제한에 걸려 넣을 수 없다. 왜 열심히 살겠다는 사람들을 소득 기준으로 청약도 못하게 막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막아야 한다면 부모에게 물려받을 게 많은 자산가들의 자식을 막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특별공급이 아닌 일반청약에 대해서도 “3년 전만 해도 (전용면적) 59~84㎡는 50%는 추첨제라 30대도 일말의 희망이 있었지만 현 정권 들어서는 100% 가점제”라며 “지금 30대의 점수는 30~40점 남짓이다. 현재 서울 청약 최저점수가 60점을 돌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끌’하는 30대를 걱정하시다뇨”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신혼부부 특공을 넣을 수도 없고, 일반청약도 안 되는,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 없는 30대들이 ‘영끌’해서 집을 사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3기 신도시 발표할 때 저도 큰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실상은 맞벌이 직장인들은 넣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장관님께서는 현 청약제도의 문제점과 현재 집값의 현실을 직시해 올바른 대책과 제도 개선을 이뤄주길 바란다”고 끝맺었다.
김 장관은 최근 ‘30대 영끌’을 “안타깝다”고 표현한 데 이어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이어가면서 시장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법인과 다주택자 등이 보유한 주택 매물이 많이 거래됐는데 이 물건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주는 양상”이라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책 실패로 상승하는 집값을 보다 못해 대출 규제 속에서 어렵게 ‘영끌’로 집을 구하고 있는 30대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에도 ‘해당 발언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해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일축하거나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주택을 매수하거나 분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거듭 논란을 촉발하기도 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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