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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방역 '두토끼' 욕심 낸 정부...결국 둘 다 잃었다

■골든타임 놓친 방역

정부, 신속항원검사 도입 불구

확진율 높아 확산세 안 꺾일듯

전문가 "핀셋방역 고집, 대응 실패"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격상을 하루 앞둔 7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헬스장에 임시 영업정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고양=오승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세보다 한 발 늦은 정부의 방역 대책이 현재의 3차 대유행에 일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고 격상을 주저하는 사이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경제와 방역 모두 놓쳤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서둘러 8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높이고 역학조사 인력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3차 유행이 시작된 지 이미 한 달이나 지난 데다 확진율도 높아 거리 두기 강화만으로는 현재의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핀셋형 방역보다는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7일 브리핑을 통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격리하기 위해 다음 주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타액(침)으로 진단검사를 수행하는 한편 신속항원검사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나성웅 중앙방역대책본부 1부본부장은 “그간 검사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검사 장비나 시약 부족이 아니라 검체 채취의 어려움이었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현재 의료진은 검사 대상자의 상기도(기도 중상부)에서 검체를 채취하지만 침을 이용해 검사할 경우 검체 채취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그간 검사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신속항원검사 등에 대해 부정적이던 정부가 1년여 만에 새로운 검사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3차 유행의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600명대 안팎을 기록하면서 대규모 검사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나 1부본부장은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다음 주에는 매일 9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이래 가장 큰 위기”라고 방역 개선 방침의 이유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근 잇달아 방역 대책에 실기하고 있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실제 민간 전문가들은 거리 두기 1단계 상황에서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어서자 줄곧 한 박자 빠른 거리 두기 단계 격상을 주문해왔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격상을 주저하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실제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당시 “정부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단계 격상을 주저하고 있지만 확진자 수가 폭증할 경우 자영업자들이 2.5단계, 3단계로 연말을 보내게 될 수 있다”며 신속한 거리 두기 상향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일 확진자 수 등이 거리 두기 2.5단계 기준을 충족했을 때도 특정 장소에서 방역을 강화하는 ‘핀셋 방역’ 조치만 발표했을 뿐 단계를 조정하지 않았다. 확진자 수가 폭증한 뒤인 6일에서야 단계 격상 방안을 발표했다. 이마저도 8일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해 이미 5일부터 2.5단계에 돌입한 서울시보다도 사흘이나 늦은 상황이다. 정재훈 가천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감염병 확산 방지에 1~2일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부가 누차 강조해왔으나 이번에는 단계 진입이 5~10일씩 계속 늦었다”며 “거리 두기 단계를 천천히 올리고 특정 장소에 국한된 방역 정책을 추가하면서 대응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다양한 일상생활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추세인 만큼 단순한 역학조사 역량 강화 등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추가적인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조정을 보다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 교수는 “핀셋형 방역보다는 포괄적이고 일관된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눈앞의 1~2주 이득을 보기보다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빠르게 올리고 천천히 내리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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