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에서 초기 대처와 수사를 제대로 못해 비판을 받고 있는 경찰이 뒤늦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 내 기피 보직으로 꼽히는 학대예방경찰관(APO)에 대한 승진·수당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학대 의심신고시 피해자와 아동을 분리조치 했을 때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면책 규정 도입을 추진한다.
7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양천 아동학대 사건 관련 현안보고’에 따르면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의 아동학대 대응체계 개선방안을 내놨다.
우선 APO 제도를 내실화 하기로 했다. APO는 2016년 4월에 신설된 전문경찰관 제도로 아동·노인학대·가정폭력의 예방 및 수사 업무를 담당한다. 그간 ‘업무 피로도가 높고 욕먹을 일만 많은 보직’이라는 인식이 강해 경찰 내부에서 기피 보직으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주로 순경, 경사 등 막내급이 보직을 맡고 맡은 지 1년 만에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이번 정인이 사건에서 서울 양천경찰서 소속 APO 2명은 정인이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이미 두 번이나 있었던 것을 알고도 세 번째 신고에 부실 대응해 논란을 키웠다.
이에 경찰은 우수한 인력이 APO에 지원하도록 특별 승진·승급 기회와 관련 수당 등을 확대하고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 장기근무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전문 APO 제도’를 도입해 담당 경찰관의 근무경력과 실적을 인정해주고, 심리학·사회복지학 등 관련 학위 취득을 지원하는 등 전문 역량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경찰관들의 아동학대 현장 출입조사권을 강화하고 적극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아동학대 신고접수 시 현장출입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기존 ‘신고된 현장’에서 ‘신고된 현장 또는 피해아동 보호를 위해 필요한 장소’에 출입·조사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추진한다.
또 경찰관이 아동 학대 범죄를 인지하거나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 아동에 대해 응급조치, 긴급 임시 조치를 한 경우 정당행위로 간주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면책 규정 도입에도 나설 예정이다. 구급차량이 위급상황일 경우 신호를 위반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밖에 전일 접수된 아동학대 사안에 대해 다음날 부서장 주재 하에 전수합동조사를 실시하고 반복신고 등 주요사건은 경찰서장에게 즉시 보고하도록 했다. 아동학대 관련 법률인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의 공동소관 지정 방안도 관련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경찰은 “관련 법에 법무부·복지부 업무가 혼재돼 있다”며 “책임 있는 학대 대응을 위해서는 소관 부처-경찰청 간 공동소관 지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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