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환경오염을 이유로 나포한 ‘한국케미호’의 선장을 제외한 모든 선원을 석방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일 이란 관영 매체에 “이란이 환경오염 혐의로 나포한 한국 선박의 선원들을 석방하기로 했다”며 “걸프 해역에서 억류됐던 한국 선박의 선원들이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이란의 인도적 조치로 출국 허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차관은 이날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이란 정부가 선정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에 대한 억류를 우선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이로써 선원들은 나포된 지 29일 만에 풀려났다. 지난달 4일(현지시각) 이란혁명군이 한국케미호를 나포할 당시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 5명을 포함해 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국적 선원 등 20명이 타고 있었다. 정부는 우리 선장과 선박에 대한 억류가 해제될 때까지 이란 측과의 협의 등 최대한의 노력을 전개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최 차관은 이란측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잔류 예정인 선장과 선박 또한 조속히 억류에서 해제될 수 있도록 이란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아락치 차관은 사법 절차가 진행중인 동안 선장에 대해 인도적 처우와 충분한 영사조력을 보장할 것임을 약속했다. 양측은 현 상황의 조속한 종료를 위해 상호 지속적으로 소통하기로 했다고 외교 당국은 전했다.
양국은 그동안 선박 억류 문제의 쟁점으로 꼽힌 ‘동결 원유자금 문제’를 해결해 전통적 우호관계를 회복해 나가자는 데 공감했다. 이란은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직후 그 이유를 환경오염이라고 밝히면서도 한국에 묶인 70억 달러(7조 6,000억 원) 규모의 원유 동결 자금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란 원유 대금은 지난 2018년 미국이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린 후 동결된 상태다.
최 차관은 이란 동결자금 관련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면서 미국 측과 협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미 협의를 투명하게 진행해 나갈 것임을 이란측에 설명했다. 양 측은 원유자금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외교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한국 외교 당국과 정치권은 한국케미호 선원들의 석방을 위해 이란 측과 지속적인 협상을 벌여왔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지난달 10~12일 사흘간 이란을 방문해 협상을 진행했고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이란 의회 관계자를 만나 동결 자금 문제를 논의해왔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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