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야산 입구에서 50대 여성이 대형견에게 목을 물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들개로 보였던 사고 견은 조사 결과 반려견으로 길러졌다가 수개월 전 야생에 버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고 견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찾아내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21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반려견 증가와 함께 주인에게 버려지는 개들의 수도 가파르게 늘면서 유기견 관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남양주 사고처럼 야생 유기견은 보호 대상인 ‘유기견’과 포획 대상인 ‘야생동물’ 사이의 애매한 법적 지위 탓에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정보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신고·등록제를 강화하는 한편 야생 유기견에 대한 중성화 작업 등을 통해 버려진 야생 유기견을 줄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려견으로 길러졌다가 버려져 들짐승처럼 된 야생 유기견들은 유기견과 야생동물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다. 현행법상 ‘인가 주변에 출현해 인명에 위해를 주거나 위해 우려가 있는 맹수류’는 야생동물로 지정돼 있지만 일선 지자체에서는 ‘들개’가 법령에 명명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들을 보호 대상인 유기견으로 취급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강북구의 한 주민이 정릉 일대의 야생 유기견으로부터 위협을 느껴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당 지자체는 “야생 유기견은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되지 않아 ‘동물보호법’에 따라 안전한 방법으로 구조해야 하기 때문에 포획 방법에 한계가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서울 중랑구와 관악구에서도 야생 유기견에 관한 민원이 잇따라 제기됐지만 관할구청은 비슷한 이유로 포획의 어려움을 나타냈다.
이처럼 야생 유기견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지자체의 반려·유기견 정보 관리 시스템은 허술한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유기동물 수는 2016년 8만 9,732마리에서 2020년 13만 401마리로 4년 새 45% 넘게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반려동물 총 860만 마리 중 지자체에 등록된 반려동물은 약 232만 마리로 등록률은 27%에 그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4마리 중 3마리는 미등록인 셈이다. 버려진 야생 유기견을 포획 대상의 야생동물이 아닌 보호 대상인 유기견으로 분류하면서도 정작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정보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다.
동물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반려동물 등록을 적극 독려하는 동시에 야생 유기견을 신속히 포획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과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주운 동물권행동 카라의 정책2팀장은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려견 신고·등록제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지자체 예산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신 팀장은 “유기견은 본능적으로 사람을 피해 산속에 들어가 무리 지어 생활하는 습성이 있다”며 “서울 도심에서도 산속에 숨어 있는 들개들이 많은데 포획이 어렵다면 중성화 등을 통해 개체수를 줄여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농림부는 오는 9월 말까지 동물 등록 자진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농림부는 지난 2월부터 동물 유기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기존 과태료 부과 벌칙에서 300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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