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대학생 인턴은 길어야 두 달밖에 일을 못해요. 그런데 우리더러 월급까지 줘가면서 일을 가르치라고 하면 차라리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게 낫죠.”
중소 디자인 업체를 운영하는 진 모 대표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 현장실습 제도 개선안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주요 대학과 연계해 방학마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인턴으로 받아 일을 가르쳐왔는데 앞으로 월급까지 책임지라고 하면 굳이 인턴을 쓸 이유가 없다는 의미에서다.
교육부가 대학 현장실습 과정의 ‘열정 페이’ 관행을 근절하고자 내놓은 제도 개선안이 오히려 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학교가 장학금 형태로 지급해오던 대학생 인턴 급여를 기업이 직접 부담케 할 경우 아르바이트생 채용과 같은 직접 고용을 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현장실습 고용 여력이 낮은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포함해 인재 양성과 고용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대학 현장실습 현장에서 ‘적은 월급으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뜻의 열정 페이 관행이 고질적 문제로 지목돼왔다. 대학 현장실습은 대학이 학생을 기업체나 공공 기관으로 파견해 실습 기회와 함께 학점을 부여하는 제도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교육을 명분으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3학년생인 A 씨는 올 여름방학을 맞아 학교에서 마련해준 현장실습 기업체에서 하루 8시간씩 한 달간 일했지만 손에 쥔 것은 대학에서 주는 장학금 60만 원이 전부였다. 그나마 규모가 큰 기업에서 일한 학생들만 장학금에 더해 기업이 최저임금에 맞춰 지급한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열정 페이 관행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지난달 6일 대학 현장실습 규정을 개정했다. 교육부가 새롭게 고시한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에 따르면 현장실습에서 그동안 보험을 적용 받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산재보험 제공이 의무화되고, 임금도 학교가 부담하는 장학금 방식이 아니라 기업이 직접 지급하도록 했다. 액수도 최저임금의 75%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새로 마련한 임금 규정이 현장실습 참여 기업 감소로 이어지면서 되레 학생들의 실습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소규모 영세 업체들이 대부분인 예체능·인문학 계열의 연계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학생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차라리 더 좋은 경력의 아르바이트생을 뽑으면 계약 기간을 직접 정할 수 있고, 잘 맞으면 정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는데 앞으로 굳이 대학생 인턴을 받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대학가도 고심에 빠졌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 규정에 맞춰 인턴십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하고 있지만 현장실습에 참여할 기업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결국 소수의 사립 명문대나 일부 학과로만 기업이 몰리면서 인턴십도 양극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교육협의회는 최근 대학들을 상대로 이번 교육부 규정 개정에 따른 현장실습 기업 감소 상황을 긴급 설문 조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고용 여력 등을 고려해 혜택을 차등적으로 주는 등 교육부가 직접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서울형 뉴딜 일자리’처럼 인턴 기간만이라도 교육부가 현장실습 참여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영세 업체들에 차등 지원한다면 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도 보장하는 동시에 예산 낭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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