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며 10대들이 한국 민속촌을 찾고 있다. 드라마의 주요 소재인 한국 전통놀이를 즐기기 위해서다. 지난 24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전통문화 테마파크 한국 민속촌은 하루 종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징어 게임' 인기에 너도나도 전통놀이
최근 한국 민속촌은 다양한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오적어놀이 존’을 만들었다. 딱지치기, 투호, 제기차기, 짚구슬치기, 칠교놀이 총 5단계로 구성된 체험공간에는 전통놀이를 직접 해보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민속촌에 방문한 이승연(16)씨는 “‘오징어 게임’이 화제가 된 것을 보고 전통놀이에 관심이 생겼다”며 “친구들과 여러 게임을 해봤는데 직접 해보니 즐거웠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이모(26)씨는 “오적어놀이 존에 있는 게임을 다 했다”며 “드라마를 보고 와서 그런지 더 재밌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게임 중에서도 딱지치기와 구슬치기는 단연 인기였다. 가족끼리 딱지치기 내기를 하거나 자녀에게 게임 방법을 알려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전통놀이를 즐긴 이치송(39)씨는 “딸이 전통놀이를 하고 싶다고 해서 민속촌에 데려왔다”며 “'오징어 게임'에 나온 게임들이 있어 반가웠다”고 전했다. 한국 민속촌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 인기에 힘입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통놀이를 알리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많은 분들이 전통놀이에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민속촌 방문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세대 불문 모두 동심의 세계로
전통놀이에 직접 참여한 이들은 게임을 통해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민속촌을 찾은 김은아(47)씨는 “구슬치기, 투호, 제기차기를 해봤다”며 “오랜만에 게임을 해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는 한모(37)씨는 “‘오징어 게임’을 본 후 남편이 아이들과 딱지치기를 하고 달고나도 만들었다”며 “어릴 적 해본 것들이라 즐거웠고 아이들도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씨의 자녀들은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민속촌 한쪽에서는 ‘추억의 달고나’를 사려는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현재 민속촌은 주말마다 현장에서 달고나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달고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판매되지만, 이날 주문이 몰린 탓에 오후 4시에 예약을 조기 마감했다. 달고나 판매자는 “주문 마감됐어요”라고 연신 외치며 쉬지 않고 달고나 국자를 저었다. 이날 달고나는 약 200개 정도 팔렸다. 달고나를 구매한 장모(11)양은 “‘오징어 게임’ 인기로 달고나가 유행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달고나를 오후 3시 40분쯤 예약해서 5시에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매자는 “달고나를 3시에 예약해 4시에 받았다”고 전했다.
◇사라지던 놀이가 새로운 유행으로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며 잊혀가던 전통놀이가 세계적 유행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는 드라마 속 게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은 ‘딱지치기’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게임에 참가하려는 현지인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날 행사의 참가자 모집 경쟁률은 40대 1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는 한국의 전통놀이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오징어 게임’ 팝업스토어가 열려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는 달고나 체험 카페가 마련돼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전통놀이를 즐기며 사장되어가던 놀이가 재발견 되고 있다"며 “맥이 끊어질 뻔한 놀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계기로 다시 살아났다"고 말했다. 하 평론가는 “특히 젊은 세대는 전통놀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놀이, 새로운 유행으로 느낄 것"이라며 “새로운 유행 코드를 바로 따라하는 최근 경향과 같은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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