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시간 16일 오전 화상으로 진행된 첫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복원, 에너지 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대응 정도에 있어서는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백악관은 보도 자료를 통해 “두 정상이 기후위기의 실존과 미중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 방안에 있어서는 양국이 약간의 온도차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기후변화에 있어 중국이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것이라면서도 선진국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날 시 주석은 “중국은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탄소 배출 감소 폭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각국은 공통적이지만 차별화된 책임 원칙을 견지하면서 기후변화 대응과 민생 보장을 병행해야 한다”며 “선진국은 역사적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이라며 선진국이 중국에만 과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발언에 동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중국의 행동이 미국에 대한 ‘호의’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이 결정한 것이라는 점을 시 주석에게 분명히 했을 것”이라고 행정부 관료를 인용해 전했다.
다만 양국이 지난 10일(현지 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20년대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미중 글래스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날 회담에서도 기후변화에 있어서는 기본적인 뜻을 함께했다.
이날 시 주석은 “지금 양국 모두 녹색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중국과 미국의 새로운 협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미국과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관련 대화 채널을 활용해 실무 협력을 추진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양국 정상은 에너지 문제와 공급망 붕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관해서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고 신화통신도 시 주석이 “세계 에너지 안보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와 천연가스·신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 주석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전 세계 방역에 있어 최우선순위는 백신 부족을 해소하고 백신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은 반드시 전 세계 공중보건 및 전염 방지 협력 체제를 만들고 국제 교류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망에 있어서도 그는 “국제사회와 함께 산업사슬(공급망)의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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