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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 7% 예상 범위 내”…“단, 고물가 지속하고 파월도 세게 나올 것”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뉴저지 해켄섹에 있는 타깃 매장의 매대가 상품이 부족해 비어 있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7%나 올랐다는 소식에도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각각 0.23%, 0.28% 상승했는데요. 7%라는 숫자가 충격적이지만 예측 범위 내에서 수치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CPI가 나온 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핵심은 당분간 이 같은 고물가가 지속할 것이라는 점인데요. 물론 증시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안도 랠리를 보여줬지요. 단기적으로는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런 상황이 이어질 수 있지만 상반기로 보면 변동성이 상당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오늘은 12월 CPI와 향후 물가 및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연준, 무엇을 하든 단기간 내 가격 변하지 않아”…“추운 날씨·공급망·렌트·임금 등 물가상승 요소 줄줄이”


우선 간단히 12월 CPI 내용을 살펴보면 전년 대비 7% 상승은 1982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40년 만인데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는 5.5%로 1991년 2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선호하기는 하지만 7%라는 CPI 수치를 무시할 재간은 없는데요.

지역적으로 보면 보통 일은 아니라는 점이 더 뚜렷해집니다. 애틀랜타의 상승률이 9.8%, 피닉스는 9.7%로 두 자릿수 수준인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애틀랜타와 일부 선벨트(남부) 지역 물가상승률이 10%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CPI의 3분의1가량을 차지하는 렌트 같은 주거비용이 전달 대비 0.4%, 전년 대비 4.1% 급등했다는 점입니다. 2007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인데요.

렌트비와 급여인인상은 상당히 후행적입니다. 예를 들어 집은 2~3년도 있지만 1년 계약이 많은데 이는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월세가 오르지 않음을 뜻하지요. 급여도 그렇습니다. 협상을 매일, 매달 하는 게 아니니까 뒤늦게 오를 수 있고, 다른 기업의 급여인상을 보고 뒤따라 인상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있지요.

연준이 당장 금리를 올리든 테이퍼링을 중단하든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 통화정책이 효과가 드는 데만 해도 시간이 걸리며 공급문제가 다시 커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베카 패터슨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투자연구 디렉터는 “확실히 (상승 요소가) 가격에 다 반영되지 않았다”며 “7%라는 숫자가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상승률이 완화하더라도 임금과 렌트를 포함한 주택가격이 핵심이다. 이들은 매우 오래가며 상당한 상방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 환자 급증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마트의 진열대가 비는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데요. 폴 애쉬워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미크론 변이가 곧 정점에 달할 수 있다는 징후가 있다”면서도 “길어지는 코로나와 북동부 지역의 추운 날씨가 식품가격 상승의 새 리스크”라고 전했습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도 “인플레이션이라는 지니가 이미 병 밖으로 빠져나왔다”며 “연준은 인플레에 관한 한 한참 뒤처져 있으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든 금리인상이든, 무엇을 하든 간에 단기간에 가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추가로 에너지 가격을 봐야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83달러 수준까지 올랐고 강추위가 예상된다는 전망에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13.3% 폭등했습니다. 최소한 몇 달 간 물가에 영향을 줄 요인들이 많다는 뜻이죠.

“물가지표 기다리던 투자자 몰리면서 국채금리 하락”…“단기적으로는 안도랠리 지속 가능성”


이제 시장 반응에 대해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날도 7%라는 물가상승 수치에도 불가하고 증시는 올랐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떨어졌습니다. CPI 발표 때 연 1.74% 정도였던 금리가 이후에 1.71%선까지 내려왔는데요.

기본적으로는 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줘야 하죠. 앞서 예상치에 부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드렸는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인플레 수치가 더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망치 수준에서 나왔으니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 것”이라고 했고, 리처드 플린 찰스 슈왑 매니징 디렉터는 “투자자들은 인플레 수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해왔고 12월 CPI는 투자자들의 기대치 안에 있었다”고 했습니다.

국채의 경우 CPI 수치가 얼마나 나오는지를 관망하던 투자자들이 이를 확인하고 다시 매수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FHN 파이낸셜의 짐 보겔은 “이번 주 국채를 사려고 있던 이들이 CPI 발표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라며 “CPI가 나오자마자 수요가 급증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12월 CPI 지표가 나온 뒤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하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이날 재무부는 10년 만기 채권 360억 달러어치를 연 1.723%에 매각하기로 했는데요. 응찰이 2.51배 많아 최근 평균을 살짝 웃돌았다고 합니다. 월가의 또다른 관계자도 “최근 10년물 금리가 확 오르면서 국채를 사야하는 이들이 한동안 매입을 중단했던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금리가 계속 오른다고 생각하면 좀 더 기다렸다가 사는 게 유리하겠지요.

관심은 증시인데 일단 단기적으로는 안도랠리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날 제롬 파월 의장의 상원 청문회에 이어 CPI에서도 예상을 뛰어 넘는 일은 없었으니 단기적으로 안도랠리가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빅테크에 관해서는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면 된다는 조언도 나왔는데요. 샤크 탱크의 케빈 오리어리는 “기술주는 역사적으로 봐도 변동성이 심하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느냐?”며 “당신은 앞으로 구글을 덜 사용할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현재 시장은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후 14일부터 시작되는 4분기 실적발표를 주시하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3월 기준금리 인상은 대세”…“상반기에 많이 움직여야 선거 앞두고 카드 생겨”


다만, 기간을 좀 길게 잡으면 증시에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가 적지 않은데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연준의 3월 금리인상을 지지했습니다. 최근 며칠 사이에 지역 연은 총재들의 3월 인상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 정도면 3월 인상이 굳어졌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따져볼 것은 3월 첫 금리인상을 포함해 연준이 최소 상반기에는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인데요. 월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미 인플레 수치가 늑장을 부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더 이상 늦었다가는 장기 인플레 기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11월 중간선거를 고려하면 상반기에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파월이 청문회에서 대차대조표 축소를 후반기로 미루면서 시장에 안도감을 줬고 계속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수위조절을 하겠지만 큰 틀에서는 매파적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말이죠. 이는 시장 입장에서는 변동성을 의미합니다.

연준은 독립적이지만 시장과 정치권을 신경쓰고 또 그래야만 한다. 이 부분을 고려해야 연준의 향후 행동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AP연합뉴스


경제학계에서는 인플레 기대를 매우 중시하는데 연준의 마지막 희망, 또는 변명은 장기 인플레 기대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지요. 더 이상 변명거리도 없어지게 됩니다.

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연임에 성공한 파월이 당분간은 매파적 발언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존 나자리안 마켓레벨리언닷컴 공동 창업자는 “연준은 매파인 것처럼 얘기해야만 한다”고 짚었습니다. 최소한 지금 상황에서 연준은 외부에 매파적 발언을 해야 물가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뜻이죠.

물론 월가 안팎에서는 여전히 연준의 단계적, 제한적 대응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연준도 증시와 정치권을 상당히 의식하는데요.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거꾸로 상반기에 많이 움직여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유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들어볼만한 대목인데요.

월가의 한 관계자는 “연준은 엄청나게 정치적이다. 시장과 정치를 많이 신경쓰며 이것이 정책 결정에 주요 요소”라며 “중간선거를 감안해 파월이 실탄을 많이 갖기를 원한다면 처음에 세게 해놓고 여름 이후에 완화적으로 나오는 게 훨씬 낫다”고 점쳤습니다. 이어 “하반기에 선거를 앞두고 살짝 다른 모습을 보인다든지 시장을 좀 더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이미 물가 수준이 외부 압력에 정책방향을 되돌리거나 방향을 크게 틀 수준은 넘어섰지만 이 부분(정치)을 고려해야 정책의 기술적 조정이나 시장 달래기 등 연준의 행동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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