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 대책 발표 1년을 맞아 개선안 마련에 착수하며 강경 일변도의 정책 기조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기존 방식이 오히려 주민 갈등을 키우는 등 공급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최근까지 2·4 대책의 후보지 발굴에 주력해 왔지만 상당수 후보지에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76곳(9만 9740가구)을 후보지로 지정해 당초 목표(19만 6000가구)의 51% 수준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 중 본지구 지정으로 사업 속도를 내는 후보지는 7곳(9686가구)에 불과하다. 주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 본지구 지정 요건을 충족한 곳도 16곳(2만 7687가구)에 그친다.
문제는 개발 방식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심복합사업을 추진하려면 주민 동의를 받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 의한 토지 수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국토부는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대한 주민 불만이 커지자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지정 방식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지자체가 추천한 노후 지역을 대상으로 후보지를 지정했는데 주민들이 직접 제안하는 방식으로 후보지를 발굴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30~40% 동의율을 확보한 상태에서 후보지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후보지 지정 철회’ 및 ‘현금 청산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같은 취지로 해석된다. 후보지로 지정되면 현금 청산 등을 이유로 매수세가 끊기고 주택 처분도 어려워진다. 이 같은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후보지 42곳(7만 4163가구)은 ‘공공주도반대연합회’를 구성해 후보지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연합회 참여 후보지 물량은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공급 물량 중 74.4%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현행법상 도심복합사업 예정지구 지정 이후 6개월이 지난 뒤 주민 50% 이상 반대로 후보지 지정 철회가 가능한 부분을 예정지구 지정 전에도 가능하도록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현금 청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권리산정일인 지난해 6월 29일 전에 후보지로 선정될지 예상하지 못하고 주택을 구입해 거주 중인 소유주 등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현금 청산 규제 완화로 우선공급권 대상자가 늘면 일반분양 물량이 줄면서 사업성이 악화돼 주민 반발이 더 커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금 청산 예외를 두더라도 제한적으로 적용해 기존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에 공공개발이 이뤄질지 모르는 시점에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도 현금 청산하고 쫓겨난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며 “후보지 지정 전에 신규 취득한 소유주는 현금 청산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시세에 준하는 가격으로 보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2·4 대책 개선안은 늦어도 3월 대통령 선거 전에는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등 규제 완화를 내걸며 부동산 민심 달래기에 나서면서 정부도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은 노형욱 국토부 장관에게 2·4 대책 보완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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