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는 목적의 옳고 그름을 따져 그 행위가 인간의 이익과 행복을 늘리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가 하는 유용성과 결과를 중시한다면 규칙주의(칸트주의)는 목적과 상관없이 행위의 준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요.”
10일 명덕여중 도서관에는 이창후(사진) 성균관대 교수의 고인돌 강좌 ‘영화로 읽는 윤리학: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두번째 시간이 열렸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이날 강좌는 강서도서관의 지역 학교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학기말 시험을 마친 이 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강좌에는 4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공리주의, 칸트주의... 자칫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철학 중에서도 윤리학의 대표적인 규범적 체계로 시대를 관통하며 오늘까지도 유효하다. 이 교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와 팀 버튼 감독의 애니메이션 ‘유령신부’를 통해 다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유령신부’에서는 지하 세계로 끌려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소심한 신랑 빅터 그리고 그와 결혼을 꿈꾸는 유령신부의 관계에서 칸트주의를 이끌어 낸다. “빅터와 결혼을 하고 싶어서 지하 세계로 그를 데리고 가고,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온 빅터는 자신의 약혼자를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유령신부는 극도로 화를 내지만, 다른 신부의 꿈을 빼앗을 수 없다고 말을 하지요. 칸트주의에 대입을 해 볼까요. 빅터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다른 신부의 꿈을 빼앗게 된다는 규칙이 따라오게 됩니다. 행위의 준칙이 보편타당하기를 내가 원하느냐? 만약 내가 원한다면 해도 된다는 것이 바로 칸트주의입니다. 결과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 것이죠.”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은 영화를 통해 철학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은 영화 속 장면 중 공감이 가는 대목은 큰 소리로 웃기도 하면서 일상 속에도 철학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듯 했다.
총 3회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어떻게 살 것인가? 2강. 삶의 규칙, 어떻게 정할 것인가? 3강. 행복한 삶을 위하여 등을 주제로 이어진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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