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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영화&경제] (15) ‘2046’에 그려진 2046년의 미래

“사랑은 타이밍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인연은 엇갈릴 수 있다.” 홍콩 영화 ‘2046’에서 주인공 차우(량차오웨이)가 이 사랑 저 사랑 다 겪고 나서 하는 말이다.

“내 사랑만은 막지 말아달라”는 바이링의 사랑은 일방적이다. /출처=네이버영화





#사랑은 계속 엇갈려만 가고

왕자웨이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 ‘2046’에 그려진 사랑들은 엇갈림의 연속이다. 차우에 대한 바이링(장쯔이)의 사랑은 일방적이다. “날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내 사랑을 막지는 말아요”라며 애원하는 바이링이 가엽다. 차우는 수리첸(궁리)에게서 외면당하고는 “과거에서 벗어나면 날 찾아와 달라”며 매달린다.

왕자웨이의 2000년작 ‘화양연화’의 속편 격인 ‘2046’에선 세 개의 러브스토리가 변주된다. 첫째는 1967년 차우와 고급 콜걸 바이링의 이야기. 홍콩 완차이의 한 호텔 2046호에 투숙한 바이링은 차우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차우는 육체적 관계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 둘째 이야기는 1968년 차우가 호텔주인의 딸 왕징웬(왕페이)의 도움으로 SF소설 ‘2046’을 쓰는 에피소드다. 세번째는 차우가 회상하는 1963년 도박사 수리첸과의 이뤄지지 않는 사랑이야기다.

‘2046’은 장만위가 나오는 영화 ‘화양연화’의 후속작이다. /출처=네이버영화



#영화 ‘화양연화’의 과거와 연결

세 번째 얘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전작 ‘화양연화’에서 차우가 사랑한 여인의 이름도 수리첸(장만위)이었다는 점. ‘화양연화’에서 차우와 수리첸이 밀회하던 방 ‘2046’호도 후속 영화의 제목 ‘2046’으로 연결된다. 그러니까 차우의 사랑은 과거 기억과 맞물려 현재는 물론 미래로까지 줄기차게 이어져가고 있는 셈이다.

방 번호 ‘2046’이 과거를 상징한다면 미래는 두번째 얘기 속 SF소설 ‘2046’을 통해 표출된다. 소설 내용은 이렇다. 과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미래세상인 2046으로 향하는 열차를 탄다. 하지만 사랑은 소설 속에서도 엇갈린다. 2046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일본인 남자 탁(기무라 타쿠야)은 아름다운 자태의 안드로이드(인조인간)와 사랑에 빠지고, 함께 떠나기를 애원하지만 안드로이드는 들은 척도 않는다.

가상현실 2046에 사는 안드로이드는 기억력이 없다. /출처=네이버영화



#사람 뇌, 30년후엔 컴퓨터 결합될수도



흥미로운 것은 SF소설에 그려진 2046의 가상현실. 이곳 사람들은 몸 안에 마이크로 칩을 심은 채 살아가고 있으며, 안드로이드들은 기억력이 전혀 없다.

실제 현실은 어떨까. 앞으로 30년쯤 지나면 사람 뇌와 컴퓨터의 결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견해다. 그는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정보량이 폭증하면서 인간의 뇌는 컴퓨터의 도움 없이 도저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 제목 ‘2046’에는 홍콩의 미래에 대한 홍콩인들의 불안도 깃들어 있다. /출쳐=네이버영화



#2046년은 홍콩의 중국 귀속 50년 주년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부분은 왕자웨이 감독이 홍콩의 운명을 좌우할 2046년을 염두에 뒀다는 사실이다. 2046년은 홍콩이 중국에 복속된지 50년째 되는 해이고, 중국은 ‘향후 50년동안 홍콩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1997년에 했었다. 중국이 그 다짐을 지킬까. 근래의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보면 별로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서방 일각에선 2050년이면 중국이 민주주의를 채택하게 되리라는 기대 섞인 낙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영화 ‘2046’에서 사랑이 엇갈린 건 과거에 대한 지나친 집착 탓이다. 차우가 “(수리첸에게) 과거에서 벗어나면 내게 돌아오라고 했지만, 어쩌면 그 말은 나 자신에게 한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스스로 되뇌었으나, 한번 떠난 사랑이 돌아올 리가 없다.

사랑은 타이밍일까? 차우(왼쪽)와 바이링의 사랑은 끝내 엇갈리고 만다. /출처=네이버영화



#붉은 원숭이 해, 다툼 뒤에 화해가 있기를

사랑이 그렇듯 과거에의 과도한 집착은 사람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는게 세상사 이치다. 2016년의 출발점에 선 우리 현실은 어떤가. 사회 전반이 진영 논리에 갇혀 지나가버린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느라 청년실업·노사갈등·가계부채 등의 당면 문제는 물론, 미래 과제까지 손을 놓고 있다.

그렇잖아도 새해 병신(丙申)년은 ‘붉은 원숭이’ 해라 다툼과 상처가 많을 것이란 얘기가 있다. 그래도 기대마저 버릴 순 없다. 세상 모든 것이 사람 하기 나름이니까. 붉은 원숭이도 사납고 맹렬하지만 지혜가 많은 동물이라고 한다. 병신년 새해 비록 다툼과 상처가 있을지라도 그 후엔 화해와 치유가 뒤따르고, 발전의 기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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