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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는 동물원, 김현수는 라켓볼

내구성 ‘갑’ 김현수 “어릴 때도 아팠던 기억 없어”

라켓볼로 순발력 훈련 “미국에도 라켓 챙겨가야죠”

“뭐든 잘 먹을 자신있어, 타격폼 변해야 한다면 당연히 따라야”

김현수가 19일 야구배트 대신 라켓볼 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손타자지만 왼손 보호를 위해 라켓볼은 오른손으로 한다. /권욱기자





“볼티모어 신고식이요? 그 생각만 하면 너무 힘들어요. 가서 열심히 고민해야죠.”

한국프로야구 연습생 출신으로 메이저리거 꿈을 이룬 외야수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 그는 입단 신고식을 치를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며 장난스럽게 인상을 찌푸렸다. 앞서 류현진은 3년 전 LA 다저스 스프링캠프 때 ‘강남스타일’ 음악에 맞춰 말춤을 선보여 동료들의 배꼽을 빼놓았다. 김현수는 “자리가 만들어지면 어떤 걸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며 웃었다.

한국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최초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거 김현수를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체육센터에서 만났다. 김현수는 트레이너와 라켓볼로 몸을 풀고 있었다. 지난달 24일 볼티모어와 2년 700만달러(약 84억원)에 계약한 후 귀국한 그는 개인훈련을 하며 출국 전까지 주위에 인사를 다니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우승을 시작으로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우승과 대회 최우수선수(MVP) 선정, 메이저리그 입성에 최근 결혼까지. 요즘 김현수의 일상은 경사뿐이다. 자신을 알아본 라켓볼 동호인들의 계속된 사인과 사진촬영 요청에도 김현수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곧 미국으로 떠나는 그는 현지에서 개인훈련을 하다 2월 볼티모어의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현수는 야구밖에 모르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2006년 두산 입단 후 하루 500개의 연습배팅과 1,000개의 스윙을 거르지 않은 사실은 유명하다. 10년차였던 지난 시즌에도 타격감이 좀 떨어졌다 싶으면 경기 전 2시간 특타를 자청했다. 김현수는 “1,000번 넘게 스윙하는 훈련은 입단 초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계속했던 것 같다. 지난 시즌 특타는 개수를 세지 않고 힘 빠질 때까지 최대한 많이 쳤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현수는 쉴 때도 야구를 놓지 않는다. 짬 날 때마다 메이저리그 영상을 챙겨보는 그는 구단과 선수정보 등을 꿰고 있어 두산 동료들 사이에서는 메이저리그 박사로 통했다. 워낙 즐겨보니 배리 본즈·앨버트 푸홀스 등 롤모델도 계속 바뀐다. ‘누굴 가장 좋아하느냐고 볼티모어 동료들이 물으면 어쩌겠느냐’는 질문에 김현수는 “‘노코멘트’라고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직업도 야구, 취미도 야구인 김현수가 ‘라켓볼 마니아’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김현수는 “주위의 권유로 2014년 말부터 치고 있다. 비시즌에는 1주일에 한두 번 코트를 찾는다”고 했다. 그는 라켓볼 예찬론을 이어갔다. “야구뿐 아니라 모든 운동이 순발력과 순간적인 힘을 필요로 하잖아요. 순발력을 기르는 데 라켓볼 만한 게 없습니다. 진짜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고요.” 스쿼시와 자매종목인 라켓볼은 동체시력(움직이는 물체를 인식하는 눈의 능력) 향상에도 효과가 크다. 김현수의 최대 강점인 뛰어난 선구안에 라켓볼이 한몫 했는지도 모른다. 김현수는 “미국에서는 라켓볼이 인기종목이라고 들었다. 개인라켓을 미국에 꼭 챙겨가서 시간 나는 대로 코트를 찾겠다”고 했다. 빠른 현지적응에 있어 확실한 취미를 갖는 것 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지난해 신인왕 후보에 올랐던 강정호(피츠버그)는 동물원에서 휴일을 보냈다.

김현수는 송구는 오른손으로 하고 타격은 왼손으로 하는 우투좌타다. 라켓볼의 라켓도 배트처럼 왼손으로 잡을 만하지만 절대 왼손으로 잡는 법이 없다. “몸의 왼쪽은 야구를 위해서만 쓴다. 다른 일을 할 땐 무조건 아낀다”는 설명. 지난 시즌 길이는 짧아지고 무게는 늘린 33.5인치-900g 방망이로 데뷔 최다인 28홈런을 친 김현수는 같은 방망이로 미국 도전에 나선다. 타격폼에 대해서는 “좋아지려고 수정하는 거니까 캠프에서 변해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따르겠다”고 했다.

목표에 대해서는 “붙어보기 전에는 절대 모른다”고 말을 아낀 김현수. 그는 ‘미국 가서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좀 자신 있다 하는 게 뭐냐’는 물음에 “음식은 어떤 것이든 다 잘 먹을 자신 있다”고 했다. 부상이 적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 볼티모어가 찍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내구성이다. 김현수는 “한국에선 잔 부상조차도 거의 없었다. 외야 수비 때 펜스 플레이하다 조금씩 다친 게 전부”라며 “어릴 때도 아팠던 기억이 거의 없다”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야구선수가 아니었다면 막노동이나 어떤 일이든 하며 잘 살고 있었을 것”이라는 그는 “지난 10년보다 더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김현수는 ▲외야수 ▲우투좌타 ▲통산 타율 0.318, 142홈런, 771타점 ▲타격 1위(2008년), 안타 1위(2008·2009년), 2루타 1위(2008년), 볼넷 1위(2008년) ▲2008 베이징 올림픽 타율 0.370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타율 0.393 ▲2015 프리미어12 타율 0.333(대회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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