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무악의 거장 한성준(1874~1941)을 조명한 공연을 둘러싸고 행사 보조금 지원 지자체인 충남 홍성군과 무용계가 고발 및 사업비 환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국수호, 김매자, 최태지 등 한국 무용을 대표하는 무용인 8명은 23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홍성군이 적법하게 집행된 사업비의 70%를 행사 1년이 지난 시점에 환수 조치하고 소명 기간 중 일방적으로 경찰 고발까지 했다”며 “부당한 행정권 남용과 문화예술계 억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범 무용계 인사 45명의 이름으로 성명을 냈다.
성명서에 따르면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 주최로 무용가 한성준을 기리는 제1회 대한민국 전통무용 제전 ‘위대한 유산, 한성준의 춤’이 지난해 그의 고향인 홍성에서 개최됐다. 많은 국내 원로 무용인들이 한성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행사에 참여, 공연을 펼쳤다. 홍성군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충청남도와 함께 매칭 방식으로 총 4억 원을 이 행사에 지원했지만, 이후 정산 과정에서 ‘행사와 관련 없는 데 돈을 지출했다’며 사업비의 70%에 달하는 2억 6,770만 원 환수조치를 명했다. 사업회 측은 관련 절차에 따라 이의 신청을 했지만, 홍성군이 이에 대한 결과 통지도 없이 이의 신청 기간이 지나기도 전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무용가인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은 “무용 반주 비용과 조명비, 무대 감독 급여까지 토해내라 하는 상식 이하 행동에 분노한다”며 “적법하게 승인받아 적법하게 쓴 돈을 이런 식으로 환수하면 우리 후배들이 앞으로 어떻게 이 땅에서 춤을 출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회는 홍성군 측에 행사 보조사업비 정산을 재검토를 비롯해 행정권 남용에 대한 해명과 사과, 관계 공무원 문책 등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한성준은 태평무, 승무, 살풀이춤, 학춤 등 100여 가지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춤을 창작한 근현대 전통춤의 대가다.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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