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3 총선의 최종 결과가 각종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간 형태로 나오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여론조사 무용론(論)’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할 여론조사가 오히려 민심을 읽지 못하고 유권자를 혼란에만 빠트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조사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집계에 따르면 각 정당의 총 의석 수(비례대표 포함)는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총선 전 새누리 160석 안팎, 더민주 100석 안팎 등을 예상한 각종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전망을 턱없이 빗나간 수치다.
지역구별 여론조사도 결과를 제대로 맞히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같은 지역구를 놓고 같은 날 시행한 여론조사임에도 기관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는가 하면 자고 일어나면 10%포인트의 격차를 가뿐히 뒤집는 경우가 속출했다.
정세균·오세훈 후보가 승부를 겨룬 서울 종로, 전재수·박민식 후보가 격돌한 부산 북강서갑, 김진표·정미경 후보가 맞붙은 경기 수원무, 정종섭·류성걸 후보가 대결한 대구 동갑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같은 ‘여론조사 부실’의 핵심적인 원인은 집 전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조사방식이 꼽힌다. 집 전화를 사용하는 유권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가정주부나 노년층을 제외한 상당수의 유권자가 집 밖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상황임에도 현행법상 휴대폰 안심번호는 이동통신사가 정당에만 제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를 놓고 여론조사 기관 단독으로 집 전화에 의존해 여론조사를 시행했을 때와 기관이 당의 의뢰를 받아 휴대폰까지 포함해 조사를 진행했을 때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여론조사 무용론이 확산되자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뼈저린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업계를 대신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제한 뒤 “유선전화만으로는 조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휴대폰 안심번호를 당내 경선 여론조사뿐 아니라 모든 여론조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법 개정을 촉구했다./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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