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궁금했던 ‘봄이 좋냐’를 만든 배경에 대한 십센치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소속사 직원들이랑 이야기를 해보니 연애를 안 하고 있는 친구들이 꽤 되더라고요. 이 친구들에게 영감을 받았어요. 연애를 안 하는 이들에게 봄이라는 계절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들을 ‘대놓고’ 위로해주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곡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봄이 좋냐’는 열풍을 몰고 왔다. 해마다 봄이 되면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과 같이 오래 전에 나온 ‘봄 예찬’ 노래가 각종 음원 사이트를 휩쓸지만 올해는 ‘봄이 좋냐’라는 삐딱한 봄 노래가 ‘대세’가 됐다. ‘태양의 후예’ OST의 막강한 인기 속에서도 ‘봄이 좋냐’는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방송 출연 없이 지난 17일 SBS 인기가요에서는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에도 십센치는 봄 노래와 연애 노래로 1위 결정전에 오른 아이돌 그룹 비투비와 씨엔블루를 제쳤다.
‘봄이 좋냐’의 열풍은 가사 탓일까. “꽃이 언제 피는지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날씨가 언제 풀리는지 그딴 거 알면 뭐 할 건데. 추울 땐 춥다고 붙어있고, 더우면 덥다고 니네 진짜 이상해. 너의 달콤한 남친은 사실 PC방을 더 가고 싶어하지 겁나 피곤하대.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망해라.”정말이지 봄과 연인들을 이렇게 삐딱한 시선으로 비웃고 조롱했지만 오히려 ‘봄 노래’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것은 역설적인 면이 있다. 이같은 인기에 대해 십센치는 즐거우면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상상도 못했고, 방송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인기 실감은 못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벚꽃축제 마지막 날에 솔로들을 위한 버스킹(거리공연)을 했는데 4,000명이 넘게 몰리는 것을 보고 좀 실감할 수 있었어요.”‘봄이 좋냐’가 이 같은 폭발적인 인기는 취업·연애·결혼을 포기한 ‘삼포세대’를 넘어 삶에서 N 가지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N포세대’에게 커다란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괜찮아”라는 막연한 위로 대신 연애 못하는 당사자가 돼 봄과 이를 즐기는 연인들을 비웃어주는 적극적인 위로가 2030 청춘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고 있는 것. 누군가 진짜 내 편이 돼서 혹은 내가 돼 좀 세게 욕해주는 것은 얼마나 속 시원하고 든든한 일인가. 그것도 우울하거나 절망적이지 않고 가볍게 장난스럽게 상큼하게 말이다. 십센치는 “청년실업, N포세대들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한다는 대의를 갖고 만든 노래는 아니지만 그들에게 응원이 되고 있다면 우리는 너무 기쁘다”고 전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