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선업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절차에 착수했다. ‘고용위기지역’보다 지정 절차가 빠른 특별고용지원업종을 통해 대량실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장을 막겠다는 판단이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려면 △3개월 평균 업종기업경기실사지수(BSI) 15% 감소 △실업 5% 이상 △도산·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 3% 이상 등의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반면 특별고용지원업종은 고용지원조사단이 업종 BSI와 실업상황을 살펴보고 필요성이 인정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정해 실업급여 지급 연장과 재취업 지원 등을 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위기지역은 지정이 까다롭고 거제뿐 아니라 울산·창원 등을 모두 지정해야 한다”면서 “업종으로 한정해 최대한 빨리 실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실업급여(최대 240일·일 4만3,000원)가 끊긴 후 최대 60일까지 일 3만100원(70%)의 특별연장급여를 지원하고 재취업 교육 등을 시행한다.
조선업종의 상황은 이미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1·4분기 조선·기타운수업종 BSI는 53.3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1.6)보다 13.4% 하락했다. 이는 고용위기지역 지정 기준(-15%)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1조6,764억원)과 삼성중공업(-1조6,646억원), 대우조선해양(-3조765억원)의 적자 규모는 6조4,17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1·4분기 조선3사 가운데 현대중공업(3척)을 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수주 절벽’에 직면했다. 현재 조선사들이 만들고 있는 선박은 2~3년 전에 수주한 배들이다. 수주가 없으면 앞으로 일거리도 없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수천 명의 감원 계획을 세운 것도 이 같은 위기감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임직원 수는 1만2,855명,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고용인원은 4만여명에 달한다. 최근 밝힌 것처럼 본사 직원 3,000명을 감원하면 협력업체는 최대 1만명 이상 직장을 잃을 수 있다.
문제는 거제(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와 울산(현대중공업)의 조선업체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설 경우 인근 지역인 부산 경제까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았던 조선사 직원들은 거가대교(거제~부산)와 부울고속도로(울산~부산)를 통해 부산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강했다. 조선사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거제·부산·울산’ 등 동남권 지역 경제가 동시에 침체 국면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지는 하반기에 여야 합의로 ‘구조조정용’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야권 핵심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경이) 불가피하다면 해야 한다”면서 “산업재편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황정원·전경석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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