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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임진강 주상절리]바람·물·억겁의 시간을 품은 비경 십리

합수머리에서 임진강을 거슬러 4㎞에 걸쳐 발달한 주상절리는 홍적세 중기 무렵 철원 북쪽에서 용암이 분출하며 형성됐다.




“1년에 참게 3톤을 잡아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당 2만~3만원 하던 게 지난해에는 5,000원까지 떨어졌어. 많이 잡혀서 값이 폭락한 게 아니라 소비가 줄어서 헐값을 받은 거예요.” 17년째 임진강에서 내수면어업을 하고 있는 유재학(63) 연천어촌계장의 얘기가 보트의 엔진소음과 매캐한 매연에 섞여 들려왔다. “임진강은 물이 깨끗해서 쏘가리·참게·뱀장어가 많이 잡혀요. 여기가 임진강 상류인데 잡히는 어종이 64종류예요.” 오락가락하던 비는 물러갔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이 임진강을 굽어보고 있었다. 유 계장의 보트는 줄어든 수량 탓에 바닥을 긁히며 임진강을 따라 내려갔다.



용암대지 침식이 만든 기하학적 돌기둥

40m높이 절벽따라 끝없는 장관 이어져

◇임진강 주상절리=“지금은 배가 다니기 힘들 정도로 물이 말라붙은 거야. 우리 어촌계에서 어로작업을 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25명인데 모두들 구역을 나눠서 고기를 잡고 있지. 내가 어로를 하는 구역은 1.7㎞ 정도 돼요.” 그가 하는 말을 받아 적다가 강 건너편을 보니 몇몇 사람들이 다슬기를 잡고 있었다.유 계장의 말에 따르면 상류에 군남댐이 세워지기 전까지만 해도 임진강에는 다슬기가 지천이었다. 하지만 댐 공사가 완공된 후 다슬기는 하루아침에 씨가 말라버렸고 6년 전까지만 해도 다슬기는 구경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5년 전부터 치패를 뿌리고 있는데 그 덕인지 요즘은 조금씩 다슬기가 늘어나고 있단다. 강을 따라 내려가는 보트에 앉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가 왼편을 바라보니 그 유명한 임진강 주상절리가 시작되고 있었다. 마그마가 화구로부터 흘러나와 급히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들어 사이사이에 틈이 생기고 오랜 시간 동안 풍화돼 틈이 생기는 게 절리인데 주상절리는 단면의 모양이 4~6각형의 긴 기둥 모양을 나타내는 절리를 말한다.

최근 5년간 팔도를 유람하면서 섭렵한 주상절리는 4~5곳쯤 되는데 제주를 제외한 내륙의 주상절리 중에서 규모로만 따지면 임진강의 규모가 가장 큰 것 같았다. 커다란 고양이가 발톱을 세워 진흙 벽을 긁어낸 것 같기도 했고 옛날에 집에서 쓰던 팔각성냥갑 안에 성냥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 같기도 했다. 대략 높이가 40m쯤 돼 보이는 절벽에 형성된 절리들은 끝없이 이어지면서 서쪽으로 향했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도감포)에서부터 임진강을 거슬러 4㎞에 걸쳐 발달한 주상절리는 홍적세 중기(100만~1만년 전) 무렵 철원 북쪽에서 용암이 분출하며 형성됐다. 이에 따라 철원·연천 일대에는 넓은 용암대지가 형성됐는데 화산활동이 끝난 후 용암대지가 강의 침식을 받아 기하학적인 형태의 현무암 주상절리가 완성됐다. 유씨가 어렸을 적만 해도 강화도에서 새우젓을 싣고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온 배들이 개안나루까지 왔었지만 댐이 생기고 군사분계선에 막힌 강은 이제는 오갈 수 없는 물길이 되고 말았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임진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연강나룻길이 생겨났다. 물론 임진강 전 구간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니나 군남댐에서 시작해서 옥녀봉·태풍전망대까지 이어지는 24㎞짜리 코스로 1박2일 정도 임진강을 구경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마그마가 흘러나와 급히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들어 사이사이에 틈이 생기고 오랜 시간 풍화된 후 주상절리가 생겨난다. 주상절리 사이로 물이 흘러 폭포가 됐다.




임진강을 굽어보는 옥녀봉에 세워진 조형물 그리팅맨.


5월 5~8일 선사유적지·전곡읍서 개최

놀면서 배우는 구석기체험 프로그램 가득

◇연천 전곡리 구석기 축제=임진강 유역에서는 세계 최대 구석기 문화 축제인 제24회 연천 전곡리 구석기 축제가 오는 5월5~8일 ‘전곡리안의 귀환’이라는 주제로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 및 전곡읍 일원에서 개최된다. 올해 축제는 환영마당·연천마당·공연마당·체험마당 등으로 꾸며져 구석기 문화를 직접 보고 느끼고 놀면서 배우는 체험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5월5일 ‘인류문명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지역민이 함께 참여하는 구석기 퍼레이드가 축제의 서막을 알리고 세계 구석기 체험마을, 구석기 바비큐, 구석기 도장 찍기, 구석기 사냥터, 구석기 퍼포먼스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이외에도 어린이 노래자랑, 전곡리안 패션왕 선발대회, 가족운동회 등 다양한 참여형 공연과 어린이날에는 버블쇼·매직쇼 등 어린이를 위한 특별공연이 펼쳐진다. 구석기 축제가 열리는 연천 전곡리 유적은 1978년 동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견된 곳으로 연평균 10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글·사진(연천)=우현석객원기자

올해 제24회 연천 전곡리 구석기 축제가 오는 5월5~8일 ‘전곡리안의 귀환’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사진은 전곡리선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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