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장의 기대를 깨고 금융정책을 동결했다.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이날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지수는 3.6% 급락 마감하고 엔화 가치도 장중 달러당 108엔대로 급등하는 등 지난 며칠 안정을 찾아가던 일본 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쳤다.
BOJ는 이날 연간 80조엔(약 830조원)인 자산매입 규모를 유지하고 지난 1월 회의에서 마이너스로 떨어뜨린 정책금리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올 들어 신흥국발 경기둔화가 가시화한데다 연초 이후 엔화가 가파른 강세를 보여 시장에서는 BOJ의 공격적인 추가 완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BOJ는 요지부동이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 효과가 침투되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투자나 대출 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6개월가량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오는 6월 추가 완화설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금융완화 효과를 기다리는 사이 신흥국발 경기위축에 따른 소비부진과 물가약세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총무성이 발표한 3월 가계소비지출은 전년동월비 -5.3%에 그쳤으며 같은 기간 전국 CPI도 전년동월비 -0.1%로 2년10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BOJ도 이날 경제·물가 전망보고서에서 당초 1.5%로 제시했던 올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실질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2017회계연도 전망치는 0.3%에서 0.1%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2016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0.5%로 낮춰 잡았다. 1월에 내놓은 전망치는 0.8%였다. BOJ는 이와 함께 2% 물가목표 달성시기를 ‘2017년도 안’으로 또다시 미뤘다. BOJ가 2% 달성시기를 늦춘 것은 1월 ‘2016년도 후반’에서 ‘2017년도 전반’으로 조정한 데 이어 올 들어서만도 두 번째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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