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클래식계에 기쁜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오스트리아 3대 클래식 페스티벌로 꼽히는 ‘린츠 브루크너 페스티벌’에 한국이 올해의 주빈국으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KBS교향악단, 수원시립교향악단, 국립합창단 등 6개 한국 예술단체 소속 500여 명이 올해 가을 오스트리아로 가 현지 관객들을 상대로 초청공연을 이어간다. 유럽 주류 페스티벌에 500여 명 규모의 한국 예술가 단체가 공식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처럼의 낭보 뒤에는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오스트리아 빈 현지에서 공연문화기획사 SBU를 꾸려가고 있는 유소방(52·사진) 대표다. 유럽과 한국의 문화교류에 앞장서고 있는 유 대표는 특히 2014년부터 ‘린츠 브루크너 페스티벌’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성악을 전공한 그는 브루크너 페스티벌과 함께 열리는 ‘린츠 국제성악콩쿠르(컴페티션 델 오페라)’의 심사위원을 3년째 맡고 있기도 하다.
“린츠 페스티벌이 2013년부터 한 나라의 음악을 집중 조명하는 ‘주빈국’ 제도를 도입했는데, 첫해가 러시아, 다음 해가 미국, 2015년 중국이었어요. 러시아나 미국은 워낙 클래식 강국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이 선정됐을 때 제가 조금 발끈한 거죠(웃음). ‘아시아권에서 클래식 강국은 중국이 아닌 한국’ 이라고 강력하게 말했고, 한스 요아힘 프라이 페스티벌 총감독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관심은 얻었으니 이제 실력을 입증하기만 하면 됐다. 유 대표는 “우리나라 음악가, 특히 성악가들의 실력이 워낙 출중했기 때문에 나는 그걸 소개만 하면 됐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단계 단계마다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애당초 클래식에 조예가 깊으면서도 유럽 쪽 인맥이 탁월하고, 일 처리까지 꼼꼼히 해내는 한국인 사업가 자체가 드문 상황. 21년 전 빈에 정착하기 전까진 평범한 한국 엄마였다는 유 대표가 클래식의 본류 유럽에서 공연기획자로 성공하기까지 걸어온 길이 궁금했다. 유 대표는 “굳이 말하자면 딸의 성공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한국 엄마의 힘이 아닐까”라며 웃었다. 그의 딸은 4살 나이로 빈 국립음악원에 입학하고 13살 때부터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무대에 올라 ‘바이올린 신동’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바이올리니스트 김윤희다.
“딸이 세계 무대에 초청되는 일이 많았는데 아직 어리니 제가 함께해야 했어요. 오케스트라나 페스티벌의 주요 관계자들을 제가 다 만나고 다니고 친해지게도 된 거죠. 그리고 언제인가부터 한국 음악가들은 유럽에 진출할 길을, 유럽에서는 한국의 음악을 만나볼 길을 저에게 묻기 시작했어요. 이쪽 일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는데 어느샌가 모든 준비가 다 된 느낌이었죠.”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2013년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명예 훈장를 받을 정도로 그의 노력은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이제는 욕심도 조금 생긴다는 게 유 대표의 말이다.
“우리나라의 훌륭한 예술단체들이 유럽 무대에 더 자주 오를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에요. 클래식은 이번에 물꼬를 트게 됐지만, 아직 세계가 잘 모르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음악도 유럽에 널리 알리고 싶네요.”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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