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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ELS 수업료, 비용 아닌 자산돼야

김민형 증권부 차장




금융감독원이 올해 주가연계증권(ELS) 감독을 강화한다. 불완전판매에만 집중한 감독 방향을 ELS 설계·기획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으로 넓힐 방침이다. 특히 금감원은 “ELS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건전성 위험이 크다”며 자체 헤지 비중을 줄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증권사들은 ELS 설계 단계부터 헤지 방식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다. 헤지 방법은 크게 백투백 헤지, 자체 헤지 두 가지다. 백투백 헤지는 ELS를 판매하는 증권사가 아니라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IB) 등이 헤지를 맡는 방식이다. ELS를 판매한 증권사는 판매 수수료만 챙기고 헤지를 담당하는 글로벌 IB 등에는 헤지 수수료를 내는 구조다. 반면 자체 헤지는 ELS를 판매한 증권사가 직접 헤지를 맡기 때문에 헤지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국내 증권업계는 최근 몇 년간 ELS 자체 헤지를 크게 늘렸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자체 헤지 비중은 지난 2010년 3월 말 29%에서 2014년 3월 말 44%로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5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들은 2002년 장외파생상품 업무가 허용됐을 때만 해도 능력이 부족해 거의 대부분 백투백 헤지를 택했다. 시간이 흐르며 판매 경험을 축적했고 최근에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자체 헤지 비중도 확대한 것이다.

문제는 ELS의 주요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홍콩HSCEI 지수가 지난해 5월 1만5,000선을 넘보다 올 초 7,500선까지 급락하면서 발생했다. ELS 자체 헤지를 했던 증권사 중 일부가 상당한 손실을 입었고 금감원이 올해 ELS 감독 강화 카드를 꺼내 든 빌미가 된 것이다.



비록 증권업계 중 일부가 ‘홍콩H지수 쇼크’로 큰 손실을 입어 금감원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헤지 능력 강화를 위한 업계의 의지마저 꺾으면 곤란하다. 글로벌 IB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다양한 경험으로 ELS 헤지 노하우를 쌓아왔다. 세계적인 헤지 능력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특히 지나치게 ELS 자체 헤지 비중을 줄이라고 요구하면 국내 증권사들이 그동안 치른 수업료를 허공에 날릴 공산이 크다. 애써 헤지 능력을 키우기보다 외국 회사에 맡겨버리면 비록 돈은 덜 벌더라도 손쉽게 감독의 칼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건전성과 연계해 ELS 자체 헤지의 양을 보기보다 질에 더 집중해야 한다. 자체 헤지 비중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헤지 방법을 활용해 실제로 위험을 낮췄느냐가 본질이다. 감독 방향의 초점을 자기자본 대비 자체 헤지 비중 같은 일차적 문제보다 헤지 능력의 품질에 맞춰야 한다. 더불어 백투백 헤지를 선택하는 것은 국내 증권업계의 실력 부족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일 뿐 아니라 외국계 IB로의 국부 유출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이제 막 글로벌 IB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가는 길에 상처 입고 거친 풍랑에 흔들리기도 할 것이다. 그런 경험들이 자산으로 쌓이면 훌륭한 나침반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무의미한 ‘생고생’이 되고 말 것이다. 금감원이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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