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은 프로그램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틀간 펼쳐진 지식의 향연은 연사와 청중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20여년 만에 한국을 찾은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는 서울포럼 기간에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한 인물이다. 지난 10일 새벽4시40분 한국에 도착해 국내 기업인·일반인들과의 라운드테이블, 기조강연과 대담, 인터뷰 등 숨 가쁜 강행군을 이어가면서도 그는 시종일관 포럼과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2일 마지막 일정까지 모두 마친 다이아몬드 교수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각 분야의 전문가부터 정부·기업 관계자들이 함께하며 수준 높은 대화가 오가 나 역시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잘 짜인 프로그램과 첨단기술을 활용한 생중계에 이르기까지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행사였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무엇보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자신에게 한국인들이 보여준 환대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내 책인 ‘총, 균, 쇠’를 들고 와 사인을 받았는데 최근 인쇄된 개정판 훨씬 이전에 나왔던 책을 가져온 분들도 있어 놀랐다”며 “이 책이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고 매년 꾸준히 독자들이 찾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고마웠다”고 말했다. “다시 한국을 찾을 테니 안녕(Say Goodbye)이라는 말을 하지 않겠다”며 웃어 보인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세대에게 따뜻한 메시지도 남겼다. 그는 “한국이 지난 몇 십년간 성공적으로 일궈온 것들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며 “내가 본 한국인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 (이를 동력 삼아) 세계에서 부강하고 중요한 위치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인간의 진짜 몸과 인공적인 몸의 구분이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제시한 휴 허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도 “이번 포럼은 훌륭했다(Fantastic)”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강연 무대에서 청중의 관심과 환대에 깊은 감사를 느꼈다”며 “관련 주제로 서울포럼이 다시 열린다면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율주행차에 대해 발표한 라울 로하스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인공지능과 바이오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라는 점에서 이번 포럼의 주제는 내게 무척 특별하고 중요했다”며 “과학기술 혁명뿐 아니라 인류학적 관점에서 미래에 대한 고민·통찰도 되새길 수 있어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포럼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지식을 공유한다는 행사 취지에 걸맞게 한국 경제를 주도하는 산업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행사장을 찾았다. 포럼 첫날 다이아몬드 교수와 대담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비록 정치·경제 등 많은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는 없었지만 인류의 미래에 대한 대화는 내게 무척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날 다이아몬드 교수와 한국 최고경영자(CEO)들의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한 김연희 보스턴컨설팅 아태유통 부문 대표도 “인공지능(AI)이나 바이오 관련 질문뿐 아니라 언어와 환경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특히 다이아몬드 교수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어 고무적이었다”고 평했다.
포럼 내용을 기록해 산업·교육현장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은 “이번 포럼 주제는 해법 모색이 절실한 신성장동력과 직접 관련된 것이라 인상적이었다”며 “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와 석학·전문가들이 주고받은 대화를 자료집으로 남겨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함께 공부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송주희·신희철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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