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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한국 현대사의 자화상 ‘서울스퀘어’

주변 압도하는 정사각형 매머드 빌딩...한때 '세계경영' 대우의 상징

서울역과 마주 보고 서 있는 ‘서울스퀘어(옛 대우센터빌딩)’ 전경. 가로·세로 100m의 딱딱한 정사각형 형태의 건물로 서울 오피스빌딩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1970년대 중반 대우그룹의 사옥으로 지어진 서울스퀘어는 2000년대 중반 외국계 투자가인 모건스탠리에 인수됐으며 현재는 싱가포르계 투자자인 알파인베스트먼트가 소유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서울역은 KTX역과 버스환승역 등 다양한 대중교통의 집결지여서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특히 서울역은 지방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하는 사람들이 꼭 한번은 거쳐 가야 하는 관문 중 하나다. 역사를 나서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붉은색 건축물이 바로 ‘서울스퀘어(옛 대우센터빌딩)’다. 서울스퀘어는 주변의 모든 풍경들을 사라지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울에 도착한 시골 청년들은 이 거대한 건축물의 위용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역시 서울은 다르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 개발시대 상징 대규모 건축물

지하 2층~지상 23층...용적률 1,100%

준공 당시 국내 최대 규모 오피스빌딩



서울스퀘어는 애초 교통센터로 지어졌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처음에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닌 7층짜리 건물이었다. 이후 지난 1973년 8월 김우중 당시 대우실업 대표가 약 47억원에 교통센터를 인수했으며 1976년에 지금과 같은 지하 2층~지상 23층 규모의 매머드급 빌딩으로 재탄생했다. 이름도 ‘대우센터빌딩’으로 바뀌었다.

대우센터빌딩은 완공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피스빌딩으로 눈길을 끌었다. 현재 기준으로 보더라도 흔치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가로·세로 100m 길이의 정사각형 모양의 건축물은 현재 건축법상 구현하기 어려운 형태다.

2009년 서울스퀘어 리모델링 디자인을 맡았던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는 “서울스퀘어는 용적률이 1,100% 이상인데 새로 짓게 되면 800% 이상으로 지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남산 쪽을 향해 있는 건축물은 10층 이상일 경우 입면의 폭이 55m를 초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징가제트 빌딩’이라는 별명이 붙은 인근 ‘포스트타워’와 같이 중간을 비워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스퀘어에 대한 건축 전문가들의 평가는 박하다. 대부분의 건축가나 교수들이 ‘지금이라면 절대로 지어서는 안 되는 건축물’이라고 강조한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규모와 실용성만을 강조한 건축물로 서울을 상징하는 남산을 가리고 서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평가 때문인지 실제 애초 설계자를 찾기도 어렵다.

대우건설과 서울건축 등에 따르면 서울건축의 전신인 옛 동우건축이 설계를 했지만 설계자는 찾을 수 없었다.일각에서는 과거 김우중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김종성 전 서울건축 대표나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사람인 김수근 씨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종성 씨는 자신이 설계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또 김수근씨의 제자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는 김수근씨가 설계한 것은 서울스퀘어 지하에 있는 ‘대우 아케이드’라고 밝혔다. 이처럼 서울스퀘어는 서울을 대표하는 대형 오피스빌딩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빌딩으로 남아 있다.

● 여전히 기억되는 이름 ‘대우빌딩’

70~80년대 불 꺼지지 않는 건물로 유명

한국경제 성장·대우 흥망성쇠와 함께 해



많은 사람들에게 서울스퀘어는 여전히 대우빌딩으로 기억되고 있다. 실제 서울스퀘어로 가기 위해 잡아탄 택시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택시 기사는 서울스퀘어를 가리키자 대우빌딩을 말하는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 이면에는 이 빌딩이 대우그룹의 흥망성쇠를 함께해왔기 때문이다. 대우빌딩은 당시 본격적으로 신사옥을 짓기 시작했던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건물 중에서도 그 규모가 가장 컸다. 1970~1980년대에는 불이 꺼지지 않는 빌딩으로도 유명했으며 국내를 넘어 세계 경영을 목표로 성장하던 대우그룹을 상징하는 건축물이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대우그룹이 잘나가던 시절에는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통하던 건물”이라며 “대우가 삼성과 현대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기업이었지만 사옥에 있어서는 임팩트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그룹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0년대 말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계열사들이 흩어진 다음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대우빌딩의 주인이 바뀌었고 2007년에는 모건스탠리가 인수했다. 이후 2009년 2월 현재와 같은 서울스퀘어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는 싱가포르계 투자가인 알파인베스트먼트가 소유하고 있다. 대우빌딩의 역사는 1970년대부터 고속성장을 구가하다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맞은 뒤 외국계 자본의 진출이 본격화된 한국 경제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서울스퀘어는 건물 외부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지난 2007~2009년 리모델링 당시 내부 디자인에 곡선과 아트워크를 많이 적용했다. /송은석기자


서울스퀘어 로비 전경. /송은석기자


● 리모델링으로 이미지 변신

외부 ‘미디어 파사드’ 내부는 곡선 디자인

부드러우면서 경쾌한 ‘열린 공간’으로 바꿔



서울스퀘어는 2007년 9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권위적이고 닫힌 건물 이미지를 보다 부드럽고 열린 이미지로 바꾸고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함이다. 당시 아이아크와 공동으로 리모델링 작업을 기획했던 김진구 정림건축 CM운영본부 대표는 “건축물은 도시와 대화를 해야 하는데 서울스퀘어는 딱딱하고 단절된 이미지가 강했다”며 “건축물은 이미지와 공간을 가지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데 서울스퀘어는 이미지를 새롭고 경쾌한 형태로 바꾸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애초 계획은 건축물 전면부를 전부 유리로 바꾸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허용이 되지 않아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김정임 대표는 “건물 전면부 1.5m 정도의 거리에 글라스 파사드를 설치하고 그 사이에 삼각형 블라인드를 넣어 캔버스를 구현하려고 했지만 서울시 인허가 과정에서 무산됐다”며 “서울시는 이를 재개발로 판단했는데 재개발의 경우 주변 부지를 매입해서 기부채납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주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소자를 박아 미디어 파사드 형태를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외관뿐만 아니라 건축물 내부에서도 외부에서 보는 딱딱한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김진구 대표는 “사람들이 건물의 외관만 보고 판단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내부 디자인에 곡선을 많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드라마 ‘미생’ 촬영장소...상사맨들의 애환 간직

서울스퀘어는 드라마 ‘미생’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한 건축물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근무하는 회사 ‘원인터내셔널’은 종합상사인데 실제 서울스퀘어는 옛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의 본사가 있었던 건물이기도 하다. 지난 1967년 대우실업으로 시작한 대우인터내셔널은 대우그룹이 어려워지면서 2000년 말 대우에서 인적 분할됐다. 이후 2008년 본사를 인근 ‘연세재단세브란스’ 빌딩으로 이전했으며 2014년까지는 서울스퀘어에서도 일부 공간을 임대해 사용했다.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건물 앞에서 잔뜩 움츠러든 주인공 장그래의 어깨와 그의 상사인 오상식 부장이 옥상에서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인상을 쓰는 모습 등을 그리며 상사맨들의 애환을 다뤘던 미생이 더욱 실감 나게 느껴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촬영 당시 실제 서울스퀘어의 빈 사무 공간 일부를 세트장으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으며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옥상도 주 촬영장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 서울스퀘어에서 상사맨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포스코그룹에 인수된 후 지난해 인천 송도로 본사를 이전했다. 사명도 포스코대우로 바꿨다. 현재 서울스퀘어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떠난 자리를 메르세데스벤츠·지멘스·엑슨모빌 등 외국계 기업들과 LG전자·KEB하나은행·우리은행 등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채우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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